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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장에서 잘 피해서 오늘 하루동안은 이호원을 안 만나는 듯 했다.
"아니. 왜 안가겠다는 건데?"
"좀 사정이 있어."
"다 비밀이냐?"
"뭘."
"또 이호원이랑 무슨일 있어서 나랑 비밀로 하는 거잖아."
"아니야."
"거짓말."
"아니야."
"너 거짓말하면 눈이 살짝 흔들려."
"안 그래."
같이 지낸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것 까지 알아보냐...
"네네. 알았습니다. 어쨌든 오늘 약속은 어제 약속한 거니까 니네들이 싸웠든, 둘이 붙어먹었든 나랑한 약속은 지켜."
"후.... 알았어."
약속을 깨려고해도 보채는 이성열때문에 결국 이호원네로 끌려왔다.
"이호원!! 문 열어라!"
옆에 초인종을 두고 이성열은 항상 문을 발로 찬다.
"야! 너 발로 차지..."
"어떠냐, 이 형님의 설득력이. 비싼 장동우님을 데리고 왔다고."
"일단 들어와."
저번과 다르게 깔끔한 집이 보인다.
"치킨 시켰어?"
"어? 응. 곧 올거야."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놨지?"
"응. 냉동실에 넣어둔것부터 먹어."
"역시 센스쟁이군."
'띵동- 띵동-'
"치킨 왔나보다! 내가 가져올께~"
술 먹는게 좋은건지 굉장히 들떠있다. 어린애 같다.
"너..."
"이호원!"
"씨...왜!"
"너 양념만 시켰냐?"
"왜."
"반반 무많이라는 치킨의 정석과도 같은 주문을 모른다는거냐!"
"주는대로 먹어. 내가 돈냈거든? 싫으면 니가 돈내고 먹어. 내가 다 먹을거니까."
"네."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상을 펴고 다같이 거실에서 치킨과 과일과 술을 먹었다.
"자자. 한 잔씩 드셔요. 응어리가 있을땐 술먹고 푸는거야. 자자, 쭉- 들이켜."
이호원과 내 잔에 한 잔씩 따라주더니 원샷이란다. 술은...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왜 안마셔?"
"술은 별로."
"안 마셔봤나?"
"아마."
"헐. 진짜 천연기념물이다. 여자도 안 사귀어 봐, 자위도 안 해봐, 술도 안 먹어봐. 정말 대단하십니다."
젠장. 저런게 창피한게 아니다. 이성열의 저 발언때문에 아침의 일이 또 생각났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런 증상들이 있지 않은가.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던가, 얼굴이나 귀가 달아오른다던가, 계속 신경쓰인다던가, 다른 누군가와 있으면 괜히 질투가 난다던가. 누나들이 한없이 겪어서 나에게 해준 이야기들 중 내가 지금 이 상태에서 겪고 있는 건 없다. 심장이 두근거리던건 그 꿈 속 상황에서만 이였고, 신경은 항상 쓰였다. 누군가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려는데 신경이 안 쓰이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또 지금까지 다른 누구랑 있다고 해서 질투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 뭐지? 내가 정말 이호원을 생각하면서 꿈을 꾼게 사실이긴 할까? 맞장구 쳐주는 척, 한 잔 정도 먹고나니 처음부터 스퍼트를 올리던 이성열은 이미 골아떨어졌다.
"야, 자냐?"
"말...마."
제대로 갔다.
"동우야."
"왜."
"왜 나 피해?"
"뭘."
"반으로 찾아가도 없고, 아침에도 먼저 나가고..."
"별로."
나에게 뻗는 이호원의 손을 피해버렸다. 하... 한심하게 바로 했던 말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내가 손만 뻗어도 피해버리잖아."
"..."
"왜 그래? 응?"
"나도 몰라."
"동우야..."
"하... 나도 모른다고!"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가슴이 답답하다.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앞에 있는 술을 그냥 들이켜 버렸다. 시원한 느낌을 좋았지만 특유의 톡쏘는 느낌과 알코올 향이 더 불쾌하게 만든다. 그저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계속 들이켰다. 술도 처음먹어 보는데 왜이렇게 들이키는지...
"동우야. 그만 마셔."
"싫어."
"동우야."
맥주를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간다더니 1병을 비우니 화장실이 가고싶어졌다.
"왜?"
"화장실..."
역시나 안 먹어본 술을 마셔서 몸을 움직이니 머리가 띵- 해지면서 몸이 비틀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나를 잡는 이호원을 떼어내고 화장실로 갔다. 볼 일을 보고, 거울을 봤다. 거울엔 얼굴이 빨개진 내가 보인다. 눈도 초점이 잡히지 않아 흐리멍텅하다. 이렇게 잡고민이 많고, 제대로 나 하나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보일때... 나는 어떻게 했더라? 아... 자학. 요즘엔 이호원과 이성열하고 어울려 노느라 잊고 있었던 나의 자학행위. 엄마도 이호원을 좋아할만 하겠군. 자학하던 아들이 친구가 생긴 이후로 안하니... 하... 미친건가? 웃음이 나온다. 이러면... 내가 미치면... 영영 나의 존재를 잊을 것만 같다. 칼... 칼이 필요해.
"동우야?"
밖으로 나가 부엌으로 향하는 내가 이상한 듯 부른다. 지금은 그냥 모른척 해. 딱 1시간만 참고 있어.
"뭐하는 거야?"
칼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는 나를 붙잡고 얘기를 한다. 제발... 나 좀 놔줘.
"나... 죽고싶지 않아."
"어?"
"내가 나를 잊어버릴 것 같아."
"무슨 말이야?"
"몰라. 너는 몰라. 그러니까 놔."
"너 왜그러는데!"
"몰라. 나도 모르겠어. 그냥 손목에 칼을 찔러 넣으면 알 것 같아."
"..."
"그냥 딱 죽고싶을 정도로 아프면 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래? 그러면 내가 할께."
"뭘?"
"딱 죽고싶을 정도로 아프게 만들어 줄께."
"싫어. 내가 할래."
"아니 내가 할꺼야."
내 몸도 못 가누는 나를 붙잡고 침대로 향한다. 나를 던지듯 침대에 눕혔다.
"뭐 하는거야?"
"아프게 해주려고. 딱 죽고싶을 정도로 아프게 해주려고."
"니가 왜?"
"...내가 널..."
"아니. 안 들을래. 안 들어. 내가 할꺼야. 안 들을꺼야."
"후... 알았어. 말 안 할께."
"싫어. 내가 할꺼야. 내가..."
목 가에서 느껴지는 낯설지 않은 느낌에 내 말이 끝을 맺지 못했다.
"하아... 간지러워."
"간지러워?"
"응. 너무 간지러워."
꿈처럼 목을 애무하는 이호원의 입을 막지 못하고 힘빠진 손과 다리는 이호원이 이끄는데로 끌려갈 뿐이다. 하나, 하나 벗겨진 옷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펼쳐졌고, 꿈에서 나의 등을 쓸어냈던 그 손길이 내 몸을 쓸어낸다.
"아프게 할꺼야."
"..."
"딱 죽고싶정도로 아프게 할거야."
"응."
"해도되?"
"해."
남자끼리 어떻게 하는 것쯤은 알고있다. 뒤에서 구멍이라곤 거기 뿐이니까. 인정사정도 없이 박아넣어 버렸다.
"아...악!"
"윽...아파?"
"아...아ㅍ..."
아프다. 삽입감이 너무 역겹다. 들어오는 것도 불쾌하지만 뭔가 쏠리는 느낌이 들어 토할 것 같다.
"너무 빡빡해. 동우야."
인정사정 없는 섹스와 다르게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는 다정하기만 하다. 아래가 뜨거운게 흐르는 느낌이 든다. 피...가 나나보다.
"하악...아파..."
정말 죽고싶을 만큼 아프다. 손목보다도 연하디 연한 살이 찢어지고, 붓고 그 자리를 또 지나가는 이호원의 것 때문에 쓰러질 것 같이 아프다.
"도...동우야!"
사정 직전에 빼낸 이호원은 나와 같이 싸버렸다. 원룸인 방 안에는 비릿한 피 냄새와 정액 냄새, 술냄새, 치킨냄새가 섞여서 난다. 정말 역겨운 냄새. 아파서 쓰러지고 싶은데... 눈이 감기지 않는다.
"자도 되.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자."
이호원의 말에 안심이 되버려 잠이 들은 것 같다. 눈을 뜨니 아침. 옆엔 이호원이 잠들어 있다. 언제 일어나서 올라간건지 쇼파엔 이성열이 자고 있다. 어제도 꿈이였던 건지 피와 정액의 비린내는 나지 않는다. 일어나는데 허리도 별로 아프지 않다. 정말 꿈이였던건가?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찌릿하면서 고통이 한 순간에 몰려온다. 젠장. 꿈이 아니군. 그런 추한 모습까지 이호원이 봤으니.
"일어났어?"
"응."
나도, 이호원도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디 가게?"
"물."
"내가 줄께. 허리 아플껄. 어제 너무 과격하게 해서."
"그래."
딱히 창피하거나 할 것도 없다. 그냥 나는 고통이 필요했고, 이호원은 내 몸이 필요했던 것 같으니까.
"이제는 차라리 나한테 와."
"왜?"
"어머니가 걱정하시잖아. 손목도..."
손목은 이제 원래 살이 안 보일만큼 흉터투성이다.
"생각나면."
웃는 이호원의 표정이 쓰다. 약 한 알을 씹었을 때 퍼지는 쓴 맛이 이호원의 표정에서 느껴진다.
"학교 가야지?"
"그래야지."
"야! 이성열 일어나!"
이성열의 머리를 발로 밟는다. 뭐 둘의 이런 일은 일상이니까.
"야! 누가 무식하게 머리를!!"
"그럼 빨리 일어나든가."
"아오! 진짜!"
"밥 먹기 싫으면 계속 그래라."
"아닙니다. 수저 부터 놓은까요?"
이성열은 이상하다. 이호원도 이상하다. 나도...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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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개나 쓸줄이야ㅋㅋㅋㅋㅋㅋㅋ
보시는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그냥 제 욕심에 쓰고 있는 글이네요;;
이번주 토요일에는 가탄을 못 봐서 레알시리즈는 일요일에나 나올듯 해요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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