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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0

 

 

번쩍거리면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앞에는 가득찬 기자들, 내 옆으로는 나를 지키기 위한 보디가드들, 그리고 내 뒤에 '도경수 작가 신작 발표 기자회견' 이라는 플랜카드가 크게 적혀있고. 이런 게 진정한 작가의 삶이지, 하는 뿌듯한 웃음기가 입에 서렸다.

 

'도경수씨! 이 쪽 한번 봐주세요!'

'이번 주제는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이번 신작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데에 집중했습니다. 그대로 성장소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너나 성장해, 새끼야!'

 

응?

 

'정신 차려!'

 

시발, 또 꿈이다. 눈이 탁, 터졌다. 하얀 벽지 색깔이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었다. 내가 저놈의 벽지 돈 벌면 갈아버린다, 생각하고 마음 먹은지도 벌써 8개월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코에는 어젯밤에 먹고 잔 라면 냄새가 파고들었다. 아, 또 눈 부었겠다. 경수는 부스스한 머릿카락을 문지르면서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돌려 밤새 켜져있는 노트북을 바라봤다. 화면은 어젯밤에 머리를 패대기도 하고 뱜을 때리기도 하면서 쥐어 짜내듯이 써낸 '민지는 미안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ㄷ' 에서 커서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시발, 민지가 어쨌다고, 어쨋다고!"

 

어쨌다는 거야. 민지인지, 뭔지가. 벌써 콘티에서만 까인지가 다섯 차례였고 글을 쓰다가 출판사 측에서 욕을 먹은 적도 수차례 있었다. 이럴 거면 인소나 쓰세요, 같은. 거지 같은 인생, 고등학교 때 대학교에서 연 공모전에서 받은 딱 한번의 대상으로 내 직업은 이거다, 하고 천직처럼 느낀 내 과오다. 그 이후 내 작가 인생에서의 호평과 칭찬이란 전혀 한순간도 없었다. 정식 작가에 등단하고서 집필한 첫 장편 소설은 '지루함의 연속' 이라는 네티즌의 평을 받았고 두번쨰 시집은 '시인가, 의식의 흐름을 주저린 것인가' 하는 전문가의 조롱을 들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출판은 무슨, 지속적인 까임만 있었을 뿐이다.

 

"아, 시발."

 

나 스스로도 모르는 새에 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짓도 지긋지긋해서 참. 그러다가 눈물 터지고 있는 내 스스로가 처량 맞고 지지리 궁상맞아서 웃음이 터졌다. 괜히 보는 사람 없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휘휘 돌렸다. 그리고 소매를 쭉 늘려서 눈을 문질러댔다.

 

'삐릭-'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젠장. 눈 빨개졌나. 어떻게 해. 노트북 옆에 놓인 손거울을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눈이 좀 빨간 것 같아. 시발.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바라보니 김종대였다. 고개를 푹 수그렸다. 들키면 존나 놀리겠지.

 

"야, 도경수! 너 울었냐아-?"

 

김종대의 발걸음 소리가 빨라지는 것이 들리더니 내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벌써 봤구나, 하는 생각에 당당히 고개를 쳐든다.

 

"안울었어."

 

"울었네. 울었어!"

 

비웃을줄 알았던 김종대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아오 새끼, 라고 중얼거리더니 들고 온 봉지를 테이블 위에 던져놓으며 말한다.

 

"왜, 또 까였냐."

 

한참을 묵묵부답하다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번에도 또 소재가 구리다냐?"

 

그리고 한번 더 동의의 끄덕임. 곧이어 김종대의 한숨소리가 폭- 하고 새어나왔다.

 

"야, 내가 진짜 니 자존심 상할까봐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김종대가 봉지를 테이블에 던짐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졌던 시선이 김종대를 향했다. 지금 자존심이 문제냐,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채웠다. 제발 내가 떳떳하게 '제 직업 작가입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내 욕심이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그런 마음으로 버틴지도 7년째, 27살에 접어들었다. 괜히 문득문득 드는 자괴감에 미칠 것 같은 적도 있었고 아직 7년이면 많이 기다린 것도 아니지, 라고 마음을 차분히 하려고 애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참았단 생각이 내 생각의 전부였다.

 

Chapter 01. 익명과의 만남

 

"하,"

 

'거기에 진짜 괜찮은 것들 많아. 색안경 끼지 말고 봐봐, 한 번만.'

 

처음엔 너의 자존심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겠다던 김종대는 한번의 허용을 주자 물꼬 터진 듯 계속해서 설득하길 시작했다. 돼, 안돼 라는 판단도 내리기 전에 김종대는 내 팔에 매달려 징징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종대가 적어주고간 김종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노트북 위에 붙여져있는 그 포스트잇을 계속해서 쳐다봤다. 정말 한번 들어가볼까.

 

'야, 거기 대박이라고! 진짜 엄청난 썰들이 가득가득해.'

'알아, 그 사이트. 근데 거긴 그런 데 아니잖아.'

'그건 그래도 뭐 어때! 좋은 건 얻어가야지!'

 

그리고 난 포스트잇을 손에 꾸깃 쥐고 주소창에 주소를 쳐 넣기 시작했다.

 

[www.instiz.net]

 

"엔, 터."

 

숨을 나도 모르게 참고 엔터를 외치며 화면이 바뀌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초록색 창이 화면에 가득하게 띄워졌다. 그래, 한 번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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