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쿠아리움에서 세시간 쯤 있었나? 배가 고파지기도 하고 이제는 볼 만큼 봤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크도 그랬는지 나가서 점심 먹겠냐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고개 끄덕였더니 갑자기 심각해져서 그러는 거야. “뭐 먹지? 너 뭐 좋아해?” 어.. 나? 나 아무거나 좋은데 진짜 어떡하지. 나도 한참을 고민하니까 마크가 앞 잘 보라는 듯이 내 팔꿈치 잡아주더라. “나 모르겠어.. 다 좋은데..?” 결국은 ㅠㅠ 그래서 아 진짜 뭐 먹지 소리만 열번은 하다가 그냥 가볍게 서브웨이 가자! 하고 결론이 났고 마크는 먹고 돌아다녀야 하니까 다운 타운으로 들어가자며 버스 정류장으로 날 이끌었어. 얘 데이트 코스 같은 거 생각해온 거 같아. 이제 슬슬 오해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 그치? 도착한 버스에 나를 먼저 앞세워서 태우고, 내가 이인용자리에 가서 앉으니까 내 옆에 도도도 와서 착 앉고. “이거 타고 쭉 가자. 그게 편해.” “응 그래.” “..” “사실 나는 길 모르니까 네가 하자는대로 해야지 뭐.” 아, 그떡이지 마 너 인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얌전히 타고 가는데 우회전 좌회전 할 때 몸이 살짝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는거야. 그게 너무 귀여워서 몸 꼭 붙인 다음에 살짝 올려다보면서 히히 웃으니까 마크 볼이 붉어지는거야. 나 이런 핑크빛 처음 해 봐 어떡하면 좋아 진짜? 와중에 마크 내 어깨가 버스 창틀에 부딪칠까봐 걱정해주고,, 안 되겠다 나 캐나다에서 살아야겠어 어떡해.. #21 점심을 먹고, 시내를 그냥 걸었어. 그냥, 정말로 그냥. 이번엔 마크가 말을 많이 했지. "여기에는 원래 디저트 가게가 있었는데, 아줌마가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옮겼어." "그 디저트 맛있었어?" " 응 완전. I loved it." "나도 먹어보고 싶다.." "나중에 다른 디저트가게 소개시켜줄게." "나 어렸을 때는 항상 여기 와서 책 샀는데. 서점이 커서 .. 만화책이 많았거든." "뭐야, 책은 하나도 안 읽고 만화책만 봤지 너." "아, 아니야아 해리포터 정도는 읽었다구." "뭐어?" 그렇게 걷다보니까 점점 다운타운 외곽으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되더니, 나름 낯익은 곳이 보였어. "저기." "응?" "너 저기서 농구하지?" 전에 봤어 우연히. 엄마랑 지나가다가. 그러니까 마크 눈이 원래도 크지만 더 더 커다래져서는 뭐?! 하고 소리 지르더니 묻는다는게, "Did I score a goal then?" 그게 제일 중요하냐구.. "음.. 기억이 안 나. 자세히 보지는 않았거든." 그렇게 얘기하면서 농구장에 점점 가까이 다가갔어.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 저 중에 마크가 아는 사람들도 있으려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나. 마크가 가까워지자마자 저 쪽에서 Hey Mark! 하고 부르는 거야. 마크는 나를 보고 살짝 어깨짓하더니 Hey John 하고 대답했어. 그러니까 농구 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는 한 마디씩 던지거야. 정신없더라. "Do you want to play a quarter?" "Umm..Maybe not..?" "Hey, take a look. He is on a date." 데이트? 데이트라고? 아니.. 그런 거 아닐텐데.. 우리 그냥 .. "That's right. That's why I can't do it now." #22 뭐? 뭐?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가득차는데 그 너머로 농구 하던 애들의 웃음소리 요란스러운 말소리 발 구르는 소리가 잔뜩 울리는 거야. 내 옆의 마크는 뭐 하고 있었지? 너무 당황스러워서 기억이 안나. 마크가 그만하라고 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멈추지를 않더라고. 그리고 영어로 몇 마디 더 했는데 머리가 안 굴러가서 그건 이해 못했어. 아무튼 대충 진정되고 나서 보니까 마크가 본인 귀를 꼭 붙잡고 먼 산을 보더라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나도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 데이트 잘하라는 둥의 외침을 등지고 마크가 걷는대로 따라 걷는데,, 이게 이렇게 부끄러울 일인가? 그치 부끄러울 일이지. 아 나 진짜 어떡해.. 거울이라도 다시 보고 싶더라. "Sorry." ...뭐라고? 얘 지금 이 상황에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니? 정말로? "I, I didn't want,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 너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하고 마른 세수를 하는거야. "저런 반응일 줄 알면서도.. 그냥, 너랑 있는게 신나서, 그래서.." 솔직히 조금 괘씸하긴 하더라. 내가 얼마나 난감했는데, 본인은 그냥 보여주기식, 자랑하고 싶어서 그랬다는게. 근데 두 손바닥으로 감싸진 얼굴 옆의 두 귀가 너무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어서 화를 못 내겠더라고. 그래서 팔짱을 끼고 딱 물어봤어. “Is that all?” 그랬더니 슬며시 고개를 들더라. #23 대뜸 앉아서 얘기하자며 나를 근처 벤치에 앉히더라고. 본인은 한 뼘 만큼 옆에 떨어져서 앉고.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안 하길래 내가 재촉하려는 심산으로 발로 바닥을 툭툭 찼어. 물론 나도 장난 아니게 떨리더라. 심장이 가슴팍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뛰는 느낌, 알아? 딱 그거였어. "I'm gonna look stupid...right?"
잘해주려고 했는데, 매너있게 굴고 싶었는데, 방금 다 망쳐버렸어. 너랑 이렇게 데이트..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이젠 내가 네 기분을 망쳐버렸네. 미안해. 진짜로. I didn't know I was such a fool. 처음으로 좋아해 봐서 그래서, 그래서.. 후.. "Do I look silly?" 물어봐놓고 새빨간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 분명 주말인데도 우리 주변은 왜 그렇게 조용한지. 방금 전까지의 그 소란스러움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 앞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왜 그렇게, 평화로운지. 난 정말 그 상황에 어쩌다.. 놓이게 됐는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마크가 입술을 달싹이더니 다시 앞으로 보고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일어나서는 내 앞으로 손을 내밀더라. "집에 데려다줄게." "너," 지금 이야기를 이렇게 흐지부지 끝내려는 거야? 라고 물으려고 했는데 마크가 선수쳤어. "그..! 고백.. 은 나중에 정식으로 하고 싶어."
여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D-14 ——————— 여러붕.. 캐내디언 마끄리에게 어울리는 사진을 제게 주세요..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