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홉총] 밀회 0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b/3/db3c63de16f6aba2a9c795a489f6d7ff.gif)
밀회
密會
06
정국이 석진의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본디 주홍색을 좋아하여 방 안이 온통 붉고 따뜻한 빛깔로 치장되어 있는 태형과는 다르게, 석진의 방은 초록빛이 완연했다. 마치 숲 속에 발을 들여 놓은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채도를 다르게 한 짙고 옅은 초록빛들이 석진의 몸을 감싼 주홍 비단과 묘하게 어울렸다. 방 안을 휘 한번 둘러본 정국은 침대 옆에 놓여진 정갈한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윤기가 가만히 정국의 뒤에 와 섰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석진이 정국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옷차림을 정리한 후 앉았다.
「오랜만이구나, 네 방은.」
「그러하십니까.」
「여전히 질릴 만큼 푸르다. 눈이 아프구나.」
「푸른색은 아름다운 빛깔입니다.」
「그렇겠지, 네겐.」
정국이 자조했다. 황제의 쓴웃음을 가만히 지켜보던 석진이 탁자에 놓여진 차를 정국의 잔에 조용히 따랐다. 녹차였다. 중국에서 들여온 신기한 향이 나는 차도, 저 멀리 서역에서 들여왔다 한 독특한 향신료를 사용한 술도 석진은 싫어했다. 어디를 가나 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통의 맛을 지닌 녹차를 석진은 매우 사랑했다. 그 푸르름 속의 쌉싸름함이 목 뒤로 넘어가는 순간을 가장 사랑하였고. 정국이 웃었다. 이번에는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였다.
「또 녹차냐. 김태형이고 너고 어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를 않느냐. 김 씨 일가의 특징인가 보구나.」
「폐하 또한,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따박따박 말대꾸를 쳐대는 것 또한 변하지 않았고. 정국이 속으로 생각했다. 김 씨 형제는 정말이지 제게 한 마디를 지려 들지 않았다. 화를 낼 수 없을 만큼 공손한 말투로 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굴은 딱히 닮지 않았다 하나, 형제는 형제로군.
정국은 찻잔을 다 비우고 나서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석진 역시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황제가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몰래 행차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으나, 석진은 머리가 좋았다. 김태형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함부로 말을 꺼내기보다는 그저 황제가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는지 자기에게 먼저 한 마디 던져 주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황제와 제 아우는 어릴 적부터 갖은 일로 감정이 상하고는 하였다. 사실 대부분의 갈등은 황제가 원인이었고, 석진은 차이가 제법 나는 나이 탓에 어릴 적 황제와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독서하는 것을 즐겼다. 주로 씩씩거리며 제 아우의 뺨을 한 대 휘갈겨 버릴 기세인 황제를 어르고 달래는 것이 석진의 잔업이었다.
아무 말도 않고 서로를 은근히 견제하고 있는 날선 두 사람을 내려다본 윤기가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부채를 두어 번 살랑거렸다. 나라도 무언가 지껄여야지, 이 가시 돋친 기류를 어이하리오.
「태형 도련님은 어디를 가셨습니까?」
적막을 깨고 나긋이 울려퍼지는 하얀 목소리에 석진이 윤기를 슬쩍 쳐다보았다. 석진은 윤기를 그닥 마음에 들어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항상 들고 다니는 저 얼굴을 거의 가려 버린 부채도 싫었고 황실의 혈족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붉은빛의 비단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석진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것은 윤기의 새카만 눈동자였다. 맑았지만 의중을 알 수 없을 만큼 끝없이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자면 그 속으로 홀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싫었다.
「햇빛을 쬐고 싶다고 저자거리에 잠깐 나갔습니다. 끼니 시간이 되기 전 돌아오겠다 하였으니 곧 올 겁니다.」
「혼자 나가셨습니까?」
「아니오, 아이 하나와…」
「아이, 말이지요.」
그제야 석진은 황제가 이곳에 찾아온 연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연루된 일이군, 석진은 중얼거렸다. 석진의 잘생긴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대체 그 애를 애초에 집에 들이길 왜 들여서. 석진은 처음부터 호석이 꺼림칙했다. 다 해진 옷에 더러운 신, 말 그대로 거지꼴을 하고서도 묘하게 선이 고운 이목구비를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를 묘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태형이 호석을 지독히도 감싸고도는 것도 거슬렸다. 그 대가 없는 호의를 받아들이는 호석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히 저 아이 때문에 무엇이 되었건 일이 하나 터질 것 같더니, 황제라니. 석진의 콧잔등에 잔뜩 어린 구김살에 윤기가 살풋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명백히 자기를 놀리려는 듯한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석진이 윤기를 차갑게 올려다보았다. 윤기가 소리내어 쿡쿡 웃자 석진이 윤기에게로 향하였던 시선을 거두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입니다.」
「어이하여?」
「…여러모로 거슬립니다.」
「그 여러 모에 대해 내게 좀 말하여 주지 않겠느냐.」
윤기와의 대화에 정국이 불쑥 끼어들었다. 석진이 황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흰 편인 얼굴에, 새카만 머리카락. 숱이 있는 편인 곧은 눈썹에 동그랗고 선이 시원한 눈매, 전체적으로 동그랗고 선한 소년의 얼굴상이기는 하나 조금은 단단해져가는 골격과 두텁지만 매끄러운 콧날 때문인지 차가운 남자의 냄새 또한 풍기었다. 웃고 있는 입에서 지독한 호기심을 석진은 읽었다. 그리고 석진은 그 얼굴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에 대해서라면 저는 아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무엇이라도 좋다.」
「태형이가 제 생일날 동부승지의 몸종이었던 그 아이를 저희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시도 그 아이의 곁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어디를 가건 그 아이와 동행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그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몹시 아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말을 하기 전 석진이 잠깐 움칫거리는 것을 정국은 보았다.
「몹시 아낀다, 라.」
「예.」
「네가 그 아이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느냐.」
석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곳을 향하고 있던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까와는 달리, 황제의 얼굴에는 더 이상 미소가 번져 있지 않았다.
「그것을 왜 궁금해하시는지 감히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짐이 먼저 물었다.」
석진과 정국의 시선이 마주쳤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부리던 몸종을 굳이 필요치도 않은데 집에 들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뿐이냐.」
「…….」
「그것뿐이냐 물었다.」
「천한 것과 너무 허물없이 지내다 아우가 격식을 잃을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석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꾹 맞물려진 석진의 입술을 가만히 보고 있던 윤기가 또 한 번 부채를 살랑, 제 쪽을 향해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역시나 석진의 얼굴을 주시하던 정국이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차를 다시금 찻잔에 따랐다. 조금 식은 녹차를 단숨에 들이킨 정국이 찻잔을 탁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올려놓았다.
「…석진아.」
「예, 폐하.」
「너는 내게 왜 솔직해지지를 못하느냐.」
김석진은 항상 그랬다. 김태형은 대쪽 같이 올곧고 숨기려 드는 것 없이 제 모든 것을 솔직하게 나에게 방출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다른 사람이 지레 겁을 먹고 하지 못하는 간언을 김태형은 내게 해대었다. 그 점이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이었다. 반면 김석진은 제 모든 것을 감추려 했다. 숨기고 감추어 꽁꽁 싸매려 했다. 하지만 역시나 형제이기에 그 본질은 같아, 곧고 바른 김석진은 아무리 제 속을 숨기려 노력한다 한들 제대로 감추지를 못했다. 눈에서, 숨결에서 알 수 있었다. 지금 역시 그러했다.
「어느 안전이라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내가 바보인 것 같으냐.」
석진이 아랫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그것을 정국은 놓치지 않았다.
「너는 그 아이를 싫어하지 않아.」
「-폐하,」
「진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이유가 그것이 아니겠지.」
「…….」
「내 말이 틀렸느냐.」
*
남준이 헉 하고 숨을 들이키었다. 석진의 방 문에 발린 얇디 얇은 창호지는 달리 목소리를 숨기려 들지 않고 대화하는 세 사람의 말소리가 새어나오기에는 충분했고 남준은 그것들을 전부 제 귀에 담았다. 무언가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어 버린 기분에 빨리 자리를 떠 제 일을 하려 하였으나 또 그것이 막상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요 며칠 동안 석진이 호석에게 보여 왔던 모든 차갑고 경멸적인 태도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란 말인가. 그럼 도대체 그 사람의 진심은 뭐란 말이지. 남준의 머릿속이 조금씩 복잡해져 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신은 석진이 호석을 그냥 싫어하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이 집에 온 이후 호석과 태형에게만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그닥 김석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언뜻 언뜻, 태형과 호석 모두가 없을 때 홀로 하늘을 바라보거나 저택 안에 있는 자그만 호수 근처를 걷는 석진의 얼굴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본질이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이 집 사람들은 하여간 알 수가 없어….」
작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남준이 창호지에다 귀를 기울였을 즈음, 대문을 타고 넘어오는 자그만 소동이 남준의 귀를 자극했다. 태형과 호석이 마실을 나갔다 돌아온 것이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가 왜 그러는지 자기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남준이 다급하게 방문 앞에서 소리쳤다.
「도련님, 다녀오셨습니까!」
그와 동시에 안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던 말소리가 뚝하니 끊기었다. 왠지 모를 죄책감과 묘한 감정에 남준이 그 앞을 지나쳐 태형과 호석에게로 다가갔다. 응, 그래. 청소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남준아, 나 이거 너 주려고 샀다. 해실해실 웃으며 호석이 건네는 따듯한 인절미를 받아든 남준이 웃었다. 그리고 석진의 방 문이 열렸고, 그 새로 붉은 천이 나풀거리며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태형의 풀어졌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태형아.」
「…폐하?」
「오랜만이구나.」
안녕, 내 님들.
아, 나 너무 늦었죠.
황금 연휴라 글 많이 써야지 했는데ㅠㅠ
밀회도 못 올릴 뻔한 걸 간신히 짬 내서 쓴 거라ㅠㅠㅠ
글이 이상하게 써진 걸 보여드리게 돼서 너무너무 미안해요.
요즘 되게 바쁘다.. 수행평가철인데다 이제 시험기간ㅠㅠ
독자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으아, 일단, 내가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글을 못 쓸 것 같네..
우리 학교는 시험이 27일부터예요. 그러니까 이제 이 주일하고 조금 더 남은 거지.
시험기간이 가까워온데다 몰아치는 수행평가 때문에 밀회 한 편 완성하기가 힘들어졌어요ㅠㅠ
시험은 7월 3일에 끝나요. 아 2일이던가? 아무튼 그때.
그래서 그 주 주말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밀회는 연재를 못 하겠지만, 독방에 가끔 조각글 쓰러 오거나 사담톡은 느리지만 간간히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완전 잠수는 아니에요. 그걸로라도 위로해줘요ㅠㅠ
나 이해해줄 수 있..겠죠? ㅠ^ㅠ 아 진짜로, 내가 너무 미안해요. 늘 기다려주시는데..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내 님들, 항상 고맙고 미안해. 사랑해 진짜.
밀회 다음 편은, 한 달 이따 만나요. 흑흑.
+) 그러고 보니 내가 밀회 연재한 지도 두 달 다 돼가는 거 알아요?
시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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