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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청춘의 시작을 함께한 너에게 _ 02 (마지막편) | 인스티즈 


 


 


 


 


 

그렇게 버거를 먹고 한참을 산책하던 너희는 만화카페에 들어가. 정국이가 웹툰이나 만화책 읽는 걸 좋아한다기에 너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너도 그렇다고 말해. 사실 좋아하는 작품 몇 개를 가끔 몰아보는 것 외에는 잘 찾아보지도 않으면서. 정국이는 네 말에 공감대가 생겨 기분이 좋았는지 무슨 만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장르가 좋은지, 좋아하는 작가는 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을거야. 너는 당황해서 두루뭉술하게 그냥 보는 것만 좋아해서 여러번 보는 스타일이라며 어느새 조금 가깝게 다가온 정국이를 슬쩍 밀어내지. 네 손길에 물러나며 정국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  


 


 

"감성적인 걸 좋아하네. 니는 영웅 만화만 좋아할 것 같았는데." 

 

 

"내가 얼마나 감성적인 사람인데..." 


 


 

의외라는 듯 쳐다보는 정국이의 눈에 발끈해서는 작게 투덜대자 정국이는 그런 널 따라서 웃긴 표정을 짓고는 말하겠지. '장난이다. 딱 봐도 감성적이다.' 그리고 이내 둘은 함께 열심히 만화를 보기 시작할거야. 처음에는 정국이가 가까이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경쓰여 만화를 눈으로 보는지 코로 보는지 모르겠던 너도 점차 정국이가 추천해준 만화책에 빠져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 있겠지. 레몬에이드를 간간히 마셔가면서 말이야. 어쩜 그렇게 재밌는지, 베개를 끌어안고 만화책에 얼굴을 묻다시피 한 네 눈은 새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반짝거렸을거야. 

 

어느새 레몬에이드가 다 떨어지자 넌 그제야 뻐근한 목을 만지며 고개를 들 거야. 그리고 그 순간, 줄곧 너를 바라보고 있었던 정국이와 눈이 마주치고 마는거야. 부끄러움에 고개를 휙 돌리자,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정국이가 이렇게 말해. 


 


 

"이쁘네." 


 

"뭐?" 


 

"이쁘다고." 


 


 

툭 내뱉어진 말에 네 마음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고, 너는 다시 만화책을 집어들고도 집중하지 못하겠지. 그런 너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이는 제 앞에 있던 만화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할거야. 괘씸한 마음에 발로 정국이를 툭 친 너는 뜨거워진 얼굴을 애써 식히며 같은 대사만 몇 번이고 다시 읽었을 걸. 

어쩌면 그때, 사실은 정국이도 만화책 너머로 붉어진 볼을 숨기고 자기 심장소리가 혹여 너에게 들릴까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너보다도 더. 


 


 


 


 

어느새 시간은 흘러 종강이 다가오고 크리스마스 조금 전 쯤 너희는 같이 만나 영화를 보기로 해. 재상영되는 멜로 영화는 사실 그렇게 네 취향은 아니었지만 정국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하기에 고르게 된 거야. 어쩄든, 너는 새로 산 겉옷을 입고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향하지. 혹시나 영화를 보고 울게 될까봐 휴지도 다섯 칸이나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놨어. 네 것 세 칸, 정국이 것 두 칸. 

입김을 새하얗게 불며 영화관 앞으로 가자 멋들어지게 검정 코트를 입고 서있던 정국이가 마스크를 내리며 너에게 다가와. 그리고는 네 겉옷에 달린 모자를 푹 누르며 '꼬맹이, 새 옷 샀네.' 하며 웃겠지. 너는 좋으면서도 왜 놀리냐머 투덜거릴거야. 그럼 정국이는 추우니까 들어갈 때까지 모자를 쓰고 있으라 말하고는 코트 주머니 안에서 미리 사두었던 호두과자 봉지를 너에게 건넬거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사거리 아주머니가 파는 호두과자야. 사서 영화관까지 오려면 꽤 번거로웠을텐데. 괜히 찡함을 느끼며 네가 고맙다고 말하지만 정국이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모자 위에 손을 툭 얹고는 아무말도 않을거야. 


 


 


 

영화는 아마 네 생각보다 더 슬플거야.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보며 왜 저 장면에 설렐까, 왜 저 장면이 슬픈걸까, 왜 여자주인공은 저렇게 감정적이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너도 모르게 조금씩 와닿아서 그래.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감동받아 흐르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콜라로 손을 뻗어. 그런데 정국이가 갑자기 그런 네 손을 붙잡겠지. 너는 글썽해진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정국이를 바라볼거야. 그럼,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도 반짝이는 눈동자가 꾸밈없이 너를 마주보고 있어. 그리고는 아주 나즈막히 이렇게 말하는거야. 


 


 

"내 니 좋아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것을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채 받은 고백에 넌 멍하게 정국이의 눈만 응시하고 있겠지. 평소같으면 표정이 그게 뭔데, 하며 웃었을 정국이도 진지한 표정으로 입술을 몇 번 깨물고는 다시 한 번 조용하게 속삭일거야.  


 


 

"사귀자, 나랑." 


 


 


 


 


 


 

그렇게 나름의 길었던 준비기간이 끝나고서야 너의 첫 연애가 시작됐어. 매일매일이 떨렸겠지. 아침마다 일어나서 묻는 사소한 질문들이 설렜을거고 행복했을거야. 넌 정국이의 셀카를 모은다며 잘 찍지도 않는 사진을 자꾸만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했을거고. 그럼 처음에는 마지못해 한 두장 찍어주던 정국이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시키지 않아도 너에게 셀카나 사진을 자주 보내곤 했겠지. 밤에는 서로의 취향이나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을 묻느라 새벽 늦게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깨어있기도 했을 거고. 그렇게 너희는 점점 너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어.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오고, 쌀쌀함이 가신 때 늦게 벚꽃구경을 가는 바람에 이미 다 져버린 꽃을 보며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었어. 그러다 점점 날이 따뜻해지며 네가 감기에 걸리자 정국이가 말도 없이 찾아와서는 약과 죽을 문 앞에 두고 가기도 했을거야. 그리고는 이렇게 카톡을 남겨놨겠지.  

[먹고 푹 자라.] 


 

때로는 데이트를 하고 나서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서로를 껴안고는 온기를 느끼며 가만히 달빛 아래 서 있기도 했을거고. 같이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러 밤 늦게 공원에서 만나 의자에서 서로 등을 기대고 하늘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기도 했겠지. 또, 가끔은 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손을 잡은 채로 그저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기도 했을거야. 


 


 

또 뭐가 있을까.  

아, 너희는 햇살이 뜨거운 여름에 놀이공원에도 같이 갈 거야. 어렸을 때 놀이공원을 자주 가보지 않았던 너는 정국이와 놀이공원을 가게 되자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지. 비록 무서운 기구를 타는 것은 싫지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기와 새로운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두근거렸어. 같이 시외버스를 타고 놀이공원을 가면서 정국이는 전날 기대감에 잠을 자지 못해 꾸벅꾸벅 조는 네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어. 밖은 더웠지만 버스 안은 시원했고 너희는 음료수 하나에도, 둘이 함께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절로 미소가 흘렀지. 


 

놀이공원에 도착해서는 신나서 머리띠를 달고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네가 귀여워 정국이가 몰래 휴대폰으로 그런 네 모습을 담으려고 했을거야. 너는 그런 정국이를 발견하고는 화난 척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빼앗아 네 가방에 넣어버렸을거야. 그런데도 정국이는 그런 네가 귀여워 눈가에 주름이 다 잡힐 정도로 마냥 웃고만 있었겠지?  

둘은 같이 바이킹도 타러 갔을거야. 타러 가기만 했다가 다시 나오겠지만. 바이킹을 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너에 정국이가 그럼 같이 타자며 줄을 서러 가지만, 막상 가까이 가니 너무 커다랗고 높이까지 올라가는 놀이기구에 넌 겁먹고 정국이의 팔을 꼭 붙잡을거야. 정국이는 무서운 기구도 잘 탄다는데, 너 때문에 못 타는것이 억울하거나 서운하지도 않은지 고개를 숙여 네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말했을거야. 


 

"니 그렇게 무서우면 타지 말고." 


 

그럼 넌 고민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일거고.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츄러스와 구슬 아이스크림도 사먹은 너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퍼레이드를 보기로 하지. 도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더워서 땀이 날 만큼 달라붙은 너희는 손깍지를 끼고는 열심히 퍼레이드에 집중할거야. 신기한 묘기가 나올때마다 너는 우와, 우와 하고 연신 감탄했을 거야. 그런 걸 보는게 처음이었으니까. 정국이는 그때마다 반짝반짝 화려한 조명이 반사된 네 옆모습을 조금씩 훔쳐볼거야. 네가 정국이를 볼 때 그렇듯 정국이도 그런 너를 보며 볼에 몰래 입맞추고 싶지는 않았을까. 

퍼레이드가 모두 끝나갈 때 쯤, 너는 정국이에게로 고개를 돌려 귀를 잡아 끌며 이렇게 작게 말할거야. '다음에 또 오자.' 정국이는 '그래. 또 오자.' 라고 말했겠지. 그리고는 아주 따뜻한 눈으로 너를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입을 맞출거야. 아주 짧게, 그리고 아주 사랑스럽게.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천천히 찾아올 무렵, 너희는 같이 실내 물고기 낚시 카페에도 갈거야. 낚시가 해보고 싶다는 정국이의 말에 네가 검색을 통해 알아낸 카페였지. 너희는 커다란 수조 속에 낚싯대를 힘껏 던지고서는 그 앞 높은 의자에 앉아 조그맣게 떠들며 누가 물고기를 먼저 잡는지 내기를 할거야. 진 사람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며 서로를 보고 키득키득 웃는데, 문득 네 낚싯대가 조그맣게 흔들리겠지. 너는 급하게 줄을 감으며 낚싯대를 들어올리고, 무겁게 올라온 줄 끝에는 메기 한 마리가 걸려 있어. 너는 물고기를 장갑을 낀 채 잡고는 메기가 통통하다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을 거야. 그리고는 다시 수조 속으로 메기를 놔줬고, 정국이는 그런 네가 귀여워 한 순간이라도 놓칠까 열심히 너를 쳐다보고 있겠지. 너는 그런 정국이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을거야. 물고기도 무서워하지 않는 여자친구가 자랑스럽지 않느냐고. 얼마나 귀여웠을까. 


 


 


 


 

가을에서 겨울이 되어 점점 날씨가 추워졌고, 모든 관계가 그렇듯 너희도 조금씩 서로의 존재에 대해 조금은 소홀해지기 시작했을거야. 너는 가끔 쉴틈없이 서로에게 보고하듯 보내는 카톡이 힘겹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 사귀기 전에 홀로 카페에 가 일기를 쓰며 앉아있던 날들이 그리워지기도 할 거야. 서로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워졌거든. 정국이 역시 마찬가지였어.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네 배려가 이제는 조금 부담스러워진 정국이는 너에게 굳이 같이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겠지. 사실 네가 재밌어서 계속 보고있는 거였지만, 어쨌든 넌 정국이의 완고한 말에 웹툰을 보지 않게 돼. 또 정국이는,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위로하러 달려오는 너에게 연락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달라고 말해. 다 정국이를 위한 거였는데...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에 넌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알겠다고 말하지. 정국이는 그런 너에게 자기를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할 거야. 사실 이해를 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너희가 전화를 통해 작게 다투는 일이 많아지자 정국이는 전화를 하지 말자고 너에게 말해. 넌 알겠다고 해. 그러기 싫었지만 어쩌겠어. 목소리가 듣고 싶어도 너 혼자서만 좋아서 하는 전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가끔 너무 목소리가 듣고싶은 날이면 전화를 걸었지만 정국이는 대답을 많이 하지 않았고, 혹시나 네가 화날까봐 걱정하느라 무척이나 신경썼어. 그게 눈에 뻔히 보이는 게 너무 싫었던 너는 전화를 걸었다가도 힘없는 목소리로 카톡해, 라고 내뱉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끊어버리곤 했을거야. 그리고는 혼자 이불을 푹 덮고 엎드려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는 했어. 정국이에게서 미안하다고 카톡이 와도 일부로 보지 않고 있다가 그냥 잠들어버리곤 했겠지. 그냥 서운하고, 그런 마음인거야. 싸울까봐 걱정하는 정국이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는 갔지만 말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학식을 먹으러 간 너는 우연히 정국이가 옆자리의 여자와 말을 나누는 것을 보게 돼. 정국이나 너 모두 그닥 친한 이성이 없었기에 정국이가 이성과 대화하는 것을 보며 너는 이상하게 어색함을 느껴. 물론 다른 무리의 친구들도 옆에 많이 앉아 있었지만, 그냥 어딘지 모르게 너는 그 둘의 분위기가 묘하다고 생각하게 돼. 네가 지나치게 신경쓰고 있었던 걸까. 마치 둘만 다른세상에 있는 듯 보였어. 곧 마치 너에게 처음 부끄러움을 느끼던 그때처럼, 정국이가 다른 사람을 간질간질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된 너는 애써 그 사실을 무시하려고 해. 어떻게 인정할 수 있었겠어. 하지만 결국 밤이 될 때까지 그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너는 정국이에게 은근하게 사랑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지만 정국이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너를 진정시켜. 

그래, 착각일거야. 정국이가 그럴리가 없어. 다른 친구들도 너는 나만 죽을때까지 좋아할 거라고 했거든. 누구한테도 이런 적이 없다고, 네가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처음 봤다고 그렇게 말했거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왜인지 침대 맡에 휴지를 두고 혼자 말없이 우는 날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해. 길을 가다, 서점에서, 카페에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자꾸만 눈에 보이는 누군가를 향한 애정이 담긴 듯한 눈빛에 너는 모든 게 착각이기를 간절히 바라. 불안감에서 비롯된 너만의 오해이기를. 그렇게 너는 모두 지나갈 것이라고 스스로를 매일매일 위로하며 다독여. 그래, 둘은 친한 친구일 뿐이야. 


 

그러나 의심이 사그라들길 바랐음에도 점점 너희 사이에는 오해와 불신이 쌓이고 싸움 역시 잦아져. 넌 많이 서운했고, 그렇기에 참을 수 없을때면 계속해서 정국이에게 네 불만을 토로했어. 가끔은 함께 벤치에 앉아있다가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는 했지. 정국이도 처음에는 그런 너를 잘 받아줬을거야. 토닥여주고, 너 말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네 머리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나지막히 속삭이기도 했겠지. 하지만 점점 그 애도 지쳤을거야. 도무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은 너에게, 매일 만나면 질투하고 서운해하기만 하는 너에게. 언젠가는 너를 집에 바래다주고 정류장에 혼자 앉아 울기도 했을거야. 남자가 울면 폼이 안 난다고 하던 정국이가 혼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게 상상이 가? 걔는 아마 그렇게 너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바득바득 참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는 말았겠지. 누가 잘못했고 말고는 없어. 그냥 너희 모두 많이 힘들었던 거야. 


 

그런 일이 여러번 반복되고, 진짜이건 아니건 제대로 확신을 얻지 못한 너는 점점 변해가기 시작해. 혼자 침대에서 울며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마음은 조금씩 아픔을 잘 견뎌낼 수 있게 될거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되겠지. 너희가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짧다만 짧고 길다면 긴 이 연애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넌 슬펐겠지만, 곧 체념했을거야. 네가 그간 느꼈던 서운함과 외로움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정국이를 놓아줄 준비를 하기 시작하겠지. 그 애가 언제 떠나도 많이 힘들지 않고 쿨하게 보내줄 수 있도록, 그리고 더이상 너 스스로가 슬퍼하지 않도록.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너도 모르게 정말로 정국이와 헤어질 준비를 시작하게 될거야. 카톡을 잘 확인하지 않게 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으며. 설레는 영화나 소설을 보며 그 끝이 어떨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되는거야. 정국이가 좋아하는 웹툰도 다시 보기 시작하지만 말은 하지 않아. 혼자서 산책하기를 즐기게 되었고 또 줄곧 바라왔던 대로 혼자 카페도 가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해. 일부로 헤어지고자 하는 마음에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그제서야 이 모든 게 결국은 이별의 준비였음을 넌 깨닫게 되겠지. 

여전히 그 간질간질한 눈빛이 네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있음을 발견하게 되면 마음은 아프지만 티내지 않을 수 있게 돼. 더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고, 이모티콘도 잘 보내지 않게 되었으며 정국이의 어떤 행동이나 말에도 설레는 일이 드물어질거야. 가끔 옛날처럼 혼자 침대에 쓰러져 울기도 하지만 점점 그것도 줄어들거야. 씁쓸하면서도 고통을 잘 견뎌내고 있다는 생각에 너는 무척 위안받고는 했을거야. 


 

반면 정국이는 그런 너에게 더 매달릴지도 몰라. 기분은 괜찮은지 자꾸 챙길거고, 카톡을 보지 않으면 전화를 걸기도 하고, 네가 알바를 시작하자 말도 없이 찾아와 너를 놀래키기도 하겠지. 하지만 정국이가 와도 넌 전처럼 반갑거나 든든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찾아오는 날들은 좀 곤란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 정말 나쁘지만, 가끔은 정국이가 들고 온 간식거리에 더 관심이 가는 날도 있었어. 그 애가 너를 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넌 또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은 웃음을 짓는 정국이를 상상하며 씁쓸하게 마주 웃어주고는 했어. 그 애가 전화를 하는 날이면 졸려서 목소리가 갈라진다며 전화를 뚝 끊어버리기도 하고.  

가끔 그런 네 모습에 불안해진 정국이가 이제 자길 사랑하지 않느냐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묻기도 했을거야. 스스로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넌 미안한 마음에 애써 아니라고 약하게 부정해 보기도 할거야. 그래. 니가 한 건 체념이라고. 아직 정국이를 조금은 사랑하고 있다고 애써 합리화를 해보겠지. 하지만 정국이도 이미 알고 있었을거야. 너희의 연애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걸 말이야.  


 

그렇게 서로의 상처와 아픔 속에 점점 뜨거움을 잃은 관계는 끊기지 않은 채 서로의 침묵 속에서 계속되다, 마침내 크리스마스가 오는 날 끝을 맺게 돼. 정국이에게 이른 아침에 전화가 오겠지. 넌 따뜻한 침대 속에 누워 잠들어 있다가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전화를 받았을거고, 휴대폰에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 애가 말할거야.  


 

'탄소야, 헤어지자 우리.' 


 


 

넌 그래, 라고 대답했을거야. 곧 전화는 끊겼고. 넌 멍하게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하얀 벽만 바라보겠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넌 휴대폰을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고는 식어버린 침대 이불 속으로 슬금슬금 기어 들어가겠지. 그리고는 상황파악이 덜 된 머리로 이내 잠에 빠졌을거고, 일어나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 놀고, 스스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을 거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시 사귀기 전의 너로 돌아가게 될거야. 


 

넌 이렇게 별 것 없는 첫 연애를 마치게 돼. 물론 여기서 완벽하게 끝나지는 않겠지. 이후로도 많이 울고 또 후회하기도 할테고, 전화해 보고싶다고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그러잡아야 하겠지. 때로는 그 애의 품에 폭 안겨서 마구 예쁨받던 게 너무너무 그리워서 코가 시큰해질 때도 있을거야. 발 맞춰 길을 걷던 그 때가, 땀이 뻘뻘 나도록 손을 잡고 있던 그 때가, 헤어지기 싫어서 서로를 껴안고 가만히 서 있던 그 때가 모두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사실이 널 많이 아프게 할지도 몰라. 심지어는 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그 얼굴마저도 말이야. 그러나 기억하렴. 결국 시간이 흐르면 모든 상처는 낫는다는 걸. 흉터 역시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언젠가는 지워진다는 걸. 결국 너는 그 때를 떠올리며 시원섭섭하게 웃어넘기게 될 것임을. 

그 애를 떠올릴 때면 아마 그 회상의 끝에 넌 항상 이렇게 묻겠지.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기억해. 세상에 영원한 겨울은 없단다. 언젠가 넌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될 거야. 누군가 네 앞에 나타나 그 애가 그랬듯 네 가슴을 뛰게 만들거고 네 볼을 붉게 물들일거야. 

그렇게 첫사랑처럼 달콤한 사랑을, 넌 다시 하게 될 거야. 결국은 다시 봄이 올 거야. 


 


 


 


 


 


 


 


 


 


 


 


 


 


 


 


 


 


 

----- 


 


 

전달하고 싶었던 느낌이 있는데 잘 받으셨나요? 

많이 부족한 글인 것 같아 1편과 합쳐서 다시 손을 보고 올리려고 합니다! 

부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1편과 2편이 조금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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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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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학 ㅠㅠ 잘모르게ㅛ지만 다시 이어질수도있다는간기요 ..??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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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소설은 여기서 끝입니다! 상상에 맡길게요 마지막 부분 조금 수정했습니다 ♡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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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33 - 체육대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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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the salvation of moon - prologu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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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석진] PLAYLIST_03. 나 참 거만했었어 (열애중 외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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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꾼詐_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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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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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시티 공고 건축과 홍일점 너심 썰 A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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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화살의 향수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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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아이돌 정재현 탑 배우 여친이랑 공개연애 썰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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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청춘의 시작을 함께한 너에게 _ 02 (마지막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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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박성진] 세상사람 모두가 알게 된 우리이야기 <부제 all of my life 단편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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