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Goodbye summer, and... -1st-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5/1/f51e93d27b39fd065452fe04990e7142.gif)
(BGM은 가사 내용과는 상관 없이 제목이 이번 편과 너무 닮아서♡)
조그만 몸집의 백현은 오늘도 종이 치자마자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져 책상에 엎드렸다.
짝인 종대는 그런 백현을 한심하다는 듯 한 번 주욱 훑어내렸고, 오늘따라 축 늘어진 백현과 똑같이 축 늘어진 백현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헝클이기 시작했다.
"야, 오늘은 안 피곤한 것 같은데 왜 이래?"
종대의 말에 흡사 좀비같은 표정을 하고서 얼굴을 천천히 돌리는 백현이었다. ㅡ그리고 종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백현의 표정을 보고 기겁을 했다고 한다.ㅡ
"그 날이다, 왜?"
물음에 돌아오는 백현의 대답에 한 번 더 기겁을 한 종대가 백현의 어깨를 잡고 억지로 백현을 일으켜 흔들기 시작했다. 아무런 힘도 없이 축 늘어진 백현은 종대의 손길을 따라 갈대인 마냥 이리 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흔들리다 목 뒤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종대의 손을 잡아 있는 힘껏 내팽겨치고 다시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맥 없이 책상에 널부러져 힘도 못 쓰는 백현 때문에 정말 그 날인가, 백현은 알고보니 여자였나, 근데 여긴 남고잖아? 하는 생각으로 혼돈의 카오스에 빠졌다. 혼자 엄청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종대를 실눈을 뜨고서 보던 백현은 한심하다는 듯 한 숨을 쉬고 억지로 손을 뻗어 종대의 허벅지를 짝, 하고 때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맞은 부위를 살살 문지르던 종대가 주위 반 아이들의 시선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백현을 향해 물었다.
"너 여자였어?"
뭐야, 이 미친 놈은. 반 아이들과 백현은 종대를 미친 놈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다. 어후, 이 병신. 종대의 말에 없는 힘을 다 짜내어 몸을 일으킨 백현이 종대의 허벅지를 세 번 강타했다. 등짝 스파이크가 아닌 허벅지 스파이크. 세 번을 내리 맞은 종대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 허벅지를 살살 문지르며 너 존나, 그 날이라서 예민한 거야? 응? 하며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 속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한심한 것, 백현은 눈을 이리 저리 굴리다 제가 때린 종대의 허벅지를 천천히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우리가 열 여덟 살이니까, 한 육 년 전에. 같은 반이었던 남자 애가 있었어."
*
그래, 딱 육 년 전 이야기다. 키만 큰 멀대와의 썸씽 아닌 썸씽, 혹은 짝사랑. 백현의 첫 사랑. 백현의 첫 사랑은 열두 살 여름에 시작되었다.
같은 반에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말을 걸 일도, 또 말을 할 일도 없었기에 그렇게 학기 초를 보냈다. 인사조차 어색한 사이라 정말 같은 반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한 날, 백현은 방 청소를 하다 유치원 졸업 앨범을 발견했다. 하늘색 벨벳 소재의 앨범 커버는 백현을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자리에 앉게 만들었고, 그 앨범을 열게 만들었다. 제일 첫 페이지에는 대충 끼워져있는 학사모를 쓴 아이들의 졸업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들어 얼굴을 하나 하나 살피기 시작한 백현은 아, 얘 옆 반에 걔잖아. 하며 달라지지 않은 얼굴들을 보며 미소를 짓다 익숙한 얼굴에 시선을 멈췄다. 박찬열, 그 아이다.
백현은 유치원 때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조각의 파편처럼 아주 작은 사건만 부분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예컨대, 유치원 볼풀장에서 친구들과 놀다 친구의 발에 코를 맞아 쌍코피를 흘려 유치원 선생님의 무릎을 베고서 지혈을 하며 선생님이 까주시던 귤을 먹던 기억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 말이다. 그러니 몇 페이지 뒤의 사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기, 몇 층 위에 사는 소꿉친구와 박찬열의 사이에 앉아 양 사이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 그 사진을 보자마자 백현은 인상을 쓰며 대체 제가 유치원 때 뭘 하고 다닌 걸까, 하며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 페이지의 사진은 다 함께 앉아 노래를 부르는 듯한 사진이었다. 또 옆 자리엔 그 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앨범을 살피던 백현은 대충 책상 위에 앨범을 두고서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청소도 마무리를 하지 못 하고서, 어린 백현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려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백현은 처음으로 찬열의 주위를 서성거렸다. 이리 서성, 저리 서성. 물론 전혀 티가 나지 않게 말이다. 유치원 사진에 대해 얘길 꺼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끙끙, 강아지 마냥 찬열의 주위를 맴돌던 백현은 결국, 학교가 마칠 때까지 아무런 말 붙여보지 못 했다. 주인에게 혼이 난 강아지처럼 축 늘어진 상태로 터벅터벅, 하교를 하던 백현은 눈 앞에 있는 길다란 몸을 보고 깜짝 놀라 헉, 하고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찬열이 백현을 한 번 슥 훑었고 백현은 지금이다, 하고 눈을 도르르 굴리다 처음으로 찬열에게 말을 붙였다.
"저기... 너, 큰별 유치원 다녔지?"
-
이번 글도 작가의 실화라고 합니다;_; 여태까지 살면서 제일 좋아했던, 아직도 그리워하는 아이의 이야기에요.
요 글 쓰면서 추억에 젖어서 눈물이 핑 도네요.
엉엉, 다 쓰고 싶었는데 졸려서 안 될 것 같아서 요기서 일단 끊어야 할 것 같아요.
빅스 글만 쓰다 이 이야기는, 이 이야기의 우리는 찬백이 꽤 어울리는 것 같다 싶어 처음으로 엑소 글 써봐요!
글 잘 쓰는 분 짱 많은데 제가 물 끼얹어서 뎨둉합니다T-T...
못난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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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실물로 보면 눈이 한바가지라는거 뭔지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