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이미 중천에 뜬 시각, 징어는 루한에게 뭐라고 연락할 지 모르겠어서 머리를 쥐어잡아. 루한, 나 징어야. 안녕 루한? 나 누군지 알지? 루한! 나 징어야 저장!! 아무리 생각해도 뭐라 보낼지 모르겠어. 고민을 하던 징어는 에이, 됐어. 아무렇게나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며 루한에게 카톡을 보내. [루한! 나 징어야. 저장해~] 그렇게 보내긴 했는데 왠지 뒤에 뭔 말이라도 덧붙여야 하나, 루한에게 답장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무서워져. 그렇게 루한의 답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징어의 방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뭐지? 징어는 귀를 기울여. "너네 떼거지로 웬일이냐? 연락도 없이. 나 잘 시간인 거 몰라?" 자다 깬 듯 잠긴 백현의 목소리가 들려. 너네, 떼거지? 아. 오빠들인가보다. 징어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밖에선 여러 목소리가 뒤섞여 더욱 시끄러워져. 혹시 루한도 있으려나? "어, 근데 징어는?" 때마침 밖에서 루한의 목소리가 들려와. 있다, 있어. 징어는 재빨리 거울을 봐. 헐, 눈꼽 꼈다. 아, 눈만 떴지 일어나지를 않아서. 아 입 옆에 하얀 자국. 나 침 흘리고 잤나보다, 미치겠다. 이러고는 못 나가겠어. 어떡해 씻지도 못했는데. 징어는 고민하다 검지 손가락에 침을 살짝 발라 굳은 침자국을 살살 닦아내. "그러게, 나는 징어 본지 오래 된 것 같은데. 보고싶다, 징어." "야 박찬열. 그건 니가 하도 여자를 갈아 치우면서 사니까 그렇지." "죽을래, 도경수?" 어머, 정말 올 사람은 다 왔구나.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을 듣자 하니, 루한, 찬열, 경수, 민석, 크리스, 제일 자주 오는 종대까지. 친구들이 다 모인 것 같아. 다들 서로 바쁘기 때문에 두세명, 혹은 세네명끼리 모이는 건 잦았어도 다 같이 모이는 건 아마 꽤나 오랜만인 일이야. 그런데 하필, 그 날이 오늘이라니. 징어는 빨리 일어나 씻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을 탓해. "야, 징어 어디 있냐니까?" "아 참, 너네 누굴 보러 온건데? 니들 친구는 나야." "시끄럽고. 왜 대답을 안해." "에이 진짜, 걔야 뭐 방콕이지. 당연한 걸 뭘 물어." 아 진짜, 변백현 저걸 확 그냥! 징어는 주먹을 불끈 쥐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백현을 때릴 수 없는 상황이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이 멍청이야! 난 죽었다. 어떡해. 징어가 어떻게 할지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방 바로 앞에서 종대의 목소리가 들려. 그 옆에 조잘대는 루한의 목소리도. "징어야. 오빠들 왔는데 인사도 안하기냐? 들어가도 되지~?" 오마이갓, 안돼! 안된다고 외칠 새도 없이 방문이 열려. 그런데 갑자기 백현이 아아아아악! 안돼!! 하고 소리를 질러. "김, 김종대! 넌 들어가지마! 이리 와!" "엥? 이 새끼가 왜 이래, 이거 놔!" "다른 놈들은 된다 해도 너만은 절대 안돼!" "아 왜 나만 안되는데!" "징어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잖아!" "그건 또 뭔소리래, 잠 덜 깼냐? 뭔 마음의 준비." "아니, 그게. 그건 그러니까, 있지 그게..어 맞다, 맞아! 징어 쟤 이 시간부터 못난 니 얼굴 보려면 볼 각오를 할 시간이 필요해! 징어 쟤가 안 그런 것 같아도 비위가 약하거든!" "뭔 헛소리야 이게! 죽을래 변백현?! 니가 더 못생겼거든! 그리고 우리 중에 내가 제일 잘생김! 그거 몰라?!" 에이, 양심에 찔리지도 않냐? 뻥치지마 김종대! 그리고 내가 너보다 더 잘생김! 아니거든, 김종대가 더 잘생김! 변백현이 더 잘생김! 거실에선 백현과 종대의 유치한 말싸움이 일어나고 있고, 살짝 열린 징어의 방 문틈 사이로 고개를 들인 루한이 징어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어. 그리고는 그 좁은 사이로 자신의 몸을 재빨리 들이고 방 문을 잽싸게 닫아. 그러자 방 문 앞에서 징어도 못 보고 들어오지도 못한 찬열, 경수, 민석, 크리스가 뭐하는거냐며 소리를 버럭 버럭 질러대. 하지만 루한이 들어오자 마자 문을 잠가버린 탓에 들어올 수가 없지. "야, 루한 너 빨리 안 나와?! 우리 징어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당장 안 나오면 죽어!" 협박성 섞인 말들이 뒤에 이어지지만 루한은 방문에 기대 앉아 징어를 보며 씩 웃어. 징어야, 나 잘했지? 에...? 침대에 굳은 채로 앉아 있던 징어가 멍한 표정으로 루한을 바라봐. "너 아무나 니 방에 들어오는 거 싫어했었잖아." 아, 그랬었지. 징어는 루한의 기억력에 새삼 감탄해. 지금은 그때처럼 심하게 그렇진 않지만 징어는 3년전까지만 해도 누가 허락 없이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걸 정말 심하게 싫어했었어. 옛날에 찬열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일기를 몰래 훔쳐 읽고는 징어가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을 알고 있으니 자신의 말을 안 들으면 걔한테 말할거라고 협박했던 악몽 같은 일 이후로 생겨난 일이였어. 친오빠인 백현조차 자신의 방에 허락 없이 들어오면 끔찍하게 싫어하는 징어였지만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그게 바로 루한이였어. 물론 다른 오빠들도 참 친했지만 루한은 징어에게 특별한 존재였거든. 왠지 모르게 말이야. "그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어? 대단하다."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어디 있겠어? 너에 관한 건데 어떻게 까먹어." 루한의 입가에 잔잔하게 미소가 피어나. 징어와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아. 징어는 그렇게 말하며 웃는 루한을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 그런 얼굴로, 예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루한 너는 모르겠지만 내 심장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징어는 얼굴이 붉어진 걸 감추려 고개를 푹 숙여. 그런데 루한의 시선이 느껴져서 미칠 것 같아. "그리고 징어 너 보니까 자다 깨서 씻지도 않은 것 같길래, 창피할까봐." 창피하긴 무슨, 내가 아직도 이런 시덥잖은 일에 부끄러워 하는 여중생인 줄 알아? 루한 니가 없는 사이에 나는 많이 변했다구. 그 오빠들한텐 자주 보여준 모습이라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지금 제일 창피한건 루한 니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는건데. 징어는 갑자기 창피함과 더불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감정들이 뒤섞이는 것 같아 울컥해. 아는 척 하지마, 니가 없던 3년새 나는 많이 변했는데. 왜 넌 나타나자 마자. 내 눈 앞에 보이자 마자. "근데 징어야, 너 이제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돼? 나도 이제 오빠 소리 듣고 싶은데. 다른 놈들만 오빠고." 징어가 고개를 서서히 들어올리자 머쓱하게 웃고 있는 루한의 얼굴이 보여. 3년 전까지도, 지금까지도 늘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는 루한이 미워. 그때와 다름 없이 루한이 참 좋아. 지금보다 더 어려서 정확히 뭐라 단정 지을 수 없었던 그때의 감정이 자꾸만 살아나고, 더 커지는 것 같아. "응? 그래주면 안돼?" 인정해야 할 것만 같아. 루한을 다시 만난 후로 자꾸만 더 커지는 마음을. 루한 없이도 잘 산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던 것 같은 마음을. 루한이 참 좋아. 너무 좋아. 루한을 사랑하는 것 같아. - 안녕하세요! 이런 글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정말 제 사랑 다 드려도 모자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모든 댓글에 다 답글을 달아드리려 했는데, 답글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자칫하다간 도배가 될 것만 같아요..ㅋㅋ 너무 성의 없는 댓글에는 답글을 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이런 글 읽어주시기만 해도 감사하지만! 감사합니다..♥ 어제 댓글 읽으며 저에게 과분한 말을 해주신 몇몇 분들, 댓글 읽으면서 제가 설레고 웃음이 막 나왔어요. ㅠㅠ 그래서 어제 컴티로 한편 더 써오려 했는데 쓰차..ㅎㅎ 일어나자마자 한 편 써옵니다 비루한 모티로..ㅎㅎ 오늘 언제 될지 모르겠지만 무지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는데 어쨌든 오늘 한편 더 가지고 오려구요! 시험기간에 제가 이러고 있네요...다음 편은 이번편보다도 짧을 것 같아요. 아마 번외 형식? 다음 편 구독료는 걸지 않겠습니다~ 말이 너무 많았죠?!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 사랑해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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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