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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死神은 고양이를 좋아해

by. 11시 10분









길고양이의 눈을 좋아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 조그마한 눈에 담긴 세계世界가 좋다.

그저 담담하게 바라만 볼뿐 발을 들이지 않는다.

꾀죄죄한 몰골로 뒷골목 쓰레기통을 뒤져도, 가게 주인의 빗질에 내쫓기어도, 두려움 없이 나아간다. 

그 나른한 발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경이감이 든다.

(*경이감(驚異感) : 놀랍고 신기한 느낌)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도장을 찍는다. 아침인데도 그들의 아지트는 어둑어둑하다.

익숙한 발소리에 하나 둘 나와 볼 법 한데 이상하게 조용하다.

품에 들고 온 사료와 캔, 물통을 내려놓고 내가 만든 -거라고 말하기 창피한- 상자 집을 살펴보는데 아무도 없다. 

늘 이 시간에 나타나는 사료 셔틀을 잊을 리 없는 녀석들인데.

괜히 어디서 문전박대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에 찾아 나서려는데, 발밑에서 들리는 야옹 소리에 움찔 멈춰 섰다. 콩이었다. 

(무리 안에서 가장 잘생긴 아이라 친한 동생의 별명으로 이름 지었다.)

제 몸으로 열심히 복숭아 뼈 근처를 부비는 녀석에게 묻는다.




“다들 어디 갔어, 콩아? 왜 너만 있어? 어? 형이 묻잖아~ 대답해야지.”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역시나 녀석은 내가 가져온 사료에만 관심이 있다.

혼자서 독차지 할 생각에 신났는지 고르륵 고르륵, 하고 목울림 소릴 낸다. 귀엽다.

후두둑 쏟아지는 사료 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는 익숙한 얼굴들.

하나같이 꼬리를 일자로 꼿꼿이 세우고 오는 모습들이, 마치, 어디 접수하러 가는 형님들 포스가 난다.





“야, 이것들아! 치사하게 나만 두고 어딜 가?!”





모두 잘 먹는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다가 불쑥 나타난 시커먼 물체에 기겁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 당황한건 나뿐인지 오도독 오도독 사료 씹는 소리만 가득하다.






“밥 먹으러 갈 거면 그렇다고 말을 해야지! 완전 나쁘다, 너희들.”





그는 뾰로통한 얼굴로 식사에 열중인 녀석들을 바라보다 어느새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살짝 한쪽으로 기운 고개가 흔들린다. 잿빛 머리칼이 살랑살랑 춤을 춘다.

그는, 날 보고, 웃고,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미소였다.

왜 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눈언저리가 따끔거린다.




“너 칭찬 많이 하더라. 애들이 고맙다고 꼭 전해달래.”




“.........네?”




“이 녀석들 말이야. 이번 장마 때 고생 많이 했다며? 저기~ 치즈 색 엄마 고양이가 알려줬어. 그것 말고도 애들이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는데.”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아니면 시간관념 없는 귀신?

점점 현실성을 잃어가며 폭주하는 머릿속 망상들을 떨쳐낸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





“머리 과부하 걸리겠네.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 내가 누군지.”





손끝에 정전기가 튄 듯 깜짝 놀라 무심결에 남자의 눈과 마주쳤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온전히 날 담고 있는 그 눈은 길고양이의 것과 닮아 있었다.






“고급스럽게 말하면 사신死神이고 대중적으로 말하면 저승사자. 인터내셔널하게 Death. th발음 유의하고.”






주위를 감싸는 공기가 이상하다. 온탕과 냉탕 그 어디쯤.

불규칙하게 내뱉는 내 숨소리가 귀 안쪽에서 들린다.

엄마가 숨겨놓은 과자상자를 발견한 아이처럼, 남자, 아니 사신은 해맑은 모습이다.



식사를 마친 고양이들이 어느덧 내 발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애들이 날 여기로 데려왔어. 너 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지막 인사라도 나누고 싶다 길래.”






차례대로 내 종아리에 제 몸을 가져다댄다. 보드라운 털 뭉치. 따뜻한 체온.

우리들만의 조금 특별한 작별 인사.




잿빛 머리칼의 사신은 소풍날 짝꿍의 손을 잡듯 내 손으로 사르르 미끄러졌다.



.

.

.




더보기

가끔씩 이렇게 단편으로 찾아 올 생각입니다.

제 몸 상태를 걱정하던 그대들에게 주절주절 근황을 얘기하고자 졸작을 들고 왔네요.

눈은 상태가 그리 호전적이지 못해 또 검사를 받은 후 재수술을 할 지 결정 날 것 같아요.

제 머릿속 한가운데에 있는, 아직은 조그마한 종양과 뇌하수체 줄기 부근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서 암센터 쪽으로 가보라더군요. (대학병원, 정말 싫어요.)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더 좋은 글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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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수술받게된다면 꼭 완치가 되길 빌게요 아프지마요 건강이 우선이니까 몸조리도 잘하시구요 힘내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좋은 결과 있길 바랄께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하, 나 카모에요. 이렇게 단편으로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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