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계산 한다니까 그래요..." "됐습니다. 이미 계산 끝났네요. 자 얼른 가야지 계속 그 이야기만 할거야?" "그럼 저녁은 내가 사줄게요." "놀이공원 데려와준걸로 충분합니다." "피... 알았어요. 일단 가요." 재환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 계산을 해버렸더니 자기가 살 생각이였는데 왜 계산을 해버렸냐며 토라진 재환이야. 놀이공원도 데려와줬는데 이정돈 당연히 해야겠다 싶어서 계산을 했는데 재환이는 그게 아니였나봐. 토라진걸 겨우겨우 달래 식당밖으로 빠져나와. "아,엄청 많이 먹었다. 배불러." "그게 많이먹은거에요? 완전 깨작깨작 먹더만." "그래도 한그릇 다먹었다. 여기서 더 살찌면 큰일나." "누나 충분히 말랐거든요?" "거짓말하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가장 높은곳까지 와버렸어. 벤치에 앉아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바로앞에 있는 관람차를 타기로 해. "누나 설마 고소공포증 있고 막 그런건 아니죠?" "그런거 없네요-. 가자." 돌아가는 관람차 칸 안에 재환이를 밀어넣고 따라 타는 너야. 엉거주춤한 자세로 관람차에 올라탄 재환이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히자마자 너를 장난스럽게 노려보고 그런 재환이가 귀여운 너는 재환이를 보며 환하게 웃어. "반칙이에요.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내가 화를 못내지." "화 낼 생각이였어?" "그런건 아니고." "재환이 너 자꾸 말이 짧아진다?" "반존대 몰라요 반존대? 이거하면 여자들 환장하던데?" "여자가 많은가봐?" "누나 꼬시려고 예행용으로 많이 만들어놓긴 했죠." "어린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반오십 넘은사람한테 어리다고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요,누나." 꼬신다니,예행용이라니. 생각치도 못한 단어들에 당황하고 예전에 했던 말들이 생각 나. "너 그때 엄청 울었잖아. 귀여웠는데. 더벅머리에, 그땐 통통했어서 얼굴도 동그랬고 안경도 꼈고." "내가 그때 한 귀여움 하긴 했어요. 지금은 안귀여워요?" "수염난 남자가 귀엽다는 말 듣고싶니? 그럼 넌. 아직도 나한테 장가 올 생각이야?" "당연한거 아니에요?" "나 결혼했는데?" "에이, 그럼 날 이 집에 들이질 말았어야죠." "나 이혼한건 알고?" "동네방네 다 소문났거든요? 이제 누나 데려갈사람 나밖에 없어요." 술김에 옛날생각나서 한 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나봐. 어쩌면 재환이가 '좋은 동생' 으로 남기 힘들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너야. 말을 해야 말아야하나,생각하다 결국창밖을 구경하고있는 재환이에게 말을 걸어. "재환아. 우리 예전에 내집에서 술마셨던거 기억나?" "나죠." "그때 네가 나한테 나 데려갈 사람 너밖에 없다고 했잖아. 진짜 나 데려갈 생각이야?" "왜요? 싫어요?"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래서 진짜 데려갈 생각이니?" "네. 내가 데려갈건데요?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하는 재환이야. 장난일까? 평소에도 장난끼가 넘치는 재환이에 그런 생각도 해보지만 진지한 재환이의 눈빛에 이내 그 생각을 거둬. "나 누나 좋아하잖아요. 10년도 더 전부터. 몰랐다고하면 나 진짜 화낼거야." "아니 알긴 아는데, 아니야. 다왔다 가자." 어느새 한바퀴를 다 돈 관람차에 먼저 내려버리는 너야. 뒤따라 내리는 재환이의 표정이 알수없어. 그 말을 했어야했나,후회를 하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조금 굽이 높은 샌들에 발을 삐끗해. 다행이 재환이가 옆에서 잡아줘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약간 접질린건지 시큰하게 발목이 아파와. "괜찮아요? 삐었어?" "아니,약간 접질렸나봐. 괜찮아." 재환이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는 너지만 한걸음한걸음 뗄때마다 접질린 발목이 아려오는 너야. 티를 안낸다고는 했는데 표정은 숨길수가 없었던건지 네 표정을 본 재환이가 입고있던 가디건을 벗어 네 허리께에 둘러줘. 그리고는 네 앞에 쪼그려 앉아. "업혀요 빨리." "나 진짜 괜찮은데," "씁- 빨리 업혀요." 단호한 재환이에 어쩔수없이 너른 등에 업혀버리는 너야. 9년전 마지막으로 봤을때도 나보다 크긴 했는데 이정도로 크진 않았었는데. 9년이라는 시간이 꽤 긴 시간이긴 했는지 많이 어른스러워지고 듬직해진 재환이야. 어린마음에 널 좋다고 따라다닌건줄 알았는데 몸이 많이 달라져버린 지금까지도 그 감정이 그대로라니,여러기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되어 머리가 터질 지경이야. 어디에 앉아 좀 쉴줄 알았더니 곧장 놀이공원을 빠져나와버리는 재환이야. "그냥 갈거야?" "누나 다쳤잖아요." "나 진짜 괜찮은데,걸을수 있어." "누나 한번만 더 괜찮다고 하면 나 정말 화낼거에요." 딱딱하게 굳은 재환이의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물고 재환이가 가는데로 업혀가는 너야. 어느새 차에 다다라 재환이는 너를 내려주고 운전석에 앉아. "봐요,발목" 재환이는 너를 운전석쪽으로 보게 돌려앉히곤 다리에 가디건을 덮어줘. 발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네가 좀 괜찮은거같으니까 그제서야 조금 안심을 하는것 같아. "다행이다. 삔건 아닌가봐요." "나 진짜 괜찮다니까 내말은 뭘로 듣고." "씁. 자꾸 괜찮다는 말 하지 말랬죠? 발목은 한번 덧나면 평생가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 가요." 약간 아쉬워 하는듯한 너의 눈치에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시동을 켜는 재환이야. "다음에. 다음에 또 데려올게요. 약속."
다음편부터 급전개의 폭풍이 일꺼에요. 차분한 전개를 하고싶었지만 ㅜㅜ 소듕한 암호닉분들 복숭아님,사채업자님,포카리님,닭벼슬님,선크림님,꽃등님,하마님 모두모두 너무 고마워요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