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2(1)
딸이 팔랑거리며 좋아했다.
그런 딸을 보며 말그대로 엄마 미소를 짓는 엄마. 김징어.
딸은 엄마를 쏙 빼닮았다.
귀엽게 춤까지 추는 딸을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난 징어는 퍼뜩 국이 끓어 넘치는 소리에
놀라서 냄비로 달려갔다.
"딸! 저기 소파에 가있어!!"
이 와중에 딸을 걱정하며 가스렌지 불을 껐다.
뜨거운 냄비 뚜껑을 싱크대로 던져놓고 뜨거운 손가락으로 귀를 잡았다.
"흐어어어유ㅠㅠ다 탔다ㅠㅠㅠㅠ"
"엄마 냄비 또 태워 먹었쪄!!"
"아냐!! 냄비는 아직 안탔어!!"
"아빠 한테 다 말할끄야!!"
"안 돼에!! 아빠 자잖아! 일루와 딸!"
집안이 난리가 난 와중에 깨지않는 남편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아 맞다. 오늘 아저씨들 온다고 했어 딸!"
"우와!! 그럼 오늘 아빠도 있는데 아저씨들도 와?!!"
"응!!"
"우와!! 유치원 빨리 갔다 올꺼야!!"
딸이 바쁘게 움직였다. 징어는 그런 딸이 귀여운 듯 바라보았다.
제 2화
김종인과 나(1)
집에 가는 길. 경수가 함께한다.
"이번 주말에 알지?"
경수가 나에게 확인대답을 받는다. 고개를 대충 끄덕이니 만족한 듯 웃었다.
꼭 저렇게 사줘야 되? 꼭 그래야 되는거야?
집앞에 도착했다. 경수는 들고 있던 내 가방을 전해주더니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잘가 남편!"
"응. 너도 잘 들어가."
"요 앞인데 뭘ㅋㅋㅋㅋ 차조심! 길조심!"
"사람조심."
항상 하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경수가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텅 비어있는 집안. 벌써 2년쯤 되었나? 회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가 계시는 아빠덕에 벌써 몇 년째 난 혼자다.
물론 엄마가 있다. 그러나 같이 살고 있지 않는다. 불편해서.
한창 예민할 시기에 재혼을 해서 인지 불편했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그 불편함 덕분에 외로움 따윈 아무렇지 않다.
음료수를 마시며 공부 좀 할려고 홈바를 열어 음료수를 꺼냈다. 어? 뭐지?
냉장고 문을 여니 반찬들이 빽빽이 차 있었다.
.......
전화를 걸었다.
남편♥
신호가 길게 간다. 받아. 받으라고.
-여보세요. 왜?
"도경수?"
-어. 왜?
"너.. 또 우리집에 가사 아주머니 보냈어?"
-응. 너 반찬 없다고 그랬었잖아.
"아, 이러지 않아도 된다니까?"
부담스럽다. 원래는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점점 부담스럽다.
-혼자사니까 그렇지.
그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가득 담겨 나온다. 이렇게 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게 경수라.. 이 감정을 모르겠다.
"나 진짜진짜 괜찮아!"
-알았어 다음부턴 말하고 할게. 네. 가요. 나 아버지가 불러서. 미안. 끊을게?
"응.."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다 다시 꽉 차있는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너가 부담스럽기 시작한건, 너와 나의 관계를 알아버린 순간부터였나봐.
***
다음날.
학교로 향하는 길. 뒤에서 쭐래쭐래 쫒아 오는 놈.
"앞으로 가지? 뒤에서 쫒아 오지 말고."
나의 말에 나를 휙 지나쳐 가는 김종인. 그러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 힐끔힐끔 나를 본다. 하, 짜증나게 진짜.
내가 그냥 지나쳐서 걸었다. 앞에서 계속 보이는 것 보단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야. 김징어."
"....."
"김징어!"
"...."
"김징어!!"
"왜! 말걸지 말라고 말했잖아!!"
"아니. 오해받으니까. 나도 등교하는 길이라고."
그럼 내가 빨리 가려고 재촉하면 니도 빠르게 걷고, 그게 싫어서 니 먼저 보내려고 느리게 걸으면 니도 느리게 걷고,
내가 멈춰서면 너도 멈춰서는데. 날 따라오는게 아니라고? 어이없음에 웃음이 차올랐다.
"도끼병있냐?"
김종인이 내 귓가에 속삭이더니 지나쳤다. 그런 김종인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하,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드는 새끼.
김종인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로 돌았다. 이내 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말했다.
"우리 엄마가 한번 보자고 한다고."
그의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 최대한 숨을 천천히 쉬며 말했다,
"싫다고, 전해드려."
아직 난 준비가 안됐다.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아 질 것 같았는데, 다시 엄마란 소리를 들으니 '엄마'란 단어가
트라우마(아빠가 친엄마와 이혼하고 만났던 '엄마를 지칭한 사람들'이 남긴 트라우마였다.)가 되어 날 쫒아왔다.
"언제까지 애처럼 굴거냐? 너 내년이면 성인이야. 알아?"
김종인은 반 애들에겐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무서운 표정으로 날 내려다 보았다. 그에 나도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말했잖아. 내가, 준비가 되면 간다고, 내발로. 직접."
"....오늘 꼭 보자고 했다고. 예의도 없냐 니는?"
여전히 그 표정 그대로 나에게 말했다. 기가찬다. 예의를 따질 상황인가 지금이? 누가 피해자인데. 누가 더 상처입었는데.
"다시 말해줄까? 내 발로 직접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벌써 나 너한테 3번째 말하는 거야. 내가 맨날 아침마다 니네집앞에서 기다리다가 니 보이면
빌빌 기어야 겠냐? 난 뭐 한가해?"
"그럼 그 바쁜 시간 쪼개서 나한테 오지 말고 아주머니께 말씀 드리라고. 나 아직도 그 일 때문에 아파서!!
마음 추스르고 내가 알아서 갈 때까지 좀 기다리시라고!!"
다시 숨이 가빠져왔다. 천천히 숨을 쉬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김종인은 당황한 듯 날 툭툭 치며 괜찮냐고 물어왔다. 시발..
김종인한테는 이딴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김종인의 손을 쳐버리고 무릎에 손을 얹은 채 숨을 천천히 쉬려고 노력했다. 한참을 그 자세로 있었더니 숨이 돌아왔다.
고개를 들고 김종인을 보며 말했다.
"짜증난다 너 진짜. 오늘 갈게. 됐냐?"
교실로 들어왔다. 김종인은 나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다. 그래도 걱정이 되긴 했는지 힐끔거리며 날 돌아봤다.
난 그런 김종인을 철저히 무시했다. 박찬열이 내 팔뚝을 툭 치며 물었다.
"싸웠냐니까? 너 어제 대답 안했잖아."
"아니."
"아니긴 뭐가 아냐. 김종인이 니 눈치보잖아."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박찬열은 이미 나와 김종인의 사이를 의심하는 듯 보였다. 물론 그냥 사이가 안 좋은 관계로.
"뭐야. 대답 또 안하네. 도경수병 걸렸냐?"
도경수병이라 함은, 묻는 말에도 대답을 안한다는 뜻이었다. 원채 나 말고는 말이 없는 경수에게 신물이 날대로 난 박찬열이
가끔 애들이 대답이 없을 때 도경수병에 걸렸느냐고 물었다.
"대답하면 뭐, 나한테 좋은 거라도 있냐?"
"나랑 친한 애 둘이서 사이가 안 좋아보이니까 뭔가 좀 그렇잖아."
박찬열이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말했고 난 그런 박찬열의 배를 때리며 말했다.
"신경끄고. 니 앞가림이나 해. 커서 뭐 될래 넌."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모델이나 하지 뭐."
박찬열의 말이 매우 한심하게 느껴졌다. 누가 니 같은 걸 모델로 쓰겠냐. 내 속마음이 밖으로 잘 비쳐졌는지 박찬열이 꿍얼거렸다.
"지는 뭐 얼마나 대단한거 된다고.. 야 그나저나 니 도경수 못 봄?"
김종인때문에 짜증나서 주위를 못 봤었다. 경수가 아직 안왔나? 뒤를 돌아보니 깨끗했다. 뭐지?
"몰라. 왜?"
"그야.. 니가 가장 친하잖냐.."
"아니. 경수가 왜 궁금하냐고."
"...그러게."
"뭐야. 싱거운 계희. 누나는 니 취향 이미 알고 있었어."
"야!! 미쳤냐?!!"
나를 때리려는지 손을 들어올렸다. 당연히 안 때릴 것을 알기에 그냥 가만히 있는데 누가 그 팔을 잡았다.
경수였다. 박찬열을 바라보다가 팔을 놓은 경수는 내 뒷자리로 걸어와 가방을 던져놓았다. 누가봐도 화나 보였다.
"왔어 경수야?ㅎㅎ 왜? 오늘 기분 안 좋아?"
"박찬열 짜증나."
저렇게 말해도 둘은 은근히 친했다. 글쎄, 나만 그렇게 느끼는 지도..
"ㅎㅎㅎㅎㅎ나도. 나도 쟤 짜증나.ㅎㅎ"
"미이치인. 웃는 거 봐. 와, 진짜 대박이다. 니네 난 친구도 아니냐?!"
박찬열 말은 씹는게 제맛bbb
박찬열의 말을 간단히 씹고 오늘 갈 곳 있어 같이 못간다고 경수에게 전하려 하는데
매일 있던 종대가 보이지 않는다.
"야. 너야말로 종대는?"
"김종대? 늦잠잤데."
삐진듯 툴툴대며 말하는 박찬열에게로 몸을 돌려 최대한 다정하게 말했다.
"왠일이래? 늦잠은 커녕 지각한번 안했었잖아.."
"그러게.ㅋㅋㅋ"
단순한 박찬열은 곧 삐진게 풀린듯 웃었다.
아, 오늘 종대한테 수학 좀 알려달라고 하려 했는데.
담임쌤이 들어와 조례를 하는 도중 종대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아냐. 뭐가 죄송해. 앉아!"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는 선생님.
"참나. 김종대가 말 잘 들으니까 차별하는 것 봐."
"그니까. 말로는 우리 위해준다 해도 다른 선생들과 다를게 뭐야?ㅋㅋ"
저따위로 다 들리게 말하며 쪼개는 아이들. 차별? 담임쌤은 너희가 늦게 들어와도 저렇게 말했었어.
아, 뭐라고 해주고 싶다,
"야. 입 닥쳐."
박찬열이 낮은 목소리로 걔들에게 말했다. 종대에 관한 이야기여서인지 더 날카로웠다.
여자애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대신 걔네랑 어울려 다니는 남자애가 나섰다.
"니가 뭔데 닥치라 마라야."
"그럼 조례시간에 예의도 없이 지껄이는 쟤들에게 조용히하라 할까?"
"예의는 저쪽에서부터 없었지. 차별하잖아 지금!!"
"아냐아냐! 얘들아 싸우지 말자. 그럼 이상 조례끝! 수업 열심히 들어.ㅎㅎ"
아 진짜. 우리 담임쌤 여린사람인데. 담임쌤이 나가자 박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욱했다 얘 또.
"야. 니 모델한다며. 그럼 니 공인이니까 이런일 없어야지."
나의 말에 박찬열이 움찔했다. 진짜 모델이 되고 싶은가보네.
"앉아 박찬열."
뭔 개를 다루듯 말한 종대의 말에 박찬열이 그 남자애들쪽을 노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뒤를 돈 박찬열이 종대에게 말했다.
"나, 꿈이고 뭐고 저새끼들 패줄까?"
"...조용히하고 공부나 해."
종대는 많이 단호했다. 음, 지금 공부 가르쳐 달라긴 좀 그렇겠지?
점심시간. 밥을 먹고 교실로 돌아왔다. 마침 종대가 자리에 있었다.
"저기, 종대야?"
"왜?"
종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음.. 너.. 공부 좀 하지?"
"..아니? 잘하는 편은 아닌데.."
"나보단 잘 하니까.. 나 조금만 가르쳐주면 안 돼? 내가 소원들어줄게!"
"김징어."
도경수가 날 부른다.고개를살짝 틀어 옆을 보니 잔뜩 굳어 있었다.
으.. 화났나?
이내 경수는 한숨을 푹 내어쉬더니 다정히 말했다.
"그럴거면, 나랑 같이 과외 하자니까.."
"..안 맞는다고 했잖아."
"해보지도 않았잖아."
...뭐라말하지? 솔직하게 부담스러워서 못하겠어. 라고 말해야 되나?
아냐. 그러면 상처받을거야.
"나, 낮 많이 가리잖아. 과외쌤이랑 친해지기도 전에 스트레스로 죽을거야! 제발.."
"..하아."
자리에 앉아있던 경수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종대를 쳐다봤다.
"제발 경수야.."
이내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 화 많이 났나?
종대도 당황했겠다.
"종대야."
"어? 어.."
종대는 경수가 나간 문을 보다 나의 부름에 날 보았다.
"경수한테는 내가 말할테니까 나 좀 알려줄 수 있을까..?"
"알았어. 그렇게 하자. 경수 많이 화나 보이더라."
"아, 응. 걱정 고마워. 찬열이는?"
"김종인이랑 배드민턴 친데."
"ㅋㅋㅋㅋ그래? 금방 올게!"
"응.ㅋㅋㅋㅋ"
자리에서 일어나 경수를 찾아 나섰다. 아니, 그냥 어딘지 알 것 같아 조금은 빠르게 뛰어 갔다.
옥상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니 난간에 기대에 눈을 감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너는 무슨 생각 중 이었을까?
"남편!"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조금은 멍해보이는 눈을 보고 웃으며 다가갔다.
"이봐요 남편! 아내가 공부 좀 하겠다는데 초빙할 선생님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떻겠어? 응?"
"아.. 미안."
"에휴, 내가 더 미안해. 근데, 진짜 익숙한 사람 아니면 못하겠단 말이야. 너도 알잖아..."
"알아. 알았어. 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러면 미안한데,
"응? 진짜? 우와! 고마워 남편!"
미안한 마음을 숨기려 밝은 표정을 가면으로 썼다.
"내려가자. 햇빛 뜨겁다."
내 이마 위로 손을 올려 햇빛을 가려준 경수가 웃었다.
"그러게 더운데 왜 여길 고집하구 그래?"
"좋아서."
"더운게?"
"모든게."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앞서 걷는 경수를 따라 걸었다.
모든게? 물론 우리 학교 옥상이 정원처럼 되있었어 굉장히 산뜻하고 그렇긴 하지만
이제 여름이라 산뜻보단 그냥 답답하던데..
경수에게 먼저 가라그러고 가방을 느리게 챙겼다. 가면 무슨 말을 할까? 또 내가 상처 입으면?
김종인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한번 째려보고 그냥 다 쳐넣고 가방문을 닫았다. 가방을 매려고 하니 자기가 가져가 매는 김종인.
"내놔."
"조용히 하고 따라와. 너 도망갈지 누가알아."
말 좀 이쁘게 하면 덧나나? 그러니까 내가 널 싫어하지.
우리집까지 데려다 준 김종인은 벌써 열번째 일곱시까지 자기네 집으로 오라 그랬다. 내 가방을 가져가며.
인질이 잡혀 있으니 싫으니 좋으니해도 가야만 했다.
| 어허잇! |
안냐세여~?ㅎㅎㅎㅎㅎ 그러고보니.. 시험기간이신 독자님들 계시죠..?ㅠㅠㅠㅠ 그런 와중에 이렇게 찾아주셔서 댓글을 남겨주시다니ㅠㅠㅠ 감동에 감동이ㅠㅠㅠㅠㅠ흙흘규ㅠㅠㅠㅠ 감쟈해여 그대드류ㅠㅠㅠㅠㅠ 시험끝나고 찾아오셔도 되요..ㅎ
++아모닉?!!!확인하실까요?ㅎㅎ 시카고걸/체리/크림치즈/버블티/매매/죽지마/규야/정동이/슈웹스/구금/안녕/크런키/눈누난나/세젤빛 감쟈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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