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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달 전체글ll조회 5315l 10

[NCT/김정우] 욕조 안 인어 | 인스티즈 

 

 

 

 

 

 

 

 

 

 

 

 

 

 

욕조 안 인어 

 

 

 

W. 문달 

 

 

 

 

 

 

 

 

 

 

 

 

 

 

 

 

 

 

 

 

 

 

 

 

 

 

 

 

 

 

 

 

 

 

 

 

 Chapter 1: 불쌍한 그 아이, 정우  


 


 


 

제가 방금 낳은 게 인간 새끼인가, 불덩이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불행은 탄생에서부터 아이를 따라다녔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 때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시야를 막아도, 등 뒤에 업혀 우는 아이 달래기가 먼저였다. 태어난 지가 벌써 몇 주가 지났는데 아이는 새빨간 불덩이였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아가. 울면 몸이 더 뜨거워지잖니.  


아이 모는 새벽마다 흐느끼며 아이를 달랬다. 겨우 잠들어 눕힌 아이 모습은 징그러웠다. 커다란 침대 옆에 기대앉아 숨죽여 울었다.
하느님, 제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 이러세요.  


아이의 친부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꾹꾹 찍는데 친부가 거만한 자세로 앉아 물었다.  


애새끼는 누가 키울 거야?  


모는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그를 쏘아보았다. 다시 눈을 내리깔며 허공에 말을 뿌렸다.  


내 아들이야. 


이제 꺼져.  


서류들을 면전에 대고 뿌렸다. 그렇게 젊은 부부는 찢어졌다. 아이는 여전히 성대가 찢어져라 울었다. 저러다 죽겠다. 울다가 죽겠다. 엄마도 힘들어. 너만 힘들어? 엄마는 더 힘들어.
한창 사업을 막 시작할 때였다. 가진 건 빚뿐이라 어두운 방 안에서 아이와 함께 울었다.
아이는 매일 울었지만 죽지는 않았다. 아이 모의 사업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빨간 아이지만 머리카락은 자라더라. 유치도 나고, 피부도 벗겨진다.
그리고 운다. 아파서 운다. 좀 자랐다고 엉성한 말투로 어마 아야 하고 제 모를 찾는다.  


한창 물들어올 때라 노 젓기도 바빴다. 그녀가 바로 대표였기 때문에 선두에서 먼저 무거운 노를 저어야 했다. 아픈 아이는 저만치 밀어두고. 가슴 한구석으로 밀쳐놓고 쿡쿡 찔렸다. 무심한 제 태도를 혼내는 아이의 울음에 붉은 통증이 번졌다.  


전남편이 재혼한 여자가 사기꾼이라 인생을 말아먹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즈음 그녀는 국내 최고의 사업가가 되어 청년들을 위한 성공 인터뷰도 하고 있었다.
아이는 더는 빨갛지 않다. 죽겠다, 이번엔 진짜 죽겠다.
밤마다 울며 죽을 고비를 넘기던 모자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아이의 피부가 허옇게 일어났다. 징그러웠다. 모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참았다.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서였다. 물고기의 비늘이 소름이 돋으면 저렇게 설까.
얼음 조각 같기도. 옛날처럼 목청껏 울지는 않지만 흑 흑 구슬피 굴려 떨어트린다.
엄마 나 버리지 마. 엄마가 아들을 안는다.
목욕할까. 엄마가 씻겨줄까.  

모는 작은 아기 욕조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어린 인어를 보게 된다.  


 


 


 


 


 


 


 


Chapter 2: 괴담  


 


 


 

가정부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소문은 가정부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이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CEO가 사실은 아동 학대범이라며, 자기 자식을 화장실에 가둬놓고 산다며, 아이가 몸은 자랐는데 학교에 못 가서 말을 못 한다며.
모는 수군대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을 꿋꿋이 무시했다. 욕조 안에서 퉁퉁 불어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이의 손을 만지다가 마주 보고 앉아 와인 병을 채로 들고 마셨다.  


아들.  

웅  

우리 이쁜이 학교 가고 싶어?  

학교가 머야?  

사람들이 많은 곳  

거기 가면 엄마도 있어?  

아니. 엄마는 회사 가서 일해야지.  

그럼 시러.  


도리도리 젓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딱딱한 욕조에 몸을 기댔다.  

엄마 나 쉬야해  

그래 물 갈아줄게. 쉬야 다 하면 말해  


새로운 가정부를 구하는 광고 글을 써야 하는데.
모는 머리 아픔을 느끼며 욕조 물을 갈았다.  


그리고 백화점 청소부로 일하던 송씨가 굳게 닫힌 마녀의 성문을 두드린다.  


 


 


 


 


 


 


 


 

Chapter 3: 송씨  


 


 

농촌. 그 촌구석에서 8남 5녀 중 제일 막내로 태어났다. 늦둥이라 어화둥둥 예쁜 막내 취급받을 줄 알았더니만 밥상머리 위에서 밥풀 하나 입가에 묻혔다고 등을 후들겨맞았다. 우리 장남은 뭐, 둘째는 뭐, 셋째는 뭐, 그리고 마지막 막내는 아무것도 손에 안 들려주고 모부께서 돌아가셨다. 장례 치르고 나니 혈육이고 뭐고 각자 살아라, 일제히 흩어진다. 언니 오빠들 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사람답게 사는데 막내는 의지할 데도 없어 험한 시장 바닥에서 데굴데굴 자리 찾아 몸 굴려가며, 깡패들한테 가래침 뱉어가며 근근이 끼니를 때운다. 가뜩이나 제 몸 사리기도 힘들어 죽겄구만 웬 놈의 말쑥한 사내놈이 죽어라고 죽어라고 좋아한다 말희야 하며 쫓아다닌다. 막내, 아직 혈기왕성 이십 대라. 두 뺨 발갛게 물들이고 미니스커트 입고서 남정네 팔짱 한번 껴보고 싶다. 뽀뽀 몇 번 하다 정신 차리니 에구머니 덜컥 애가 들어섰네. 고추 구실 끝까지 하덜 않고 줄행랑친 임, 고구마 줄기 씹듯 시장 아지매들이랑 겁나게 씹어대면서 어찌어찌 애 키운다.
사납게 살아온 송씨 아래 아들내미,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시장통이 제 놀이터다.
사방팔방 정신없이 뛰댕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결국 트럭에 치여 비명횡사.
아무리 미운 놈이랑 붙어먹고 난 자식이래두 낳기는 내가 낳았는디 어찌 눈물 안 흘리고 배기냐. 밤낮으로 슈퍼에서 소주 한 병 사다가 좁은 단칸방에 혼자서 까마신다. 그렇게 피폐하게 사는 송씨 앞에 또 빌어먹을 사랑이 찾아와.
그때 제일 잘 나가던 K사의 세일즈맨이다. 송씨 세일즈인지뭔지 들어는 봤는데 뭣에 쓰는지는 모르겄고, 깔끔한 검정 정장과 늘 손에 들고 다니는 가방, 잘 닦인 구두, 정갈하게 가르마 탄 머리, 그리고 무엇보다 손목에 찬 시계가 참 삐까뻔쩍거려. 말희, 내가 자동차 팔아서 떼돈 벌어 올게. 그때까지 기다려.
처음엔 코웃음 쳤지. 내 빚이나 갚아줘라, 방세 밀려서 주인 아재가 볼 때마다 쪼아댄다. 그런데 이 남자가 비-엠-더블유를 몰고 송씨 앞에 나타난다.
당시 최고가를 자랑하던 외국 차를 몰고 떵떵거리고 있은 게 송씨가 뭘 어쩔 것이여. 옆자리에 타야지. 그렇게 결혼식을 올린다.
멋 모르는 스물셋에 애 낳을 때 뭐가 잘못됐는가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애가 안 생기네. 철없는 남편은 그저 잠자리 즐기는 게 좋다고 껄껄 웃고 말지 더 늙기 전에 애 낳아 키우고 싶은 송씨 마음은 좆도 몰라. 좆만 한 게.
송씨의 노력 끝에 임신하게 되고 나이 서른에 딸을 낳는다.
그때가 보자- 천구백구십 년 하고도 숫자 오를 더해 천구백구십오 년이다.
잘생긴 아빠, 예쁜 엄마 닮아 어여쁜 딸이랑 셋이 도란도란 잘살아 보려 했더니 송씨 인생 왜 그리 기구한지 어린 남편 심장마비로 먼저 떠나고 또 딸이랑 둘이 남는다. 이번에는 느이 오빠처럼 쉽게 보내지 않는다. 다짐하며 귀하게 키워낸 딸, 송씨 닮아 당차고 씩씩하게 잘 컸다. 백화점 안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한테 툭하면 딸 자랑 하기 바쁘다. 근데 이 기지배가 대학 안 가고 다른 길 찾겠다 바락 대들 땐 언제고 집에서 놀고먹기만 몇 년째. 뭘 할 생각을 안 해. 송씨 입이 점점 무거워진다.
잔소리로는 끄떡도 없는 두꺼운 낯짝은 누구 닮았을까 생각하니 본인이다.
백화점 청소부 일로는 생활난을 감당키 힘들어 보모라도 해볼까 고민하던 송씨. 지나가던 여자가 전화로 가정부를 구해야 하는데 어쩌구 소리를 듣고 붙잡는다. 알고 보니 백화점 큰 매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아동복 회사 사장.
무조건 잘할 수 있다며 갖은 애를 써가며 매달린 끝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주급 꼬박꼬박 지급돼, 백화점 청소하던 때보다 심지어 돈을 세 배나 더 얹어줘, 사장님이랑 비싼 술도 같이 마시며 말동무도 해드려, 사장님이 됨됨이가 되신 분이야. 


 


 


 


 

Chapter 4: In bath  


 

눈을 감아도 아른거리는 아이는 참 예뻤다. 송씨는 다음날부터 정우의 방에 들어가 청소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우가 진짜 존재하는 욕실 안은 허락되지 않았다. 정우 모는 아무리 일이 바빠도 정우의 식사와 함께 아들을 직접 챙겼다. 애가 경계심이 많아. 까다로운 면도 있고. 

어린이 모델 선발대회에 런웨이 쇼 단독 의상 협찬을 맡게 되어 모는 애를 써도 중간에 집에 와 정우를 볼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송씨에게로 일이 넘어갔다. 모는 미안해하며 최대한 식사만 준비해 전달해 주고 나오면 된다고 일렀다.
사실 정우도 그렇고 정우 모도 그렇고 정우가 타인과 접촉해봤던 경험이 없었다.
물속에 있지 않으면 피부가 뜯겨 나가는 아이. 작고 연약했던 핏덩이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은 단절뿐이었다. 모태에서부터 같이 지내왔던 엄마가 아닌 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우는 몰랐다.  

곰살궂게 구는 송씨에게 그릇을 던져 놓고도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다.  

미안해서 눈물까지 흘리는 사장님에 송씨는 미소 지으며 위로했다.
괜찮아요. 사장님. 그럴 수도 있죠.  

교육이라는 걸 받아본 적 없이 자라서 제멋대로에 자기중심적이고 고집도 셌지만, 엄마에게는 나름 고분고분한 아이였는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 놓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아이를. 어찌 해야 하나.
처음엔 가르치려 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사람에게 물건을 함부로 던지면 안 된다고 혼내려 했다. 


피? 나도 나는 거? 피 나는 게 어때서?  


아이가 버둥거리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멍청한 두 다리를 파닥거렸다.
밖으로 넘치는 물과 함께 아이의 상반신이 욕조 밖을 뛰쳐나왔다.
모친이 놀라 비명 지르며 바닥에 몸을 질질 끌고 다니는 아이를 들어 안았다.  


나는 엄마가 없는 동안 내 살을 뜯어  


아픔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의 생각이 이해가 가서 뭐라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그분은 엄마가 없는 동안 우리 집을 지켜주는 고마운 아줌마야.
우리 정우도 챙겨주실 거야.  


싫어
엄마가 아니잖아. 


 

아이는 확실히 제 엄마와 떨어지는 걸 싫어했다. 엄마는 항상 내 옆에 있다, 였다. 정우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모는 느꼈다.
약간은 뜨겁다. 그렇지만 참을 만 하다 싶을 정도의 온도로 물을 갈아주고, 각목 같은 팔다리를 마사지해주고, 잠드는 것까지 보고 나와 지친 몸으로 거실 소파에 기대앉았다.  


 

사장님 아드님은 좀 괜찮으세요?  


어머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딸이랑 둘이서만 산다면서요.  


저녁 식사 후 집안 정리정돈까지 하고 나서 7시면 퇴근을 하는데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안 간 송씨를 보고 사장이 놀란다.  


괜찮아요. 다 큰 성인이 혼자도 못 있겠어요?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얼른 들어가 주무세요.  


네. 저기, 혹시.  


네!  


..아니에요. 수고 많으셨어요. 오늘 퇴근 늦으셨으니까 내일은 늦게 출근하셔도 돼요.  


송씨가 쌓아온 눈치가 얼마나 두툼한지 단번에 아니라고 둘러대는 말에 깊은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현관 복도로 나가다 말고 돌아와 옆에 앉은 송씨가 사장의 손을 잡아온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이야 늘 있죠.  

이마를 짚고 뜸을 들이던 사장에게 송씨 더 다가간다. 사장은 따스한 눈으로 저를 기다리는 송씨를 보다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정우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줄 인내심 있는 친구가 필요해요.
이십사 시간 여기서 들어와 살면서 지내줬으면 좋겠는데 마뜩잖네요.
아주머니도 가정이 있으셔서 무리 시죠?  


 


 


 


 


 


 


 

chapter 5: 도도림 테라피  


 


친구 되기는 글렀다 생각했다. 그 애가 던진 물건들에 맞아 거울이 꼴사납게 깨졌을 때, 금이 간 거울 속 내 표정이 형편없게 구겨진 걸 발견했을 때.  


"너 진짜 애새끼구나? 마음에 안 들면 뭐든 던지고 보니?"  


이 애한테 친절하게 구는 건 하등 쓸모없다 느꼈지.  


 

"예쁘다 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경고하는데, 내가 다가갈 때까지 아무것도 던지지 마." 


일단 이 집에 들어오고 처음은 완벽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야 늘 맛있었고, 사장님이랑 불편하게 마주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굴러다녀도 될 정도로 큰 침대에 혼자 잤다. 호텔 방 같은 이곳이 내가 지낼 방이라니.
내일은 예쁜 그 남자애한테 말 좀 많이 하며 친해져야겠다. 잠드는 것까지 완벽했다.
아침은 일단 사장님이 챙겨주시고 나갔고, 나는 물 갈아주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댔다.
물 온도는 35도. 삼십오를 중얼거리며 긴장한 채로 그 애 몸을 닦아줄 수건들과 코코넛 오일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노크는 해야겠지?
내가 막 갔을 때는 커튼이 둘러쳐져 있었다. 인기척을 내자 실루엣의 머리가 돌아갔다. 


"저기, 안녕? 나는 도 도림 이라고 해! 오늘부터 어…. 껌딱지처럼 내가 네 옆에서 널. 음…. 같이 놀 생각이야!"  


인사 한번 제대로 망했다. 요새 미드를 많이 봐서 그런지 욕을 할 때도 영어로 나왔다. bullshit.
커튼 뒤로 어떠한 반응도 나오지 않길래 실례할게.~ 라고 미리 말하기까지 하고 좌우로 커튼을 젖혔더니 잔뜩 뾰로통한 얼굴이 나왔다.
정우라고 했지. 정우는 하얗고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물속에 있을 땐.
그리고 밤낮으로 코코넛 오일을 전신에 다 발라주잖아.
어릴 땐 하도 물 안에서 있다 보니 피부가 쭈글쭈글해졌었는데 자라고 나니 그런 현상이 싹 사라졌단다.
욕조 가장자리에 오일병과 수건들을 내려놓고 인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안녕 정우야. 나는 도림이야. 너보다 누나지만 그냥 편하게 말 놔도 돼."  


"야."  


"오…. 좀.."  


"나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반응이었다. 가볍게 콧김 쉬어주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나보다 먼저 얄쌍한 그 손이 더 빨랐던 게 문제였다.
깨지는 소릴 내며 거울이 세면대로 무너졌다.
고개를 재빨리 수그렸다가 놀란 표정으로 정우를 바라봤다.
툴-툴-툴
던져진 통에서 기름진 코코넛 오일들이 나와 대리석 바닥에 흘렀다.
손을 떨며 세면대로 다가가 대충 바닥과 벽이 붙은 모퉁이로 파편들을 살살 밀어 넣었다.  


"나가."  


"내가 왜?"  


"뭐?"  


"내가 왜, 나가야 하는데?"  


"여긴 내 방이야."  


"그래? 여긴 내가 돈 받고 일하는 내 직장이야. 넌 나의 일이고."  


친구 되기는 글렀다니까. 나는 정우를 일 취급하며 깔보았다. 그러면 보통 감정에 충실한 아이는 성질을 막 부리며 울거든. 정우 같은 경우는 제 손에 잡히는 대로 다 집어 던졌다. 난 걔 주변에 던질만한 게 떨어져 갈 때쯤 경고를 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다행히 씩씩거리기만 할 뿐 폭력성은 띄지 않았다.  


 

"난 네가 담그고 있는 물을 갈아줘야 할 의무가 있어. 그런 다음엔 네 몸에 아까 네가 던져서 바닥에 몽땅 기부해버린 망할 오일을 발라주며 마사지해주고 씻겨줘야 하고. 그래야 내가 내 노동에 합당한 돈을 네 어머니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그러니까 너는 이것만 기억해."  


숨이 찼다. 삿대질하던 손을 내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진정했다.
캄 다운 도림아.
정우는 어처구니없어하는 눈빛으로 날 가만히 쳐다봤다.  


"지금처럼 조용히 있어."  


 


 


 

역시 말 안 듣는 고집불통에는 강경함이 약이었다. 대신 새침하게 토라져서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느새 이마에 나기 시작한 땀을 팔로 닦아냈다.
욕조로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물 뺀다."  


정우 발밑에 있는 마개 쪽으로 손을 집어넣자, 흰 발이 경계하듯 움츠러들었다.
배수로 소용돌이를 그리며 쭉쭉 빠져나가는 물과 함께 이 약하고 가냘픈 육신도 빨려들 것만 같았다. 그만큼 힘이 없어 보였다.  


"너. 언제 걸어봤어?"  


"..."  


"네 마음을 읽을 능력은 없어. 말 안 해주면 몰라."  


"질문이 무례해."  


"무례하다는 말도 알아?"  


"천박하고 재수 없어."  


"그래. 내가 예민한 질문을 하긴 했는데 사실 따지면 우리 첫 만남부터 잘못됐거든."  


 

물에 폭 젖어있는 수건이 아슬하게 정우의 아래를 덮고 있었다. 쟤 처지에서도 나로서도 서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제대로 가리고 있으라고 한 뒤 수납장에서 새 오일통을 꺼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나가."  


"이건 내 일이라고. 제발 태클 걸지 말아줄래?"  


"난 널 고용한 사람의 아들이야. 내가 마음에 안 들면 너 역시 잘릴 수 있어."  


제법 머리를 굴렸다. 그런다고 이 도도림이 쫄지 않는다.  


"그런데 넌 네 엄마 말이라면 다 듣지 않니? 너희 엄마는 나 되게 마음에 들어 하던데."  


그래 봤자다. 정우는 더 대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 신경질적으로.  

사람 하나 케어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 전국의 모든 자원봉사자 분들과 사회 복지사 분들과 사장님께 이 공로를 돌립니다. 막바지로 철저하게 온도를 검사한 물을 받아놓고 진이 빠졌다. 이 짓을 매 일 해야 한다니. 그래도 돈을 받고 일하니 두둑해진 지갑을 생각하면 위안이 됐다.  


 

"갑갑해."  


"우…. 어?"  


정우가 열 수 없는 욕조 옆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넋을 놓고 있다가 못 들어서 되물으니 흘겨보며 또박또박 발음해줬다. 음절 하나에 짜증이 가득했다.  


 

"갑갑하다고."  


뭘 원할까. 저 애는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걸까. 정우는 창밖으로 찾아오는 밤을, 나는 그런 정우에게 묻어있는 외로움을 보았다.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정우와 마주 보고 욕조 끝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정우가 놀라 비척거리며 기댄 쪽으로 더 바짝 붙었다. 돈이 좋긴 좋다. 욕조도 넓고 기네.
오늘 만나서 본 표정 중에 가장 경멸 섞인 표정을 하고서 나를 째려봤다.
개의치 않고 물을 정우 쪽으로 튀겼다.  


"이 창문 안 열려?"  


"..."  


"... 그래! 네가 말 안 해주면 내가 알아서 하면 되지."  


정우가 뭐라 하기 전에 창문 쪽으로 금속 촛대 하나를 던졌다. 깨질까 싶었는데 뜻밖에 유리가 쉽게 깨졌다. 정우가 눈을 크게 뜨고 미쳤느냐며 창문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바깥바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정우의 젖지 않은 건조한 머리칼이 제멋대로 넘겨졌다. 정우는 한참 말이 없었다. 눈을 가만 감고 신선한 바람을 맞고 있는 듯했다.  


"좋겠다."  


 

"뭐가?"  


 

" 넌 얘랑 같이 있다가 여기 왔을 거 아냐."  


 

정우의 말을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정우가 너 때문에 물이 오염됐다며 성질을 부릴 때까지 생각했다.  

얼마든지 밖으로 나가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맡을 수 있는 나를 정우는 부러워했다.  


 


" 야, 정우야."  


 

친화력 짱 인 척하기도 힘들다. 처음 만난 애 이름을 성 떼고 부르려니까 혀가 감전된 느낌이었다. 정우는 역시나 나에게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나는 옆 방에서 자. 오늘도, 내일도, 내일모레도, 계속."  


 

"그래서 어쩌라고?"  


 

"놀러 와."  


 

"너 지금 나 놀려?"  


 

음. 화를 돋우려던 건 아니었는데. 말주변이 부족한 탓을 하기로 했다.
당황하지 않은 척 옷자락을 말아쥐고 물을 짜냈다.  


"당장은 그럴 수 없겠지. 그런데 곧 내가 있는 방으로 놀러 오게 될 거야. 빠른 시일 내에.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웃긴다."  


 

"웃겼다니 다행이네. 잘 자."  


 

"너 진짜 최악이야."  


 

"응. 그런 거 같아. 그리고 나도 너 최악이야. 우리 내일은 좀 더 친해지자? 안녕. 더 할 욕 있으면 꿈속에서 해주라. 난 매우 피곤하지만, 돈을 위해 새벽에 물 갈아주러 올게."  


 

"와!"  


 

기막혀하는 정우를 두고 홀랑 나왔다.  

 

 

 

 

 

 

 

 

 

 

 

 

 

 

 

 

 

 

 

 

 

 

 

 

 

 

 

 

 

 

 

 

 

 

 

 

 

 

 

 

 

 

 

 

 

 

 

 

 

 

 

 

 

 

 

 

 

 

 

 

 

 

 

 

 

 

 

 

 

 

 

 

 

 

 

 

정우 인어 같이 나와서 생각나서 날라갔었던 파일 들고 왔습니다 ㅎ...엄청 느린 회전율 보일 예정이니 잊고 계시다가 가끔 생각해주시면 되는 글입니다...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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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요런 스타일의 욕실입니다! 이게 커서 방이야 욕실이야 느낌? 

 

 

 

 

 

 

 

 

 

[NCT/김정우] 욕조 안 인어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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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아니 펌금지 글자 때문에 예쁜 얼굴 다 가리네요^^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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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라나예요! 아 대박 이거 진짜 보고 싶었던 거예요 ㅠㅠㅠㅠㅠ 정우랑 인어랑 너무 잘 어울려서요 ㅠㅠㅠㅠ 다음엔 더 친해진 모습 볼 수 있겠죠? ㅎㅎㅎ
5년 전
독자2
와 글이 너무 재밌게 잘 읽히구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 인어 정우...... 감사합니다 작가님 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183.145
수능이 40일 남은 물매입니다... 제가 썩어가는 소리가 거기까지 들리는지 모르겠네요...^^껄걸... 제가 개인적으로 인어 되게 좋아하는데 캬 정우라니 역시 티저를 보고 대단한 생각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수험생활의 한 줄기 빛... 그건 바로 문달님...
5년 전
독자3
헐 세상에 이런느낌...정말 새로운거 같아요..뭔가 정우가 인어라니 잘 어울리기도 하고 글을 읽을때마다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네여..!!!
5년 전
독자4
작가님ㅠㅠㅠ 저 진짜 완전 보고싶었던 글인데 다시 올려주셔서감사합니다ㅠㅠㅠㅠ💚💚
5년 전
독자5
자까님 김피디에요ㅠㅠ 너무 재밋서요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흑흑흑사라앻요 작가님.......
5년 전
독자6
이건 진짜 대박적입니다 작가님 ㅠㅠ 감동 받아서 쓰러질 것 같아요옹 여주 성격도 너뮤 좋은 것 같아요 ㅠㅠ 작가님 글 정주행 하겠습니다 진짜 사 랑 해 요
5년 전
독자7
오마갓 자까님 또 이런 명작을!!
5년 전
비회원15.98
제봉입니당 아니 와.... 분량 쩔어서 한 번 놀라고요 인어 김정우 생각지도 못했는데 찰떡콩떡바람떡 취향 저격이라 두 번 놀라고 갑니다... 진짜 어떡하면 좋을까요 작가님 너무 사랑해요...
5년 전
독자8
아악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문달님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9
아 헐 스트로니입니다ㅠㅠㅠ작가님 넘 보고싶었구ㅠㅠㅠ이 글을 다시 보다니 넘 재밌어요ㅠㅠㅠ벌써 명작스멜,,,,정우=인어 그거 완벽하자나여,,,좋은 글 넘 감사해욤💚💚💚
5년 전
독자10
헉 이거 궁금했던 글인데....!! 드디어 읽어보네용!!! 까칠한 정우와 만만치 않은 도림 멋지다 저같으면 저렇게 못해요.... 멋진 도림이... 빨이 정우 맘이 풀렸음 좋겠네여
5년 전
비회원243.116
헐...내용 더 추가 된걸 다시 볼줄이야ㅜㅠㅠㅠㅠ작가님 감사합니다..잠깐동안의 쉬는시간을 알차게 보낸거 같은 느낌..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43.249
흐오어ㅠㅠㅠ 최고입니다,,,진짜루 ㅠㅠ 정우인어 넘 잘어울려요
5년 전
비회원21.3
옹달샘입니다,,, 샘 상상력의 끝은 어딜까여 흑흑,,최고,,
5년 전
비회원81.93
와 이건 진짜 개띵이다 개띵작 진짜 소설 내세요 작가님 아니 내주세요 진짜 뻥없이 n년간 인티 글잡에서 본 글 중에 제일 필력이 부담없이 수준 높은 글이였어요 진짜 진짜 진짜 천재세요 혹시? 인어 정우 ㅜㅜㅜㅜ진짜 개찰떡 ㅜㅜ 다음화 있길 바람미다,,, 사랑합니다 작가님,,
5년 전
독자11
작가님 딸랑이자나요 아아 넘 대박이애요ㅠㅠㅠㅠ 정우 빨리 커서 러브러브한 모습도 보고 시퍼요 인어란 정우 넘 잘얼 아닌가 싶어요 ㅠㅠㅠㅠ 짱이애요 대박 ㅠㅠㅠ
5년 전
독자12
우와아ㅜㅠㅠ최고에요ㅜㅠ재밌어ㆍ오
5년 전
독자13
작가님 나정이에요 이 글 전에도 너무 재밌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시 올려주시다니ㅜㅜㅜㅜ 최고에요..ㅜㅜㅜ 다음화 있겠죠..? 기다릴게요ㅜㅜ 사랑합니다 작가님..ㅜㅜㅜㅜㅜ
5년 전
독자15
너무 좋아요 샘 ㅠㅠㅠㅠ 정우 인어 완전 찰떡이고 새침한 것도 잘어울리고 ㅠㅠㅠ몰입력 대박
5년 전
독자16
대박이에요.. 인어 정우 너무 찰떡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 문달님 오늘도 잘 보고 가요 고마워용
5년 전
독자18
토끼또잉이에요! 자까니뮤ㅠㅠ 정우 인어ㅠㅠ 저 이 글 진짜 너무 좋아했던 글이에여ㅜㅜ 글 분위기가 좋아서ㅠㅠ 저번에 댓글로 연재하셨던 그거 맞죠!ㅠㅠ 느리게라도 정우랑 도림이 이야기 계속 풀어주세요!ㅠㅠ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헿ㅎㅎㅎ 자까님 오늘도 너무 감사해용💚💚
5년 전
비회원120.153
와... 인어라니 소재 신선해요
5년 전
독자19
와 글 진짜 대박이에요 ㅠㅠ 영화로 만들어 주세요 제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ㅠㅠ 왜 다들 추천하는지 이제야 알거 같아요 ㅠㅠㅠㅠ 이제서야 본 나 머리박오
5년 전
문달
홀 추천이라니 알람 떠서 왔습니당 저도 애정하는 글이에요 8ㅁ8 물론 제가 쓴 글 중에 애정하지 않는 글은 없지만 ㅎ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20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 늦은 밤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얼른 주무세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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