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을 훔쳐보고 있어요
" 벌써 두번째다 "
" 뭐가? "
" 너희 집 들어온거 "
오세훈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신발을 금방 벗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신발을 벗고 있는 나를 향해 휙 돌아보았다. 왠지모르게 신난 표정이다. 나는 그런 오세훈을 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 근데 안배고파? "
" 너 배고파? "
" 응.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 "
" 어..집에 먹을거 없을텐데 "
" 그럼 같이 사올까? "
오세훈은 장난끼가 다분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덕분에 꽤 당황한 내 얼굴이 오세훈의 눈빛에 드러났다. 오세훈은 내 표정을 보며 바람빠진 웃음을 냈다. 그리고는 꽤나 착잡한 말투로 ' 장난이야 장난 ' 이라며 중얼댔다. 나는 그런 오세훈을 보고 나도 모르게 오세훈의 팔을 덥석 잡았다.
" 가자 같이 "
" ...어? "
" 집 앞에 마트 있어. 거기서 요리재료 같이 사오자 "
" 아...그..그러지 뭐 "
오세훈은 내 말에 심히 벙찐 얼굴이였다. 그런 오세훈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참, 귀여운 면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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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다 사려고? "
" 다 사야될 이유가 있어서 사는거야 "
" .... "
오세훈은 마트에 들어왔을때만 해도 분명 싱글벙글 웃고있었는데, 내가 요리 재료를 고르는 것을 보며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나는 내 요리실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편이라,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오세훈을 보며 당당한 말투로 대답을 했는데, 오세훈은 그런 나를 보지도 않고 카트에 그득 쌓여있는 재료들만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 왜! 뭐!!! "
" 응? 아, 아니야 "
오세훈은 카트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가볍게 만들수 있을까 고민하는거 같았다. 그런 오세훈을 보며 나는 당당히 묵직한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향했다.
" 40만원입니다 손님 "
" 네?! "
분명 내가 놀라야할 타이밍인데, 내 옆에 멍하니 서있던 오세훈이 계산대 점원에 말에 화들짝 놀랐다. 나는 그런 오세훈을 보며 적잖히 비웃음을 짓고 카드를 내밀었다. 왠지모르게 오세훈의 눈빛에서 신기함이 묻어났다.
" 너 카드도 있어? "
" 응. 부모님이 해외 가시기 전에 만들어주셨어 "
" 아.. "
오세훈은 장바구니에 물건들을 담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오세훈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답했다. 뭐, 용돈 모은거긴 하지만. 내 돈은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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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쥐고 서있는 시간이 몇분이나 흘렀을까. 나는 칼을 쥔 채로 티비를 보며 웃고 있는 오세훈을 슬쩍 쳐다 보았다.
나는 사실 칼을 무서워한다. 어렸을적에 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 주방용 칼을 꺼내 놀다가 크게 다친적이 있어서 그 뒤로부터 칼을 보면 심장이 불안정하게 뛴다. 하지만 이미 오세훈에게 가만히 앉아서 내가 요리하는거나 보라며 큰소리를 떵떵 쳤는데, 지금 와서 오세훈을 향해 도와달라고 하기엔 자존심이 무척 상할거 같았다. 덕분에 나는 몇십분째 칼을 쥐고 멍청히 서있고.
" 줘봐 "
내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데, 뒤에서 오세훈의 말이 들려왔다. 덕분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칼을 쥔 채로 뒤를 돌아 보았다. 세훈이는 내가 쥐고 있는 칼을 슬쩍 피한 뒤에 내 손에서 칼을 뺏어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옆으로 슬쩍 밀고 도마에 있는 양파를 순식간에 잘랐다.
" 왜 왔어 "
" 너 때문에 신경쓰여서 티비를 못보겠잖아 "
" .... "
" 요리 잘한다며 "
" .... "
" 칼도 못 쥐면서 무슨 요리를 한다고 "
" ...야 "
" 넌 그냥 저 식탁에 얌전히 앉아있어 "
오세훈은 양파를 썬 뒤 당근을 꺼내 썰며 식탁을 가리켰다. 나는 요리를 잘한다고 큰소리 쳤던게 미안해서, 얌전히 식탁에 가 앉았다.
식탁에 앉으니 오세훈의 등이 보였다. 오세훈의 등은 어깨 덕분에 넓고 탄탄했다. 그 덕분에 엄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우리 세훈이, 어깨가..큐울..
" 야 세훈아 "
" 왜 "
" 니 어깨 짱이다 개 넓.. "
" 나도 알고 있으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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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
" 이 오빠가 실력 좀 발휘해 봤다 "
오세훈은 주방에 서서 열심히 무언갈 만들더니, 이내 희고 넓은 접시에 스파게티를 담아왔다. 나는 음식점에서 파는 스파게티와 비슷한 모양새에, 감탄사를 내 뱉었다. 그러자 오세훈이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잘 먹을게 "
" 남기면 죽는다 "
오세훈의 말이 끝나자 마자 집 안에는 후루룩 거리는 소리밖에 안들렸다. 어색하다. 그동안 잘 못느끼긴 했지만 오세훈은 분명 나에게 고백을 했던 애고, 난 그 대답을 아직 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우리 사이는 애매해졌다. 친구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애인사이도 아닌.
" OOO "
" 응? "
" 대답 언제 할꺼야 "
" 무슨 대답? "
" 내가 고백- "
" ....헐! 미안!! "
나는 스파게티를 먹다 오세훈을 향해 대답을 했다. 그런데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고백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내가 꽤나 당황해서 스파게티의 소스를 오세훈을 향해 뱉어 버렸다. 그러자 오세훈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꾸욱 다물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휴지를 뽑아서 오세훈의 얼굴을 닦았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오세훈이 내 팔을 급작스레 잡았다.
" 내가 할게 "
" 미안해 "
" 괜찮아 뭐 피부에 양보하라는 말도 있잖아? "
" 야 너는- "
" 괜찮다니까 진짜 "
오세훈은 자신의 얼굴을 닦다말고 피식 웃었다. 나는 그런 오세훈을 보며 왜그러냐고 물었지만, 오세훈은 ' 그냥 내 꼴이 웃기잖아 ' 라며 애매한 대답을 해왔다. 스파게티 소스가 묻어서 웃긴건지, 아님 나에게 또 대답을 못 받아서 웃긴건지. 물론 둘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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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자 "
" 너는? "
" 난 내 방에서 자야지 "
" 아, 그렇지 "
오세훈이 한다는 설겆이를, 겨우겨우 뜯어 말리고 내가 설겆이를 했다. 오세훈이 나 때문에 요리까지 했는데 설겆이 까지는 시킬수 없어서.
나는 설겆이를 끝내고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 오세훈을 일으켰다. 그러자 오세훈이 졸린 눈으로 내가 자라는 곳으로 얌전히 걸어갔다. 나는 그런 오세훈의 뒷 모습을 보고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살짝 닫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오세훈이 우리집에서 자는건데, 왜이리 편안한건지. 나는 안방 문이 닫히는것을 듣고,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폈다. 그래도 명색이 고3인데, 공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대학은 가지 않을거다. 누구도 나에게 대학을 강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 띵동 '
내가 책상에 앉은지 4분도 채 안된거 같은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이 늦은밤에 올 사람이 누굴까 싶어 얼른 현관문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건 꽤나 취해보이는 얼굴의 아저씨였다.
" 애..기..고..삼..애....기.. "
" 아저씨? "
아저씨는 제 몸을 가누기 힘들다는 듯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나는 그런 아저씨를 걱정스레 쳐다 보았다. 아저씨는 나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리고는 술에 잔뜩 취해 엉켜버린 말투로 나를 불렀다. 이내 아저씨는 슬쩍 웃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나는 그런 아저씨를 보며 어쩔줄 몰랐다. 내가 아저씨를 업을 힘이 있는것도 아니고, 아저씨 집 비밀번호도 모르는..
" 뭐야? "
" 어? "
" 누구야 저 사람 "
" 아 그게.. 내 옆집에 이사온 분인데 "
" 근데? "
" 취하셨나봐. 안 깨는데? "
오세훈은 꽤나 놀란 얼굴로 아저씨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덕분에 나는 오세훈에게 아저씨를 소개할 수 밖에 없었고, 오세훈은 그런 내 말에 방금 내가 짓고 있던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살짝 고민하더니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저씨의 겨드랑이에 손을 쑥 넣고 자그마한 신음과 함께 아저씨를 들어 올렸다.
" 이 사람 어떻게 해? "
" 어..거실에서 재울까? "
" 뭐? 너는 무슨 남자를 그렇게 쉽게- "
" 너도 남자잖아 "
" 야 나는.. "
오세훈은 내 일리있는 대답에 할말이 없어 보였다. 오세훈은 고개를 이리저리 젓더니 나를 슬쩍 째려보고는 아저씨를 거실로 옮겼다. 나는 오세훈과 오세훈에게 거의 끌려 들어가는 아저씨를 보고 헛 웃음을 지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한 집에 두 남자라니, 말도 안돼. 나는 고개를 휘휘 젓고는 문을 닫았다.
한 집에 두 남자라니.. 상상만 해도 흐뭇하죠? ㅋㅋㅋㅋㅋ
요즘 고민이 있는데..ㅠㅠㅠㅠ제가 단편은 술술 잘 써지는데 장편은 왜이리 술술 안써지나 몰라요ㅠㅠㅠㅠㅠㅠ지금 옆집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굉장히 고민입니다..
혹시 다음편이 이렇게 전개되면 재밌을거같다 싶으신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댓글에 써주세요! 아이디어 없는 제가 꼭 참고 하겠습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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