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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애르핍 전체글ll조회 1726l 3

 

 

 

 

 

 

 

 

 

 

 

 

내 연애는 항상 볼품이 없었다. 문득 생각 해 보면 내 성격 탓도 있겠지만 분명히 나와 사겼던 녀석들의 문제점이 컸다.

아니, 그 보다 난 인생에서 딱 두 번의 연애를 했으며 그 두 번의 연애 둘 다 연락이 잘 닿지도 않던 한량들이였다는 것.

난 왜 이런 놈들만 꼬이는가 생각 해 보았지만 아마 조금이라도 다정하게 굴어주면 그저 좋아서 실 없이 좋아하는 정

많은 내 성격 탓 인 것 같다. 그리고 저런 한량들의 공통점은 가끔씩 연락이 닿을 때 마다 가슴 뛰도록 잘 해주다가 어

느 순간 연락이 딱 끊긴다는 점.

 

첫 번째 연애는 근 300일 가까이를 사겼었다. 내가 먼저 한 고백을 시작으로 시작한 연애였지만 막상 연애를 시작하니

그저 착하고 순한 아이가 차마 거절하기 뭣 해서 사겨주는 것 이다, 라는게 딱 몸소 느껴지는 지옥같은 연애였다. 그래

도 점점 사근사근하게 잘 대해주는 녀석이 좋아서 한달에 한 번 연락이 닿을까 말까 하는 녀석이였지만 그저 목 빠지도

록 기다리는 그 시간도 너무 좋아서 설렜던 연애 였지만 참 거지같다고 밖에 표현 할 수가 없는게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런 연애였다는 점. 그 녀석은 먼저 문자를 한 적도, 전화를 한 적도 없었다. 씨발. 생각 해 보니까 존나 싫어. 더

웃긴 점은 이 새끼는 내가 먼저 헤어지잔 통보를 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리고 한 두달이 지난 후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한 몇 년은 친구 먹은 놈 처럼 사귈 때 보다도 더 잘 해줬다는 점. 개새끼도 이런 개새끼가 없다.

 

두 번째 연애는 50일을 넘기고 얼마 되지 않아 깨진 연애였다. 이 연애 역시 내 고백을 시작으로 시작했다. 만난지 겨우

4,5일 만에 대책없이 한 고백으로, 우린 매우 어색했다. 아주, 매우, 손 하나 잡는데도 10일이 걸렸으며 닭살 멘트는 꿈

도 꿀 수 없었고 가끔 씩 문자로 하는 손가락 연애가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는 연애보다도 더 달달할 정도였으니까.

좀 더 다가가고자 하여 다가가면 어느 샌가 연락이 끊기고 없었던 것 때문에 내가 더 매달렸었던 것 같다. 50일을 넘긴

것도 기적이였다. 기적.

 

그리고 이 힘들고 부담되는 연애에도 행복 했던건 첫 번째 연애와는 달리 날 향해 항상 사근사근하게, 다정하게 대해주

던 그는 첫 번째 연애를 허무하게 300일 가까이를 날려 먹고 실패 한 나에게는 고마운 사람이였기 때문에. 그렇지만 난

또 다시 지레 겁을 먹고 먼저 이별 통보를 한 뒤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겨우 한 두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녀석이

애인이 생겼다더라. 하는 말에 멍─한 상태로 거의 1년 가까이를 날려 먹느라 내 인생은 그 1년이 어떻게 지나 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더 웃긴 점은 내가 게이라는 점. 첫 번째 연애도, 두 번째 연애도 전부 남자와 한 연애 였다는 점. 또, 내가 아직도

저 둘을 잊지도, 지우지도, 버리지도 않았다는 점. 물론 그 들은 날 버렸을지 모르겠지만 정 많은 나는 아직도 그 들의 이

름을 입에 담고, 얘기하고, 친한 척 보고싶다며 주변 친구들을 성가시게 까지 했다.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연애로 날려 먹은 1년을 대신하여 채우기 위해 22살, 늦은 나이에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를 휴학 하고 거의 기계 처럼 자고, 일어나서, 알바를 가고, 집에 와서, 자고, 일어나서, 일바를 가고의 반복 이였으니

놓친 진도를 빠듯하게 따라 잡기 위해 난 또 다시 다른 의미로 기계적인 삶을 시작했다. 바보 같이 연애를 두 번이나 비참

하게 말아 먹고 정신 없이 일만 했던 기계적인 삶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기계적인 삶. 어쨋던 자고

일어나서 학교를 가고 도서실을 가고 집에 와서 자고 일어나서 학교를 간다의 반복과 패턴은 처음과 같았지만 의미가 현

저히 달랐다.

 

한 마디 덧 붙이자면. 그래, 차라리 정상적인 연애를 하자. 차라리 여자를 사귀자. 라고 늦은 다짐도 굳혔다.

 

“병헌아, 너 접때 경영과 여자애 마음에 든다고 했었지?”

“엉, 왜?”

“내일 경영과 애들이랑 과팅 있는데 걔도 올 것 같아. 경영과에 나 아는 애 있는데 걔 친구라더라. 너도 올래?”

“신경 써 줘서 고마운데, 난 그런거 별로…”

“에이, 뭐 어때. 어? 같이 나가자. 우리 수도 딸려 지금, 김준석 저 새끼가 안 하겠다고 뻐팅기잖아 존나.”

“나도 별로, 싫은데…”

 

개새끼야, 내가 싫다잖아.

 

처음 여자를 사겨야 겠다. 라고 마음을 먹은 첫 날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호리호리하고 쪼꼬맣던 경영과

여자애에게 정신이 나간 상태로 애들에게 ‘야, 쟤 겁나 이뿌다. 번호 함 따보까.’ 라며 헛소리를 지껄인 후로 계속해서 이

딴 질문이나 받고 있다. 난 사실 저 여자애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애들은 그때부터 나 아는 애 친구인데 소개팅은

어떻냐는 둥, 나 쟤 번호 아는데 네가 문자라도 보내 보아라. 라며 날 귀찮게 했다.

 

“야, 너 진짜 걔 마음에 드는 건 맞어?”

“몰라, 얼굴도 잘 기억 안 나.”

“와, 진짜 대단하다 이병헌.”

“됐어 임마, 다른 애나 찾아 봐.”

“으이 씨, 진짜……”

 

결국 신경질을 낸 민준이 고개를 돌렸다. 다른 애들을 수색하고 있는 듯 하다.

 

별다른 신경은 안 쓰고 하던 필기나 마저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그치만 다시 옆에서 자꾸만 슬쩍 슬쩍

‘야, 근데 걔 진짜 이쁘더라.’ 라며 찔러보는 민준 때문에 사실 별 감정 없던 여자애에게 자꾸 마음 한 켠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야, 오늘 개강 파티 가기로 했어. 너 참석 할꺼지?”

“으잉?”

“왠 으잉 이야.”

“너네 과팅 안 가냐? 아까 민준이가 열-라게 애들 찾던데.”

“미친, 무슨 과팅이야. 민준이 새끼 하여간에 눈치도 존나 없어선.”

 

준석이 혀를 끌끌 찼다. 아무래도 민준이가 눈치없이 꺼낸 애기였던 것 같다. 그제서야 수업시간 내내 걸리적 거렸던 무언

가가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거, 개강 파티 누구누구 가는데?”

“과 애들 대부분 온댔으니까 너도 와라. 찬희도 복학 하자마자 개강이라 온다고 하든데.”

“…뭐? 이찬희?”

“엉, 너넨 둘이 그렇게 붙어 다니더니 너 휴학하고 몇 달 정도 있다가 찬희도 휴학 했었다.”

“…진짜?”

“너 설마 몰랐어?”

 

응, 몰랐어.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이 거지 같은 기분은 쉽게 떨쳐 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찬희, 이찬희…당장이라도 입에서 욕이

나올 것만 같아 입을 꾹 닫았다. 속이 울렁 거리고 무언가가 꿀렁이며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이찬희, 재밌냐? 속으

로만 삼킨 말이 입에서 맴돌았다. 당장 가서 멱살이라도 쥐어 잡고 따져들고 싶었다. 재밌니, 개새끼야? 라고. 토가 나와

입을 막고 헛 구역질을 해댔다. 끅끅 대는 흉한 소리가 나자 준석이 걱정이 되었는지 급하게 등을 두들기며 ‘야, 왜그래?

괜찮아?’ 하고 물었다.

 

“어…어, 점심 먹은게 소화가 잘 안됬나. 괜찮아. 튼, 나도 갈게. 개강 파티.”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찬희가 너한테 연락도 안 했었다니 좀 의외네.”

 

준석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이내 ‘좀 있다가 보자. 소화제 하나라도 사 먹고 있어.’ 라며 강의실을 빠져 나갔다. 텅

빈 강의실을 보다가 이내 나도 느릿느릿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다음 시간이 공강이라 다행이다. 당장이라도 토가 나올

것만 같아 입을 틀어 막았다. 눈물도 났다.

 

내 두 번째 연애를 아주 거지 같이 실패 시킨 장본인인 이찬희를, 연락도 없던 이찬희를, 뜬금없이 개강 파티에서 보게

된다는 생각에 처음엔 또 바보 같이 설렜었다. 아주 잠깐. 그렇지만 휴학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화가 났다. 무엇 때

문에? 왜? 나한테 휴학 소식을 안 알려줘서? 휴학인데도 불구, 연락 한 통 없어서? 씨발, 그럼 그 내가 없던 그 기간 동

안 애인이나 쳐 만들어서? 그 것도 나 같이 시커먼 남자 놈도 아닌 뽀얗고 예쁜 계집애랑 아주 알콩달콩 깨를 볶고 잘

사겨서?

 

모르겠다. 그냥 화가 났다. 속이 울렁 거리고 죽을 것만 같아 배를 움켜 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기분이 거지 같아서

글씨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았지만 그저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아무 상관 없는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나는 병신같이 아무래도 그 시간 그대로에서 멈춰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 흔적을 따라 가다보면 남는 건 추억과 후회와 과거 뿐 인데,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 할 그런 길인데

도 불구 나는 그 흔적을 따라 가고 싶은 걸 지도 모른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서 일까, 아니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고 싶어서 일까.

 

아마도, 등신 같은 난 아직도 이찬희를 좋아한다. 정이란게 이렇게나 무섭고 미련한 것 인지 몰랐다. 아직도 내 메세지

보관함엔 이찬희와 했던 문자들이 있고, 통화 버튼 하나 누르지 못 할 만큼 쓸데 없지만 지우지 못 한 이찬희의 번호

도 남아있다.

 

내 끝은 항상 이렇게 허무했다. 사랑하는 마음은 가득한데 더 이어가질 못 했다. 미련하게도. 그리고 항상 후회 하였다.

하루라도 더 붙잡아 둘 걸, 내가 조금 더 힘들걸. 왜 더 사랑한건 난데 끝을 자른건 나 였을까. 누군가에겐 비극이 될 지

모르는 선택 일지라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 볼 걸. 

 

나는 이렇게, 시작도 끝도 잔인 하다.

 

 

 

 

 

 

 

 

 

 

 

 

 

 

 

 

 

“오랜만이네.”

 

1차로 온 곳은 고깃집이였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로썬 그저 고기만 깨작이는 정도 였는데, 뒤 늦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의 찬 바람이 들어왔다. 딱히 신경은 쓰지 않고 그저 고기만 퍼 먹던 나는, 그 나긋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불안함이

엄습 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릿하고, 아프고 불안했다.

 

고개를 슬며시 들자 방긋 방긋 웃고 있는 이찬희의 얼굴이 보였다.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반겨주거나 큰 소리로 손을

휘휘 저으며 반겨 주었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엉성하게 낀 나는 아무 것도 못 하고 그저 이찬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

곤 이내 자리로 앉으려는 이찬희 뒤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곤 수줍게 깍지를 끼는 여자아이로 시선이 옮겨졌다.

 

“야, 병헌아. 찬희한테 인사 했냐?”

“어? 어..”

“고기만 먹지 말고 애들 오면 인사 좀 싹싹하게 하구 그래라.”

 

뒤 늦게 자리에 다시 앉은 준석이 멍 하니 이찬희 쪽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 했다. 그 말에 나는

‘에이, 다 인사 했다니까 그르네…’ 라며 대꾸를 하자 준석이 입을 다시며 ‘그래? 너 계속 앉아 있길래.’ 라고 대답을 하더

니 이내 이찬희를 큰 소리로 불렀다.

 

“야, 야. 찬희야. 요기 병헌이도 왔다.”

“어?”

“병헌이 여깄어. 내 옆에.”

 

준석이 녀석이 눈치 없게 이찬희를 부르더니 이내 엉거주춤 일어서 있는 녀석의 소매를 잡고는 제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자연스레 이찬희는 내 옆에 서 있게 되었다. 안 본 사이에 더 나긋나긋 해 진 것 같아 서글펐다. 나는 네 이름 하

나에도 힘들어 하는데 너는 어찌 이리 아무렇지도 않니.

 

이찬희는 어색하게 서있다 한참만에 ‘나 민영이랑 같이 있어야 겠다…’ 라며 겨우 입을 열곤 자리를 뜨려는 걸 준석이가

막고서는 ‘야, 애인 생겼다고 그르는거 아냐 임마. 둘이 연락도 안 했다며. 얘기 좀 해.’ 라며 다른 자리로 옮겼다. 이 순

간 만큼은 정말이지, 진짜 패고 싶다. 뭐 저따구로 눈치 없는 놈이 다 있지?

 

이찬희는 앞에 놓인 소주병을 몇번 만지작 거리더니 어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

 

물론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괜히 섭섭하다. 이해는 가는데, 분명 머릿속으론 이해는 하는데 딱, 정말 딱 이해만

갔다. 마음 속으론 괜시리 섭섭하고 화도 나고 짜증이 나고 아까 처럼 토기가 올라 올 것 처럼 속이 울렁 거렸다.

 

“…잘 지냈어?”

“그럭 저럭.”

“애인 이쁘다.”

“응.”

“좋아?”

 

순간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분명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취한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독한 말을 내뱉고서는 나

도 놀라 입을 꾹 닫았다. 더 이상 대화를 하다간 무슨 말이 쏟아져 나올 지 모르겠다. 이찬희는 그저 놀란 눈으로 그

제서야 날 빤히 쳐다 보았다. 괜한 심술이야. 라고 생각은 했지만 도저히 이 감정을 어찌 추스려야 할 지 모르겠다.

결국 고개를 푹 숙여서 시선을 회피했다. 이찬희가 몇 번 헛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내 팔을 툭툭 쳤다.

 

“…밖에서 얘기 좀 해.”

“내가 왜.”

“할 말 많은거 다 알아.”

“넌 알면서 연락 한 통 안 했냐?”

 

그 말에 이찬희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얄미운 새끼, 세상에서 제일 얄미워. 이찬희는 무언가 말 하고 싶은 듯

입을 달싹 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억지로 내 팔을 잡고 일어나선 ‘취한 것 같아서 바람 좀 쐬고 올게’

라는 싱거운 말만 남기고는 날 밖으로 끌고 나왔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눈만 마주보고 있었다. 이찬희는 밖으로 날 끌고 나오자마자 잡고

있던 내 팔을 패대기 치듯 놓아 버렸다. 시발, 그래. 네가 이딴 식으로 날 붙잡지도 않고 내쳤었지. 괜한 오기가

생겨서 날 빤히 쳐다보는 이찬희와 일부러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찬희는 한숨을 쉬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애들 앞에서 티 내지마.”

“…뭘?”

“우리 둘이 사겼던거.”

“애들 차피 다 몰라. 지네 친구가 게이 새낀지 고자 새낀지 지들이 까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아!?”

“말 그런 식으로 하지마라.”

“넌 나한테 왜 그딴 식인데?”

 

거의 악에 받친 듯 한 목소리가 나왔다. 눈에서 맴돌기만 했던 눈물은 이미 볼 전체를 덮은 지 오래였다. 목소리가

잠겨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저 앞에서 날 무심하게 쳐다보기만 하는 이찬희가 싫다. 이찬희는 미치겠다는 듯 얼굴

을 쓸어 내렸다.

 

“너 말은 바로 해. 먼저 일방적으로 문자 한 통 가지고 우리 사이 정리 한건 너야.”

“그래서 넌 그렇게 좋아 죽던 나 버리고 한 두 달만에 애인 만들고?”

“내가 누구 좋아하는 것도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 너 한테 까지 허락 맡고 좋아 해야되?”

 

이찬희의 목소리는 무덤덤 했다. 그래서 더 싫었다. 차라리 나 때문에 화라도 났으면 좋겠어, 찬희야. 지금 내 앞에

서 이젠 별 것도 아니라는 듯 쳐다보는 이찬희의 표정을 보니 근 1년이 아깝고 문자를 보내 볼까, 전화를 해 볼까 말

까 하며 핸드폰을 부여 잡고 울던 그 시간들이 아까워 졌다.

 

“씨발, 너 지금 나 가지고 뭐 하는 건데? 가지고 놀아? 깨진 사이에 뭘 더 바래?

“……….

“이게 소설이야? 드라마야!?”

“……….”

“설령 소설이라 해도 난 너 같은거 이제 내 소설에 단역으로도 안 써.”

“………찬희야.”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이찬희는 그 말을 끝으로 날 내팽게 쳐두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물이 이젠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

다. 눈 앞이 흐릿해 져선 이제는 내가 무엇인지, 이 곳이 어디인지, 심지어는 방금 까지 보았던 이찬희의 얼굴도 기

억이 나질 않는다. 서럽다. 그저 서럽다. 이해는 되는데, 내 잘못인 것도 인정은 하는데 괜한 내 이기적인 욕심이 날

더 힘들게 만든다. 너도 행복 해야만 하는데, 힘들었던 과거에 매달리는 건 나 혼자만으로도 족하는데, 난 너에게 뭘

바랬던 걸까.

 

너도 울면서 날 기다렸노라고, 그리워 했노라고, 보고 싶었노라고 말 해주길 바랬을까? 그렇게 하루 하루 거지 같았

던 과거에 매달려서 너도 나 때문에 밤새 울기만 하며 지내길 바랬을까? 나 처럼, 자고 일어나서 하루 일을 마치고

또 자고 일어나고 하는 그런 기계적으로 무의미하게 사는 널 바란걸까. 나도 이젠 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 것

을 직접 실감 해 보니 더 와 닿는다. 눈을 감고 건물 앞에 초라하게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눈 앞에 네가 보이는데, 바로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만큼 네가 보이는데 잡지 못 한다는 사실이 서럽다. 난 못

되서 지금 이 순간 까지도 널 잡고만 싶다. 네 마음을 내가 조금이라도 이해 했다면 우린 지금 여기 까지 오진 않았

을거야. 차마 찬희를 보자마자 내뱉고 싶었던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질 못 했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아직도 기

다리고 있다고. 그리워 했다고. 쭉, 쭉 보고싶어 했다고. 네 문자 하나도 지우지 못 하며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무언적으로 날 원망하는 너에게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좋아했다, 나는. 이찬희를.

 

아니, 아니다.

 

내가 이찬희에게 느끼는 감정에 과거란 다. 좋아한다, 나는, 아직도. 이찬희 너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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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어으어으엉...새벽의 감수성을 촉촉하게 해주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거 너무 져아여ㅠㅠㅠㅠㅠ 다시 되돌아갈수없는 안타까운 그 뭔가가 너무 좋습돠 ㅠㅠㅠ 잘읽고가요!!!
12년 전
독자3
천엘로 올만에 보네ㅠ 잘봤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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