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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이네요 같은 처지의 학생 징어분들 모두 화이팅

시험이라고 연재가 느려졌지만 저 기억하세요?

이거 편이 너무 길어져서 당황했어요 저 아무튼....... 침악 잘 즐겨주세요

침악 다 쓰고 콜라캔병 쓰고 저는 싸이코물 쓸 건데 필력이 딸려서 어떡해요 엉엉

 

 

 

 


침체된 발악

침체된 발악

作.밀레니엄

 

 

 

 

아침이 밝았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나타내주는 시계가 다였다. 내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시간은 9시 21분. 안정적인 시간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를 덮고 있던 이불이 스르르 풀려 내려 바닥으로 추락했다. 주황색 털의 고양이는 여전히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 들어 있었다. 아무런 빛이 들어오지 않는 나의 방은 깊은 밤처럼 어두웠다. 문학 책에서는 늘 아침이 밝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연구소 내부에 켜져 있는 불들이 밝았다. 햇살이 밝다는 말은 과학책에서 접하기도 힘들었고, 연구소 내에서도 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과학책을 많이 읽었고, 연구소 내부에서만 있었다. 햇살은 소장실에 쳐져있는 블라인드에서 새어나오던 그 소량의 빛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방 안의 불을 켰다. 아침을 표현하는 것처럼 밝은 형광등이 켜졌다. 그리고 나는 옷장에서 옷을 꺼냈다. 나의 옷장에는 연구원들이 입는 가운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 내 어깨에 올려지는 것을 싫어했다. 나를 억압하고 짓누르는 그런 것이 싫었다. 나는 그 옷들을 들고 내 방에 연결되어 있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는 독방을 쓰며, 샤워실도 혼자 쓴다. 그래서 홀로가 편한 건지, 홀로가 편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장님은 내게 이 방을 주셨다. 샤워실로 들어가 나는 입고 있던 츄리닝을 벗었다. 아무것도 나의 몸을 억압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샤워기의 물줄기가 나의 몸을 적셨다.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정장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젖은 머리칼 위에 수건을 올려놓고 털며 샤워실에서 나와 드라이기를 들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침대에 앉아서 머리를 말렸다. 샤워하는 사이에 주황색 털의 고양이, 루한이 오렌지라고 했던 고양이는 잠에서 깬 건지 내 옆으로 와 있었다. 씻겨줘야 하는데, 귀찮은 일은 뒤로 미루게 되었다. 고양이 털을 쓸어주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연구소 아이덴티티 카드를 목에 걸었다. 딱히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나 연구 논문은 없었지만, 초소형 카메라 연구 이후로 격식을 갖춘 복장과 아침 기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오늘은 기억 공유 장치 실험 이론 설명을 하는 것을 들으러 간다. 실험 과정을 모두 볼 수 있게 해준 소장님의 권한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나가기 전에 샤워실 앞에 있는 거울에서 현재 내 상태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는 문 앞으로 걸어가 그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그 문고리의 느낌에 손이 시렸다, 그리고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정 없이 하얀 연구소 복도가 보였다. 나는 그 길을 걸어야 한다. 19살에게는 어쩌면 창백하다 못해 불쌍할 정도로 새하얀 그 복도를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걸을 수 있다. 나는 이미 열아홉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서 겪었던 것들은 열아홉의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열아홉이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열아홉을 건너서 나는 스물이었다.

 

연구소 복도에는 시계가 없었다, 이론 설명에 늦을 것 같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걸음을 재촉해서 계단에 섰다. 루한을 처음 보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리고 처음 루한에게 느꼈던 희미했던 감정들이 생각이 났다. 루한에게 느꼈던 알 수 없는 그 감정들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하지만 이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해갔다. 기억 공유 장치 실험, 누군가에게 나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내 기억을 공유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밖에 나가 본 적도 없는 이의 기억에는 뭐가 있으리라 공유 받겠는가. 구태여 공유 받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나의 과학 실험 관찰 기억을 공유 받고 싶어할 것이다. 많은 경험을 원하는 과학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기억을 쓸데없는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밖을 많이 경험한 사람의 기억을 공유 받고 싶었다. 그리고, 루한의 기억을 공유 받고 싶었다. 루한의 모든 것을 내가 알고 싶었다.

 

복도에는 창문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에도 창문은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서 이론 설명이 이루어질 곳을 찾는다. 원래 참여 연구원들끼리 하는 것이라 큰 방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간단한 작은 회의실들로 사용되는 2층에서 나는 문 앞에 쓰여져 있을 기억 공유 장치라는 문구를 찾아 걸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찾을 수 있었다, A205, 나는 그곳의 문고리를 잡았다. 내 방 문고리와 같이 차가운 느낌이 짙게 났다. 나는 그 문고리를 돌리고 들어갔다. 무엇을 말하고 있던 것인지 보드 앞에서 흰색 가운을 입고 있던 연구원이 마카를 들고 보드에 무언가를 적다 말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실험 참여 연구진들도 나를 보았다. 갑작스레 나에게 쏠린 시선에 괜히 민망해져 헛기침을 하고 가운데 놓여있는 테이블 맨 뒤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모두는 다시 보드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 한 명은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루한? 루한이 있었다. 루한은 나를 보고 생긋 웃으며 손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멍하니 그의 인사를 보았다. 그리고 루한도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렇게 멍한 상태로 루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론 설명들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뇌에 강한 자극을 주어…, …현재까지 성립된 이론 중…, 부분과 부분일 뿐인 이론들이 스쳐지나갔고 나의 모든 감각들은 루한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루한을 쳐다보다가 문득 든 생각에 시계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회의실 내부에도 시계는 없었다.

 

그렇게 이론 설명을 다 듣고, 나가도 좋다는 말이 떨어졌을 때 연구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루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연구원 중 한 명이 내게 지나가게 자리를 비켜달라는 말을 건네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이론을 생각하려고 하며 자리서 일어났다. 그리고 루한은 내 옆으로 걸어 와 섰다. 루한은 나를 보고 작게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도 멍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루한은 내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내게 말을 해주었다. 그렇게, 기억한다.

 

―세훈, 여긴 왜 왔어?

―…이론 들으려고.

―내가 이번에 참여하는 프로젝트야. 근데 가상으로만 만든다고 했다.

 

여전히 루한의 한국어는 서툴렀다, 의미만 통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루한은 내게 그렇게 말하며, 나의 팔을 잡고 이끌어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연구소 복도는 하얬고 루한은 파스텔 톤이었다. 루한은 제 손목에 있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시간을 말해주었다. 아직 오전이네, 세훈 다음 스케줄 있어? 루한은 그렇게 내게 물었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저 실험하는 것을 보고, 루한과 함께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잠이나 날 생각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고 대답했고, 루한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크게 웃어주었다. 나는 루한을 따라 작게 웃었다. 이 웃음이 루한에게도 웃음으로 보일지 나는 모르겠지만, 내 나름 웃어보였다.

 

―그럼, 밖에 나가자.

―…밖에?

 

나는 외부와 접촉한 기억이 없다. 나는 철저히 연구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 세훈이랑 나가 보고 싶어.

―…나랑?

 

두려움이 앞섰다. 연구소 밖에 꽃 예쁘게 폈어, 라며 루한은 나를 재촉했다. 루한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을 더 보고싶었다. 꽃이라, 꽃은 생물책에서 본 적이 많다. 그것이 예쁘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딱딱하게 그 구조를 알기 위해 찍혀진 사진이 예뻐 보이기란 쉽지 않았지. 나는 루한이 말하는 예쁘게 폈다는 그 의미를 알고 싶기도 하고, 루한이 환히 웃는 모습을 너무나 보고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밖에 나가자 루한. 그러자 루한은 나를 껴안으며 말을 했다. 나 꼭 세훈과 밖에 나가고 싶었어. 그 말이 왜 그리 설레였는지,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열아홉이라는 느낌을 알았다.

 

루한은 팔짱을 끼고는 내 팔을 끌었다. 루한도 나처럼 설레고 있었을까. 루한은 빠르게 복도를 걸어 계단에 섰다. 그리고는 말을 했다. 계단에 세훈과 같이 서니까, 첫만남 생각나. 그리고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내려갔다. 루한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나 혼자만 그것을 생각했던 것이 아니구나. 나는 아까 들었던 기억 공유 장치 이론에 대해 곰곰한 생각을 했다. 루한과 기억을 공유하고 싶었다. 루한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한참을 걸어서 나는 밖으로 이어지는 문에 설 수 있었다. 나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를 통해 이 건물 저 건물을 건너 다녔다. 그러라고 설계된 건물이었으며, 그것이 편했다. 그래서 나는 구태여 밖을 나갈 일이 없었던 것이라고 변명해본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계단과도 너무 멀었다. 내가 그 길을 걷고 나서 느낀 점이었다. 밖으로 향하는 출입문은, 내가 이제껏 보아온 칙칙한 알루미늄이나 철의 문이 아닌 유리문이었다.

 

루한이 앞에 서서 문 손잡이를 잡고 밀자, 문이 열렸다. 나는 멍하게 그 유리문을 바라보았다. 유리문 밖으로 펼쳐진 분홍빛의 그, 꽃들이 참 예뻤다고 생각했다. 루한이 유리문을 열자 그 색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루한은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이끌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밖과 마주한 시간이다. 루한에게 물었다, 저 꽃의 이름이 무어냐고. 루한은 대답했다, 벚꽃이라고. 벚꽃 나무 위에 연한 분홍색의 그 꽃들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예쁘고, 예뻤으며 그것 밖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동안 멍하게 그것만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 나무들 사이에 있던 공간이 주차장일지라도 벚꽃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에서 본 벚꽃은 시들시들해 예쁘지 않았다. 정말로 창백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벚꽃은 달랐다. 파스텔 톤의 그 아름다운 색깔이 마치, 루한과 닮아있었다.

 

그때 바람은 차가웠다. 아직 따뜻하기엔 이른 시간인 탓도, 이른 계절인 탓도 있었지만. 왜인지는 모르게, 그 차가운 바람과 그 따스한 벚꽃이 만나는 것이 묘하게 대조되어, 마치 나와 루한 같았다. 벚꽃은 루한, 나는 바람. 벚꽃을 떨어트리는, 바람. 몸이 시린 기분이 들었다. 벚꽃을 보다가 루한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주차장 한 가운데에 루한이 뱅글 돌아서며 웃고 있었다.

 

세훈아, 너무 좋다 그치?

 

그것은 마치 봄날의 소녀 같았다. 루한은 그랬다, 봄날의 소녀처럼 수줍었고 예뻤고 벚꽃과 어울렸다. 벚꽃 속에 어우러진 루한의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 벚꽃길, 그 안에 놓인 주차장 그리고 그 가운데의 루한. 나는 이러한 풍경과 처음으로 만나 벅찬 감정을 루한을 보며 한 번 더 느꼈다. 그리고 바람은 내게 자꾸만 불어왔다. 루한의 향을 실어주었고, 벚꽃의 향을 실어주었다. 루한은 이미 저 한 가운데에서 내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나는 문 앞에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인 것만 같았다. 벚꽃향이 나를 간지럽게 했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루한은 내게 재촉을 하였고, 나는 발걸음을 떼었다.

 

―너무 보기 좋다, 세훈아.

―…벚꽃 향기가 너무 진해.

 

발걸음을 떼어서 루한의 곁으로 간 나는 그렇게 말했다. 벚꽃은 이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듯 보는 것이 훨씬 예뻤다. 하지만 진한 벚꽃향이 퍼졌다, 나는 루한의 향을 맡고 싶은데. 그러자 루한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벚꽃 향기가 진하다고?

―…응.

―향기 없는 꽃으로 유명한데.

 

아, 책에서 읽었던 것 같다. 벚꽃은 향이 진하지 않다고. 그런데 나는 지금 벚꽃향이 너무 진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바람이 자꾸만 내게 불어와서 그런 것일까. 나는 연구원의 흰 가운을 걸치지 않은 어깨를 잡았다. 날이 추웠다. 바람은 내게 벚꽃향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벚꽃향을 맡아본 적이 없음에도 이것이 벚꽃향인 걸 알았다. 루한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고 말을 했고 나는 진한 벚꽃 향기에 녹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루한은 내 손목을 잡고 더, 더 외부로 나아갔다. 나는 뒤를 돌아 연구소를 바라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나는 연구소에 살면서 이 연구소를 직접 모두 눈에 담을 수가 없었었다. 그리고, 연구소는 아주 컸다.

 

나는 좀 더 외부로 나아가, 벚꽃의 한 가운데에 루한과 함께 섰다. 루한은 찬 바람을 맞으며 벚꽃들을 보았고, 나는 그러한 벚꽃들 사이의 루한을 바라보았다. 같은 파스텔 톤, 루한은 위화감이 없었다. 그리고 루한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는 듯 두 팔을 벌렸다. 나는 그러한 루한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벚꽃의 아름다움과 루한의 아름다움, 나는 그 둘을 모두 시야에 담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루한은 뻗었던 두 팔로 기지개를 피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언덕 같은 곳에 위치한 우리 둘, 그리고 나에게로 불어오는 진한 바람. 루한은 입술을 열었다.

 

―세훈.

―…어?

―네가 너무,

―…….

―좋다.

 

그리고 해사하게 웃는 루한이었다. 나는 그런 루한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며 그 말을 하고 해사하게 웃는 루한은 정말로, 천사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입증할 수도 없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진하게 나를 물들였다. 그리고 루한은 날이 춥다고 말하며 자신의 두 손을 맞대에 입김을 불어넣더니 내게 이제 그만 들어가자고 말했다. 나는 루한이 그 말을 할 때 내게 풍겨오던 루한의 향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했다고, 나는 말할 수 있었다. 루한은 먼저 발걸음을 뗐다, 나는 그 벚꽃을 아주 조금 더 남아 서서 바라보다가 루한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처음이었다. 루한도, 벚꽃도.

 

그리고 연구소 내부로 들어와, 루한은 점심을 먹자고 했다. 나는 연구소 내에 비치되어 있는 식당으로 갔다. 원래 밥을 잘 먹지 않았다, 영양소들은 대충 약들로 떼우는 편이었다. 하지만 루한과 만난 이후로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곤 했다. 연구원들이 저마다 모여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구내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나누어주시는 급식을 받아 루한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점심을 먹었다. 식당 안에서 창문은 없었다. 나는 아까의 그 벚꽃을 잊지 못했다. 내 방에, 창문을 만들고 싶었다. 루한은 밥을 먹으며 아까 벚꽃이 너무 예뻤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것에 네가 더 예뻤다고 해주고 싶었지만 밥과 함께 그것을 속으로 밀어넣었다. 루한은 여전히 예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루한이 조잘대는 말을 들으며 밥을 먹고 있었다. 한창 밥을 먹고 있었는데, 한 연구원이 나와 루한 앞에 섰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가볍게 치고는 무어라 말을 해주었다.

 

―있다가 소장실로 올라오라고 하셨어.

―…….

―알았지?

 

그리고 그 연구원은 사라졌다. 평소 나와 친분이 있던 연구원도 아니고 루한과도 친분이 있는 걸로 기억하지 않았다. 그저 소장님의 심부름을 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며 고갤 돌려 밥을 마저 먹었다. 루한은 내가 뭐 잘못한 것이 있냐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적하게 벚꽃 구경을 하고 나와 루한은 한적하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 한적함을 나는 기억한다. 루한은 나를 걱정하던 일을 뒤로 하고는 다시 웃으면서 이번 실험을 잘 마치면 다음 스케일이 큰 대형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나는 그런 루한에게 나도 같이 하고 싶다며 어설프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다 먹은 급식판을 들고 일어서 높게 급식판들이 쌓여져 있는 곳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루한과 함께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들어갔다. 여전히 루한은 내게 말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들어주었다.

 

―세훈, 소장실 가야해.

―어?

―세훈 소장실 가야한다고, 안 가?

 

그러다가 루한이 소장실에 가야한다는 말을 꺼냈다.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루한과 더 있다가 갈 생각이었는데. 루한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계단으로 나를 밀었다. 같이 가자며 생긋 웃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소장실로 나는 루한의 손에 이끌려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 소장실로 향했다. 소장실에는 창문이 있는데, 블라인드로 가려졌지만 나는 오늘 그 창문 밖을 볼 수 있길 바래보았다. 그 벚꽃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다시 나가기엔 멀고, 다시 보고는 싶었다. 나는 그렇게 하얀 복도를 걸었다. 시계는 없었다. 루한의 손목에 시계가 채워져 있었지만 나는 딱히 시간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었으니, 대충 이른 오후겠지 싶었다. 그리고 나는 소장실로 걸어, 소장실 앞에 섰다. 그리고 차가운 문고리를 잡았다. 루한은 내 옆에 서 있었다. 하얀색 가운은 루한에게 많이 잘 어울렸다. 나는 문고리를 돌려 당겼다. 문이 열렸고, 소장실 내부가 보였다. 꽤 어두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소장실에, 소장님만이 있는 것은 아니였다.

 

나는 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루한은 소장실 밖에서 웃으며 혼나지 마! 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소장실 문은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 소장님과 나, 그리고 내가 모르는 누군가. 나는 경계를 풀 수 없었다. 소장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아날로그한 시계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번 보고 나는 그 타인을 쳐다보았다. 숨이 막혔다. 누군가를 닮았다. 누구일까. 그리고 바로 소장님을 쳐다보았다. 소장님은 인자하게 웃으시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스무 살일 때의 일이다.

 

―세훈아, 너무 어릴 때 보아서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준면이 형이란다.

―…….

―너 잘 챙겨줬었는데, 기억 안 나니?

 

안 날 리가 없었다. 준면이 형이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준면이 형은 나를 보고는 옅게 웃어주며 손을 들어 안녕, 이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 형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주먹을 쥐었을 뿐이다. 내 기억 속에 사는 사람은 누나와 준면이 형이었다. 그리고 준면이 형이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지난날들, 준면이 형을 잊기에 충분했다고 변명해보지만 준면이 형은 아주 어렸던 나에게 아빠와도 같이 친절했다. 분명 그 날들은 준면이 형도 많이 어렸던 날들일텐데, 왜 그리 어른 같아 보였는지. 준면이 형은 여전히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았다.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나는 애써 열리지 않는 입을 떼었다. 오랜만에 만난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했다.

 

―…형.

―응, 세훈아….

―왜, 이제 와.

 

나는, 너무 외로웠었다.

 

준면이 형이 없는 시간을 누나가 채웠다면, 누나가 없는 시간은 누가 채워줬던가. 지금이야 루한이 그 자리를 채우지만, 준면이 형이 남겼던 여백은 아주 길었다. 하지만 나는 준면이 형을 잊었었다. 그리고, 누나마저 잊어가고 있었다. 준면이 형은 입술을 열어 말을 해주었다. 미국으로, 유학 다녀왔어. 그렇게 말을 하고 웃는 준면이 형의 웃음은 정겨웠다. 새하얗고 창백한 형의 피부가 안쓰러웠다. 준면이 형도, 아마 이 연구소 안에서 일을 하게 되겠지. 결국엔 형도 나도 루한도 모두 연구소에 살 것이다. 그리고 그때 블라인드는 쳐져 있었지만 창문은 열려 있던, 그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진한 벚꽃 향기가 내게 닿았다. 블라인드 새로 보이는 벚꽃은 아름다웠다. 루한이 생각이 났다. 준면이 형은 마르고 창백했다. 나는 정이 없는 아이라 그에게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지를 몰랐다. 하지만 준면이 형은 웃고 있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 앞으로도 소중할 사람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소장님은 나와 형을 보며 웃었다. 그만 나가봐도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지체없이 뒤를 돌았다. 밖에 있을 루한이 보고싶었다. 그리고 걸어 나갔다. 소장실의 찬 문고리를 잡아 돌리고, 그곳에는 루한이 있었다. 나는 루한을 안았다. 루한은 영문도 모르고 내게 안겨주었다.

 

나는 루한과 처음으로 외부에 나가 벚꽃을 보았고,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준면이 형을 보았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준면이 형에 대한 일부를 이미 나는 잊었다. 나는 과연 그 부분을 채울 수 있을지 의심되었다. 루한을 안은 채 그런 생각을 했다.

 

 

 

 

준면이 형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금의환향을 했던 것이다. 형은 연구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마치 누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과 별개로 그저 루한과 평소처럼 지냈다. 하루는 루한이 내게 물었던 적이 있다. 준면이 형이 누구냐고, 나는 말했다. 나의 아빠 같은 존재. 하지만 그 말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 준면이 형은 과거의 소중한 존재이다. 현재의 소중한 존재는 루한이다. 하지만 준면이 형은 아직도 나를 챙겨주었고, 나와 함께 다니는 루한을 많이 예뻐했다. 그렇게 나와 루한은 준면이 형의 보호 아래로 들어섰다. 루한은 그것을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조금 불편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준면이 형은 늘 누군가를 챙겨주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시간은 많이 흘렀다. 연구소에서 그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는, 준면이 형과의 시간도 누나와의 시간도 루한과의 시간도, 관계 없이 이곳에 아주 오랜 시간 있었다. 나는 루한과 만난지도 오래였고, 준면이 형의 보호 아래에 다시 놓여진 것도 오래였다. 그러니까 나는 이미 많이 자라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루한이 맡았던 기억 공유 장치의 가상 현실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루한은 그것에 매우 속앓이를 했었다. 그 날 이론 설명 후 나는 보고서를 보면서 느꼈지만 이론이 많이 부족하단 것을 알았다. 이것은 현재로써는 어려운 문제라며 루한을 위로했지만 루한은 여전히 그 아픔을 간직했다. 나는 무어라고 위로할 수 없어 그저 루한을 끌어안고 가만히 있어주었다. 그리고, 그 후로 루한은 조금 밝아졌었다. 나는 그것이 기뻤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 논문을 쓰고 있었다, 변종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슈퍼 백신을 위한 자료 연구를 맡았다. 이것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소장님은 내 부담을 덜어주셨다. 이것이 과연 가능성 있는 이야길지, 나는 잘 모르겠었다. 하지만 나는, 연구에 돌입했고 루한도 그런 나를 응원했다. 그것은 준면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루한은 그 이후로 연구소 내에서 공부를 더 하고 있었다, 실험진이 아니라 공부를 더 하고 있었다. 루한에게 프로젝트 권유가 없던 것도 아니였다. 루한은 똑똑했다. 루한은 꽤 성과를 거두는 연구원이었기 때문에 모두 루한을 좋아했다. 하지만 루한은 모든 권유를 거절하고 늘 전문 서적이 즐비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 또한 그 도서실에서 바이러스 서적으로 자료를 찾았다. 루한에게 방해가 되지 않지 위해 꽤 먼 곳에 앉아서 자료를 찾았다. 소장실에 있던 책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서적들에 나는 넋을 놓을 뻔했었다, 처음 도서관을 보았을 때. 하지만 나는 이제 이 도서관에서 바이러스 관련 서적이 넘친다는 것을 깨닳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의학 박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누나가, 좋아했으니까. 이제는 완전히 흐릿해졌을 뿐인 누나의 잔상에 나는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주황색 털의 고양이는 예전에 소장님이 놓아주시라고 하여 놓아줬다. 오랜 시간 함께 했고, 이미 늙을대로 늙어서 놓아주시자고 했다. 나는 그것에 동의했다. 많이, 나이를 먹었다. 고양이도, 나도.

 

평소처럼 도서관에서 루한은 뇌에 대한 서적을, 나는 바이러스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루한이 내게 와 캔 커피를 건네며 말을 건넸다. 세훈, 많이 바빠? 내가 늘 바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루한은 그렇게 물었다. 나는 바쁘지 않았다. 이 자료 연구는 어느 때 해도 상관이 없었다 무기한 과제였으므로. 루한은 늘 상냥했다. 나는 바쁘지 않다고 대답을 하고는 적막 속에 있는 그 도서실에서 캔 커피를 들고 일어났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 나를 부른 것일까. 루한은 생긋 웃으며 나를 이끌고 도서관을 나왔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루한은 깊숙한 조용한 연구소 구석으로 나를 끌고 왔다. 실험 폐기물들 처리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놓인 곳까지 와서야 루한은 나를 놓았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흰 가운을 입은 루한을 쳐다보았다. 루한은 수줍게 웃었다. 나는 아무 말 않고 있었다, 무어라 내게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세훈아.

―…….

―나, 연구해.

 

이제껏 들어온 연구 권유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았었는데 그것이 아니였다. 루한은 무언가 말하면 안 될 것을 말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했다. 이러한 구석에 와서 말하는 것도 그렇고, 나는 뭔가 찝찝한 마음에 무슨 연구냐고 물었다.

 

―…이거, 비밀 연구인데.

―…….

―겉으로는, 인간 피부 재생 시간 단축을 위한 연구이지만, 사실….

―…뭔데?

―좀비 바이러스 연구야….

 

하, 헛웃음이 나왔다. 좀비 바이러스 연구라니. 그런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인 걸까. 내가 이제까지 보아온 모든 실험 중 생화학 무기를 바탕으로 하는 실험은 없었다. 아, 나에게도 비밀로 붙여졌던 것일까. 나는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루한은 말을 계속 이었다. 예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건데, 이번에 빈 자리가 나서 내가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가 그러겠다고 했어…. 잘한 거지? 내게 대답을 종용하는 루한의 모습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위험한 실험에 참가한다는데 내가 네게 잘했다고 해주어야 옳은 것일까.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이 깊은 곳까지 들어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진짜 비밀리에 진행되는 건데, 세훈 너는 알아둬야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는 루한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게 숨김 없이 말을 해준 것은 고마웠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것이었다. 나는 문뜩 벚꽃향이 생각이 났나. 내가 좋다던 루한. 나는 입술을 열었다.

 

―…안하면, 안돼?

―…싫어?

―위험하잖아.

 

나는 네가 위험한 게 싫어, 루한. 그말까지 덧붙이고 싶었으나 나는 입을 다물었다. 루한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연구소의 불행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 루한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사실 나, 이 연구 때문에 연구소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나는 루한의 말에 입을 닫고 귀를 열었다. 그 내막을 알아야했다.

 

―처음부터, 이 연구를 목적으로 날 받아준 것 같아.

―…….

―난, 박사 학위도 없어.

 

그리고 루한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처음부터 나를 위했다는 것처럼 처음 권유를 받고 거절했을 때, 소장님까지 내려오셔서 나를 설득했고 그 연구실로 들어가자 나를 위해 비치된 개인 실험대와 실험 도구들이 있었고…. 그렇게 말하는 루한의 몸이 떨렸다. 루한도 구태여 그 실험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해도 박사 학위도 없는 어린 중국인을 데려와 쓴다는 것이 일단 의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위험성 많은 실험을 위해 데리고 왔다면 얼추 맞는 것도 같았다. 이 실험을 안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며 루한은 거의 울듯이 말을 했다. 나는 그런 루한을 내 품에 끌어안고 토닥여줄 뿐이었다.

 

그런 루한에게 나는 그 비밀 연구실 위치와 들어갈 수 있는 루한의 아이덴티티 카드를 복사 받고 나서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 한가한 내가, 늘 찾아가겠다며. 조용히 찾아가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고, 소장님에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나는 안전할테니 걱정말라고 했다. 다른 연구원들은 내가 소장님 말씀 하에 연구실 어디든 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을 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루한은 그 근처에 경호원들이 있다고 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 근처를 서성일테니 나와서 나를 찾으라고 했다. 위험한 것 같을 때에는 경호원에게 화학 약품을 뿌려서라도 들어가겠다고, 내 나름의 농담도 덧붙였다. 루한은 웃었다. 나도 작게 웃었다. 나는 너무나 불안했지만 억지로 웃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루한은 그 비밀 연구에 참여하고도 도서실에 나와서 공부를 했다. 그 시간대가 새벽이 되었고 짧아졌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나는 도서실에서 늘 루한과 함께 했다.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루한이 연구실에 있을 동안 다른 실험들을 보다가 정말로 루한이 있을 비밀 연구실 주변을 서성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밥을 먹기 위해 나온 루한과 밥을 같이 먹고, 새벽에 도서실에서 루한과 책을 읽었다. 나는 각종 자료를 모은 것을 바탕으로 각종 이론들을 대입 시키고 있었고, 루한은 생화학 서적들과 뇌 관련 서적들을 뒤적였다. 나는 그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지만, 집중하는 루한의 모습은 예뻤다. 정말로, 예뻤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루한의 연구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재난이 없이 진행되어 가고 있었으며 나도 바이러스 서적들의 대부분을 정리해 갔다. 그리고, 루한과 함께 밤 늦게까지 도서실에 있다가 늦은 시각까지 자고 일어났을 때, 누군가 나를 불렀다. 방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부스스한 상태로 나가 문을 열었더니 준면이 형이 있었다. 나는 의아한 눈빛을 하고 준면이 형을 쳐다보았고, 형은 그저 씨익 웃으면서 소장실로 오라고 전해달라셨다며 말을 마쳤다. 그리고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내게 걱정 섞인 물음을 던졌고 나는 그에 고개를 내저으며 형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여느 아침이 그렇듯,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나는 방문 밖으로 나와 소장실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그 주황색 털의 고양이, 오렌지가 보고싶었다.

 

소장실로 향할 때도 연구소 복도는 하얬다, 때가 타지 않은 것인지 그것을 지우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하얬다. 그리고 이 하얀 복도를 따르다보면 소장실이 나온다. 나는 소장실의 차가운 문고리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돌려 당겼다, 소장실에는 찬 공기가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불길했다. 나는 그 찬 공기를 가르고 소장님이 뒤를 돌아 창문 밖을 내다보시고 있는, 그 앞으로 걸어갔다. 소장님은 뒤돌아 있던 몸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보고는 소장실 의자에 앉으셨다. 그리고 늘 그렇듯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내게 안부를 물었다. 건강을 물었고 논문 진행 정도를 물었다. 나는 늘 건강하다고 했고, 자료 정리 중이라고 대답했다. 여전히 소장님은 웃고 계셨다. 근데 그러시다가 갑자기 표정을 싹 굳히셨다. 웃고 있던 얼굴이 싸늘하게 굳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두 손을 주먹 쥐었다. 그리고 소장님이 하실 말씀을 기다렸다.

 

―세훈아,

―…예,

―루한이랑 많이 친하니?

 

불길한 예감은 들어 맞는 경우가 다반사라더니, 이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만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네, 루한이랑 많이 친합니다.

 

―가까이 지내지 말도록 하여라.

―…….

―그 아이는 지금 위험해.

 

소장님의 이러한 말들로써 나는 확신이 서버렸다. 루한이 추측하던 그 사실에 나는 확신이 섰다. 처음부터 온전한 목적으로 루한을 이곳 연구소에 들인 것이 아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가는 나조차도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잘 모르겠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목례를 한 뒤 소장실을 나왔다. 찬 공기의 소장실에서 나와 문을 닫으니 온 몸에 힘이 쭉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루한, 루한은 결국…. 실험체와 다를 것이 없었단 소리였다. 실험체로 사용할 작정으로 루한을 이곳으로 들인 것이다. 루한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에 들어왔다. 이곳은 더럽고, 추악했다. 치가 떨리도록, 추악했다. 내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지체 없이 힘이 풀린 몸을 다잡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으로 가던 길 도중에 준면이 형과 다시 마주쳤다. 형은 늘 웃고 있었다. 그러다나 내 상태를 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준면이 형이 걱정스레 내민 손을 쳐냈다. 준면이 형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지만, 소장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역겨웠다. 나는 그렇게 그 날 하루를 방 안에서 꼬박 앓기만 했던 것 같다. 그것은 내 인생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연구소에게 느꼈던 배신이었다. 내가 인간답게 살게 해준자에게 인간만도 못한 짓을 하려고 하는 것, 나는 그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그만 둘 수 있을까. 하지만, 나에게는 힘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에 초췌한 몰골로 연구소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 몰골로 실험 과정을 보고 다녔다. 바이러스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있는 그런 병신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이 연구소를 위해 내가 노력할 이유는 없었다. 루한과의 만남을 있게 해준 장소라며 좋아했던 내가 병신 같았다. 그 벚꽃향에 취해서 좋아하던 내가 병신 같았다. 나는 연구소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이 구역질 나는 공간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향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많이 피곤해보이는 루한과 함께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서 루한을 기다리는 일만을 했다. 루한은 전보다 말이 없어졌다. 많이 피곤한 것 같았다. 나는 루한에게 먼저 말을 붙이지도 않았다. 루한은 휴식이 필요했다. 그곳에서 정신을 바싹 세우고 하루종일 실험을 하는데, 진이 안 빠질 리가 없었다.

 

그런 피곤한 루한과 지내온 것도 꽤 되었다. 나는 슬슬 변화에 지치기 시작했다. 루한이 너무 피곤해 아파했다. 나는 도서관에서 쓰러져버린 루한을 부축해 루한의 방에 놓아주었다. 의학 박사라지만 내가 여기서 아무런 진단을 내리고 아무런 약을 먹일 수는 없었다. 루한이 어떤 화학 약품을 섭취했는지도 나는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쓰러져버린 루한에 놀라 멍청하게 가만히 있다가 그를 안고 그의 방에 가 그를 침대 위에 눕혀주었을 뿐이다. 나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내 존재가 너무나 작아 보였다. 준면이 형이 이 소식에 놀라 달려와 진찰을 하고 연이 난다며 해열제를 먹이고는 푹 쉬어야 한다고 말해주었을 때 나는 마음이 놓였다. 이러한 간단한 진찰도 나는 할 수가 없었다. 그 프로젝트의 놀라운 비밀을 안 것의 대가는 컸다. 나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 루한의 옆에 섰다. 루한의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빼 그 위에 앉아 여전히 나는 루한을 보고 있었다.

 

루한이 곤히 잠든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와도 같았다. 나는 루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쁜 속눈썹이 보였고, 오똑한 코가 보였고, 붉은 입술이 보였으며 발갛게 달아오른 볼이 보였다. 나는 또 형용할 수 없는 감정 속에 빠졌다. 수면 위로 떠오르려고 해도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는 그렇게 멍하게 루한을 쳐다보다가 빨라지는 심장박동에 자리를 박차고 문을 열어 나와버렸다. 이상하다. 이 감정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상하다, 고.

 

 

 

 

그 일이 있은 후 루한에게는 조금의 휴식기가 주어졌었다, 하지만 나는 루한과 만나지 않았다. 내 몸의 이상 증세도 한 몫 했지만 루한에게는 절대 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휴식기가 그치자 루한은 여전히 초췌한 몰골로 방에서 나와 연구실로 향하고는 했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비밀 연구실이 위치한 곳 근처를 뱅뱅 맴돌기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지루한 공간이었지만, 루한에 대한 걱정으로 나는 그곳에 서 있을 수 있었다. 루한을 위해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내게 삶을 알려준 루한인데, 나는 그런 루한에게 삶을 지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나는 그렇게 연구소 내의 비밀 연구실 근처에서 시간을 무료하게 보냈다.

 

루한은 안 좋은 몸을 이끌고 늘 나에게 웃었다. 나 부축해줬다며? 고마워. 매일 기다리는 거 지겹지 않아? 루한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지만 나는 그 목소리마저 듣기 좋았다. 하지만 안쓰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루한을 꽉 안주었었다, 루한 역시 내게 꽉 안겼다. 그리고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서로 눈물을 흘린 것과 비슷한 감정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나의 불길함 감이 들어 맞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늘 그렇듯 늦은 시간에 기상해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비밀 연구실이 위치한 곳으로 자리한다. 경호원들이 늘어서 있지만 그들이 나를 찾을 수는 없는 곳에, 나는 그리고 늘 수시로 약물 주사기 하나를 들고 다닌다. 마취제였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날이 올 거라는 것은 나도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불행은,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나는 그 날도 마취제 약물 주사기를 들고 그곳을 서성였다. 경호원들은 나를 볼 수 없지만, 나는 실험실 문을 볼 수 있었다. 루한의 것을 복사한 아이덴티티 카드가 있어서 이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 배워뒀던 CCTV 화면 조작 방법으로 내 얼굴을 인식한다거나 홍채를 인식하는 것 정도는 가볍게 넘겼다. 나는 과거 익혔던 여러 과학 기술들에 감사했다. 그렇게 접근해 늘 그렇듯 문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었다. 그런데 불길한 기운이 갑자기 탁하게 내 기분을 망쳤다. 피어오른 불길한 기운은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점점 더 크게 나를 잠식시켰다. 나는 기분이 나빠 인상을 찌푸리고 문을 바라 보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면서 그 연구실의 문이 벌컥 열린 것은.

 

나는 그와 동시에 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마취 주사를 급하게 놓고는 바로 그 근처로 다가갔다. 문에서부터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남성 연구원 하나가 그 문 밖으로 내팽겨치듯 튕겨져 나왔고, 그 뒤로 튕겨져 나온 것은 루한이었다. 나는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특수한,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숨을 쉬는 것을 멈췄다. 시야도 가리는 게 옳았지만 루한의 상태를 보기 위해 나는 그 상태로 루한에게 다가갔다. 루한의 모습은 많이 피곤하고 많이 힘들어 보였으며, 손에 무언가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무언가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비상벨이 울린 탓에 경호원들이 몰려왔다. 나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이미 많이 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호원들이 몰려와서 아까 루한보다 먼저 나온 그 남자에게 총을 쏴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는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을 수밖에 없었다. 참고 있던 숨은 이미 당혹감에 풀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남성 연구원의 형체가 알아볼 수 없게 총알로 수놓였다. 나는 불안한 직감이 들었고, 그것은 빗기지 않고 쓰러져 있는 루한에게로 총구가 돌아갔다. 그리고 루한은 억울한 표정으로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옷깃을 잡고 입을 열어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세훈, 세훈, 그렇게 말하는 루한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씨발, 꼬맹이 비켜!

 

경호원은 총을 루한에게로 조준한 뒤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의 루한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총을 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루한에게 맞았으며, 나는 이 모든 것을 직감하고 있었음에도 막을 수가 없었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고 나는 생각했다. 루한의 눈가에 총알은 맞았으며 그곳에선 피가 흘렀다. 루한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절규하듯 소리를 내질렀고, 나는 그런 루한을 꼭 안고 있었다. 주변인들이 루한에게서 떨어지라고 윽박을 질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 모든 것을 잃고 나 혼자 살아남는 것보다는, 내 모든 것과 함께 묻히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루한에게 속삭였다.

 

―루한, 죽은 척 해. 제발.

 

나는 짧은 시간 내에 상황 파악을 끝냈다. 루한은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다, 저 남성 연구원도 감염자다. 씨발, 좆 같은 연구소. 나는 루한을 부축해 들었다, 아직까지 변이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백신 만들어 놓은 것이 있을까 싶어서 소리를 질렀다. 백신 있어요? 하지만 주변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나와 루한을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다. 비속어가 흘러나왔다. 씨발, 경호원은 총을 장전하고 한 번 더 루한에게 겨눴다. 나는 거의 발악에 가까울 정도로 소리쳤다. 그것은 루한을 위한 나의 발악이었다. 아주 처절한, 나의 발악이었다.

 

이미 루한은 죽었어요, 씨발 쏘지 말라고요. 시체라도 온전하게 좀 놔둬요, 네? 나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비밀 연구실을 에워싼 통로에는 나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울려퍼졌다. 루한은 정말로 죽은 것인지, 내 말을 듣는 것인지 축 내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발악에도 불구하고 경호원은 루한에게 총을 한 발 더 쐈다. 그리고 그것은 루한의 왼손에 맞았으며, 그 강도가 너무나 셌기 때문인 걸까, 루한의 손에는 많은 양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씨발, 다 꺼져요. 영안실로 갈 거니까, 꺼져요.

 

나는 입술을 깨물고 여전히 발악에 가까운 외침을 지르고 있었다. 루한을 엎고 나는 이 통로와 연결 되어 있는 영안실로 간다. 사람의 시체들이 있는 곳이 아닌 곳이지만 나는 그곳에 간다. 아마도 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따로 특수한 처리를 하겠지만, 나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나는 루한의 인간적인 삶을 지켜주지 못했으니, 루한의 죽음을 막아야 했다. 나는 그렇게 뛰어, 악에 받쳐 뛰어 영안실에 도착해 루한을 벽에 기대 놓고 귓가에 속삭였다. 루한, 여기서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 루한이 들었을지 아닐지는 모른다 다만 나는 아무도 이곳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잠금 잠치를 조작하고 나왔다. 루한의 피로 흥건해진 내 옷들에 불쾌감을 느끼며 나는 계단을 올랐다. 씨발,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킨 적이 없었다.

 

피에 젖은 옷차림새를 하고 비밀 연구실로 향하는 출입 제한 구역을 벗어나자 연구원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집중되는 시선이 익숙치 않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뒤로 하고 나는 소장실로 향했다. 이 모든 재앙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의, 모든 것을 위해 나는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이 좆 같은 상황이 무언지 설명도 들어야 한다. 나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계단 올라가 나는 소장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소장님은 그곳에 계셨다. 피 범벅인 나를 보고는 적잖이 놀란 듯 하다. 이미, 그 아래 있던 일은 다 알고 있을 것이면서. 역겹고, 추악하고, 징그러웠다. 씨발, 나는 분노를 억제하며 두 손을 꽉 말아쥐고 입술을 열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소장님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며 물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건 모르는 것일까. 헛웃음이 났다.

 

―비밀 프로젝트,

―…….

―누가, 그딴 거 하래요, 씨발.

 

원래 감정이 없었던 나였는데, 지금 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익숙하지 않은 비속어들이 입 밖으로 튀아나왔다. 그에 소장님도 당황한 것 같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누가 그런 거 진행하래요, 누가 그런 거 억지로 강요해서 루한… 루한 저렇게 만들래요, 씨발. 네? 답 좀 해봐요. 루한이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만들어요.

 

분노로 시작한 처절한 나의 발악은 점점 울음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부르짖던 내 목소리는 어느새 축축히 젖어가고 있었고 나는 말할 수 있었다. 루한, 내 모든 것인 루한을 왜 죽였어요. 나 마저도 죽게. 소장님은 조용히 내 말을 듣고 계셨다. 하지만 소장님은 그러한 말을 했다. 연구소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네.

 

연구소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네.

 

나는 그 말을 듣고 솟구치는 분노를 감당할 수 없어, 연구소를 나가겠다고 외쳤다. 소장님은 아무 말이 없으셨다. 그렇게 나의 처절한 울음은 잠겨져버렸다. 이것 또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나고 말겠지. 루한의 시체는 제가 가지고 나갈 겁니다, 제가 식 치뤄줄 겁니다. 제발, 간섭 없게 해주십쇼.

 

소장님은 그러라고 했다, 소장님의 눈꼬리가 슬퍼 보였지만 나는 그에게서 경멸을 느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당장 아무 가방에나 짐을 챙겨 넣었다. 옷가지들만 챙기면 되었기에 나는 그 옷가지들을 챙기고는 피 묻은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나는 옷가지를 챙긴 까만색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끌고 아까 그 영안실로 향했다. 영안실로 가는 시간 내내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분노에 몸을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도착한 영안실에서 나는 루한을 들쳐 업고 나왔다. 내 어깨가 무거워졌다. 나는 짐을 싫어하지만 루한은 짐이 아니다. 루한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이다. 나는 그리고 루한과 처음으로 닿았던 유리문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을 열고 나왔다. 벚꽃은 없었다. 초라한 주차장만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벚꽃은 졌다. 루한을 닮았던 벚꽃은 오래 전에 져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 연구소를 벗어난 적이 없다. 나는 갑자기 밀려 오는 두려움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충동적으로, 충동적으로 이행하였다. 하지만 후회는 들지 않았다. 루한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떨리는 몸으로 연구소 밖으로 걸음을 떼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야하는 길을. 그렇게 걷고 있는데 내 소식을 들은 것인지 누군가 내 앞에 차를 끌고 와서 멈췄다. 바람에 홀린 듯 걷고 있던 나는 그 장애물을 한 번 보고는 멈춰섰다. 차, 운전석에는 준면이 형이 있었다. 형은 심각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세훈아, 일단 타.

―…….

 

준면이 형은 분명 그 경멸스런 연구소장의 아들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꼴로 어딜 간다고, 타.

 

그리고 나는 바람이 마치 타라고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서 홀린 듯이 준면이 형의 차에 탔다. 피를 흘리는 루한은, 준면이 형이 하얀 천을 꺼내 덮어 주었다. 그리고 나와 루한은 준면이 형의 차에 탔다. 연구소와의, 완벽한 이별이었다. 나의 평생을 살아온, 하지만 결국에는 배신으로 얼룩진 그 연구소를 떠났다.

 

 

 

 

이것이 과거 연구소에서 있었던 나의 발악이었다.

 

뒷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준면이 형은 우리가 머물 주택가의 집을 구해주었고 내게 연구소에서 준 것이라며 돈을 쥐어주고 떠났다. 아, 핸드폰도 내게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돈을 태워버렸다. 필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루한은 기절을 했던 것인지, 깨어나자마자 먹을 것을 요구했다. 물론, 사람들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사람들을 요구했다. 나는, 루한을 위해 모든 것을 받칠 준비가 돼 있다. 그래도, 시작은 주택가에 놓인 전 주인이 버리고 간 개였다. 루한은, 개를 처음 먹었었다. 나는 분노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루한은 입가에 피가 묻은 채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사람을 갈구 하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이러한 과거를 가졌고, 루한도 이러한 과거를 가졌다. 우리는, 침체된 발악 속에 살고 있었다.


밀레의 말

급하게 수정도 거치지 않고 올리는 글이라 많이 미흡하고 오타 남발할 수도 있습니다ㅠㅠ

늦어서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그래도 잊지 말아주thㅔ요.......

침악을 추천해주시는 분이 계셨는데 저 현실 감동ㅠㅠ

사랑해요ㅠㅠ

 

아무튼 이 편으로 둘의 과거가 모두 까발려졌네요

고로 다음 두 편은 좀 재미가 없어질 수도...............

아니에요 그래도 다음 두 편도 함께 달려주세요ㅠㅠ

 

저 혼자 쓰긴 너무 슬프잖아요...........별

 

암호닉

버블버블, 싱라미, 둥둥, 또르르, 또라에몽, 딸기밀크, 세루의정석, 라즈베리, 디톡스, 통통, 핑구, 그대를위한잡채

모두 사랑해요~

 

 

일요일부터 급하게 써서 지금 올리네요 엑소 일주년! 하지만 엑소는 안엑컴.......

아무튼 글잡에 세루픽이 늘어나서 즐겁습니다 (웃음웃음)

 

앞으로 두 편 남았습니다 침체된 발악 텍스트 파일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고민입니다 고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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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독방 언급 하시면 고기드세요! 얼른 수정하셔요 밀레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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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어풀ㄹ루ㅜ루그랬어요?몰랐습니다엉엉수정할게요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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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오늘 무슨 날인가봐요 세루 픽들이 막 올라오네요! 기분이 좋아서 하나하나 정독했어요. 침악은 사실 소문으로만 듣고 처음 읽어봤는데 스케일이 크고 묘사가 생생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드는것 같네요. 브금도 잘 어울리구요.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화랑으로 신청할게요^^! 다음화 기다리겠습니다 ☞_☜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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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세루픽들이 많아져서 진짜 햄 볶을 것 같아요 화랑님 픽도 올라오고 저 압니다 제 사랑이세요 저 화랑님이랑 서이였어요(수줍) 사실 소문 돌 것도 없는 참 비루한 팬픽인데 이렇게 칭찬 들으니까 너무 좋네요ㅠㅠ 감사합니다 화랑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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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오잉 저랑 서이셨군요! 제 서이들중에 글을 쓰시던분들이 조금 있었다는 사실은 아직 기억이 나는데 그중 한명이신가봐요 @.@ ㅎㅎ제 서이중에 이렇게 금손 작가님이 계셨다니 전혀 몰랐네요. 우리 같이 세루를 위해 치얼스...☞_☜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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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ㅊ,치얼스.....★ 세루는 행쇼니까요 룸메가 되었더라고요 아이..... 신나!...... 아무튼 제가 빅 팬이라구요 화랑님(수줍)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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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ㄷ ㅜ ㅇ 두 ㅇ 이에요 ㅠㅠㅠ단어자체가 금지어가 되었나봐요 ㅠㅠㅠ 저 암호닉 박씨로 바꿀께요!! 하 드디어!! 궁금점이 모두 풀렸군요!! 루한과 세훈의 관계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 전 준면이가 너무 궁금해지네요 ㅠㅠ 여기서 가장 비밀이 많고 이상한 사람은 세훈이라 생각했는데 준면인거 같아요 ㅠㅠ 세훈이 ㅠㅠ 아련합니다 ㅠ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엔딩이 너무 궁금해지네요 ㅠㅠ 작가님 진짜 많이 기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안됫네요 ㅋㅋㅋ 그만큼 보고싶었어요 ㅠ엉엉엉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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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헐 ㄷㅜㅇㄷ두ㅇ님...... 금지어가 되시다니...... 괜찮아요 박씨 귀여워요 어이, 팍씨! 해야할 것 같은 느낌?... 궁금증이 풀려서 결국 다음화들은 모두 재미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준면이는... 음... 준면이랑 루한이는 번외편으로 그 과거가 나올 것 같아요 재미는 없겠지만 궁금해해주시니 준면이 편도 급조해서 써야겠....! 세훈이는 아련해요 세훈이의 그 아련함을 워더... ㅈㅅ... 저도 보고싶었어요ㅠㅠ 다음편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박씨님 하트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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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그 재미지다...ㄷㄷ해요... 그래서 저는 신,알,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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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도그 재미지다고 해주시니까 막 기분이 엄청 좋아요ㅠㅠㅠㅠㅠㅠ 신알신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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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디톡스에요....ㅠ
헐....... 이건 세루한테잘못있는게아니에요.....단지피해자일뿐....ㅠㅠㅜ소설의 결말 안좋을것같지만....둘다너무안쓰러워서 불쌍하네요...ㅠㅠㅜ진짜...루한이실험하면서무섭ㄱㅅ외로웠을꺼생각하면너무너무안쓰러워요ㅠㅠㅠㅠㅠㅜ진짜침체된발악....제목잘지으셨어요...완전...ㅋㅋㅋ딱어울리는거같아요!!ㅎㅎㅎ담편에서뵈요ㅠ저도....시험기간......ㅠㅠ하.ㅠㅠ네...우리모두짜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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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디톡스님 안녕하세요ㅠㅠ 그렇죠 이것들은 세루의 잘못이 아니에요 세훈이가 사람을 납치해도, 루한이가 죽여도 그것은 근본은 세루의 잘못이 아니에요ㅠㅠ 안쓰러운 둘ㅠㅠ 이렇게 우울한 세루들을 갑자기 이 모든 건 꿈이었다 하고 돌려놓고 싶은 그런 심정이네요... 루한이가 그 실험실에서 얼마나 아파했을지ㅠㅠ 얼마나 외로워했을지ㅠㅠ 무서운데 표현도 못하고 어휴 루루야........ 내가 미안해........ 시험기간 힘내세요 디톡스님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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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통통입니다. 와. 정말 침악 ㅠㅠ 매번보면서 생각하지만 정말 좋은 글이에요ㅠㅠ 저도 모르게 몰입해서 계속 읽게되고 한줄 한줄 곱씹어서 읽게되고ㅠㅠ 엉엉 정말 작가님 금손이십니다.. 휴휴 저도 이제 시험기간이라 슬슬 시험준지를 해야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작가님도 열공하세요~~ 다음편에서 만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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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통통님 안녕하세요'ㅅ'! 침악 좋은 글이라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ㅠㅠ 많이 무족하고 미흡한 글인데 통통님 칭찬으로 기분이 좋아져요 엄청..! 제가 필력이 조금 많이 딸리는 편이지만 늘 노력하겠습니다ㅠㅠ 시험 준비해요 모두...... 아....... 공부는 늘 내일부터로 미루죠 열공하세요 통통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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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또라에몽이에여!와나.소장이잘못했네뭐?연구소에서 책임을못져?실험체?이런 새나봐라 소장님아.아니 뭐이런 비인간적인 인간이 소장이라고 연구소에 앉아있어?연구소가 아주잘돌아가요.정말.와 진짜 제가 세훈이였어도 진짜 화가나서 뛰쳐나갔을거에요.세훈아...진짜ㅜ아 진짜ㅠ루한이는 무슨죄야ㅠ왜 실험체ㅠ아어이없어진짜ㅠ아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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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또라에몽님 안녕하세요! 와나 소장 뭐지 소장 너무 어이없어 엉엉 제가 쓰고도 소장 강아지 어린이 엉엉...... 연구소가 저 모냥 저 꼴ㅠㅠ 세훈이와 루한이의 만남을 만든 자리이지만 이러한 불운도 만드는 자리네요ㅠㅠ 오세훈의 화는 정말 제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쳤을 거예요 루한이는ㅠㅠ 루한아 내가 미안해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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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세루의정석이예요ㅠㅠㅠㅠㅠ헐ㅠㅠㅠ역시 금손bb 몰입도bb아ㅠㅠ루한이랑세훈이한테 이런 사연이.........ㅠㅠ둘다안쓰러워요ㅠㅠㅠㅠ루한아
ㅠㅠ루한이가실험체라니ㅠㅠ읽다가 저도모르게 세훈이로몰입해서 욱!했어요ㅠㅠ루한이는 평생 그렇게살아야되나요?ㅠㅠㅠ엉어유ㅠ아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작가님 하트하트♡♡♡담편 기대할게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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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세루의정석님 안녕하세요! 금손이라니 어익후.. 아닙니다ㅠㅠ 몰입이 되신다니 다행이에요 둘 모두 안쓰러워 미치겠어요 진짜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며 행쇼 시켜주고 싶어요ㅠㅠ 달달한 세루가 보고싶지만 아 이글은 이미 달달과 멀어졌습니다 엉엉........ 루한이는...... 세훈이가 천재적인 능력을 개발해서 백신을 만들면?!....... 죄송해요 감사합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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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다음편이 기대되여ㅠㅠㅠㅠㅠㅠㅠ 으어우ㅠㅜ허루ㅜㅜㅜㅜ 재미겠일곡갑니당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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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ㅠㅠㅠㅠㅠ피드백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다음편에서도 꼭 다시 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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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딸기밀크예요ㅠㅠㅠ 오랜만에 인티에 들어와서ㅠㅠㅠ 늦게봤네요ㅜㅠㅠ 세루한테 저런 사연이ㅜㅜㅜ 엉엉ㅇ어엉 연구소에서 잘못했네!ㅜㅜㅜㅠㅠ 루한이를 실험체로 쓰다니ㅜㅠㅠ 읽으면서 세훈이로 빙의해서 읽은거같아요ㅠㅠ 어휴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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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딸기밀크님 오랜만이에요~ 하지만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세루한테 저런 사연이ㅠㅠ 엉엉ㅠㅠ 아니 근데 저 제 글 다시 읽으니까 뜬금포로 좀비 바이러스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막장이네요 나중에 수정해야겠어요 세훈이의 그 분노를.......! 느껴주세요 저도 쓰면서 아오 소장 아오 이랬어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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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에 또...ㅇㅅㅇ 루한쨩은 마치 라잌 좀비쿠키 데스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님이 일어나서 내 덧글 보면 반응이 어떨까요ㅋㄱ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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