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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는날-01 | 인스티즈

할아버지께 통보 아닌 통보(?)를 듣고 난 후 2주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새 흘렀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정신이 하나도 없이 화장도 하고 머리도 하고 분주하게 준비 중이랍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제가 시집가는 날이거든요!!(드디어....꺆!!)

다른 사람들보다 몇배로 빨리 준비해 가는 결혼이긴하지만...

전 드레스도, 결혼식장도 필요없이 그저 전통혼례로 올리는거라 비교적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됬어요..뭐...여자들의 로망인 드레스가 조금 입어보고 싶긴 했지만...저도 이게 훨씬 편하고 좋아요...ㅎㅎ

 

아,근데 저랑 결혼할 사람이 대체 누구냐구요?

 

글쎄요....그게 저도 참 궁금해요....

대체 저랑 결혼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

.

.

 

-2주 전-

 

"할아버지,할아버지...근데 나 시집가는거 말이야...짝이 있어야 가지, 나혼자 어떻게 가...

나 아직 결혼할 상대도 없는데...?"

 

"그런건 이 할애비가 다 준비해 뒀으니 넌 시집갈 준비만 해둬라..."

 

 

 

.

.

.

 

 

라고 하시는거 있죠?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시집간다는게 참...께름칙...하지만..뭐...어쩌겠어요...

설마 하나뿐인 손녀를 이상한 사람한테 보내실려구요...;;

전 그저...할아버지만 믿고 있겠습니다..;;

 

 

"드디어 우리 너징이가 시집을 다 가네...난 우리 너징이 평생 내 옆에 끼고 살줄 알았더니..."

 

시집가는날-01 | 인스티즈

 

내 머리를 빗어 내리며 성령여사가 중얼거려요.

아,이 분은 성령여사라고 우리 할아버지 제자이자 비서이자 저한텐 엄마같으신 분이세요.

 

"쿡...그나저나 너징아..너 6살땐가..?약혼할때 기억나?"

 

음...?약혼...?약혼이라뇨..?나 약혼까지 했었던 여자였음...?

 

"내가 그런것도 했었어..?"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께서 막무가내로 잡으신 약속이시긴 하지...

네 신랑될 사람 할아버지랑 너희 할아버지랑 집안끼리 합치자고 약속 하셨던거니까...그래서 그 코흘리개 두 아일 약혼까지 시키신 거구..."

 

그러고보니 약혼인지 뭔지따위는 내 머릿속에 없지만 한 남자아이가 저보고 처녀귀신이라고 놀렸던건 기억이 나요..

그 남자애가 어떻게 생겼는지, 목소리가 어땠는지..이름은 뭐였는진 기억안나지만..."처녀귀신이다, 처녀귀신!!"

이라고 절 불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거든요...

 

"그럼...지금 내가 결혼할 사람이...그 놈이야...?"

 

"딩동댕~정답입니다...어유 우리 너징이 결혼할때 되니까 머리가 잘돌아간다?"

 

하하...겨우 한복 하나 입었다고 처녀귀신이라고 부르던 코찔찔이 놈에게 시집을 가게 되다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워지네요...

 

 

 

연지,곤지를 찍는걸 마지막으로 제 시집 갈 준비는 끝났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전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도 잠시, 가마 하나가 마당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게 눈에 보여요..

가마까지 대령한 우리 할아버지의 마음씀씀이가 참....부담스럽다 못해 찡하네요...

 

가마에 낑낑대며 들어가선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기다리고 있자 잠시 움직이는 듯 하더니 5분도 안되서 가마 문이 열려요...

뭐...바로 집 앞마당에서 하는 결혼식이니 예상은 했지만..좀 재밌었는데...아쉽네요...

 

가마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시선이 저에게 쏟아지네요..호호...제가 좀 한 예쁨 합죠...

수줍게 얼굴을 가리며 초례상 앞에 서선 살짝 눈으로 맞은편을 보자...

 

음..?아무도..없네요...?

 

신랑될 사람이 좀 늦나봐요...뭐...기다리죠...난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여자니까...

 

 

그렇게 5분....10분....30분...1시간....

 

 

그렇게 2시간이 훌쩍 넘도록 저 혼자 덩그러니 서있었어요...

 

 

톡...톡.....쏴아아아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이젠 비까지 쏟아지네요....

 

오는 비를 맞으며 덩그러니 서있자 사람들이 들어가자고 절 뜯어 말렸지만...

 

비가 그칠때까지...그렇게....그렇게 계속....기다리고 기다렸어요....

 

오겠지...올꺼야....조금 늦는걸꺼야....

 

결국 할아버지가 나오시고 나서야 제 결혼식은...막을 내렸고...

 

 

'감히 내 자존심을 건드리다니...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그리고 전 지금....제 남편될 코찔찔이집에 도착했습니다...

 

한복차림이라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긴 했지만...뭐...조금 민망한거 말고는 나름....괜찮.....하.....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탄 택시에서 주소를 보여주자 금방 데려다주더라구요....ㅋ...

 

이제 결판의 순간...어디 한번 끝을 봅시다...

 

'딩동-'

 

.......

 

'딩동-딩동--'

 

오호라....내 인내심까지 테스트를 해..?

 

소매 걷어붙이고 폭풍누르기를 할려던 찰나

 

"누구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요...뭔가 까불락까불락할것같은 목소리....오호, 너로구나...

 

문만 열심히 노려보고 있자 한 흰둥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곤 나와요...얘가....코찔찔이...?

 

시집가는날-01 | 인스티즈

 

"....누구...세요?;;"

 

생각했던것보다 심쿵할 얼굴에 잠시 멘붕이였던 것도 잠시....

음...뭐라고 해야하죠...?네 신부..?네 여보?네가 깠던 여자...?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그때

 

"저희는 도 안믿어요..."

 

라는 소리에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도...?도를 아십니까...그 도...?

 

"아..아니면 뭐...엑소시스트 뭐 그런건가?보살...무당...뭐 그런거...?"

 

아니...이놈이 지금 나보고 뭐래는 거죠....

 

벙쪄선 그 흰둥....후...멍멍이자식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서방님..."

 

하며 그 멍뭉이를 부르자 그 멍뭉이...얼굴이 확 굳어버려요....

내가 그렇게 싫은가....?ㅠㅠ

 

 

"누구야,,?"

 

울상이 된채 서방님인듯한 사람을 올려다보던 것도 잠시...

이번엔 좀 허스키한 목소리네요....

 

하..넌 또 뭐야....

 

시집가는날-01 | 인스티즈

"뭐야 이 한복은....?"

 

 

"시집왔는데요!!!!!"

 

한복이란 소리에 울컥해서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어요....

 

그 덕분에 이 두사람...안그래도 큰 눈을 더욱 똥그랗게 뜨곤 절 내려다보네요....

 

하...될대로 되라....난 모르겠다....

 

"....아,그럼 네가 그.....하...어떻게 여기까지 왔네....들어와요...."

 

그 허스키한 놈이 저더러 들어오라고 해요...

 

내가 들어오라면 들어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쉬운여자로 ㅂ..!!!!보이네요....그럼 이만 들어가야죠...

 

허스키한 놈이 앞장서 들어가고 그 다음 제가...그리고 제 짐을 들고 제 뒤를 쫄래쫄래 따라들어오는 멍뭉이같은 놈까지...

 

그렇게 셋이 거실에 쪼르륵 모였어요...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지던 것도 잠시...결국 이 무거운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제가 먼저 나섰어요..

 

"....저기....그나저나 두분 중에 누가....제 서방님이세요....?"

 

두사람이 부담시러블 정도로 절 빤히 쳐다보더니...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요..

 

아....저사람이...제 짝인가 봐요....

 

 

 

 

-작가왈-

뭐지 이 망작은...ㅋㅋㅋㅋㅋㅋ

첫번째 사진은 김현정 화가님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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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허ㅓ러헐 ㅠㅠㅠ 누구야 ㅠㅠㅠㅠㅠ 찬열이기를 바랍니다 ㅠㅠㅠㅠ 주인공이 찬열이니까요 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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