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서류요. "
특출나게 요란한 면모를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에 싹싹한 일처리로 그 흔한 쿠사리 한 번 먹는 꼴을 못
봤는데 도통 내 마음엔 들지 않는단 게 흠이었다. 주변에서는 알만한 사람이 기획안을 두 번씩이나 뻥 찼다고 수근대는데, 내가 또 그
소음은 못 들어줘서 말이지.
" …… 팀장님? "
" 으응? "
본의 아니게 멍청한 소리로 답해버린 성규는 곧장 헛기침으로 무마시키며 예? 하고 다시금 대답했다. 그가 공손한 자세로 데스크 위
에 올려진 서류를 검지로 톡톡 건드리는데, 느릿하게 집어 든 종이 위로 저를 비웃는 듯한 우현의 표정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상태로
팀장실을 나가면 히히덕거리며 내 흉이나 볼 테지. 있지도 않은 일에 제 멋대로 열이 받은 성규가 슬쩍 고개를 들어올렸다. 햇볕에 잔
뜩 달궈진 양, 우현의 불그스름한 머리칼이 가볍게 살랑였다.
" 불량하네요. "
" 예? "
" 머리 색. "
" …… "
" 염색 하는 게 어때요? "
또 한 번의 오만한 심술, 우현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한 차례 더 묻는 듯한 모션으로 성규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네, 알겠습니다. "
만면에 띄운 미소로부터 강하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여유에 찬 얼굴을 일순간 굳히기까지의 시간이 그가 은시계를 한 번 짤랑이며
목례를 하고, 팀장실 문 밖으로 나서는 시간 보다 느렸다.
공기가 시큼하다.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