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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켄엔] 또 다른 시작 | 인스티즈

 

켄엔, 또 다른 시작

 

오랜만이야, 방황하던 시선은 이 한 마디에 고정되었다. 전 애인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고 난  대다수 중 한 명일 것이다.

아직 완벽히 잊지 않았다면 더욱이 힘들 것이고. 어색함의 극치를 보이는 시선은 겨우 네 눈에 걸렸다.

웃을 때 휘어지는 눈이며, 다른 사람보다 유독 까맸던 피부도, 빨간 입술도. 넌 나와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조금이라도 변한 건 아마 너의 마음과, 또……. 피식 웃어버리고 버릇처럼 긴 팔 소매를 살짝 끌어내렸다.

내가 피식 웃으니 더 예쁘게 웃어버리는 너에게 다시 한 번 반하면 어떡하나 고민한 것도 잠시, 어딘가 아릿한 느낌에 살짝 인상을 썼다. 네 생각만 하면 이렇다.

 

어떻게 지내, 라는 질문으로 천천히 풀어나가던 대화도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어색하다, 정말.

흔한 아메리카노도 못 마시는 아이 입맛인 넌 그 사이 또 좋아하는 음료가 바뀐 건지 사과 주스, 난 예전처럼 아메리카노.

음료 컵을 매만지고 있을 때 즈음 눈 앞이 어질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오랜만에 만나서 떨리는 마음 때문인 걸까,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멋진 모습만 보여야 하는데, 씨익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드는 순간 밝은 빛이 내 눈을 찔렀다.

빛 때문에 눈이 제대로 떠지질 않아 손으로 빛을 살짝 가리니 네가 싱긋 웃으며 내 다른 쪽 손목을 잡아 끌었다.

푸르다. 정말 푸르다, 넌. 늘 네게 하던 말을 건네니 능청스럽게 알고 있다며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곤 손을 깍지 껴 잡는 너.

오랜만이야, 학연아.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네게 말을 전했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걸로 됐다, 널 만났으니 다 됐다. 눈을 한 번 더 꼭 감았다 뜨니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고개를 숙이고선 여전히 음료 컵을 만지고 있던 네가 고개를 들었다.

재환아, 오늘은 집에 들어가자. 늦었잖아. 시간 날 때 다시 볼까, 우리?

빨간 입술이 오물거리며 예쁜 목소리를 꺼냈고, 난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선 자연스럽게 의자를 무릎으로 밀어넣는 널 보곤 웃어버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널 보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네 등을 천천히 밀었고, 카페를 나왔다.

벌써 어둑해진 하늘을 보곤 널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미안해요, 차 안 가지고 나왔어.

불편한 버스를 타야 할 너는 내 말에 괜찮다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고, 다가오는 버스에 올라탔다.

또 봐요, 형. 입모양으로 네게 얘기하며 손을 흔드니 자리가 없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창 밖을 바라보는 넌 눈을 휘며 웃어주곤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는 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천천히 멀어졌다. 흔들던 손을 멈추곤 살짝 내려간 소매를 다시 끌어내렸다.

 

비가 온 탓인 건지 추워졌다. 오늘은 보일러를 틀어볼까, 고민하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고개를 살짝 저었다.

추워도 공기는 꽤 상쾌했다. 왜 새삼 이런 걸 느끼는 건지, 아무도 내 속마음을 읽을 수 없지만 그래도 창피해 뒷머리를 긁적였다.

잡다한 생각들을 몇 가지 한 뒤에야 눈 앞에 집이 보였고, 천천히 도어락을 풀고 집에 들어갔다.

나올 때와 똑같은 집을 한 번 주욱 둘러보곤 불을 켰다. 갑자기 눈에 닿는 밝은 빛 때문에 인상을 썼고, 적응이 되자 천천히 표정을 풀었다.

탁자 위에 흩어진 동그란 초콜릿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방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 여전히 자리잡은 네 사진. 손을 뻗어 사진 속 네 볼을 쓰다듬었다.

사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날 기다리고 있던 조그만 빛의 조각을 보곤 웃으며 집어들었다. 오늘은, 네가 나에게 가장 큰 빛이 될 수 있어.

학연이 형한테, 내 꿈을 전해 줄 수 있어. 내 사랑을 전해 줄 수 있어.

 

 

새로운 문자 메세지 1통.

[학연아, 재환이 6일에 발인식이래. 갈 거야?]

 

-

의식의 흐름이다! 와! 보기 엄청 불편하실 듯 싶지만 그래도 전 만족합니다!

몇 개월만에 글을 쓴 건지! 와!

글 이해 안 가실 것 같지만 ;-;...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노래, 진짜 엄청 예전 노랜데 뭐가 이렇게 좋은 건지... 울러 갑니다...

진짜 볼 것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대표 사진
독자1
허규ㅠㅠ담담한 글이라 생각해서 의식의 흐름처럼 읽다가 마지막 한 줄의 반전에 가슴이 찡하네요ㅠㅠㅠㅠ노래도 잘 어울려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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