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대를 받으면서 자랐어요. 겨울 날에 알몸으로 베란다에 방치 되기도 했고, 너무 피가 나서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몇 번 이었어요. 부모님은 저에게 항상 저주를 퍼부었죠. 정말 끔찍한 나날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집을 나왔어요. SM 오디션에 합격을 했거든요. 그런데 집에 중학교 1학년이던 동생이 남아있었죠." 오빠는 못 참겠는지 결국 눈물을 보였고 옆에 있던 멤버에게 휴지를 받아 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었다. 울지 마. 울지 마 오빠. "몇 년, 이었지.데뷔하고, 4년 만에 찾은 집에 동생은 없었어요." 그 사람들이 잡혀가고, 나는 집을 팔았다. 그리고 나온 꽤 큰 돈을 들고 작은 원룸을 얻어 생활을 했다. 원래 살던 동네와는 한참 떨어져 있었으니 소문을 얻어 듣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동생을 만나면, 동생을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미안해. 보고 싶었어 정말. 사랑해." 오열 하면서 한자 한자 힘겹게 말을 하는 오빠에 눈을 꼭 감고 눈물을 삼켰다. 오빠의 앞에서 추하게 있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사랑해. "저희 동생은 정말 예뻐요. 절 많이 닮았어요. 키는 조금 작았지만 눈도 크고, 코도 오똑했고, 그냥 항상 어디 가서 예쁘다는 말만 듣고 지냈던 아이였어요. 지금 어디 있는지 꼭 좀 알고 싶어요." 말을 마치고 뒤돌아 한참 눈물을 쏟아내는 오빠에 잠시 동안 팬미팅이 중단 되었다. 몇몇 마음 약한 팬들도 눈물을 보여 살짝 놀라면서도 기뻤다. 오빠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하하, 네. 저는 괜찮아요. 미안해요 여러분." 오빠의 사과와 함께 중단 되었던 팬미팅이 다시 시작 되었다. 이번에는 들어올 때 받은 번호를 추첨을 해 뽑아 소원을 들어주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내가, 462번. "자 시작 할게요. 케이부터 나이 순으로 뽑겠습니다." 차례차례 뽑히는 번호들, 엠에 넘어가서도 내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뭐,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번호가 불린 인원이 무대 위로 올라갔는데 한 명이 올라오지 않았다. 몇 번을 불렀지만 나오지 않는 팬에 엠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한 번호를 다시 뽑았다. "어, 사백, 유십? 이번" "462번 어디 계세요? 올라 오세요." 순간 놀라 멍하게 있다가 옆에서 내 번호를 확인한 한 팬이 나를 일으킨다. "뭐 해요. 얼른 올라가요. 아, 진짜 부럽다.." 얼떨떨하게 일어나 쿠키를 가지고 무대 위로 올라 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곧 저를 잡아당기는 오빠에 오빠 옆에 서게 되었다. "우와, 그냥 있을 때도 찬열씨 닮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란히 서니 더 닮은 것 같아요. 그쵸."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함성,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그저 내 어깨에 올라 온 오빠의 손이 꿈만 같아 입술을 앙 다물고 울음을 참았다. 안아 주세요. 이름 불러 주세요. 노래 불러 주세요. 가지각색의 소원들이 나오고 나에게 마이크가 다가온다. "어어, 왜 우세요. 울지 마세요." 빨갛게 물이 든 눈과 코가 보였는지 나를 달래는 오빠에 작게 웃으며 쿠키를 건넸다. "이거, 남김없이 다 먹어주세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그게 소원이에요? 에이 뭐야, 다른 소원 없어요? 안아주라 거나, 하는 거." "아.. 그러면 안아주세요. 찬열 오, 빠." 곧 저를 빤히 보더니 꼭 안아주는 오빠에 결국 울음이 터져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열 했다. 6년 만에 안기는 오빠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든든해서. 당황한 듯 나를 토닥이며 달래는 오빠에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 많은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너무 감격 하셨나 보다, 어이구." "울지 마! 울지 마!" 겨우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괜히 올라오는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오빠는 똑같은 듯 많이 달라졌다. 오빠는 키도 많이 컸고 어깨도 훨씬 넓어졌다. 목소리도 굵어지고 예전보다 살도 올랐다. 그리고, 오빠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정말 많이 있다. 안심이 되었다.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커버린 오빠가 낯설면서도 자랑스러웠다. 누가 누굴 걱정하고, 안심하는 지 싶기는 하지만. 두 시간의 팬미팅이 끝나고 가벼운 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 남자가 있었다. *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이를 꺼내자 여운이 길었던 것인지 팬미팅이 끝나고도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 예쁜 내 동생. "동생 사진 같은 건 없어?" 준면이 형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우리 남매를 혐오하던 사람들이다. 우리를 사진에라도 남겨두고 싶지 않고 싶어했으니, "보고 싶어요 정말.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하다 못해서 살아는 있는지." "몇 살 터울이라 했지?" "5살 터울이요. 동생이 생일이 빨라서 학교를 일찍 갔거든요. 지금, 17살일 거예요." "한창 예쁠 때네, 얼른 찾아야 될텐데." "그러게요." 괜히 아까 팬에게 받았던 쿠키를 만지작 거리며 시큰해지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박찬! 쿠키 먹자. 나도 줘." "헐, 형 저도요. 저도 하나 줘요." "그 팬 진짜 형 닮았던데, 그쵸." "맞아. 쌍둥인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진짜 서럽게 울더라. 찬열이가 잘못한 줄." "아, 맞아요. 저 진짜 당황했어요. 달래주느라고.." 쿠키를 꺼내 보니 내가 좋아하는 딸기잼 쿠키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와, 딸기잼 쿠키. 내가 진짜 좋아하던 건데." 쿠키를 하나 하나 멤버들에게 나눠주고 하나를 우물거리며 편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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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고 영향력이 크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