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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전체글ll조회 567
ㅡ  

  

  

덥다. 햇빛이 그대로 내리 쬐는 침대는 찜통이나 다름 없다. 이불을 대충 걷어내고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머리 맡에 놓인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10시 48분. 평소보다 일찍 기상한 편이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은 조용하다. 조용해서 더 자기엔 최상의 조건이었지만 여름의 아침은 너무 덥다.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온다. 부엌에는 잘차려진 밥상과 함께 언제나 그렇듯 메모지 한 장이 놓여있다. 반듯한 글씨체는 아무리 봐도 꼴 보기 싫다.  

  

  

먹었으면 좋겠다. 종인아. 버릴려면 버려. 그대신 설거지는 해 놔.  

  

  

꿈도 야무지다. 설거지를 해 놓기는 커녕 버릴 생각도 없다. 메모지를 바닥에 대충 흘린 뒤 소파에 눕는다. 형은 내가 누워있는 걸 싫어했다. 내가 누우면 잠들기 때문에 말 할 사람이 없어 심심하다고. 눈을 감았다. 뜨끈한 열기가 눈에 올랐고 그 느낌이 싫어 다시 잠든다.  

  

  

ㅡ  

  

  

일어나.  

  

  

듣기 싫은 목소리로 잠을 깨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더 싫은 소리를 하기 전에 재빠르게 소파에 앉았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부엌 쪽을 바라본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웃음을 내뱉지는 않는다. 우린 웃을 수 없는 사이니까. 그는 말 없이 한 곳을 응시한다. 나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침묵한다. 그는 형의 사진이 들어있는 작은 액자를 보며 아마도 이렇게 생각 할 것이다. 준면아. 나 너무 힘들어. 네 동생은 내가 한 밥은 먹지도 않고 학교는 때려친 지 오래야. 할 줄 아는 건 하루종일 잠만 자는거야. 네 동생만 아니었으면 당장에 쫓아냈어. 그리고 네 동생은 너에게 상처를 줘서 너를... 시발.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고 구역질이 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 옮겨진다.  

  

  

들어갈게요.  

  

  

얘기 좀 해.  

  

  

그는 다른 때와 달리 단호하다. 사실 그가 단호한 건 나와 상관이 없다. 나는 그보다 더 나쁜 새끼니까. 나는 그의 말을 못들은 척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시선이 내 등 뒤로 꽃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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