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망상] 월호연정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2/9/d292dc854e2395ebeb4d24b5a32e729b.jpg)
[행주 기씨 24대손 기성용, 장차 나라의 아버지 군주를 위해 목숨 받쳐야 할 존재_ ]
어릴 때부터 내게 있어 정의되어오던 말이었고 나 또한 나의 삶의 이유가 이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8살이 되던 해, 여리고도 으슬한 봄의 첫자락에
아버지를 따라 궁으로 가게 되었다. 대왕대비의 섭정하에서 고단하고 불안한 어린 전하의 고단하신 마음을 덜어드리기 위하여, 그리고 후에는 권력싸움이 분분한 전하의 곁을
지켜드리기 위하여라는 영광스러운 짐을 짊어지고 들어온 궁, 높은 장벽과 웅장한 곡선의 아치들, 모든 것이 어린 무사인 나에게는 눈길 하나 뗄 수 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그 때 였을 것이다. 아마, 내 평생에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내 마음속에서만 조용히 묻어야할 그 분을 만난 것은 말이다.
소문으로만 얼핏 듣던, 아기나인의 나이에 중전으로 간택되어왔다는 고독하고도 아름다운 그 분을_
'이것 좀 보거라! 벚꽃이 피었느니라!!'
'예.중전마마 참 곱습니다!봄에 피는 꽃 중 저것보다 아름다운 꽃이 있을까요?'
'..흥...! 무사는 다른 꽃들을 간과하는게로구나. 어째서 저 꽃이 제일 아름답다하는 것이냐!'
'..예?그저..소인은...'
'..무사는 모른다!!무슨 꽃이 제일 아름다운지!!'
'...제가..... 실수했사옵니다 마마_ 제일 아름답고 고운 꽃은..제 앞의 중전마마 이시옵니다..'
어찌 하다 그 분의 눈에 들게 되었고, 그것으로 하여금 어린 나의 가슴속에는 진분홍색 벚꽃나무가 한 그루 크게 자라게 되었다.
전하의 시종인, 무사인 나는 그렇게 궁에 들어오면서부터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던 게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죄악을 말이다_
그 분과 함께 하였던 첫 번째 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5살이었던 어린 전하께선 내게 물음하시었다. '무사에게 있어 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오?'라고 말이다.
목 울대에까지 한 가득 차고 넘어왔지만 차마 뱉을 수 없었던 단어, 그 위험한 꽃 한송이를 나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
다만 순간의 지혜로 떠오른 단어 하나는 충성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였다. '전하이옵니다'. 그 때 어린 전하의 입에서 피어났던 환한 웃음을 나는 보았었다.
어리고 외롭고 슬픈 분이시리라. 동무하나 없이 어린 삶을 어찌 버티셨을 까 하는 생각에 내 마음 속의 연모가 초라하게 땅에 떨어지는 듯 하였고
그 길로 그 분을 서너달 정도 잊으리라 굳건히 다지어놓고 있었다.
제법 쓸쓸하게 단풍을 흔드는 바람결이 나의 볼을 저미게 스치웠다. 소비정을 지나 걸음하고 있는데 연못가에 주저앉아 한없이 홀로 울음을 토해내시는 그 분을 보았다.
그 순간 풍처럼 빠른 화살에 맞아 소경이 깨지는 듯한 착각이 일렁이었다. '연모' 스쳐오듯 온 몸을 다하여 자신을 흔드는 이 마음을,
굳건히 다지어놓은 다짐이 알아보고 눈녹듯 사라져버렸다_ 결국 죄악인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그 분께 달려갈 수 밖에 없는 것을_
"마마...어찌하여 울고 계십니까.."
"흐..흑....성용....?서..성용인게냐..?"
"예.마마 소인 무사 성용이옵니다."
주저앉아 하염없이 우는 나의 연정께선 나를 애타게 만드시었다. 머리에서 종이 울리는 듯 내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놓으시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뛰어서_ 어찌할바를 알 수 없었다.
"왜..이제서야 온 것이냐..흑.....많이 보고 싶었느니라..."
".....!"
작고 여린 그 분은, 단번에 나의 뻗을 수 없었던 손을 자신의 어깨를 감싸도록 하셨고 정신을 차리고 나고 보니 나의 품안엔 종달새같이 가녀린 그 분이 안기어계시었다.
무슨 말로 입을 열어야할지, 어떤 행동으로 그 분을 달래드려야 할지, 백짓장처럼 하얗게 머릿속이 비워져버려 그저
나의 옷이 전부 젖어들어갈때까지 그 분을 품에 안고만 있었다.
그리고 이 울음이, 옷에 남은 울음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나의 연정을 더욱 크게 키워만 버리었다.
*
17살이 되던 해였다. 궁에 들어온 햇수로는 9년이 되었을 떄 일것이다. 여느때처럼 연못가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고 발로 물장구를 치고 계시는 그 분의 모습이
심히 눈에 밟히었다. 찰방거리는 물 소리가 잔망스럽게 가슴을 할퀴었고 위태한 그 분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을 돋구어버렸다.
어쩌다 한 번 돌아서 뒤에 묵묵히 서있는 나를 향해 생긋 웃어주시면_ 그 아름다운 얼굴이 빨갛게 나의 욕망을 지분지분 물들여놓았다.
마치 온 몸 구석구석에 불길이 간지럽히듯이 일어나는 듯 하였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하였다. 17살이면 월호국에서는 성인의 나이, 결혼적령기에 맞는 나이였다. 그 분을 향한 주체할 수 없던 떨림이 곧 나의 욕정이었던 것이다.
허나_다른 지체 높은 가문의 아리따운 여식들이 백날 찾아와 나를 흘끗대며 그들의 저고리 앞섶을 풀어헤치어도 왠지 모르게
그 분의 수더분한 모습에서조차 화욕을 느끼었던 내 욕망은 쉽사리 불붙여지지 않았다.
오직 그 분께만_ 그 분에 한해서만 나의 마음이 동하고 끌리었던 것이다.
그래서였다. 그 분이 모르는 사이 어렴풋이 평생의 죄악을 지어버린 것은 말이다.
밤이 무섭다고 하시어 그 분이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를 불러드리고 옆을 지켜드리는 것이 나의 임무가 되어버린지 한참이었는데
그 날따라 곤히 주무시는 새근새근한 숨소리가 온 몸을 설칫설칫 데이게 하였고 곤히 주무시니 _알지 못하시겠지_하는 어린 생각이 꼬이듯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외로이 달빛만이 구름에 슬쩍 가리어 그 분과 나를 비추고 있었다. 고요히 울리는 소쩍새의 작은 울음소리가 아니었다면 내 미칠듯한 심장소리에 그 분이 깨어 경을 치실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렇게 달빛에 취해_ 소쩍새의 울음소리에 모든 것을 내걸고 앉은다리에서 조심스레 상체만을 굽혀 한 손으로 그 분의 얼굴에 가까이 하였다.
닿을듯 말듯_ 그 분의 고운 살결이 나의 거친 손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하여 조심스레 가슴떨려하였고 가까이 맞닿은 얼굴에 느껴지는 숨소리가
더욱 나를 흥분되게 하였다_ 이내 그 분의 부드러이 그은 곡선을 이루는 코에 나의 코가 닿지 않게 고개를 비틀어 그 분의 입술을 나의 입술로 살짝 베어물듯 닿이게 하였다.
그저 바라옵건대 이 짧고도 짧은 시간이 멈추어버리었으면 했다. 홀로 행복하고 또 슬퍼와 조용히- 그러나 느리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그 분의 과육과 꽃 향기가 분분히 섞인 향내가 기억난다. 부드럽게 닿여져왔던 그 분의 입술도_
아직까지 남아 나의 욕망을 집어삼킬듯 한다. 그리고 이 욕망은 나의 마음을 저릿하게, 애잔하게 아프게 한다. 나의 연정은 짧은 시간의 죄악에서 사라져야 할 것임을 알려주면서...
다음편은 싱닝번외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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