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루 침체된 발악은 재난물에 속하진 않을 정도고 그냥 좀 어두운 그런 픽인 것 같습니다
별로 잔인하게 묘사 안 한 것 같으니 그냥 봐도 괜찮으실 겁니다..... 네!
오랜만에 쓰는 세루 픽이네요 필명도 바꿨습니다 저를 기억하시는 분도 없겠지만 뭐.. 새 시작!
[세훈루한] 침체된 발악 A |
침체된 발악 作.밀레니엄
별이 밝게 빛나는 현재의 밤은 어두웠다, 입술이 텄고 자꾸 그것이 마르는 느낌이 거북스러워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갈수록 쩍쩍 벌어지는 느낌과 함께 고통이 느껴졌다. 그것은 미약했다. 찬 바람이 내 양 볼에 맞닿아 스쳐지나간다. 곧 이 바람들은 붉은 벽돌로 높에 쌓아올려진 집 담에 의해 사라짐을 맞는다. 바람은 늘 불어오고, 어딘가에 부딪히고 어디선가 다시 생긴다. 이러한 바람들은 늘 나를 스쳐지나갔으며, 지금 역시 나를 스쳐지나갔다. 바람은 냄새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사람이 죽은 듯이 고요한 이 밤 도시에서 사람의 체향을 운반해온다. 나는 그런 바람을 좇기 위해 언제나 바람을 마주하며 버텼고, 바람이 소멸 속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마저 바람과 함께했다. 얼어붙은 이 밤의 도시에서, 방금 나에게 불어와 내 볼을 스쳤던 그 바람은, 내게 인간의 냄새를 운반해주었다. 바람이 일러주는 방향은 거짓을 내비추지 않았다.
날씨는 쌀쌀한데 겉옷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서 몸이 시려온다. 하지만 몸에 무언가를 싣고 있으면 그만큼 내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어깨에 실리는 그 짐들이 싫었다. 추위를 잘 타지 않게 된 것도 타고난 체질이라기보다는, 후천적으로 생긴 것일 것이다. 아마 어깨가 무거운 것을 싫어하는 내 체질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내 어깨에 자주 짐들이 실렸다. 그리고, 그 짐들을 나는 미워하지 않는다. 저벅이는 발 소리가 낮게 이 바닥을 끌었다. 바람은 또 다시 내게 그 냄새를 불어주고 소멸되었다. 나는 옳은 길을 걷는 구나, 그 냄새는 아까와 한결 같았고 조금은 더, 진해져 있었다. 나는 직감이라는 게 발달해 있었다. 바람은 그것을 도왔다. 푹 눌러 쓴 검은색 모자를 조금 더 내렸다. 눈이 예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검은색 청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다른 한 손은 검은색 캐리어를 끌었다. 드르륵 거리는 그 소리, 비포장 도로에 울리는 이 캐리어 바퀴 소리와 내 발 소리가 울렸다. 백열등으로 수놓인 주택가는 갈색 빛으로 시선을 밝혀주었다. 그마저도 완전히 밝은 것이 아니라 눅눅하고 더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불쾌한 적갈색의 조명과 좁은 주택가 골목길 비포장 도로, 검은색 캐리어와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지도가 되어주는 온전한 바람. 바람은 다시 한 번 불어왔다. 향이 짙어져 있었다. 나의 입꼬리 끝은 서서히 말려올라갔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가면.
“…찾았다.”
사람이 없는 죽은 듯한 공간에 서 있어도 사람은 어디선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들은 나의 감, 직감과 바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내가 찾았다고 외친 안 그래도 좁은 골목길에 가짓길로 난 더 좁은 골목길, 그리고 그 골목길 높은 담에 기대어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던 여성은 나의 말에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눈이, 예쁘다. 그만큼 예쁘진 않지만, 많이, 예쁘다. 저것이 화장으로 인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여자는 온 몸을 검은색 옷으로 차려입은 나를 보며 무언가 불안한 듯 기대있던 몸을 일으켰다. 나는 여전히 그 여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나를 보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칠까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는 듯 하였다. 왜, 나를 못 봐. 나를 봐. 그 예쁜 눈으로, 나를 봐.
“…….” “…….”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던 나는, 캐리어를 잠시 손에서 놓고 발을 떼었다. 여자는 흠칫하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여자의 두 손은 떨리고 있었으며,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급하게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서서히 여자에게 다가가자 발발발 떨리던 여자의 손, 아니 여자의 몸은 결국 핸드폰을 온전히 잡고 있지 못하고 핸드폰을 비포장 된 골목길 위로 떨구어버렸다. 떨어진 핸드폰의 액정이 나간 듯 했다, 비싸 보였지만 그것은 내가 상관할 부분이 아니었다. 여자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여자는 겁을 먹은 듯 계속 해서 뒤로 향할 뿐이었다. 왜, 도망가. 그냥, 나를 봐. 여자는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하고는 뛰어 도망가려는 지 몸을 돌렸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어디를, 가. 여자의 어깨를 잡고 다시 돌렸다. 여자는 공포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표정 지으니까, 안 예쁘잖아. 좀, 웃지. 여자는 급기야 몸부림을 쳐대기 시작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눈이 예뻐서 다행이다. 목소리는 듣기 싫었다. 여자는 결국 나를 때리고 힘으로 밀어내더니 내게서 벗어났다. 한숨이 나왔다. 여자는, 고분고분할 줄 알았더니. 여자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팔꿈치로 등 뒤의 급소를 가격했다. 여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쓰러진 여자의 다리가 가냘퍼 보였다. 이 추운 날씨에, 자켓 하나와 풍성한 치마를 입은 여자는 나 못지않게 추웠을 텐데. 이 추위를 버티는 여자들은 선천적인 영향이겠지, 나만큼 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짐을 진다. 여자를 들쳐 매고는 저기 있는 나의 검은색 캐리어를 향해 걸음했다. 캐리어는 크다, 아마도 이 정도의 여자를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작게 웃었다. 더 이상 이 공간에서 사람 냄새는 나지 않았다. 바람도, 사람 냄새를 실어다 주지 않았다. 나는 캐리어 앞에 와서 여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캐리어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여자를 곱게 접어 넣었다. 여자는, 작아서 좋았다. 머리 부분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억지로 쑤셔 넣으니 결국 들어갔다. 나는 모자를 한 번 벗었다가 다시 썼다. 밤은 여전히 추웠다. 캐리어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끌었다. 나는 돌아간다. 돌아, 간다.
네가 있는, 집을 향해 간다.
나올 때와 달리 캐리어는 묵직해져 있었다.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어 휘파람을 불으며 적갈색의 조명이 불쾌한,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그런대로 매혹적인, 이 주택가 비포장 골목길을 돌아간다. 바람은 사람 냄새를 실어주는 대신 시원하게 내 양 볼에 닿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그 방향을 따라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은 언제나 나와 함께해 주었다. 다시 이 주택가는 적막으로 잠식되었다. 이러한 고요함은, 누군가에게는 불안함을 누군가에게는 안정감을 준다. 현재 나는 이러한 적막감 속에 나와있는 사람들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눈이 조금 예뻤던 그 여자를 캐리어에 싣고 돌아가고 있었다. 이 주택가는 미로 같이 길이 구불구불했다. 아마도, 저 멀리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아주 징그러울 정도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주택가 끝 어딘가에 있을, 네가 있을, 집을 향해 걸어간다. 길을 잘 모르는 내가 돌아가는 방법은 늘 바람이었다. 나는 갈 때도, 올 때도 바람과 함께했다.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한 것이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대로, 나의 특출난 직감이 향하는 대로 걷다보니 익숙한 골목길이 드러났다. 이 길을 따라서 좀 더 깊숙히 올라가면, 네가 있다. 루한, 잠자코 앉아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네가 있다. 루한, 나는 너를, 너를 위해. ……. 집 앞에 도착했다. 캐리어는 여전히 무거웠다. 그 여자가 깨었을 지 안 깨었을 지. 나는 집 앞에서 조용히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루한. 다른 집들과 조금은 더 떨어져 있는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주택가를 내려다 보는, 다른 주택과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이 집에는 네가 있다. 이 곳은 저 밑 주택가와 다르게 조명이 하나도 있지 않았다. 가로등의 필요성도 사실 없었다. 나는 캐리어를 들고 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은 적막이었다. 옛 주인이 남겨 놓고 간 개 집과 개 밥 그릇. 잔치된 그것들은 나도 루한도 치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집 문을 열었다. 갸르릉거리는 숨 소리가 들렸다. 루한, 아직 살아있구나.
“루한.” “…….” “눈, 불편한 것 같던데.” “…….” “새 거 가져왔어.”
꽤 예쁜 눈이야, 너도 만족할 걸. 집 안으로 검은색 캐리어를 들였다. 그리고 불을 키려고 스위치를 향해 손을 뻗어 벽을 더듬거렸다. 탁―. 그 소리와 함께 집 안에 조명이 들었다. 나는 검은색 캐리어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깊숙히, 저 안으로 당도하면 네가 있을 것이다, 루한. 저 방문을 열면, 네가 있을 것이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그 방문 앞에 섰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루한의 이런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참 힘들었다. 문고리를 잡았다. 갸르릉거리는 숨소리는 미약했다. 돌렸다. 딸깍 소리가 났다, 이 문을 열면….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방 문을 엶과 동시에 눈을 떴다.
…살아 있으면, 다행이야.
“루한….” “…….” “루, 잘 있었지?”
그렇게 묻는 세훈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루한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세훈은 벽을 더듬더니 불을 켰다. 켜진 불은 조금 탁했지만 루한의 모습을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갸르릉 거리는 숨소리가 여전히 그 방 안을 낮게 메웠다. 루한의 다리는 여전히 벽에 고정되어 있는 쇠 기둥과 연결되어 있었고 서 있는 세훈을 바라보는 루한의 눈빛 역시 세훈에게로 향해있었다. 일말의 증오도 고통도 애정도 없이, 그저 무언가를 애타게 갈구하다가 잠시 멈춘 그런 표정. 멍하게 세훈을 바라보던 루한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짐승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는 루한은 자신의 앞에 있던 무언가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 무언가의 냄새는 역했으며, 바닥에는 알 수 없는 진물 혹은 살즙이나 피가 흘러 있었다. 역한 냄새였지만 세훈은 그저 말 없이 루한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고 루한은 그 무언가를 고개로 휘적여 뭔가를 뜯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입 안에 넣어 우물댔고, 세훈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세훈은 자세를 낮췄다. 루한과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이다. 맛있어 루한? 세훈은 그렇게 물었다. 루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그것에 열중했다.
세훈은 그것을 마냥 바라 보고 있다가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캐리어에서 여자를 꺼냈다. 캐리어를 열고 옆으로 기울이니 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접힌 그 상태 그대로 나왔다. 세훈은 여자의 손목 발목을 하얀 줄로 묶었다. 튼튼한 줄이었고, 세훈은 익숙하다는 듯이 매듭지었다. 세훈의 손이 조금 텄다. 그리고는 여자를 거실 벽에 기대어 놓았다. 언제 깨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깨어나면 그 듣기 싫은 목소리로 빽빽일 것이다. 세훈은 마지막으로 여자의 눈 위로 안대를 씌워주었다. 예쁜 눈인데, 루한에게도 어울릴 거야. 세훈은 그리고 루한의 방문을 다시 열었다. 루한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지만, 세훈은 점점 이러한 루한에게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되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세훈이 사랑하는 루한이었으니까.
“루한….” “…….” “…예전의 루한은 지금보다 예뻤는데.”
세훈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떨렸다. 루한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한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어렵게 피부 톤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많았으며 양쪽 눈은 균형을 잃었고 그의 왼손은 여성의 것 같이 가냘펐다. 마치 헝겊 인형처럼 여러 사람의 일부를 덕지덕지 붙여 만든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루한 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 눈은 아주 맑게 빛이 나고 있었고, 그것이 향하는 시선의 끝에는 그 역겨운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은 무언가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루한이 우물 거리고 있던 그 무언가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손가락 다섯 개가 멀쩡하게 붙어 있었고 육즙이 흐르고 살이 더러워져 있지만 피부색은 인간의 것이 맞았다. 그러니까, 루한이 지금 먹고 있는 것은 인간, 이었으며. 세훈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었다. 이 공간에는 무언가 어긋났다.
루한의 몸은 완벽히 루한의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루한은 지금 인간을 먹고 있다.
세훈은 그것을 보고 있다. 루한의 발에 묶인 사슬과 그것이 연결된 쇠기둥, 세훈은 그 기둥을 한 번 보고 루한을 한 번 번갈아보더니 루한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세훈에게는 역시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나른했다. 루한의 눈빛은 나른했는데, 세훈의 눈빛은 나른하면서도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세훈의 귀에 여자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높게 소리를 지르며 세훈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리고 루한은 여자의 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고 거칠게 그 인간, 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뜯어냈다. 세훈은 다시 여자가 있는 거실로 향했다. 몸부림 치고 있는 여자는 어딘가 퓨즈가 끊긴 듯 미쳐 있는 듯 했다. 세훈은 여자의 앞에 가 다리를 쭈그리고 앉았다. 세훈은 무심한 눈으로 그녀의 몸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악! 풀어줘, 누구야…, 여긴 어디야. 제발…. 제발!” “…거 되게 시끄럽네.” “누구야, 누구야 날 왜 끌고 왔어! 왜!” “좀 닥치고 있어.”
그리고 여자는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가, 세훈의 말에 묻어 있는 강압에 입을 꾹 다물었다. 앙 다문 그녀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세훈은 그녀의 안대를 풀어주었다. 조심스럽게 안대를 내린 세훈은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여자는 바로 시선을 내리 깔았지만 세훈은 여전히 여자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계속 자신의 시선을 피하자 세훈은 여자의 턱을 잡아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하였다. 그렇게, 억지로 세훈과 마주친 여자는 바들바들 떨며 세훈의 시선을 빗겨 나가기 위해 눈을 감으려고 했다. 하지만 세훈은 눈, 떠. 하고 강압적인 말을 하고는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억세게 잡고 있던 여자의 턱을 놓아주며 작게 웃었다. 눈이, 예쁜 건 좋네. 세훈은 그렇게 작게 중얼 거렸다. 근데 소리는 좀 지르지 마, 루한이 놀라거든, 듣기도 싫고. 그리고 세훈은 어디론가 걸음했다. 여자는 세훈의 등 뒤로 시선을 좇아 보냈지만, 이내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네 눈은.” “…….” “아마도 루한에게 기증될 거야.”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 세훈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이것은 세훈이 자신 앞에 가까이 서 있다는 소리. 여자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라며 울먹임 섞인 목소리로 빌었고, 세훈은 들은 체도 안 한체 그녀의 팔을 걷어 올렸다. 그러게, 이 밤 중에 왜 나와 있었어. 나는 좋았지만. 여자는 세훈의 손을 쳐내려고 손을 뒤로 뺏지만 그것은 아주 역부족인 짓이었다. 세훈의 악력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팔에 무언가 놓이는 그 느낌을 그냥 느껴야 했다. 세훈은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주사기를 들고 와 그녀에게 주입했다. 아마도 마취제이겠지. 이제 이것을 루한에게도 주입시켜야 하는 구나. 세훈은 그녀를 자신의 어깨 위에 짊어졌다. 요즘 들어, 세훈은 짐을 자주 진다. 그리고 세훈은 루한이 있는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의 불을 켰다. 새하얀 형광등이 들어왔다. 유독 이 방은 새하얀 느낌이 강했다. 그 곳에는 차가운 수술대, 라기 보다는 그냥 쇠 테이블이라고 보는 게 나을 테이블들이 있었다. 세훈은 그 위로 여자를 눕혔다.
그리고 세훈은 걸음을 옮겨 주방 테이블 위에서 주사기 한 개를 더 꺼내 들고 테이블 위에 있던 열쇠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세훈은 루한의 방으로 향했다. 세훈의 걸음은 언제나 무거워 보였다. 세훈은 그렇게 루한의 방 문 앞에서, 다시 한 번 그런 기괴한 모습의 루한을 바라보았다. 루한은 아직도 인간으로 추정되는 그것을 우물 거리고 있었다. 세훈은 루한에게 다가갔다. 세훈은 루한에게 늘 그렇듯 머리칼을 만지기 위해 다가가듯 손을 내밀었다. 루한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훈은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것을 루한이 눈치 채기 전까지의 그 짧은 찰나에 루한의 목에 주사를 주입했다. 이것도 몇 번째인지 세훈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루한은 푹 쓰러졌다. 다행이도 인간으로 추정되는 그것이 있는 곳으로 고꾸라지진 않았다. 뇌수와 육즙들과 피들이 묻은 루한을 씻기는 것도 일이기 때문이다. 세훈은 열쇠로 사슬을 묶은 자물쇠를 풀고는 루한을 부축해 그 방으로 향했다. 세훈은 한 번 더 짐을 졌다. 루한 역시도 그 쇠 테이블 위에 눕혀졌다. 두 명이 테이블 위에 누워 있었다. 세훈은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손을 청결히 한다며 주방 싱크대에 가서 깨끗히 씻었으며, 위생 장갑도 꼈도 알코올로 소독된 수술 도구들도 꺼냈다. 어시스트 없이 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이런 멸균이 확실치 않은 공간에서는. 하지만 세훈은 메스를 꺼내 들고 여자의 옆에 섰다.
루한은 사람이 아니니까, 무엇이 어떻게 흐르던 세균이 들어가던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이 여자는 내가 지키고 싶은 존재가 아니니 상관이 없다. 나는, 루한을 지키기 위해 이 공간에 서 있는 것이다. 루한에게 좀 더 나은 눈을 주기 위해서 나는 지금 수술대 앞에 섰다. 메스를 든 손은 언제나 떨렸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루한, 루한을 위해 나는 오늘도 메스를 들었어. 마취가 깨기 전에 이 여자의 눈을 루한에게 이식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메스를 가져다 댄다. 설계는 이미 머리 속으로 끝났다. 루한, 제발 그 눈으로 나를 봐줘. 내가 지금 너에게 주는 눈으로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봐줘.
주택가의 깊은 어느 집 안의 밤은 길었다.
전에 한 번 마쳤던 수술이라 눈을 루한에게 이식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자의 형체를 바라보자 구역질이 나왔다. 루한이 먹는 그 시체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저 형체를 한 여자는 내가 한 짓이라니 조금 역겨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루한의 눈의 형태는 전보다 나아져 있었다. 이 여자의 눈이 전에 루한의 안면 한 부분을 차지한 그 눈보다 더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루한은 여전히 수술대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여자는 아마 죽었을 것이다. 괜찮다. 어차피, 루한에게 던져 줄 밥이었다. 루한이 먹던 그 인간도 거의 다 먹은 것 같으니, 적절했다. 나는 피가 묻고 더럽고 역겨운 것이 엉킨 위생 장갑을 벗어냈다. 그리고, 루한을 들어 다시 그 방에 가져다 놓았다. 역시 사슬로 묶어 자물쇠로 잠갔다. 아무리, 아무리 나의 루한이라도 위험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루한이 이 집을 벗어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 두 가지 모두 두려워하는 겁쟁이였다. 그리고 그 여자는 여전히 수술대 위에 올려두었다. 수술복을 벗어내고 나는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욕실로 향했다. 나는 오늘도, 비인간적인 일 하나를, 인간이 아닌 루한을 위해 해냈다. 나는, 날이 갈 수록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루한은 괴물이 아니니까, 내가 괴물일 것이다. 헝겊 인형 같이 점점 바래지는 것 같은 루한의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런 루한이라도 내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루한, 이런 나의 행동들을 알아 줄 수 있니. 물론, 그것까지 루한에게 바라지는 않는다.
밝고 하얬던, 수술을 위해 특별히 더 하얬던 그 방의 형광등을 껐다. 완벽한 어둠으로 뒤덮힌 그 곳의 방문을 닫았다. 저 안에서는 아마 한쪽 눈이 없는 역겨운 여자가 있을 것이다. 다리도 말랐던 여자이지만, 루한의 두 다리는 온전했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욕심을 두지 않았다. 루한은 루한 그 자체가 매우 아름다웠다. 저 여자의 눈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루한 본연의 그 눈만큼 아름답지는 못했다. 나는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루한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으나, 그것이 불가했다.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분노가 차오른다. 씨발 놈의 대한민국, 의학과 과학에 미쳐가는 세상. 나는 그것이 아주 불만스러웠다. 치매나 암에 대한, 뇌에 대한 연구 논문이나 쓰게 하던가. 나는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루한은 아마도 곧 있으면 깰 것이다. 아무 말도 못하는 루한이지만 나는 그와 소통하는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나 혼자 느끼는 것이겠지만, 루한과의 소통은 늘 내게 안식처와도 같았다.
밤이 지나간다, 아침이 밝아 올 시간이다. 루한의 방 안에 블라인드를 쳤었던가, 나는 루한의 방 안으로 들어가 블라인드를 쳐 주고 잠든 루한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해가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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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사담 |
아마 이 팬픽은 중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한 플롯을 짜두지 않아 연재 텀은 부정확 할 것 같아요ㅠㅠ 플롯도 짜지 않고 쓰는 이 멍청한....... 학생 징어인 탓도 있고요 그래서 부족한 점도 많아요 이러한 세루 처음 써 보는데 손이 고자손인지라 망뇌 망손......
홈과 글잡에서 동시연재 됩니다 아까 쓰다가 자꾸 복붙이 이상하게 되어서 사담 길게 쓴 걸 날렸어요...... 눈물이 나네요 어차피 안 읽으시겠지만 ㅠㅠ
암호닉은 늘 신청 받고 있습니다! 해주시면 저야 좋죠.......
제가 늘 글잡에서 쿠크가 깨졌었는데ㅜㅜ 독방 징어들한테 제목 추천 받았어요 징어들 고마워.......
아무튼 그래서 저는 이런 망손....... 어제부터 쓴 건데 용량 참 ㅋ이죠? 막 30kb씩 쓰는데 제가 너무 무능력해서 그게 안 되네요........ 그래도 10kb는 완성해 올게요 이번 건 15kb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 밀레니엄이었습니다 어우 끝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하지?!?!?!?............
배경 흑지로 바꾸다가 날려서 이번엔 기본 배경이다. 백지. 그리고 내용 조금 클리셰입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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