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6
"경수야 더 잘래?"
"아니, 괜찮아."
경수가 미소를 지었다. 진심이 담긴 미소였지만 그 안에 피곤함은 숨길 수 없었다.
"아, 다른 애들은?"
"아마 곧 올 걸?"
"걔네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나."
"ㅋㅋㅋㅋㅋㅋㅋ똑같아 똑같아. 어젠가? 만났는데 한눈에도 알아보겠더라.ㅋㅋ"
"그래?ㅋㅋㅋㅋㅋ"
더 올 사람이 있는 듯 그들의 대화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
징어는 계속 경수의 눈치를 보았고 그것을 눈치 챘는지 경수는 다시 웃어주었다. 경수가 먹던 물을 마시던 친구가 물었다.
"루한이가 딸이라고?"
"응. 딸이라고. 딸."
"이름은 누가 지었냐?"
"나랑 아버님이랑."
"오, 그러냐? 뜻이 뭔데?"
"새벽 사슴. 이쁘지?ㅎㅎㅎㅎ"
"그러네.ㅋㅋㅋㅋ"
오랜만에 만난 그들이지만 어제 만났던 듯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제 7화
비밀
다음날. 눈이 번쩍 떠졌다. 악몽을 꿨던 듯 식은땀이 흘렀다. 무서움에 밑을 내려다 봤는데 경수가 없다.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무슨..!!
순간 어제 김종인이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막, 연쇄살인마가 우리집 살림을 다 부시며... 걷잡을 수 없이 생각이 부풀어 올랐다.
저번에 경수가 액자 걸려고 못 박을때 쓰던 망치를 들고 살금살금 거실로 나갔다.
싱크대 앞에서 깨진 유리를 줍고 있는 경수의 등이 보였다.
"야!! 깜짝 놀랐잖아!!"
"아,"
손을 바라보는 경수. 헐, 내가 소리질러서 베인건가?!!
오메... 어뜨케..
손을 든 망치를 떨궈놓고 뛰어가니
"멈춰!"
라고 다급히 말하는 경수였다. 갑자기 말한 터라 멈추지 못하고 다가가다보니 발이 따끔하다.
"하,"
경수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민망하구만..ㅎ
"바보야. 손 베인게 무슨 큰일이라고 그렇게 뛰어와서 너도 피를 보고 그래.."
자신의 다친 손을 힐끔 보더니 유리조각들을 피해 다가와 날 안아올렸다. 뭐하는겨 얘가?!!
"뭐해?!"
"안전지역."
이라며 유리가 깨진 곳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날 내려놓았다. 거실장을 뒤적거리며 구급상자를 가져오는 경수.
"발 대봐."
"너 먼저 해.."
"피 별로 안나."
"그래도.."
"니 탓 아냐."
"그래도.."
"쓰읍,"
따끔했던 발을 내미니 새살이 솔솔 마데카솔을 발라준다. 아, 따가워.. 아파..ㅠ
치료가 끝나고 기쁜 마음에 바로 일어섰다. 곧 후회. 아..미친 방금까지 아프다고 해놓고.. 멍청인가 진짜..
미친듯이 아파하는 나를 보고 다시 한숨을 내쉰 경수는 깨진 유리를 다시 치우기 시작했다. 도와줘야지!
"혹여라도 도와줄 생각하지마. 이 주변도 오지마."
응..(짜짐) 하도 강력하게 말하길래 나도 모르게 쭈구리가 되었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말했다.
"근데 너 왜 접시 깸? 우리 집안 살림 니가 다 부술꺼?"
"아니야, 밥했어."
"올- 근데 너 일있다며."
"응. 1시 정도에."
"아, 어? 지금 11시잖아. 가까운 곳에 있는 일이야?"
"응."
"밥먹고 가게?"
"응."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남편!ㅎㅎㅎ"
아싸- 혼자 밥 안먹는다- 나이스-
깨진것을 다 정리한 경수가 준비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둘이서 먹기엔 좀 많은 거 같다?
"누구와?"
"왜?"
"많이 차리는 것 같아서."
"눈치 빨라졌네."
"읭? 진짜?"
"응. 박찬열이랑 김종대. 괜찮지?"
"엉."
"아, 김종인도."
뭐? 갠 왜? 너 걔랑 친했어? 갑자기 왜지?
잠시 후 문이 부서질 듯 두들기는 김배우와 나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의 기피대상1호.
'그냥 오기 민망해서'라고 말하며 딸기를 건네주는 멋쟁이 종대. 갑자기 들이닥쳐서 딸기 덜렁 건네줘 놓고 배고파!!라며 달려든다.
개생키들. 아 종대 빼고.
"이게, 무슨 조합이지..?"
나의 물음에 장조림의 계란을 입에 처넣으며 말하는 박찬열.
"최강의 조합이지. 난 비주얼."
"미친."
우리 종대가 욕을 했어요!! 특종이야!!! 그건 그거고 진짜 미친소리야.
"난 비주얼 투."
김종인 개생캬. 아니, 여기 조합만 이상한 게 아니야. 정신들도 이상해..
"도경수는 두뇌.캬-"
하지마라 초딩기피대상아.
"우리 김종대는 비주얼 삼!"
아, 무슨 팀에 비주얼만 세 명임?
...아냐. 점점 동화되고 있어.. 이럼 안 돼.. 경수를 바라보니 경수의 표정에서 모든 것이 드러났다.
뭐야 이 병신들은.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함!ㅎㅎㅎㅎ
"김징어는 뭐하지? 얜 비주얼을 하기엔 문제가 있어."
"그렇지."
"닥쳐 개새들아. 그 조합에 끼기 싫어."
"ㅋㅋㅋㅋ그러면 너님 멍멍이 할래요? 최강의 조합이 키우는 개님.ㅋㅋㅋ"
"....징어가 무슨 개님이냐."
나이스 도경수-!!
"그럼 뭔데?"
"음.."
고민하지마 경수야. 왜 너까지 그래..
"그거 생각할 시간에 밥이나 먹자."
역시 우리 종대b 잘했쪙b
비주얼 얘기를 하다가 막이 내리니 정적이 흘렀다. 박찬열. 비주얼 드립 다시해라. 어색해질려한다..
"징어야."
"응?"
어색함에 고개 숙이고 밥만 쳐 먹다가 종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날 보고있는 종대가 보인다.
"오늘 시간 돼?"
"어? 음, 응! 왜?"
"오늘 만나자."
"오키. 난 다 조화."
"쟤도 고3인데.."
"그니까.."
갸슥기들아. 아니 왜 김종인이랑 박찬열은 저렇게 쿵짝이 잘맞냐고. 시부럴.
밥을 다 먹고 경수는 약속때문에 나가고, 김종인과 박찬열은 배 부르다며 소파에 쳐누워있고, 종대는 영단어 외우고. 난 설거지 중임.ㅎ
달그락달그락
그릇들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그에 맞춰 개새들이 떠들어댄다.
"아, 진심 게임 할 줄도 모름?"
"야, 둘이서 무슨 원카드냐."
"아, 김종대! 일루와봐!"
"조용히해라."
"닥쳐 개새들아. 원카드고 뭐고 그릇으로 때려 맞추기 전에."
"오, 사격 자신 있습니꽈?"
"자신 있습니돠!"
ㅋㅋㅋ...미친, 받아줬어. 빠가인가..? 박찬열과 김종인의 비웃음을 들으며 조용히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뒤를 도니 원카드를 하고 있는 남자 셋이 보였다. 종대야..
"헤이 고쓰리들?"
"응? 왜?"
"나도!!"
"ㅋㅋㅋㅋㅋㅋㅋ껴랔ㅋㅋ"
결국 한참을 카드게임하다가 질려서 그만 뒀다. 결론적으로 질릴때까지 함..ㅎ
"이제 가자."
"그랭-"
밖으로 나왔다. 집 앞에서 박찬열이랑 김종인과 헤어지고 우린 시내쪽으로 발을 돌렸다.
"날씨 좋다- 그치?"
"응. 그러네.ㅎㅎ"
날씨가 정말 좋은데 아침에 다쳤던 발이 너무 아프다. 따끔따끔한게.. 그래도 종대에게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 참고 가야지.
"뭐 먹을래?"
"방금 먹었는데?"
"에이- 2시간이나 지났자나!"
"ㅋㅋㅋ그래. 뭐 먹을래?"
"떡뽂이!!"
마침 눈앞에 분식집이 보이길래 달려들었다. 오, 먹고 싶었는데 잘 됐군!
"이모! 여기 떡볶이 1인분이랑 튀김 1인분이요!!"
"방금먹고?"
"안될게 뭐 있음?ㅎㅎ"
"어, 어.ㅎㅎ"
종대가 작게 웃음을 짓는다. 그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종대는 참 웃는 것 만으로도 해피한 기운을 풍겼다.
"공부는? 잘 돼가?"
곧바로 나온 떡볶이를 포크에 찍어서 종대를 건네주었다. 받아든 종대가 한 입 배어 물며 말했다.
"모르겠어. 잘하고 있는 건가. 아직 시험을 안 봤잖아.ㅎㅎ"
"하긴, 그렇군. 놀긴 했어?"
"논다고?"
"음, 가끔 진짜 공부하기 싫으면 놀아야 돼! 그럼 정신이 맑아지니까!ㅎㅎ"
너무 공부만 하는 건 불쌍하잖아. 진짜 매우 불쌍하잖아. 난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아.
"놀면 정신팔려서 계속 놀고 싶어 질걸? 너가 그래서 맨날 노는 거 아냐?ㅋㅋㅋ"
종대의 전용 수줍은 미소가 아닌 완전히 웃어보였다. 저렇게 맑고 웃어도 멋지네.ㅎ
그러고보니 그런가? 어쩐지, 매일 놀고 싶더라니.
"그런가봨ㅋㅋㅋ"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어려워하지 말고.ㅎㅎ"
"올- 그래! 약속한거다?"
"응. 약속."
내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라을 걸었다. 올, 우린 이제 손가락 건 사이임. 나 이제 안 미안하며 물을거다. 후회하지마라.ㅎ
떡볶이를 먹고 카페로 향하는 길.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은 아닌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으니
종대가 내 눈치를 슬쩍 보며 물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응? 아니, 그, 니가 혹시라도, 나때문에,"
"전혀. 그런 거 없어."
역시 눈치가 빠르군. 조화.
카페에 도착해 아이스초코와 체리에이드를 주문하고 앉았다.
"단거 좋아해?"
"넌 상큼한거?"
서로가 마주보며 웃었다. 말똥이 굴러가도 웃을 나이에 우리는 공부 걱정때문에 마음편하게 놀지도 못하구나..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아, 정적싫어.
어색한 기운 때문에 밖을 구경하고 있는데 종대가 묻는다.
"언제부터야?"
"응?"
종대를 보았다. 진지한 표정을 보니 심상치 않은 물음 같다.
"모른척 하려고 했는데, 도경수도 모르더라고. 내가 아는데 왜 도경수가 몰라? 명색에 너 절친인데."
종대의 말을 한참이나 곱씹은 후에야 결론이 나왔다. 김종인 개새끼야.
가만히 앞에 앉아 있는 종대를 보았다. 나를 보는 눈이 꽤나 진지하다. 너무 진지해서 나까지 진지해질 정도로.
"김종인이야?"
"...아니."
내 물음에 잠깐의 정적이 김종인이 한 짓임을 알려줬다. 이새끼가 진짜 나 없는 사이에 뭘 말하고 다니는 거야.
"하긴, 누가 말했든 무슨 상관이야. 이것도 비밀로 하자. 언젠가, 내가 말해줄래. 경수한테."
"그래. 되도록 일찍 말해줘라. 곁에서 보고있기 안쓰러워."
누가 불쌍해보여? 경수? 아님 나?
"저기, 미안한데. 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어?"
"그냥 니가 아는 것들. 아, 김종인도 알고 있겠지."
"나랑 도경수에 관련된 것도..?"
나의 말에 종대의 눈이 커졌다. 이건 아닌가 보구나.
"아냐, 됐어."
내 가족사에 대해선 절대 경수가 알면 안 돼. 그 무엇도 알아선 안 돼. 아직은 말이야.
"이만 가자 종대야. 비밀 꼭 지켜줘."
"응. 괜히, 말했나?"
"아냐아냐. 경수한테 언젠가 말 할 거였어."
종대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난 집으로 들어왔다. 고요한 집. 소파에 몸을 던졌다.
머리가 아프다. 내가 이걸 말해주면 경수가 견딜 수 있을까?
온실속의 화초만큼 귀하게 자란 경수가 견딜 수 있을까?
| 아하하이야하~ |
+후어어엉ㅇㅇㅇ우리 태극전사들 잘하지 않았나요? 밤새서 봐서.. 잠이 안 와 일찍 올려요.. 좀있다 하나 더 올릴 수도 있어옇ㅎㅎㅎ 다음편은 아마 과거이지 않을까.. 싶네옇ㅎㅎ
++암호닉 확인?! 시카고걸/체리/크림치즈/버블티/매매/죽지마/규야/정동이/슈웹스/구금/안녕/크런키/눈누난나/세젤빛/뭉구 (암호닉 신청 받고 있어요^^ [제로콜라]요런식으로 해주시면 감쟈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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