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전
오메가버스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소년의 집은 어릴 때부터 유복했다. 가지고 싶은 것은 모두 가졌고 먹고 싶은 건 마음껏 먹었다. 소년의 삶에선 참는다 또는 아낀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참 복에 겨운 말이지만 모든 것은 금방 질리기 일쑤였다. 돈을 주면 도도한 계집애 다리도 벌렸고 돈만 내면 겨울이 없는 따뜻한 집에서 몸을 뒹굴었으며 또 돈만 있으면 손가락만 빨던 제 친구들도 부를 수 있었다. 돈, 여자, 친구, 술. 소년의 주변엔 넘치고 넘쳤다. 그 사이에서 소년은 그저 쓰고 섹스하며 마시고 탕진했으며 한 번에 확 열이 올랐다가도 금방 한없이 픽 식었다.모든 것이 돈. 돈. 돈. 돈이 많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건 쭉쭉 빵빵한 누나들과 얇은 콘돔, 그리고 운동장같이 넓은 집 마지막으로 잠이 솔솔 오는 고급 침구류 정도라고 생각하던 그였다. 그랬던 소년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혼자 널브러져 있다. 스트레스 해소용 싸구려 계집애 하나 잡아다 학교 근처 노래방 안에서 그리고 딱 삽입 전까지. 그 후엔 알지도 못하는 남정네 둘이 제 머리칼을 쥐어잡더니 이곳으로 질질 끌고 왔다. 다짜고짜 여자애 이름을 울부짖으면서 발길질을 시작하더니 제 몸을 거지 넝마 더미로 만들고 다신 눈에 띄지 말라며 사라졌다. 때리면서 뭐라고 했더라. 진영? 지현? 아 지영.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생각해낸 이름 김지영. 그 요망한 오메가 계집년 때문에 내 풋풋한 고등학교 생활이 엉망진창으로 꼬였다. 무슨 일인지 평소 징징거리며 버거울 정도로 톡을 보내는 지영은 대뜸 진지하게 술 한 잔 사주겠다며 야심한 밤에 아무도 없는 자신의 집으로 소년을 불렀고 공짜 섹스를 마다할 이유 없던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고 홀랑 넘어가 버린 거다. 집으로 발을 내디딘 순간 집을 가득 채운 페로몬 향에 아차 싶던 소년이 돌아가려 했지만 지영이 소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솔직히 얼굴도 반반한 여자애가 다 벗어재끼고 페로몬을 잔뜩 뿜는데 어느 알파가 그 꼴을 보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피 끓는 알파 남고생인 소년은 당연히 지영의 교태에 넘어갔고 콘돔 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허여멀건한 정액을 잔뜩 뿌리고 나서야 소년은 문득 생각해냈다. 지영이 입이 닳도록 돈 많은 알파의 아이를 임신하고 싶다고 말했던 모습을. 소년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십만 원짜리 수표 하나를 꺼내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르가즘에 젖어 눈꺼풀을 떨고 있는 지영의 뺨을 툭툭 쳐 탁상을 가르치곤 사후 피임약을 꼭 사 먹으라고 신신당부하고 집을 빠져나왔다. 공짜 섹스는 무슨. 하지만 그렇게 노프라 블럼.깨끗하게 끝난 원나잇이라고 생각했건만.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시작된 폭탄처럼 쌓여가던 톡. 그리고 그 내용의 3분의 2는 아기, 아니면 임신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었다.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소년은 받은 돈으로 해결하라는 답을 하고 지영의 연락을 피해왔다. 반반한 얼굴에 든 거 없는 가벼운 머리통. 오빠를 빽삼아 당당했던 지영은 소년에게 그저 원 나잇트 상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아아, 그 후에는 어떻게 됐더라. 연락 안 하면 소문낸다고 했던가, 아 아니면 죽어버리겠다고 먹히지도 않는 협박을 했던가. 아 머리 아파.
소년에게 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일회용일 뿐이었다. 소모성 관계와 금전으로 풀어대는 욕구. 질린다 질려. 질리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아아 열심히 사랑하고 싶다. 그나저나 내가 사랑이 뭔지나 알까. 소년은 이럴 때 한 번씩 문득 어렸을 때 수족관을 지나다 무료로 받은 작은 금붕어 한 마리가 생각났다. 유일하게 몸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았던 생명체. 뻐끔뻐끔 거리며 밥이나 먹고 똥이나 싸는 재미없는 물고기 한 마리를 소년은 아주 좋아했다. 뻐끔뻐끔. 밥을 먹을 때 입이 벌려졌다 닫힐 때 모양이 꼭 하트 모양이었는데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의미로 금붕어가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소년의 삶에선 참는다 또는 아낀다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고 집착하기 시작한 소년은 금붕어 어항에 밥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다음날 아침엔 배가 빵빵하게 불러 뒤집혀 있는 금붕어를 맞이했다. 그 혼탁한 눈동자가 소년의 뇌리에 박혀들었다. 소년은 물고기가 담긴 어항을 화장실 변기에 쏟았다. 내가 그렇게 널 사랑해줬는데 넌 날 떠났어. 물고기가 제 뜻과는 다르게 죽어버린 게 슬펐지만 그 감정을 오래 가져가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 한편에 꼭꼭 숨겨두고 아주 가끔 생각날 때 꺼내 보는 정도였다. 마치 지금처럼. 그것이 소년이 생각하는 사랑의 전부였다.
여기저기 쓰린 몸을 일으키려 한 소년은 이내 팔 하나를 들어 올리고 몸을 일으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맞지 않은 곳이 어딘지도 모르게 욱신거리는 팔다리 몸통에 더럽혀진 교복. 그리고 누워있는 흙바닥엔 벌레가 기어 다녔고 바로 옆 기나긴 계단 여기저기에는 유리병이 깨져있었다. 딱 공포영화 세트장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긴 사는지. 빛이라곤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였다. 소년이 간신히 팔을 들어 주머니손을 넣어보니 아침에 챙긴 지폐와 핸드폰이 들어있었다. 새끼들 돈이 목적이 아니었나 보네. 더듬더듬 핸드폰을 꺼냈지만 제 몸과 같이 너덜거리는 핸드폰은 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별 내리는 밤 아무것도 없이 야외에서의 캠핑. 참 낭만적인 그것은 소년의 의지와는 다른 강제 선택이었다.
" 아무도 없냐!! 사람 좀 살려줘라. 돈 줄게 돈!"
소년의 목소리가 답 없이 이곳저곳에 울렸다.
이상황에 가장 쓸모없는 돈. 참 돈이 쓸모없을 때도 있구나. 그나저나 이 새끼들은 돌아갈 수 있게 환한 곳에라도 좀 버려주던가. 어두워서 그런가 아픈데도 잠 와서 죽겠네. 소년이 무어라 다시 빼액하고 소리를 질러대더니 이내 눈꺼풀을 느릿하게 껌뻑였다.
소년이 느릿느릿 무거운 눈꺼풀을 몇 번 꿈뻑거리자 눈 앞에 희미한 형체 하나가 비쳤다.
뻐끔뻐끔.소년눈에 비친것은 뻐끔거리던 금붕어의 입술이었다.
" 왜 남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지랄이야."
뻐끔뻐끔 금붕어가 말했다. 연신 오므렸다 벌렸다 하는 입모양이 어릴 적 키운 금붕어같이 하트 모양이었다. 소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뱉었다. 내가 그때 변기에 분명히 버렸는데 왜 눈앞에 있지? 소년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금붕어 주둥이만 둥둥 떠다니는 이상한 꿈 말이다.
" 허,씨발 이젠. 무슨 금붕어 새끼도 말을 하네. 여기가 너네 집이면 나는 어항에 있는 거냐?"
금붕어의 10년 동안 갈고닦은 복수가 주제인 서스펜스 스릴러. 올여름을 강타할 최고의 영화. 이름 하여 네 사랑이 나를 죽였어. 그럼 아침에 눈 뜨면 변기통에 처박혀 하수구로 떠내려가는 건 엔딩씬인가. 소년은 바람 빠진 소리로 몇 번 웃더니 쏟아지는 졸음에 눈을 완전히 감았다.
" 뭐라 하는 거야. 또라이가."
*
경수의 오늘 하루는 매우 지쳤다. 감당하기 힘든 일이 하루에 여러 번 일어났고 간신히 마무리되는듯한 하루는 피곤했다. 하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고 쓸쓸하지도 않았다. 아마 꿰맨 손목을 보기 위해 돌린 손에, 그리고 그 손바닥에 백현의 번호가 적혀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숫자 하나하나를 훑었다. 힘들 때 전화하라던 백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게 친구를 사귀는 재미구나.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연락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경수는 그저 제 손바닥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직은 적힌 숫자만 바라봐도 기분이 좋았고 큰일을 해낸 듯 설레었기 때문에 경수는 그걸로 만족했다. 가방을 내려놓은 경수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렌즈 통을 화장대 위에 올려뒀다. 가방을 열자 피가 번져 얼룩덜룩한 와이셔츠가 보였다. 와이셔츠를 꺼내자 핏자국이 굳어 딱딱했다. 손으로 대충 긁어낸 경수는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한쪽 손으로 와이셔츠를 조물 거렸다. 꿰맨 부위에 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주의사항도 있었지만 백현의 번호가 적인 손바닥의 글씨가 번지지 않길 바랐던 경수는 일부러 한쪽 손만 이용해 열심히 빨랫감을 조물조물 거렸다. 경수가 핏물을 버리고 와이셔츠를 한번 더 헹궈냈다. 정말 깨끗하진 않았지만 피가 번진 부분이 세탁 전보다 옅어진 것에 만족하기로 한 경수는 와이셔츠를 탈탈 털어 옷걸이에 걸었다. 손세탁 한 번에도 진이 빠진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은 기분에 괜스레 마음 한편이 뿌듯함으로 차올랐다. '기왕 한김에'라는 생각이 든 경수는 아침에 핏자국이 눌어붙은 이불을 욕실로 끌어왔다.당장 덮을 이불이 없었기때문에 핏자국이 말라있는 부분만 물에 담궈 발로 꾹꾹 밟았다.몇번 밟던 경수는 '기왕한김에'로 시작한 마음을 '괜히'로 끝냈다.
이불빨래까지 마친 경수는 진이 다 빠져 다리를 후들거렸다. 무슨 겨우 이 정도에 후들거리냐고 약골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했지만 일단 경수는 오늘 하루는 지쳤고 피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축축하지만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 이불을 깔자 마르지 않아 질척한 느낌이 볼에 닿아도 스르르 눈이 감겼고 경수는 그대로 엎어져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도 없냐!!사람 좀 살려줘라.돈줄게 돈!
집 밖에선 어느 정신 나간 놈이 소리를 빽빽 질러댔고 불편한 자세로 자던 경수는 시끄러운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났다. 얼마나 자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자마자 목덜미가 뻐근했다. 아 어떤 미친놈이야. 가끔 술에 잔뜩 절어 병나발을 불며 집 근처에 어슬렁거리던 학생이나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오늘도 그런 흔한 주정뱅이 중 하나가 왔나 보다. 이내 잠자리를 고치고 다시 눈을 감은 경수의 귀에 또다시 빼액하고 기분 나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짖어대는 소리가 큰 걸 보니 제 집 근처 어딘가에 주저앉아있는듯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했고 잠이 필요했다. 그리고 곧 내일이 올 거고 내일이 오려면 잠이 필요하다. 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 미치광이가 소리를 계속 질러대면 경수는 분명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것이다. 경수는 보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작은 희생을 하기로 했다.
부스스한 머리, 짜증에 구겨진 눈썹. 퉁퉁 불어 튼 입술의 경수는 다 떨어진 슬리퍼를 끌고 벽을 더듬으며 계단을 올랐다. 터벅거리며 걷는 걸음마저도 짜증이 섞여있는 듯 신경질 적이었다. 녹이 슨 문을 열자 과연 예측한 바와 같이 집 근처. 그러니까 집 앞 대문에 어려 보이는 소년이 널브러져 있었다. 계단에서 구른 건지 어디서 얻어맞은 건지 엉망진창인 소년은 옷마저 넝마였는데 자세히 보니 경수가 다니는 학교 교복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가슴께의 먼지가 내려앉은 명찰을 손으로 대충 닦아내자 오세훈이라는 이름이 나타났지만 경수는 모르는 아이였다. 세훈은 눈동자를 굴려 경수를 바라보더니 눈을 느리게 꿈뻑거렸다.신기한걸 보는듯한 얼굴로 세훈이 경수를 바라봤으나, 이 아이의 이름이나 사정 따위 궁금할 리 없는 경수였다. 그저 잠을 자는 것을 방해하는 방해꾼에 지나지 않았다.
" 왜 남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세훈은 경수의 말에 마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거렸다.
"허,씨발 이젠. 무슨 금붕어 새끼도 말을 하네. 여기가 너네 집이면 나는 어항에 있는 거냐?"
경수는 생각했다. 이 미친놈은 술을 마시고 취한 게 아니라 분명 본드나 약을 하고 온 게 분명하다고.
" 뭐라 하는 거야. 또라이가."
헛소리를 지껄이던 세훈은 더이상 눈을 꿈뻑거리지 않고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이 마약쟁이를 어떻게 치워야 할까 생각한 경수는 동갑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 거지넝마를 보며 마지막 인내와 동정심을 끌어모아 세훈의 상체를 끙끙거리며 질질끌었다.길쭉길쭉한 팔다리가 맨땅에 쓸렸는데도 일어나지 않는걸 보니 제대로 취한듯했다. 어디 끝까지 안일어나나보자.오기가 붙은 경수는 무자비하게 계단을 내려갔고 그에 세훈의 몸이 덜덜거리며 끌렸다.하지만 세훈의 눈은 요지부동 떨어지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경수의 인내는 그걸로 끝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장에 세훈을 그대로 두고 흙먼지가 스며든 자신의 바지를 툴툴 털어냈다.이 정도면 충분한거다.일단 실내에 들어왔고 조용해졌으며 잠을 자기 좋은 시간이 드디어 온것.이걸로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다.경수는 가끔 티비에서 나오는 동정심 많은 여주인공이 아니었기에 세훈을 자신의 이불로 덮어주거나 얼굴에 붙은 흙을 털어내주지 않았다.오히려 이정도도 후한 선처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
수요일의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는 시작됐고 어제와 같이 아침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 일어나.
경수는 매일 신경질 나는 알람 소리가 어제만큼 짜증 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피로 번진 이부자리가 경수를 반기지 않았다. 꽤 오랜만에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이었다. 완전히 비구름이 갠 하늘은 푸르렀고 그 빛이 새어들어 경수의 팔과 세훈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경수는 어제의 모습 그대로 퍼질러 자는 세훈을 발견했다. 독한 새끼. 경수는 세훈을 굳이 흔들어 깨우지 않고 자신의 등교 준비를 묵묵히 했다. 빨랫줄에서 이제 거의 마른 수건 하나를 꺼내 목에 두르곤 욕실로 향했다.아직 끄지 않은 알람이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리자 세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던 눈꺼풀이 올라갔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던 세훈은 자신의 집에서 맡아본 적 없는 달큼한 냄새에 이제야 사태 파악을 했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고 천근만근한 몸을 삐거덕 거리며 일으켰다. 이게 무슨 냄새지. 페로몬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킁킁거리며 몸을 일으킨 세훈이 가장 처음으로 본건 뒤돌아있는 경수였다.
" 어 뭐야. 여기 어디야. 넌 또 누구고."
" 시끄럽고. 씻어라 좀. 더러워."
뒤돌아 있는 경수는 세훈이 타박거리며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럴만한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세훈이 더럽다는 말을 듣자마자 흙색으로 지저분한 제 옷을 훑어봤다. 세훈이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칼 사이에 숨어있던 흙먼지가 뿜어 나왔고 마른 흙이 잔뜩 묻은 얼굴은 웬만한 거지보다 지저분했다. 옷도 꼭 누가 방바닥을 닦다 처박아둔 걸레짝 같았다. 마치 이 집의 풍경과 더 어울리는 쪽이 경수가 아닌 세훈으로 보일 정도였다. 경수는 혀를 차며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물을 틀었고 경수가 보이지 않자 세훈은 화장대로 보이는 가구 앞으로 기어갔다. 거울에 비친 세훈의 몰골은 참 기가 막혔다. 번지르르 때깔 나던 얼굴 이곳저곳은 피떡이 졌고 자잘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그래도 얼굴 덕 좀 보고 살았는데 한동안은 그 말도 물 건너갔다. 세훈이 상처를 매만지며 화장대 서랍을 열어젖혔다. 상비약 정도는 있을 거라는 기대를 깬 텅텅 빈 서랍 안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약통 몇 개만 굴러다닐 뿐이었다. 이곳저곳을 뒤적거린 세훈은 이 집 꼴과 상비약은 퍽 부조화스럽다는 것을 깨우쳤다. 보이는 거라곤 썰렁한 방 한구석 화장대 하나. 옷이라곤 칙칙한 색에 흰색이라곤 제 학교와 같은 와이셔츠 하나. 무슨 사람 사는 집이 이래.
잠시후 경수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왔고,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세훈이 교복의 명찰 색을 확인하더니 경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 야. 상처에 바르는 약 있냐?"
" 없어."
" 남는 교복은?"
" 없어."
" 하긴 있어도 안 맞겠다. 그럼 핸드폰 좀 줘봐. 전화 좀 하게."
" 없어."
" 무슨 다 없데.다른건 그렇다 쳐도 핸드폰도 없냐? 요즘세상에."
세훈의 무시하는 어투에 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껏 살려달라는 놈 데려와 재워줬더니 뱉어대는 말 꼬락서니 하고는.
" 일어났으면 조용히 씻고 나가."
나가라는 말에 세훈은 오히려 고개를 당당하게 쳐들었다. 경수와 눈을 맞추곤 이내 무언가를 자세히 보려는 듯 눈에 힘을 줬다. 세훈은 꼼지락거리며 말을 뱉는 경수의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 너 말하면 주둥이가 하트 모양이네."
" 또 무슨 헛소리야. 약했냐?"
경수는 세훈의 말에 당황했다. 이런 황당한 말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괜스레 입술이 신경 쓰였는지 지긋이 깨물었다.
꼭 금붕어 같다. 세훈이 중얼거렸다. 경수는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세훈의 얼굴로 젖은 수건을 던졌다. 얼굴에 수건을 맞은 세훈은 제 얼굴을 한번 슥 닦아내곤 방바닥 아무 곳에 나 수건을 던져버렸다. 세훈은 삐거덕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허리를 주먹으로 두어 번 두드리더니 다리를 다 피곤 앓는 소리를 해댔다. 경수는 그 모습을 옆에서 한심하게 바라봤다. 둘은 서로 어떤 질문이나 답변을 하지 않았고 할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제일 결정적으로 말이 없던 이유는 수다를 떨며 보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일어난 세훈은 좀비처럼 걸어 욕실로 들어갔고 경수는 연신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기 바빴다. 그 후엔 세훈이 수도꼭지를 아무리 돌려도 찬물만 나온다고 아침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경수는 세훈의 말을 뒤로한 채 조용히 셔츠의 단추를 잠가 내렸다. 목소리는 팔팔한 걸 보니 학교는 갈 수 있는 모양이다. 제 또래의 아이를 집에서 재워본 적 없는 경수는 가끔씩 '우리 집에 친구가 놀러 온다면'이라는 상상을 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그날을 꿈꿔왔는데 그 첫 타자가 저런 뻔뻔한 거지였다니. 차라리 조금 시끄러워도 데려오지 말걸 하는 후회를 했다
잠시 후 딱 얼굴과 머리까지만 깔끔해진 세훈이 소매 끝이 젖은 와이셔츠를 접으며 나왔고, 교복을 다 입은 경수는 가방을 메고 화장대위 렌즈 통을 챙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 야 기다려. 나 여기서 학교까지 길 몰라"
경수는 당연히 세훈의 말을 무시해 넘겼고 기다리지 않는 경수를 본 세훈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대로 헐레벌떡 경수를 따라갔다. 준비는 늦었어도 메고 갈 가방도 없고 애초에 교복을 입고 잤으니 갈아입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경수를 따라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오자마자 바깥바람에 둘은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아직은 잠에서 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고 계단을 다 내려갈 때까지 눈을 꿈뻑거렸다.헛소리를 쫑알거리던 세훈은 예상과는 다르게 밖에서는 조용했다. 추워서 입이 안 떨어지나라고 생각한 경수의 생각과는 다르게 세훈은 경수가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에 등굣길의 말을 아꼈다. 아주 조금은 경수가 먼저 질문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뻐금 거리는 입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세훈은 계단이 끝나고 어느 정도 학교 건물이 보일쯤 경수의 명찰을 제대로 보았다. 도경수. 명찰 색이 자신과 같은 걸 보니 동갑인듯한데 생긴 건 마냥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작은 체구에 틱틱거리는 까칠함도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작으면 튀고 싶지 않아도 학교에서 몇 번은 마주친 기억이 있을 텐데 세훈은 경수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 몇 반이냐? "
" 6반."
" 아. 어쩐지."
아마 도경수가 반에서 나오지 않는 찌질이 중에 하나였다면 못 볼 만도 했다. 세훈의 반은 1반이었고 1반과 6반의 거리는 같은 층수인데도 교실이 멀었다. 합반 수업이 있는 날에도 절대 섞이지 않았으며 경수는 급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더욱 세훈과 마주칠 일이 더욱더 없었을 것이다. 세훈의 친구들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대부분은 같은 반 아이들에다가 아무리 멀어봤자 3반까지만 해당됐기 때문에 둘은 같은 학교를 다녀도 얼굴을 본 적 없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뒷반 애들은 다 이렇게 작고 졸졸졸거리면서 걸어 다니나? 세훈이 등교하는 경수를 끝없이 눈으로 좇았다. 경수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우물쭈물하며 세훈의 옆을 피했다. 세훈은 경수가 당당하게 쏴대던 모습과는 다르게 눈치를 보는듯한 행동이 제법 귀엽다고 느꼈다. 가끔씩 힐끔 눈치를 보는 경수는 세훈의 얼굴을 보고 입술을 질겅거리며 가만두질 않았는데 아마 아까 티를 안 냈어도 세훈의 말이 신경이 쓰였나 보다. 세훈은 땡그란 경수의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볼 때 자신의 눈을 맞추곤 킥킥 웃었다.
" 신경쓰여? "
" 뭐가."
" 입술."
변태 새끼가. 정곡을 찔린 경수는 잔뜩 인상을 구겼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괜스레 근질거리는 입술에 짜증이 났는데 그걸 정확하게 들켜버린 거다.
" 그렇게 안 끙끙거려도 돼. 아직 잡아먹을 생각 없어 새끼야. 더 통통하게 살 오르면 잡아먹어야지."
아직 안 잡아먹어? 이거 정말 미친 새끼 아니야. 마치 두고두고 너를 볼 거야 하는 투의 세훈의 말에 경수는 짜증이 났는지 신경질을 내며 세훈을 앞질러 나갔고 성이 찬 발걸음을 뒤에서 보는 세훈은 크게 웃었다. 교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세훈은 연신 뒤에서 뻐끔뻐끔 소리를 냈고 경수는 몇 번 들어주다가 결국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걸었다. 그 모습을 본 세훈이 깔깔거리며 거의 짖어대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등교하던 학생들의 눈이 둘에게 집중됐다.
" 뭘 봐 새끼들아. 금붕어 걸어 다니는 거 처음 보냐?"
아 처음 보겠구나. 세훈이 애꿎은 주변 학생들에게 소리치자 경수는 창피함을 참을 수 없는지 재빨리 뛰어 교문을 통과했다.야 같이 가라며 뜀질을 하려던 세훈은 교문에 나란히 서있는 선도부와 그 끝의 학생주임을 지나치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뒷덜미가 잡혔다.
" 등굣길에 누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나 했더니. 조용히 해 인마! 어휴 교복 더러운 거 봐라. 좀 빨아서 입고 다녀라 오세훈. "
" 아아! 쌔,쌔앰~ 저 그래도 하나도 안 빼먹고 잘 입고 왔잖아요. 한 번만 봐주세요~"
" 교복은 교복이고 가방 좀 가지고 다녀라. 쯧, 학생이 공부를 하러 학교에 와야지."
세훈이 교문을 통과하자 학생주임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세훈의 귀를 잡아당겼다. 뜀박질을 멈춘 경수의 귀에 세훈의 놔달라는 비명이 들려왔다. 쌤통이다. 마치 원래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자신을 대하는 세훈이 낯설면서도 새삼 그 놀림을 기분 나빠하지 않던 경수였다. 이제 이걸로 끝이겠지만. 경수는 조금의 아쉬움을 느꼈다. 어제의 가시밭길 등굣길보다 이편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백현과 찬열을 만나면 어제 같진 않겠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그 둘은 없었다. 어쩌면 둘이 안 보이는 게 더 다행히 모른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그래도 몇 년의 친구는 아니어도 알고 지낸 둘과는 다르게 상황에 어쩔 수 없이 같이 밤을 보낸 세훈과의 하루도 좀 이르긴 하지만 썩 불편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세훈은 둘과 다르게 아주 잠시 스치는 인연일 뿐일거다. 여태까지 같은 학교에 마주칠 일이 없었고 연이 없었던 것처럼 그저 그렇게 지내면 되는 거다. 달라진 거라곤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서 이름과 반 정도는 아는 사이로 바뀐 거 그뿐이었다. 서로 살아온 길이 다르고 배운 게 다르듯 그저 그건 그 아이의 방식일 뿐이고 다소 거친 세훈의 언변도 하루 정도는 즐길 수 있는 일탈 정도라 생각하면 나쁜 감정이 남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을 다 뱉고 사는 점 정도는 부럽다고 생각한 경수였다.
경수가 도착한 제 반은 어김없이 오늘도 시끄러웠다. 어제와 다른 대화 주제로 시끌 거리는 사이로 '피'라는 단어가 새어 나왔다. 경수는 흠칫 한마음에 백현의 자리를 바라봤고 먼저 등교한 백현이 경수를 보더니 얼른 앉으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경수는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 애들 왜 저래? "
백현이 주변 눈치를 보더니 경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경수는 백현에게 몸을 가까이 붙여 귀를 댔다.
"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어제 핏자국 지우려 했는데 먼저 와있는 애들이 있더라고 핏자국을 보더니 자기들끼리 추리소설을 쓰더라."
" 뭐라고 하는데?"
백현은 즐거운 게 있는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 아침 댓바람부터 싸움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밤새 야생동물 침입설도 있어. 귀신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는데.. 근데 그중에 제일 그럴싸한 게 뭔지 알아?"
백현이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반웃음을 지었다.
" 뭔데?"
"누가 코 신 나게 파다가 코피 난 거래."
" 그럴 싸.. 푸.. 흡!"
백현과 경수는 마주 보고 큭큭 거렸다. 이 반에선 진실을 알고 있는 둘은 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무어라고 신 나게 피의 행방을 예측하기 바빴고 그 모습을 경수와 백현이 흥미롭게 바라봤다. 조회시간이 가까워지자 둘의 근처로 반 아이들이 지나갔다. 백현과 경수는 웃음을 참으려고 입꼬리를 삐죽이며 낄낄댔다.
" 그래서 핏자국은?"
"선생님이 방금 대걸레 가지고 오셨었어."
" 그 피 주인이 나란 건 아실까?"
" 네가 말하지 않는 이상은 모르겠지?"
경수가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드르륵하고 열리는 문으로 준면이 들어왔다. 준면이 들어오자마자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대걸레를 청소 함에 둔 준면은 아침조회를 시작했다. 뒤늦게 들어오는 지각생들은 준면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자리에 앉았고 준면은 다음부터는 일찍 오라는 짧은 훈계를 끝으로 전달사항을 전했다.
" 곧 6월 행사 중에 3일에 현장체험학습 있는 거 알지? 이번 현장체험학습은 1반이랑 6반, 2반이랑 5반, 3반이랑 4반이 같이 가기로 했어."
준면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곳저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5반 놔두고 왜 1반이랑 가요 우우.완전 싫어.준면은 어쩔 수 없다며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곤 그 대신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말했다. 준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언제 싫은 티를 냈냐는 듯 환호성을 질러댔고 그 틈을 타 준면이 경수에게 손짓과 입을 벙긋거리며 점심시간에 잠깐 들르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곤 잠시 후 조회시간이 끝나자 준면은 유유히 반을 빠져나갔다.준면이 나가자마자 또다시 수군거리며 싫은 티를 내는 아이들이 소리를 키워갔지만 그중에 유일하게 반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백현이었다. 연신 기분 좋은 티를 내며 핸드폰을 두드렸다.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백현은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불러댔다.
" 기분 좋아 보이네?"
" 당연하지. 찬열이 1반이거든."
아아. 버스에서 앉게 되면 같이 앉자는 말을 건네려 한 경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찬열과 백현과의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해도 그 둘보다 가까울리 없다는 걸 경수는 새삼 다시 깨달아야 했다. 하루아침에 너무 많은 변화를 바란 경수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숨기려 애썼고 별일 아니라는 듯 꾹 다물어낸 입술을 놓았다.
" 아 참, 손은 괜찮아? 어디 봐봐."
백현이 경수의 손목을 잡았다. 이 내 우둘투둘한 접합부를 만지는 백현이 징그럽다며 손사래 쳤다.
" 약은 먹었고?"
" 1교시 끝나고 매점에서 물 사 오려고, 수돗물로 먹으면 누구한테 혼 나서 "
백현이 경수의 말에 뾰로통 한 표정을 지었다. 경수는 조금 당황했는지 연신 미안하다며 매점에서 빵을 사 오겠다 했고 그제야 한 번은 봐주겠다며 얼굴을 피는 백 현이었다. 수업 준비 시간이 끝이 나고 뒤돌아 경수와 너스레 떨던 백현의 몸이 칠판을 향해 돌아갔다.
*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우리 민족의 국가임을.... 아닌 .....1.상경에서 발견된.....
누군가 잠 오는 최면을 거는 듯 수업 시작 일 교시부터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수업을 포기하고 엎어져 자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를 푸는 시간에도 선생님은 자문자답을 하셨고 수업방식은 몇 없는 학생들과 소규모 공부방을 차리는듯하더니 얼마 못 가 맨투맨 수업이 되었다. 평소 수업시간이라면 졸지 않는 백현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상모를 돌리는 게 아마 졸음을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처음 몇 명이 쓰러질 때는 일일이 깨우던 선생님도 포기를 했는지 홀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셨다. 경수는 수업시간에 연신 딴생각을 하다가 하나둘 엎어지는 아이들을 따라 책상에 몸을 붙였다. 사실 그렇게 많이 졸린건 아니지만 멀뚱멀뚱 앉아있다가 질문 공세를 받는 건 싫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아침이 개운할 만큼 잠을 잘 자고 일어났기 때문에 정신이 또랑또랑 맑았다. 자는 척 실눈을 떠 창밖을 보니 이제 정말 여름이 온 티가 나기 시작했다. 긴긴밤이 짧아져갔고 세상을 밝히는 빛은 길어져갔다. 처음은 어색해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밝은 빛이 어느 순간 자신 위에 또렷이 있을 때, 그땐 백현처럼 햇살 아래에서 환하게 웃을 날도 올 수 있겠지. 경수의 얼굴로 포근한 햇살이 비쳤고 따뜻하게 감싸는 빛에 스르르 눈을 감았다. 어쩐지 밝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스스로가 기특했다.
*
" 일어나 경수야."
결국 잠이 든 경수의 몸을 백현이 흔들어깨웠다. 몇 번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경수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떨어졌다.
" 누가 너 불러 "
" 날?.. 왜?"
경수는 다른 반에 친구를 둔 적이 없었다. 누군가 부른다고 하면 대부분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분명 준면은 점심시간에 보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근데 누구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경수는 몸을 일으켜 눈 주변을 문지르곤 교복 매무새를 툴툴털어 고쳤다.잠시후 슬금슬금 발을 끌어 교실 앞문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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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 실패입니다 ㅠㅠ 다음편에 종인이를 볼 수 있을거같아요 !
매번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있어요 ㅠㅠ 댓글 남겨주시면 하루에 몇번씩 다시 읽고 다시읽는답니다
갑사합니다 ㅠㅠ!!
암호닉 신청 항상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 신청자분들께는 완결후 특별번외를 보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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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얼굴 인기 많은 이유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