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홍이 한숨을 쉬었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푹, 숙여지고, 캐리어를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모두가 함께 살던 이 집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차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 손으로 문을 열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이였다. 준홍이 신발 코만 내내 들여다 보고있었다. 여기서 발을 때면, 이제는 끝이구나 싶었다. 다시는 볼수 없는 사람들이 였다. 차마 들어지지 않는 고개를 애써 들으며, 용국이 어서 나가라고 성화를 내는 것만 같은 환청을 들으며 한발짝 내딛었다. 앗, 순간적으로 콧잔등에 떨어진 차가운 액체의 감촉에 정신을 차리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씨발..꼭 이럴때.. 짧게 욕을 뱉은 준홍이 비속을 걸었다. 넓고, 대문으로 가던 길이 길기만 하던 마당이 오늘 따라 왜 이리 좁고 짧게 느껴지는 지. 점점 젖어가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충분히 비참하고 누구나 자신을 봤을 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한쪽 손에서 자신이 끄는 캐리어가 덜덜 소리를 내며 끌려온다. 그 소리를 빗소리와 함께 들으니 자신이 이 집을 떠난 다는게 더 실감이 났다. 준홍이 한쪽 손으로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높디 높은 대문을 보았다. 그러고는 고래를 돌려 집과 마당을 한번 쭉 바라보았다.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울컥 하는 마음에, 마당에 심어놓은 벚꽃나무의 꽃봉우리들이 비바람에 쓸려 모두 피어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건 아닌지, 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멍하니 벚꽃 나무만을 바라보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이 상황에 누가누굴 걱정해, 이렇게 생각한 준홍이 젖어서 미끌거리는 손바닥으로 대문을 밀어냈다. 끼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애써 다시 욱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입술을 꽉 깨물며 대문을 나섰다. 이제 대문을 빠져나간 준홍이 대문 앞에 서서 다시한번 고개돌려 눈에 한가득 담았다. 비오는날 우산도 쓰지 않은 준홍의 얼굴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수 없는 투명한 액체로 적셔있었다.
사실 조금의 기대는 했었다. 내 말정도 한마디 쯤은 들어줄것이라는. 하지만, 들어주기는 커녕 내쫓아버렸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항상 자신과 함께하던 용국이, 힘찬이 나타난 뒤로 항상 그랑 함께 했으니까. 모든걸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용국이 사랑하는 사람이니 하고, 치기어린 질투는 커녕, 미워하지도 않았다. 그냥 넘어가려 했다. 다 내가 부족한 탓이니, 하고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난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였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괜한 기대를 나혼자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지금 이 모든 것들이, 다 꿈이 였으면, 비참히 홀로 골목길 어귀에 들어 서는 자신이 억울했다. 그 집 복도 끝 나의 방 창가에서서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나는 이제 없었다. 이제는 기댈사람도 없다. 처참히 또 한번 버려졌다. 길잃은 강아지 꼴이 되버렸다.
오랜만에 오는 거리에는 전에 있던 꽃집이 그대로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받아낸 가지각색의 꽃들에게는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익숙한 꽃이 보였다. 준홍은 조금은 씁쓸한듯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가장 가장자리에 배치 되어 있는 꽃을 가르켰다.
"아줌마, 이거 꽃말이 뭐예요?"
준홍의 부름에 잠시하던 일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린 꽃집주인은, 비를 쫄딱 맞은 준홍의 모습에 조금은 놀란 했다. 이내, 준홍이 가르킨 꽃을 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학생, 다른 꽃들도 꽃말 좋은데 왜 하필 그거야."
"왜요?"
준홍의 한시라도 빨리 꽃말을 듣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탔다. 뭘까, 안좋은 뜻일까.
"동정."
꽃말이, 동정이야.
지나가던 사람들은 우산도 안쓰고, 조금이라도 걸음을 빨리하지 않는 준홍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걸어오는 내내 큰 손으로 얼굴을 닦아내던 준홍이, 용국과 함께 잠시 머물었던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용국과 같이 동거할 생각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예전 집을 나와 짐을 꾸리던 자신이 머릿속에 스쳐지나 갔다. 머리가 잠시 지끈거리는지 준홍이 인상을 찡그렸다. 익숙한 듯이 입구에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앞이였다. 들어갈까말까, 잠시 되지도 않는 고민도 했다. 덜덜 떨리는 손이 손잡이에 올려졌다가, 다시 때어내고, 또 다시 손잡이에 올렸다가, 또 다시 때어내고. 바보 같은 짓만 반복했다. 준홍이 그런 자신이 답답한지 가슴팍만 주먹쥐어 몇대 때렸다. 바지 주머니에서 자꾸 열쇠의 마찰음이 들렸다. 한순간 온몸에 힘이 쫙 빠졌는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다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려 열쇠를 꺼내든다. 준홍이 집중해서 열쇠구멍에 끼워 맞출려고해도, 떨리는 손으로 무얼하겠는 가. 자꾸만 엇나가는 열쇠에 준홍이 발을 동동굴린다. 다시한번 열쇠를 끼워 맞췄다. 이번엔 알맞게 들어갔다. 익숙하게 열쇠를 돌리고는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었다.
"……흐윽,"
준홍이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가구들이 보이는지, 우는 소리를 낸다. 힘 풀린 다리를 질질끌어 현관에 도착한 준홍은 젖은 신발을 벗을 생각도 하지도 않고, 털썩 무릎을 굽혀 주저 앉았다. 무릎에 꽤나 충격이 갔을 것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는 시든 화분에게 조금씩 다가가 집어든다. 준홍이 지나간 자리에는 축축히 빗물로 젖어있었다. 준홍이 멍하니 화분을 보다가, 바싹 마른 잎을 바라보다가, 이내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애써 참아왔던 눈물들이 펑 하고 터져버렸다. 어린아이가 길을 잃은 듯이, 엄마를 잃은 듯이 아주 서럽게 울었다. 볼품없는 화분을 품안에 끌어안았다. 목놓아 울었다. 언제쯤 준홍의 눈에서 눈물 마를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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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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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홍아, 오던 길에 화분 사왔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우와, 아저씨 짱 이다.'
'이쁘지? 꼬박꼬박 물줘야해, 죽이면 안돼.'
'꽃말이 뭐예요?'
'…조금 더 크면 말해줄께, 그때까지 죽이면 안된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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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리사. 용국이 사온 꽃은 멜리사 였다. 준홍이 칭얼거리며 꽃말을 물어봐도 절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내가 가르쳐 주지 않는 한 검색도 해보지 말라는 용국의 엄포에 준홍이 가만히 입을 다물었었던 장면이 눈에 아른 거렸다. 항상 꽃말이 궁금했었고, 오늘 까지도 그랬다. 방용국에게 벗어난 오늘, 준홍은 듣지 말아야할 걸 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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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이, 동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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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을 품안에 끌어 안은 준홍이, 다 말라 비틀어진 식물의 잎을 쓰다듬었다. 몇번이고 보듬었다. 만질수록 가루가 되어버려도, 계속이고 보듬었다. 준홍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자신은 고작 용국에게 동정의 대상일 뿐이였다. 그래, 그런 용국에게 무언갈 바란 자신이 잘못이였다. 항상 용국에게 상처받아도 그날 하루만큼은 눈물로 밤을 지새워도, 절대 용국을 욕하지 않았다. 힘찬이 용국을 자신에게서 빼앗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절대 힘찬을 욕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도, 모두가 날 몰아세워도. 항상 꿋꿋히 참아냈다. 끊임없이 보듬는 준홍의 손길에 식물이 다 가루가 되어버려, 거실 바닥에 뿌려졌다. 준홍이 악에 받친듯, 화분을 집어 던졌다. 큰소리가 나며 화분이 부숴지고, 그 큰소리에 맞먹는 준홍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용국이 동정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준홍을 여기고, 힘찬이, 그런 용국의 생각을 알아내고, 용국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자신을 여기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울음이 아닌, 또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준홍이 미친듯이 자신의 머리체를 잡아 당겼다. 헤집고, 또 헤집었다. 미쳐간다는 말이, 지금 딱 자신에게 어울리는 말같았다. 이제 나는 잃을것도 없다. 가진 거도 없다. 모두가 나를 이지경 까지 만들었고, 바닥까지 내쫓았다. 준홍이 자신의 목에 두손을 얹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지금 죽어버리면, 너무 아쉬운 것들이 많다. 나만 이렇게 처참해질순 없다. 내가 이렇게 되기 까지 비웃음을 지었던, 너희 모두, 특히. 김힘찬. 너.
"죽여버릴거야."
저 꽃 처럼, 가루가 되어 바람에 고이 날려 보내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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๑^▽^๑
안녕하세요...! One chance 작가 끙_끙 입니다! 개학때문에 많이 늦었지요?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이번화도 참 준홍이가 불쌍하고..ㅠㅠ항상그랫듯이 재미가 없네요ㅠㅠ
저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덕에 힘내서 연재합니다ㅠㅠ
목표는 초록글 한번 가보는 건데..큼..할수 없는걸 잘알지만 ㅎㅎ 목표는 크면 클수록 좋은 거니까요 ㅎㅎㅎ
완결이 다가옵니다 두굳구둑두구구둑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언급..s2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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