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막내인터어어어언~!!!!!"
"아....제발....백현쌤, 제발. 제발! 나 어제 당직이었어요. 말시키지 마요"
"인나봐 빨리 내가 대박인거 알려줄께!"
"응?"
"우리 병원에, 연쇄 성폭행 살인범 있는거 아냐?"
"...네?!?!!!"
저건 또 뭔 귀신 접시닦는 소리래-
당직때문에 정신도 없는데, 레지던트실에 우당탕탕 쳐들어와서는, 갑자기 뭔 성폭행 살인범?
"모르는구만? 어제 당직이었다면서"
"뭔소리에요?"
"아니, 어떤 남자가 성폭행을 하고 경찰에 쫒기다가 차가 전복됬나봐. 우리병원으로 들어왔데. 지금 밖에 경찰 쫙깔려 있는거 아냐?"
",,,,,,,차가 전복되요?"
뭐, 차가 전복돼?
"엉. 늑골골절이래. 이제 환자 정신이 좀 들었나 경찰들이 수갑차고 난리도 아냐. 경수가 집도했나본데"
"미친, 그거 내가 어시스트했는데?"
"헐, 대박대박. 니가 어제본 그 남자가....헐"
"왜 쌤이 헐이에요? 내가 헐이지? 헐. 나 소름돋아. 가봐야 하나?"
"가봤자 지금 사람이 많아서..."
이건 또 뭔소리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가 배를 가르고 치료해준 사람이 사람을 죽인 사람이라면....... 와, 이게 뭐냐.
다 생각을 하기전에, 가운을 챙겨입고 바로 입원실로 간다.
진짜, 백현쌤 말대로, 경찰들이 장난아니게 많다.
담당의 중 한명입니다- 라고 하면서 앞으로 나가니,
담당교수인 박교수에게 경위를 설명하는 경수쌤과, 그걸간호사들이 있다,
"늑골골절로 인한 기흉이 발생했어요. 일단 삽입관을 박아논 상태입니다. 경과는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강력반쪽에서 나온 형사입니다. 얘, 언제부터 수사 가능합니까?"
"아무래도 안정을 취한 뒤 하시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지금은 삽입관이 완벽히 체화되지도 않았고, 여러 부작용이나 경과를 지켜봐야해서, 의사 입장으로는 움직이는 것을 추천하지 않네요"
"혹시 천용재 이사람 이상행동하면 바로 불르세요. 혹시 모르니까 가위같은거 조심해 주시고요.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형사들과 얘기하는 경수쌤을 보면서, 환자를 한번 보니, 호흡기를 끼고서는 눈을 깜박-깜박 거리는 환자와 눈이 마주친다.
아놔, 범죄자라 그래서 그런가...진짜 범죄자같이 생겼구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환자의 눈과 마주치고 흠칫, 뒤로 물러나니,
"쳐다보지마!"
순간적으로 수갑을 조이며 사과하는 형사님과, 확 팔을 끌어당겨 제 쪽으로 위치하게끔 하는 박교수 때문에 더 놀랬다.
위험대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환자의 모든 행동에 주시를 하는것 같았다.
엄마, 나 이사람 무서워...
"야, 어제 당직 토스해서 미안"
"미안한 놈이 어? 미안할 짓을 하지 말던가"
"야,...그렇다고 신혼 1개월차인 선배한테 당직을 부탁할수는 없잖아......"
"어우, 잘나셨어요. 아 몰라. 내가 당직을 이주동안 6번을 섰어요! 잠을 잘수가 없어! 오늘은 진짜 내가 당직이라고!!!"
"내가 대신 설게. 이번에는. 너 쉬어라"
아프다고 낑낑거리던 놈이 좀 나아졌는지, 쌍화탕 하나 물고서는 콕콕 찌르면서 어제 당직 서게해서 미안하댄다.
그게 사과로 될거면 나는 당직을 풀로 뛰지. 새끼야.
빠직, 신경이 올라와 정수리를 콩콩 때리니, 오늘 당직을 대신 서주겠댄다.
"쉬기는 무슨, 논문준비해야되서 눈알 빠질것 같은데..."
"논문발표 언제냐?"
"8월말, 발표가 8월이라고! 지금 6월초인데 실험만 해놓고 데이터 정리나 이론정리 하나도 안한거 아냐?"
"헐, 자살추천"
"저..개.... 여튼, 오늘 당직 진짜 니가 서는거지? 앗싸. 내일 오프니까...오프까지 무사히 넘어가면 논문공부 할 수 있겠네"
8월 말에, 레지던트 논문 발표날이었다.
레지던트 2년차때 두개정도 써놓는게 심적으로 여유도 있고 교수 눈에도 좋게 보인다는 선배들 말에 못이겨서, 결국 논문주제를 받아 열심히 쓰려고...
는 무슨, 당직에, 당직에, 수술에, 새벽마다 자기 일쑤여서, 간신히 경수쌤의 도움을 받아 실험은 해 놨지만, 데이터 정리나 결과 분석을 하나도 안해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분석을 쓸 때 필요한 연관 지식들이나 선행 논문들은 언제 읽을 지, 까마득할 노릇이었다.
내 난독증이 읽는 속도를 급격히 저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난독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글자를 다른걸로 바꿔 읽기, 오른쪽 왼쪽 반대로 인식하기, 심하게 더듬거리며 읽기, 첫 구절 못읽기. 그중 여주는 오른쪽 왼쪽을 잘못 인식하는 경우다)
그래도, 민감해져서 단어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까 문장이 확 안와닿아 두번은 읽어야 하거나, 아예 영어같은 경우는 잘 속도가 느리다.
그래도 저번에 민교수가 던지듯이 얘기한 점이나,
민교수가 난독증 환자인데도 그 위치까지 올라간 그 존재 자체를 알게되서부터는,
난독증 따위 개나 주라는 심보로 더 열심히 책도 읽고, 꼼꼼하게 오더를 내리곤 했었다.
그래, 어짜피 해야할거. 빨리빨리 하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겠지-
자살을 추천한다며 히죽 웃는 오세훈의 턱을 한번 잡으며 내 당직을 토스한 뒤, 회진 돌 채비를 한다.
"쌤!!!"
"어! 민지 어디있었나 찾았잖아. 어디갔다 왔어?"
"저 저기- 앞에 큰 창문 갔다 왔어요."
"아유. 이제는 가슴부분 안아파? 걸리적 거리는 것 없고?"
"네. 근데 재채기할때 좀 아픈데..."
"기침할때나 재채기할 때 좀 아플거야. 그것도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거고. 뛰지 말고 걸어다니는 것 지키고 있지?"
"그럼요! 할머니가 의사선생님 말 잘들어야 빨리 낫는다고 했어요!"
민지는 다행히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회복시간이 이주~삼주가 걸리지만, 워낙 아이는 면역력이 약해서 4주를 기본으로 하는데, 이제 수술 실밥을 푸르고 잔 상처들과 가슴을 고정하기 위한 드레싱을 해주는 와중에도,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쫑알쫑알 거린다.
기분좋은 쫑알거림에 같이 입원실을 쓰는 아주머니들도 예쁘다는 듯이 바라보시고, 나도 웃음이 난다.
그래, 이맛에 의사하는거지.
"근데요 쌤, 아니 선생님, 저 언제 저기 밖으로 나가요?"
"응? 빨리 나가고 싶어?"
"네,,,친구들 보고 싶은데..."
"이제 곧 나갈 것 같아. 좀만 기다려. 대장 선생님 오시면 언제 집에 가냐고 물어보자?"
"네에- 쌤! 대장선생님보고 사탕 꼭 가져 오라고 해주셔야 되!요!"
"알겠어ㅋㅋㅋ"
민지가 붙여준 별명이다. 어디서 배워왔는지, 쌤쌤 거리다가도,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는지 선생님이라고도 불렀다가.
친한 언니처럼 대해주니 살짝 반말이 튀어나왔다가도 재빠르게 존댓말을 붙이는게 귀엽다.
박교수보고, 키가 크고 맨날 내가 네-네 한다고 대장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저번에는 회진돌다가 사탕을 달라고 했는데, 없다고, 다음에 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기어코 기억해내고서는 꼭 사탕 가져오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저...환자분,,,"
올것이 왔다. 올것이 왔어.
천용재 환자 입원실을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대다가,
간호사실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다가, 간호사들의 파이팅을 받으며 이 악물고 들어갔다.
"드...레...싱...해야되서....잠시만 편하게 누워 주시겠어요?"
옆으로 삐딱하게 누워 티비를 보는 환자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얘기하니, 힐끗, 보고서는 정자세로 눕는다.
걸치적 거리는 움직일때마다 달그락 거리는 수갑소리가 여간 소름돋는게 아니었지만,
침착하자- 침착해!!
폐 부분의 실밥부분을 소독하고, 거즈를 붙이는 동안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느낌에 미칠노릇이었다.
원래 의사가 배나 가슴부분의 상처를 치료할때는 안보고 정면을 보거나 측면을 보는게 예의인데, 정말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느낌에, 손이 덜덜- 떨리더라.
"왜그렇게 떨어요?"
",,,에?아니...그 환자분이 계속 쳐다보셔서..하하...저기 옆을 좀 봐주시겠어요?"
"말을 하지그랬어요. 모르고 계속 보고 있었네"
"아...네...."
별 뜻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옆 티비에 고정시키는 환자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너무 크게 쉬었나...피식. 웃는 환자다.
워낙 외과가 응급수술도 많고, 당직도 많은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그런건 아니고 가끔은, 아주 가끔은 PDA가 잠잠하고, 수술이 없는 날이 있다.
게다가 당직도 없으면 더 꿀이지.
그런날은......
"하아......."
책들과 싸워야 한다.
책을 잔뜩 싣고 연구실로 올라갔다,
얼마나 여기를 못왔었는지, 사람냄새보다는 책 냄새가 물씬- 난다.
내일 오후까지 (내일이 오프긴 하지만, 오프를 24시간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나절만 쉬어도...땡큐지)
논문들을 다 읽고, 선행연구조사를 다 정리를 해놔야
나중에 읽으면서 결과정리를 할 수 있다.
그래. 까이꺼 이거 다 씹어버리겠어!!
.....역시 공부를 할 때에는 커피가 필요하겠지?
책을 편지 30분도 안지나서 커피가 땡겨서 커피를 마시고,
그러고 30분이 지나니 야식이 먹고 싶어져 라면을 먹고...
그러고 40분이 지나니....슬슬 졸리는게.....
"똑똑. 계신가요"
이게 지금 꿈에서 나는 소린지, 현실에서 나는 소린지 머리에서 구분이 안갔지만,
자동적으로 눈을 뜨자마자 코 앞에,
"으아아악!"
"뭐야 사람 민망하게. 왜그렇게 놀래?"
너털웃음을 지으며 차가운 이온음료를 앞에 놓는 경수쌤이 보인다.
"논문준비?"
"네, 저 9월에 발표인데, 결과정리도 못하고, 선행연구도 제대로 파악 못했어요"
"빨리해야겠네. 7월 말에는 한번 교수님한테 확인받아야 하잖아"
"그쵸...."
"그런애가 자고있어?"
"에이....."
논문준비를 하냐며 책을 쓰윽, 훑어 보시더니, 바쁜데도 자고 있냐며 장난스럽게 눈을 흘긴다.
원래 공부는! 다짐->커피->라면->휴식->과자->잠.....이거라고요!
쌤은 안그러나....?
괜히 민망해져 옆 머리를 베베 꼬니, 큭큭거리며 웃으신다.
"이거 언제 다읽냐, 너?"
"그러게요...아 안그래도 글씨 바껴보여가지고 힘들어 죽겠는,,,,헐"
"글씨가 바뀌어 보인다고?"
아놔, 이 주둥아리를 그냥.
풀어진 분위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푸념을 내놓다가, 글씨가 바뀌어 보인다는 말까지 내밷는다.
당연히 이상한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물어보는데,
"그..게, 아, 좀 옛날부터 글씨가 오른쪽 왼쪽이 바뀌어 보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하하... 별로 심한건 아니고...하하"
"어-? 그거 김민석 교수도..그러시다던것 같던데?"
"에? 어떻게 아세요?"
"박교수님이, 술먹다가 그러셨어. '김민석 얘는 글자가 양옆이 바껴보여도 공부도 존나 잘했어. 대학교때부터' 이러면서"
"아...저도 그런거에요"
"그러면 읽기가 어렵나?"
"아뇨. 그런건 아니에요."
김교수도 그렇지 않냐며, 그거 읽기 힘든거 아니냐고 그러시는데.
괜히 이걸로 약한 모습보이는것 같아 그런건 아니라고 딱 잘라 얘기하고 책에 집중을 하려니,
가만히,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아- 하고는,
갑자기 내 책을 치우고는,턱을..괸다?
"내가 도와줄까?"
"네?"
"나 오늘 일 끝났으니까 내일까지 도와줄수 있어. 혼자보다 둘이 하면 더 빨리 할 수 있을 걸?"
"아...어떻게요?"
"잠깐만. 가장 중요하게 읽어야하는 논문 10개정도만 남겨둬봐."
무슨 요상한 요구인가 싶어도, 도와주시겠다는 말에 냉큼 논문 10개정도를 추린 뒤 다른 논문들은 치워놓으니, 그 주변 논문들을 가져간다.
"왜...왜요?"
"기다려봐 잠깐만-"
참, 너무 해맑게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려보라고 하면서 쌩- 하니 나가서 조금 있다가, 논문이 없어진채로 들어온...다?
"뭐에요?"
"내일까지 다시 돌려줄께. 일단 앉아봐"
"....응?"
"잘 못읽겠으면, 들으면 되지. 안그래?"
"쌤. 나 그정도로 불편한 건 아닌데"
"알아. 그니까 지금도 잘 살지. 근데, 지금은 좀 급하잖아. 빨리빨리 처리해야하고. 답답해서 포기도 할 수도 있고."
뭔가 내 불편한 부분을 너무 크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창피한 느낌에 표정을 굳히고 괜찮다 하니, 다 이해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지 않느냐며 오히려 이해시킨다
"그니까- 내가 생각한 방법은"
".."
"내가 저 논문을 읽어주는거지. 너는 눈으로 따라 읽으면서, 이해 안되는거 바로바로 물어보고. 또 나는 나대로 공부가 될수도 있고. 정리는 네가 하면되는거고"
"헐. 저걸 다 읽어주신다고요?"
"열개야 뭐. 금방읽지. 책 열권도 아니고 논문 열편은 적어도 7개는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나 빠르게 또박또박 잘 읽을 수 있는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 벙쪄서 경수쌤만 바라보니,
정말 좋은 생각인것 같다며 해맑게 들뜬 목소리로 나를 똘망똘망 쳐다보는 그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니까지금, 책읽어주는 남자를 자청하시겠다?
이게 효과가 있을라나?
괜히 경수쌤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만 상하게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별로 효과 없으면 어떡해요?"
"그건 해보면 알겠지."
별로 효과가 없으면 어떡하냐는 내말에, 일단 해보자며 내 옆으로 바짝 의자를 끌어당겨 오신다.
이..이거 되게....
떨리는데...?
"흠흠. 자, 시작한다. 내가 읽으면, 니가 눈으로 따라 가는거야. 이해안되면 스탑. 을 외치면 되고."
"ㅋㅋㅋㅋ, 어렸을때 아빠가 책읽어줄 때 처럼요?"
"오, 그거 좋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들뜨신건지,
답지 않게 붕 뜬 목소리로 저가 더 신나서는 읽고있던 논문을 펴서 읽을 채비를 한다.
" 비갑상선질환 증후군은 triiodothyronine (T3)치가 단독으로 저하되어 있거나 T3 와 tyroxine (T4)치가 같이 저하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기아, 패혈증, 심근경색, 심장 혹은 비 심장수술 환자에서 관찰 되며, 어떤 심한 질병과도 동반될 수 있다.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interleukine-6 (IL-6), tumor necrosis factor-a (TNF-a)와 같은 cytokines가 요소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간이식수술은 cytokines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수술인데,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 변화에 대한 보고는 거의 없다. "(초록창 논문을 참고)
설마, 설마했는데,
하여튼, 눈으로 읽는 만큼의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속도로 나지막하게 또박또박 읽어나가는 경수쌤의 목소리에 취하면서도,
정말 두번을 읽었을 단어들까지도 쑥쑥 넘어가 이해되는게 신기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해 잘되지?"
그것보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시늉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데,
....좋다. 그래. 이건 좋은거다.
살풋, 웃으며 다시 읽기 시작하는 경수쌤을보면서,
민들레를 닮은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맑고 노란 민들레 말이다.
카페에가서 커피하고 야식을 좀 살까- 지금쯤 배고프다고 징징거릴텐데.
당직을 하다가 힐끗- 시간을 보고 문득 여주 생각을 하는 세훈이다.
미쳤네- 미쳤어.
제 뺨을 때려봐도, 그냥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카페 커피는 비싸기만 하다고 욕을 오질나게 했던 여주가 생각나
그냥 믹스커피를 타고, 냉장고에 있던 식빵 두개로 샌드위치를 만든 다음 연구실로 배달하러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들고 다시 내려왔다.
나쁜 도경수. 존나 부러운 도경수. 이생각과 함께.
진짜로 다 읽을 셈이였는지, 새벽 네시까지 논문 일곱편을 읽어주시고는,
내가 날을 새가면서 컴퓨터로 열심히 정리를 하는 동안,
그대로 엎어져서 잠에 드신 경수쌤이다.
멈칫, 그의 얼굴을 잠시 본다.
나 혼자 읽을 수 있다- 그정도는 아니다 그러긴 했지만,
사실 경수쌤이 읽어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논문 파악을 다 했다.
읽으면서 친절하게 부연설명도 해주시고,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뭔가 사전을 찾고 전문서적을 찾아볼 시간도 단축되고,
다시한번 문장을 읽는 것도 없어졌으니,
원래 속도였다면 4개읽고 뻗었을거다.
엎드려서 자는것도 어찌나 경수쌤 답게 자는지,
팔 하나을 받히고 정확히 고개를 옆으로 내 쪽으로 꺾어 자는 쌤에, 나도모르게 슬슬- 웃음이 나온다.
귀여워,
"야, 여주, 여기있다."
달칵- 하고 들어온 백현쌤 손에는 논문 세권이 들려있다.
"뭔데 갑자기 이걸 읽으라고 하는거야? 다 읽어서 녹음파일은 너한테 톡으로 보낼께. 김종대는 내일 해준데"
",,,예?"
"아 몰라? 도경수가 이거 읽어서 녹음해가지고 너한테 다 보내라고 했어"
"헐....이거 읽으신거에요?"
"어. 세권. 김종대는 깐족거리다가 4권..."
"헐...이거하시다,,지금 몇시야...8시반인데...날새셨어요?"
"에이 설마. 어제 저녁에 2권하고, 아침에 오면서 1권하고. 김종대는 오늘 세미나 있다고 내일 다 해준덴다"
"대박이다..고마워요 오빠"
"근데 뭔데 이게 필요한거야?"
"...그게 좀..."
"아 몰라. 하여튼, 이번에 논문 잘쓰면 내 지분도 있는거다?"
"네에-"
"근데 왜 여기서 뻗은거야? 야, 야 일어나. 야!"
아, 출근이었구나.
사정을 얘기하고서는, 아직도 뻗어서 정신을 못차리는 경수쌤을 막 흔들어 깨우더니,
쯧쯧- 하며 출근시간이다 임마- 하고서는 그대로 나가신다.
그리고 30초 뒤에, 톡으로 3개의 파일이 온다.
"변백이 보냈어?"
"뭐 이런걸 시켜요...."
"친구 좋다는게 이런거지. 너 편하고 좋잖아"
촥 가라앉은 목소리로 푸스스-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울수도 없고, 엄청 좋아할 수도 없고.
"고마워요- 쌤"
이러니까, 머리를 털다가 읭? 하고 보다가 씨익, 웃더니, 뭘- 이러면서, 손을 막 흔들고는. 나가신다.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경수쌤 스킨 냄새에,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신축공사 2차회의라더니- 1차보다 나아진게 하나도 없어.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 잘못이지-
저번에는 날카로운 말이라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 말조차도 아까운 민석이다.
공사는 완공되었고, 이제 입주만 남은 상태였지만,
그 어느 한과도 양보를 하지 않았다.
그 애증의 기업들도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쇼를 하는 중이다. 쇼.
분명히 내과, 신경과, 응급의학과. 이렇게 세개가 들어갈 게 뻔하다.
가장 기업 큰 순서대로.
그 누구도 그 의견에 반대하는 자가 없겠지. 심지어 병원장 조차도.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병원장이 안쓰럽다.
저렇게 높은자리에 앉아서도, 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못한다는 것은 무슨 낙으로 산다는 걸까?
"지금부터, 입주가 확실시 된 성형외과에서, 본원에서 송도로 옮겨가실 교수님들을 부르겠습니다. 한분씩 나와 주시죠"
"정태석, 김남주. 그리고 마지막으로....김준면 교수님"
무심하게 듣고있던 김민석, 그리고 저 건너편에있던 박찬열, 그리고 펠로우석에 있던 김종대, 변백현, 도경수까지 모두 다 입을 쩍 벌어지게 하는 이름이 나왔다.
"야. 뭔생각인데?"
"무슨 생각?"
"하- 도대체 송도가서 뭐할려고?"
"환자 치료하겠지 뭐하겠냐. 새꺄. 내가 거기가서 뭐 도박이라도 할까봐?"
"야....이건 아니지"
"뭐가 아니야"
"무슨 꿍꿍이야?"
"...아버지"
"언제부터 효자였다고 갑자기 이러는데? 야, 송도가면 과장등쌀이 여기보다 더심해. 여기야 니 인지도가 있으니까 덜한데. 거기는 아무리 여기서 떨어져 나왔어도 다시 시작해야되는데"
"이제부터 효도 할라고 한다. 새꺄."
"아 뭐야. 우리한테 비밀이 어딨다고 이러는거야 얘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연구실로 쳐들어가듯이 들어간 준면의 방에는, 그 누구보다 편안하게 논문을 읽고있는 준면이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듯이 다다다 쏟아내는 찬열의 말에 한마디도 안지는 준면이 결국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도 찬열과 민석은 어느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대놓고 약해진 아버지를 보고, 꼴에 아들이라고 또 십자가 지는구나.
준면이 안쓰러워지면서도,
점점 말도안되는 짓만 골라서 어둠으로 기어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우리 아버지를 구하려면 내가 절에 들어가야하려나- 한숨을 쉬는 민석이다.
하루의 마지막은 항상 야간 회진으로 끝난다. (당직제외. 응급수술제외. 논문준비 제외. 음, 다 제외군. 젠장)
내일이면 퇴원해서 웃으면서 자는 민지를 거쳐,
어제 들어온 신장이식받으실 할머님도 거치고,
...다시 천용재 환자에게로 돌아왔다.
"으아...."
괜히 긴장되어 아에이오우- 한번 입을 움직이고 (왜그런지는 나도 몰라)
합- 가위에 힘을 주면서 입장했다.
조용히 논문을 읽다가, PDA를 한번 들었다가, 다시 읽었다가.
수십번도 그 행동을 반복하는 찬열이다.
그때 민지 일로 그렇게 화를 내고서 사실 제대로 1대1로 대화를 해 본적이 없었다.
내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가,
내 눈도 못마주치고 네!네! 만 반복하는 여주가 안쓰러웠다.
아-씨 그때 그렇게 화내는게 아닌데.
환자일이면 예민해지는게 욱하는걸로 올라온 자신을 열심히 욕해도, 짜증나는건 어쩔수없다.
김민석도 애매하게 대답하고, 경수는 좋아하는게 확실하고.
여자는 한명인데 몇명의 남자들이 목을 메는건지. 지도 그 중에 한명이라는게 웃음도 나지만,
다 제치고 이기면되지- 생각한다.
그게 찬열의 특장점이었다.
자신감. 그리고 쿨함.
냉정한면도 있지만, 한번 결정하면 끝을 보는 그 성격이, 굉장히 이런점에서는 좋게 작용한다.
그래도, 지금은 참 왔다갔다 제 맘을 모르겠다.
보고는 싶고. 부르자니 애가 피곤해서 힘들것같고.
그냥 커피한잔 같이하고싶은데- 지 맘을 어찌할지 모르다가, 벌떡-
에이씨. 그냥 내가 보러가자- 라고 생각한다.
여주에게 전화를 거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PDA를 못받는다고? 다시 전화를 받는데, 이번에는 전화를 끈다.
...뭐야.
다시 전화를 하니, PDA가 꺼져있다고 한다,
....뭐지..
뭔가 싶어서, 여주가 있는곳을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김여주 선생님, 아까 707호로 가셨어요. 천용재환자 회진이셔서-"
쌔-한 느낌이 들어서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하는 찬열이다.
"김여주!!!!!!"
그리고 거기에는, PDA는 깨져있고, 한 손에는 수갑을 찬 채 배 부근이 붉게 물들어 있는, 여주가 있었다.
"천용재, 탈출했어. 폐가 아파서 얼마 못가니까 빨리 잡아. 그리고 외상외과 불러. OR잡아!"
수갑을 푸르고 그대로 여주를 들어서 찬열의 소리를 듣고 쫒아온 응급팀에게 넘긴 뒤, 바로 오더를 내린다.
"못살리면 다 죽을줄알으라고 해!"
멀리 수술실로 황급히 사라지는 그들은 박찬열의 마지막 외침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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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에....오타가 많을수도 있어요....등록이 안될수도 있고요......다보는데 까먹는거에요......고자라........서....
우시거나 삐지시지 마시고, 박력있게 다시 등록해주세요!!! 빠른 피드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암호닉은,최근글에 박력있게!
**************암호닉*************이렇게 달아주세요!! 최근글에 없는 암호닉은 죄송하게도 제가 등록을 못할수도 있습니다. 꼭꼭, 최근글에!!!!!!!
++망고님! 암호닉에 있더라구요!++
ㅎㅎㅎ....사건사고가 매 회마다 터지는것은....여유로운것을 싫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꽉꽉담아 독자들에게 투척하고픈 작가의 사랑......(짝)
여러분들이 여주가 난독증이 있어서 힘들겠다고 하셔서...
책읽어주는 경수오빠를 한번만들어 보았습니다....허허헣....쓰면서 왜 내가 설레는거지.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이어질 남자 한명은, 사실 정했으나,
쓰면서 계속 바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열이 쓰면, 아 얘로가쟈. 이랬다가. 경수 쓰면 헐, 도경수 너 당첨. 이랬다가.
세훈이 쓰면. 오세훈, 너로간다. 이랬다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그냥 결정을 포기했습니다...
민석이 아버지와 준면의 일이나, 결말의 그림은 그렸으나 여주 옆 남자만 남겨두기로 하곸ㅋㅋㅋㅋㅋ의식의 흐름대로가기로.........
그래야 같은비율로 설레지 않을까 하는......그래도 다다음화 에는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야겠죠?
모두 모두 행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