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걸음이 느려지면 변백현의 발걸음도 느려지고, 내 발걸음이 빨라지면 변백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내가 멈추면 변백현도 멈추고."야!"참다 못한 나는 뒤로 돌아 소리를 질렀고,"뭐."변백현은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배수지한테 뭐라고 말하면 되는데."내 물음에 변백현은 무언가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왁스로 앞머리를 올려 훤히 이마를 드러낸 잘생긴 변백현의 얼굴에 나 불만있어요- 하고 써있는 듯 했다. 나나 변백현이나, 유치원생 같은 짓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누가 더 유치할까, 하는 대결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배수지한테 뭐라고 말하면 되냐고."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대답이 없으면 몸을 돌려 교실로 달려갈 참이었다. 일자로 굳게 다물려있던 변백현의 입술이 내 의도를 알아챈 듯이 열렸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배수지라고 말한 적 없는거 같은데.""그걸 말로 해야 알아?""그럼 무슨 수로 알았는데?""네가 배수지라고 광고를 하고 다녔잖아. 알아주길 바라고 흘린 거 아니야? 1반에, 긴 머리카락에, 네가 좋아할만한 아이라고는 배수지 뿐이니까. 나 말고도 다들 그렇게 생각해.""내가 좋아하는 애 배수지 아닌데."참나, 되도않는 거짓말을 하는 변백현이 짜증났다. 다 들킨 마당에 꼭꼭 숨기려 드는 꼴이 우습기까지 했다. 내가 변백현을 좋아하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변백현도 배수지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들키기 싫은걸까."그래. 배수지 아니라고 쳐. 그럼 누군데? 네가 나한테 네가 좋아하는 사람 안궁금하냐고 물어봤지. 나 궁금해. 그니까 말 해줘."...변백현은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점심 시간 종이 칠텐데. 질질 끄는 변백현이 짜증났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말던가. 내 마음은 점점 삐뚤어져만 갔다. 슈퍼스타 K세요? 60초 후에 공개하실거세요? 참을 인, 변백현 덕분에 마음 속에 평생치 참을 인을 새겼다....변백현은 입술을 뗐다, 붙였다를 열네번정도 했고, 왁스가 발라진 제 머리를 네번정도 헝클였다. 삼선 슬리퍼 끝을 바닥에 여섯번 정도 툭툭 쳤으며 제 손목의 시계를 열두번정도 본 듯 했다. 그렇게 변백현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점심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 전체에 울려퍼졌다.그 때 그 날처럼, 그 때 그 날의 변백현처럼,말도 없이, 인사도 없이 뒤로 돌아 교실로 향했다....변백현 덕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다. 교실의 분위기 메이커인 내가 축 쳐져있자 수업 분위기가 공동묘지 같다며 선생님께서 장난을 치셨다. 시간이 갈수록, 변백현을 생각할 수록 기분이 다운됐다. 참을 인을 새길 힘 조차 없었다. 변백현, 농약 같은 자식. 드림하이 송삼동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꿀꿀한 기분으로 야자까지 마쳤다.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친구들은 학교 근처에 살고 나만 멀리 사는지라 버스를 타고 하교하는건 나뿐이었다. 변백현도, 버스를 타고 하교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가장 많이 재생한 목록에 들어가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재생시켰다. 변백현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복도에서 친구들이 이야기 하는 걸 훔쳐들은 뒤로 변백현이 좋아하는 노래이자 나도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에휴, 한숨이 나왔다. 그 어느 하나까지 변백현이 관련되지 않은 걸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랜데."왼쪽 귀에서 이어폰이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섬유 유연제 향이 다가왔다. 어쩌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변백현을 바라보자 변백현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변백현의 목소리가, 버스 정류장에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이와중에도 버스 정류장에 울려 퍼지는 변백현의 목소리가, 좋았다....3번 버스가 보이자 변백현의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고 보고있던 영어 단어장을 덮었다. 변백현 때문에 음악감상도 영어 단어 암기도 망쳐버렸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변백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3번 버스가 버스 정류장 앞에 멈춰섰고 버스에 올라탔다."내가 좋아하는 애, 배수지가 아니라 너야."버스카드를 찍었다. 잔액이 8600원이란다. 86번 문제가 떠올라서 인상을 썼다. 그리고, 변백현의 음성이 이어폰이 꽂히지 않은 왼쪽 귀로 파고들었다. 분명히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들은척 확인하고 싶었다. 뒤를 돌아 변백현에게 물었다."뭐라고?""잘가라고."...내가 좋아하는 애, 배수지가 아니라 너야. 라는 말이 언제부터 잘가라고. 라는 말이었는지. 변백현의 잘가라고. 라는 말과 함께 버스의 문이 닫혔다. 버스 기사 아저씨, 잘하셨어요. 문이 닫히지 않았다면 버스에서 내려서 변백현의 멱살을 잡았을지도 몰라요. 텅 빈 버스의 맨 뒷자석으로 가 창가에 기댔다. 변백현이 좋아하는 애가 배수지가 아니라 나다. 나도, 1반이며, 머리카락이 길다. 변백현이 좋아하는 애는, 나다......지각이다.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보고 멘탈 붕괴라는 것을 경험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빵쪼가리를 입에 문 채로 버스 정류장을 향해 미친듯이 뛰었다. 타이밍 좋게 버스가 왔고 버스에 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늦잠이라고는 자본 적 없는 내가 늦잠을 잔 이유는 변백현 때문이다. 침대에 눕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간질간질 하고, 이불에서 나는 섬유 유연제 냄새가 변백현의 냄새와 같아서, 그래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교문을 향해 달렸다. 달리기의 연속이었다. 지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 하나로 달렸다. 교문을 통과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던 도중, 계단에서 변백현을 만났다."안녕.""안녕."변백현이 인사를 건냈다. 앞서 걸어가던 변백현은 멈춰 서서 자신의 옆에 내가 설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말 없이 계단을 올랐다. 말 한마디 없이도, 변백현의 귀와 내 볼이 붉어졌다. 2학년 층까지 올라 각자의 반으로 들어가야 했다. 늘 그러하듯이, 말 없이, 인사없이 몸을 돌렸다."공부 열심히 해. 졸지 말고."변백현의 손이 나의 손목을 감쌌다. 뒤를 돌아 변백현을 바라보았다. 변백현의 귀가 아까 전보다 더 붉어져 있었다. 내 볼 또한 아까 전보다 붉어졌을게 뻔하다."응. 백현이 너도."내 손목을 붙잡고 있던 변백현의 손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 변백현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교실로 들어오자 그제서야 제멋대로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응. 백현이 너도. 미쳤어. 백현이래. 내 볼을 찰싹찰싹 두들겼다.변백현이 갔을까.뒷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변백현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변백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있었다. 변백현은 나를 보지 못한 듯 했다. 뒷문을 닫고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미소 짓고 있던 변백현의 모습이, 좋았다.....네. 글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가네요.이 글 속 변백현의 모습에는 제가 바라는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제 취향의 남성을 백현이에게 뒤집어 씌운겁니다. 수학을 잘한다던지, 노래를 잘한다던지, 츤데레끼가 있다던지. 하하.혹시나 해서 말씀 드리는건데 불마크 달린 글이 올라올 일은 없을겁니다. 음란마귀는 넣어두세요.암호닉 맑음님, 벚꽃님, 사탕님, 응가송님, 찬블리님, 원숭이님, 만두님, 핑구님, 인수니님 사랑합니다. 하트.폭풍 연재 할겁니다. 미친듯이 올릴거에요. 읽어주는 모든 그대들을 사랑해요. 하트.2편 답글 달고 4편들고 올게요. LTE 같은 속도로 달려올테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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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