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기억도 못했어?"
"뭐, 잠깐 까먹은거지."
결국 둘 사이엔 어색한 정적이 흘러.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둘은 동시에 한입 먹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
"음, 맛있네."
"그렇네."
그렇게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게 식사를 끝내곤 네 오피스텔 앞에 도착해.
"어, 나, 들어가볼게."
"아, 응."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치를 보며 들어가려고 하는 너를 홍빈이가 다시 붙잡아.
"아, 그여자랑은,"
"..."
"연락하고 지낸거 아니야. 그냥 일방적으로 따라다닌거지."
"...아,"
뭔 말을 하나 싶어서 봤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리는 홍빈이를 보고 너는 웃어버려.
"안 물어봤거든. 나 들어간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오늘은 네가 나름 기다리던 날이야.
"이재환 씨!"
"오, 별빛 씨. 와봐요. 오모오모-"
바로 너의 첫 선자리였어.
선보기엔 어린나이기도 하지만, 결국 재환이의 말에 이끌려 호기심에 정말 선을 보기로 한 너야.
"어때요?"
"화장도 잘 먹었고, 좋아요-"
재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웃는데 출근하던 길인지 널 보고 활짝 웃던 학연이는 어쩐지 재환이를 보고 바로 표정이 굳어져.
"별빛 씨, 좋은 아침. 뭐하고 있었어요?"
"아, 그냥 모닝커피요."
"음... 오늘 어디 가나? 예쁘네요."
"네, 저 선보러가요."
네가 신나서 방방거리며 말하자 학연이의 표정은 급하게 더 굳어갔어.
"...아, 네. 일 열심히 하세요."
"네, 학연씨도 들어가보세요-"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학연이가 신경쓰였지만 이내 저녁 약속의 설레임에 재환이를 보며 방긋방긋 웃어.
"이재환 씨가 만난 사람 예쁘댔죠."
"네, 엄청 예쁘던데요? 직업도 좋고-"
"그럼 나도 잘생긴 사람이겠죠?"
"스펙에 따라 다른거 아니예요? 별빛 씨는..."
"그까지 해요. 엑셀 안 도와주기 전에."
"미안미안, 농담이죠-"
그 모습까지 고스란히 학연이가 보고 있는 건 눈치 채지 못한 채 너는 퇴근을 하곤 종종 걸음으로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걸어 가.
[별빛 씨]
[나 저녁 먹을 사람 없어요]
[별빛 씨!!!!!!!!]
한번에 봐도 치댐이 묻어나오는 문자였어.
사실 학연이는 네가 선을 보러 간다고 하자마자 하루종일 신경 쓰고 일도 못하다 결국 야근을 하게 됐어.
저녁 먹을 시간도 없지만 어떻게든 널 막고 싶어서 괜히 문자를 보낸거야.
"차학연 씨-"
"네 별빛 씨."
"오늘은 내가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에 제가 밥 쏠게요."
"하아... 몰라요, 계속 문자 보내야지."
"응? 아, 나 도착했어요. 끊어요-"
뭔가 어정쩡하게 들리는 학연이의 목소리에 너는 갸웃거디라다가도 이내 쫄쫄쫄 가서 자리에 앉아.
매너도 없게, 설마 첫 약속부터 늦는건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네가 십분이나 일찍 도착한 거 였어.
높은 힐을 신고 빠르게 걸어서인지 너는 다리가 욱씬거렸고 찡찡거리는 학연이의 문자에도 입이 댓발 나와.
다리를 조물거리며 학연이의 문자에 답장을 해주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와.
"미안합니다, 기다렸나보네요."
너는 곧장 휴대폰의 시계부터 먼저 봤고 늦었다고 인상을 찌푸리려 했지만 정확히 7시였어.
"아니예요, 제가 일찍 온거죠 뭐."
애써 웃으며 고개를 들었는데, 첫인상은 뭔가 차가웠어.
"어, 일단 식사 하죠."
"네, 주문하세요."
"먹던 거 있으세요?"
"아니요, 여기 처음인데."
"그럼 제가 알아서 주문하겠습니다."
사무직인가... 어떻게 말투가 저렇게 딱딱하지.
사실 남자랑 이런 자리는 또 처음이라 너는 눈만 도르륵 굴리고 있어.
하얗네 엄청.
홍빈이 보다 하얀 거 같아.
힐끔거리다가 어느새 음식이 세팅되고 그제야 둘은 눈을 마주쳐.
"이름이, 별빛 씨."
"아, 네."
"정식으로 인사, 드릴게요. 정택운입니다."
예에
택운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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