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병원 08
뜬금없는 고백을 하는 종인의 뒤로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었고
경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큼 종인이 뭐랄까 멋있어보였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
좋아한다니,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가.
"뭐? 너 방금 뭐랬어?"
놀란 눈을 한 경수가 종인에게 말했다.
종인은 아까의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 경수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좋아한다구요. 말 그대로에요."
"허, 저기 내가 키작고 왜소하다고 여자처럼 보여서 그러나본데.
나 이래뵈도 남자야. 착각하고 있는 거 같,"
경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인은 경수의 가운을 붙잡고 끌어 안아버렸다.
"저라고, 당황스럽지 않은건 아니에요.
첫 눈에 반한다는 말 믿지도 않았는데.
믿게 되버린 걸 어떡해요.
저도 혼란스러웠어요.
형만 보면 심장이 막 뛰고 그냥, 그냥 내자신이 주체가 안되는데.
이게 좋아하는 거 아니면, 뭔데요."
이렇게 말하는 종인의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고
종인의 키보다 두 뼘은 작은 경수의 키때문에
경수의 머리가 종인의 가슴팍에 정확히 맞닿을 수 밖에 없었다.
경수는 종인의 심장소리에 덩달아 가슴이 뛰었고
뭔가 어색한 감정에 종인을 홱 밀쳐냈다.
"그, 그 마음. 빨리 접어줬으면 해.
나 너 안좋아해. 아니 싫어."
경수는 차갑게 말하고 종인을 뒤로 한 채 옥상을 뛰쳐나가듯 내려갔다.
옥상에 혼자 남겨져 버린 종인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땅에 주저앉았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 하고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도, 속은 후련하네.
내가 누구냐, 이 김종인
도경수 포기 안해. 아니 못해."
꼭 경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 종인이
비장한 표정을 하고 옥상을 내려갔다.
사흘 밤 낮을 꼬박새고 드디어 오프 날이 된 민석은
좀비에 빙의가 된 듯 축 쳐져 병원을 나선다.
"우어어어.. 눈이..감긴다.."
눈이 반 쯤 풀린 민석은 집에 얼른 돌아가 바로 자겠노라 하고 다짐을 한다.
병원을 나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힘없이 터벅터벅 걷는 민석의 옆에 차가 한 대 선다.
이윽고 클락션이 두 번 울리고 민석이 인기척에 쳐다보자 창문이 내려진다.
"김민석!"
흐리멍텅한 눈으로 쳐다보려니 누군지 분간이 잘 안가 차 가까이 다가간 민석은
의외의 사람에 깜짝 놀라 잠이 확 깼다.
"...!"
씩 웃으며 차에서 내리는 루한은 조수석 차 문을 열더니 민석을 태웠다.
그리곤 자신도 금세 다시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맸다.
"아니, 저, 뭐하시는 거에요?"
놀란 민석은 차에서 내리려 차 손잡이를 잡아당기려는데
루한이 저지하며 다정하게 안전벨트를 매준다.
"가는 길에 보니까 누가 좀비같이 걸어가길래 태운 것 뿐이거든요?
그러다 버스에서 잠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 말을 들은 민석이 뻘쭘해져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루한이 말을 걸어온다.
"집 어디야. 데려다 줄게."
"아니에요,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주세요!
알아서 갈게요. 바쁘실텐데."
"나도 오프니까 나왔지. 빨리 말해.
어디 사냐고."
루한이 딱 잘라 말하자 민석은 어쩔 수 없이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자양동이요."
루한은 알았다는 듯 차를 출발시켰고 민석 모르게 다시 한 번 씩 웃어보이는 루한이다.
30분 정도 차를 몰았을까 자양동에 도착했지만 세부적인 지리는 잘 모르는 루한이라
민석에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루한은 민석을 향해 돌아보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깊게 잠이 들어버린 민석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잠시 당황을 한 루한은 끝내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곤히 잠든 민석이 그저 귀엽기만 한 루한은 자신도 모르게 민석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민석의 얼굴을 찬찬히 보는 루한은 시선이 입술에 머물자
미묘한 감정이 부풀어 올라 한참을 민석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마침 그 때 무슨 꿈을 꾸는 건지 민석의 입술이 작게 오물오물 거렸고
루한은 순간 핀트가 나가버린 듯 그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고 말았다.
민석은 순간 물컹하는 감촉에 놀라 번쩍 눈을 떴고
자신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는 루한을 보자 두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민석이다.
밀치려면 진작 밀쳤어야 했는데 자신도 왜 그런지 밀치기는 싫었고
그냥 머릿속이 새하얗게 불타버린 민석이었다.
루한이 입을 맞추자 움찔해버린 민석 때문에 루한도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 민석을 보니
동그랗게 눈을 뜨고 어쩔 줄 몰라하는 민석이 보이자
루한은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민석의 머리뒤를 받쳐 살짝 움켜쥐고
반대 쪽 손으로 민석의 뜬 눈을 살짝 감겨주는 루한은
다시 한 번 자세를 고쳐잡고 민석에게 깊게 파고 들었다.
마치, 정말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는 것과 같이.
[암호닉]
마린보이
잇치
모찌
뽀리
성장통
+) 오랫만이에요! 독자님들!! 룰루!
제가 너무 오랫만에 와서 잊어버리신건 아니..죠?ㅠㅠㅠㅠ
오늘은 좀 붂흐붂흐 한 이야기를 들고 왔네옇ㅎㅎㅎㅎ
흫헤헤헤헤헿 루민행쇼♡ (작가는 카디러라는)
좀 짦은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안돌아오는건
독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거같아서 짧고 굵게 돌아왔답니다!
암튼, 암호닉은 계속 받구요! 매번 감사드려요!
읽고 나선 댓글~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