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위해 사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잠을 자는 것도 다 죽는 것에 대한 예행연습이라고도 한다. 집으로 가니 엄마는 쓰러져서 아직 깨어나시지도 못하셨고 누나들은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밝던애가 애 이렇게 됐냐는 둥, 우리가 잘 못 한게 있냐는 둥...
"누나... 나 올라갈께."
"동우야... 응? 하지마... 제발 하지마..."
"누..."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다. 어질어질한 게... 쓰러질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든다. 그만 올라가서 쉬었으면...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이호원. 우리집이... 아닌가?
"아... 뽀뽀하려고 했는데 깨어버렸네."
"뭐?"
목소리가 갈라진다. 그러니까 어제 누나들이 우는 걸 보다가... 둘째누나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생각이 안 난다. 아마 쓰러진 듯 싶다.
"우리집엔 어떻게 온거야?"
"담임한테 물어봐서."
"..."
"너 이제 깨어났으니까 나는 가볼께."
"..."
"배웅은 바라지도 않는다. 인사라도 해봐."
"가."
"그래."
뭐가 그리 좋은건지 웃는다. 내가 여자라면 좋아할만한 얼굴을 가졌다. 잘생긴 편인데다가 웃으니 더 낫다. 뭐가 그렇게 관심이 많은건지... 중학생 이후로 내 또래애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았는데... 내 방에 우리 가족이 아닌 사람이 발을 들어놓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이호원이 앉았던 침대구석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다. 이호원을 보면서 생각한건데... 아마 난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는 것 일지도...
"장동우!"
다음날 아침, 문을 열고 나가니 이호원이 서있다. 왜?
"학교 같이 가려고 왔어."
"뭐하러."
거기다 우리집보다 이호원의 집이 학교에 더 가깝다. 쓸데없는 발걸음을 더해서 우리집까지 온 것이다.
"에이, 이정도 노력도 안하고 장동우랑 친해질 수 있겠어?"
"..."
"같이가."
어깨동무를 한다. 옛날에 친구들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키가 작다고 놀렸었다. 키가 작아서 팔을 올리기가 편한건지 내 어깨는 항상 누군가의 팔이 있었다.
"키가 작아서 편하다."
"..."
오랜만에 느끼는 묵직함이 좋아서 별소리 안 하고 학교까지 왔다. 그동안 나는 침묵을 지켰고 이호원의 입에서는 많은 말이 나왔다.
"이호... 같이... 온거냐?"
교문에 들어설 때부터 시선집중이더니 교실에 들어와서도 시선이 집중됐다. 원래 이런거 신경 잘 안썼었는데 이호원때문인지 온몸으로 그 시선들이 느껴진다.
"나 장동우랑 완전 친해."
"설마..."
"쉿. 그건 아직 비밀이야. 동우야. 자리로 갈까?"
뭐가 비밀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시끄럽다. 쟤는 누구지?
"내가 재미있는거 하나 알려줄까?"
"..."
"음... 사실 재미있는 건 아니고."
내가 대답할 때까지 계속 물고 늘어질 것 같다. 귀찮아.
"뭔데."
"궁금해 할 줄 알았어."
"..."
"하하. 아무튼 나는 너랑 짝이야."
"그래?"
"어.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짝이였어."
"그래."
"중요한 건!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몰랐던거."
"아..."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용서해 줄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뭔가 낯설어 손이 쳐냈다.
"아... 아직 이정도는 아닌건가? 내가 괜히 나댔나 보네..."
"적당히 해."
"그래. 미안."
"크큭. 이호원 쌤통이다."
"닥쳐. 이성열."
"아이구, 무서워라."
이성열이라는 애가 호들갑을 떨면서 이호원을 건드린다. 오래간만에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다. 눈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던 반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침부터 무언가를 먹는 애, 게임을 하는 애, 숙제를 베끼는 애, 뭐가 그리 신난지 웃는 애들. 나도 저 속에 있었을텐데 지금은 철저하게 방관자 역할만 할 뿐이다.
"장동우."
"..."
"난 이성열이야. 우리반에서 장신을 맞고 있지 너와 다르게."
"응."
"와... 생각보다 순한데?"
"그런거에 발끈하는 건 너밖에 없지."
"쯧쯧, 키작은 자들의 변명따위 듣지 않겠어."
"나정도면 평균이거든?"
"난 평균보다 크거든?"
"아... 이성열이랑 노니까 이성열처럼 된 기분이야. 저리로가. 여기 우리자리야."
우리... 우리라...
"안그래도 갈거거든요. 장동우. 너 얘한테 넘어가면 안 된다? 안 넘어가면 다음타자는..."
넘어가? 다음타자?
"쓸데없는 소리말고 빨리 사라져."
"쓸데없는 소리가 아닐텐데~"
잠시지만 표정이 굳은 이호원을 봤다. 처음 이호원을 알게된 그 날보다 더 굳은 표정이였다.
"이성열이 쓸데없는 말 잘 하고 다녀. 신경쓰지마."
이러니까 더 신경쓰인다. 일부로 신경쓰이라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너네 이제 수능도 얼마남지 않았다. 이제 매일 자습할텐데 그런 시간을 더 잘 활용해야..."
"장동우, 동우야."
옆을 보니 이호원이 턱을 괴고 날 쳐다본다.
"너... 웃어봐."
"..."
뭐야?
"웃으면 귀엽지 않을까? 그 날카로운 눈이 휘어지면 이쁠 것 같아."
시인해도 되겠다. 뭐가 저렇게 관심이 많지?
"이호원처럼 쓸데없는 짓하다가는 대학 못 가기 쉽상이니까 저런 물은 들지 않도록 하고, 좀 있다 5교시때 보자."
담임한테 걸려서 머쓱한 표정으로 있는 이호원을 보고 여자애들은 모두가 들릴정도로 '귀엽다.'를 외쳐댄다. 저런게... 귀여운건가? 내가 웃으면 저러는 건가? 웃지 않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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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급하게;;
간만에 산다는것을 들고 나왓는데..
2번 밖에 안 썼는데 스토리가 처음 구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게 가는 기분이네요ㅠㅠ
망글이지만... 그래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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