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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은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진 서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게 뭔가요, 어머님? 여유로운 척 곧장 능청스러운 목소리를 뱉어낸 종인이었지만 안쓰럽게도 그 목소리 끝은 누가 들어도 바보같이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당황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여느 중년여배우 못지 않게 우아한 손짓으로

한잔에 6만원을 호가하는 커피를 자연스럽게 입에 머금었다.

옛날이라면 질색을 하며 사치라 혀를 내둘렀을 커피가 그녀의 입안에서 몇번 굴러지다 목 안으로 사라질때까지의 시간은

종인이 지금의 상황을 가장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 종인이가, 어느새 많이 컸구나."

 


뜬금없이 다른 쪽으로 넘어간 대화 주제에 종인은 조급함이 났지만 그녀와 비슷한 웃음을 내보이며 오른쪽 손목의 시계를 손가락으로 한번 슥 훑어내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의 종인의 사소한 습관이었다.

갑자기 제 손목을 들어올리며 '너는 오른손잡이인데 왜 오른쪽에 시계를 찼어, 안 불편해?' 하고 물어오던 경수가 생각났다.

아주 사소한, 저도 잘 모르고 있었던 저의 모습들을 끄집어내며 매력이라 말해주는 경수가 예뻤다.

처음에는 분명 나쁜 마음을 먹었었던게 맞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경수가 남자건 돈이 많건에 상관없이. 경수가 한명의 사람으로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이 여자, 경수의 어머니를 만나기만 하면 항상 눈 돌리고 있던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저를 내려다보기 일수였다.

 


"너 올해 서른둘.. 결혼 할 때 되지 않았니?"

 


덜컹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지금 제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었다. 경수의 얘기를 하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정말 알고 있었던 것일까, 저와 경수의 사이를. 아니 그렇다면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거지? 왜 저를 경수의 옆에 둔것인가.

머리 아픈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덮쳐왔다. 이제 종인은, 억지로라도 그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을수가 없었다.

 


"..어머님, 저 그렇게 나이 많은편 아닙니다. 왜 그러세요, 제 나이야 한창.. 일할 나이죠."

 


제 안쓰러울 정도로 처절한 변명에 그녀는 풋, 하고 웃어보였다. 하하. 티비에서나 들을법한 조용하고 고상한 웃음소리가

조용한 커피숍 안의 잔잔한 음악소리에 부딪혀 빠르게 조각나 사라졌다. 그리고 종인은, 애석하게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뭐. 내 생각을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단다. 하지만 우리 경수는.. 이제 결혼해야지, 할때. 됐어."

 


종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서류봉투를 종인의 앞으로 조금 밀어넣었다.

그 얇고 가벼운 종이가 저를 공격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종인은 그녀와 제 앞에 놓인 서류봉투에서 조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종인아,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무언가에 홀린듯 다시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 밖에 없었다. 종인은 정말로 조금, 울고 싶었다.

 


"너 소문 잘 났더라. 요즘 네 이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어. 네 친구 결혼인데, 니가 밀어준다 생각하고 신경 좀 써줘."

 


너 이렇게 소문 잘 난거. 아줌마 덕분인거 알지?

덧붙이는 말에 종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어머님. 하고 대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틀린말은 하나도 없었다. 제가 중매로 이 바닥에 톱이 된것도. 어릴적 그렇게 떨치고 싶던 가난을 이겨낸것도 모두 그녀의 덕분이었다.

종인이 그 뒤로 말이없자 그녀는 아직 반도 채 마시지 않은 커피를 두고 가방을 집어들었다.

넋 놓고 있던 종인이 화들짝 놀라 같이 일어서 그녀를 배웅할때까지도, 종인은 서류봉투를 쳐다보지 않으려 꽤나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제 너희 철없던 학생 아니잖니. 패기 넘치던 이십대도 지났고 말이야. 이제 장난질은 그만할 나이.. 아니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조용하고 느긋하게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떠나간 뒤에도 한동안 종인은, 그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류봉투를 가만 내려다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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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정주행합니다ㅜㅜ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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