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촉촉이 2
'잘 썼어' 조금은 들뜬 목소리와 함께 호원의 책상 위로 물기 서린 물병이 툭 얹어졌다. 멍하니 바라보던 노트 위에서 시선을 뗀 호원이 동우를 올려다 본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쫄딱 젖은 채로 저를 쳐다보며 헤실헤실 바보처럼 웃는 얼굴이 조금은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아랫배가 뻐근해진 호원이 다시금 노트로 시선을 옮긴 채로 고개를 작게 끄덕. 동우의 이맛살이 조금 찌푸려졌다. 무시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깟 일로 붉으락 푸르락 화내는 것이 조금은 쪼잔한 놈처럼 보일 것 같아 그냥 뒤돌아섰다. 고물 스피커가 찢어질듯한 소리로 수업종을 울렸다. 동우는 무시한채 뒷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쪼끄만 여자애가 '동우야!' 애교 넘치는 하이톤으로 동우를 부르며 보송보송해보이는 수건을 내밀었다.
얘가 누구더라?
"남친, 왤케 쫄딱 젖었어! 얼른 받어."
".."
"감기 들겠다.. 으구!"
아, 맞다. 여자친구. 동우가 가만히 수건을 받아 들어 젖은 머리를 털었다. 태생이 동성애자인 동우였지만 어찌 감히 학교에서, 그것도 일진 우두머리가, 게이라는 걸 당당히 밝힐 수 있을까. 지금 제 위치를 꽤나 즐기고 있던 동우였기에 그 자리에서 내려와 '게이' 타이틀을 박은 '빵셔틀'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굳이 게이임을 밝히지도, 그렇다고 여자를 사귀지도 않은 채, 고백 따위가 들어오면 거절해가며 나름대로의 적정 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작은 위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오게 되었으니, 며칠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새끼는 고백마다 뻥뻥 차고 지랄이냐, 복을 걷어찬다, 좋아하는 년도 없단다. 동우의 연애사로 흘러간 대화 주제가 깊어져 한 놈의 입에서 '이새끼 게이 아냐?' 하는 농담이 뱉어져 나왔고 나머지 놈들은 낄낄대며 동우한테 진짜냐? 진짜냐? 따위의 장난을 걸어댔다. 농담임을 알고 있었지만 괜히 긴장한 동우의 등 뒤로 땀이 한줄기 흘렀다. 동우가 입술 껍질을 이로 뜯으며 알코올에 취해 더뎌진 머리를 굴리는 동안 친구놈들은 어 새끼 왜 대답 못해? 라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낄낄대기 바빴고 다급해진 동우는 '지랄 마 새끼들아' 하며 제 옆에서 하이톤으로 깔깔 웃고 있는 여자애 한명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나 얘 좋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여자애의 웃음이 뚝, 멈추더니 시뻘개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나두 동우 좋아하는데에..' 하는 병신같은 소릴 했다. 사귀라고 부추기는 주윗놈들의 설레발에 동우는 튀어나올 뻔한 욕을 꿀꺽 삼키며 어거지로 사귀자는 말을 했고 여자애는 빨개진 얼굴을 두손으로 감싼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뒤로 시도 때도 없이 '안뇽 남친!'하는 토나오는 애교를 시도하며 동우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여자애는 동우의 인내심을 벅벅 긁기 충분했으나, 동우는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웃어줘야만 했다. 이건 존잘남에게 내가 받고 싶은 행위라고! 동우의 속사정은 어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수건으로 대강 물기를 닦아낸 동우가 수건을 다시 돌려주며 '고마워'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며 살짝 웃어주자 여자애가 '그럼 뽀뽀!' 며칠 전부터 자꾸만 시도하는 스킨십이었다. '며칠이나 됐다고.. 교실가서 톡할게' 동우가 손을 휘휘 저으며 등을 돌리자 여자애는 입을 쭈욱 내밀고 흥흥 거리다 교실로 쿵쿵, 뛰어간다.
여하튼, 동우에게 호원은 조금 신선한 존재임은 틀림 없었다.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저런 애가 우리 반에 있는 줄 몰랐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여타 아이들과는 달랐다. 아, 얼마 전 케이블 드라마에 나왔던 비밀소년인지 게이소년인지 하는 강준희와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사실은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분위기만큼은 그랬다. 게이끼리는 눈만 마주쳐도 아 이새끼 게이구나, 감이 온다던데.. 맞나? 동우가 헷갈리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려 수업 내용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동우가 뒷문으로 나간 후부터 다시 들어오기 전까지 호원의 머릿속은 싱숭생숭 엇갈렸다. 입학 첫날 봤던 장동우는 심히 줄인 바지통때문에 피가 안통해 다리가 저릴 것 같은 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그건 요 몇 시간 전까지도 유효한 말이었다. 그 찰나에 '촉촉이'로 바뀔 줄을 누가 알았을까. 촉촉이, 촉촉한 장동우. 괜히 오글거리면서 등 언저리가 간질거리는 기분에 호원이 몸을 조금 비틀었다. 수업은 안 듣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머리를 벅벅 긁다가, 휙 엎어져 자다가. 한시도 가만히 못 있고 꿈틀거리는 장동우의 뒷통수를 쓰다듬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미쳤군, 살짝 도리질을 한 호원이 밀린 필기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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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ㅏㅏㅏㅏㅏ 동우 여친 얘기를 저렇게 길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태반이 저얘기네요 글이 너무 뭉쳐져 있어서 보기 힘드시면 말해주세요ㅜ 수정해볼게요 짧아서 죄송하미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미쳤나봐요 안자고!!! 잘자요 굿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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