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라이트
03
w.소고기
6월. 이제 슬슬 수능 준비도 해야했다. 뭐, 다른 애들이야 작년 말부터 준비했다 치지만 나는 밴드부로 바빴다하며 온갖 핑계로 대충 둘러대었다. 찬열과 나는 음악실에 들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반비례로 백현은 더욱 늘었다. 우리 몫까지 해내느라 항상 수고였다. 백현은 수시로 대학원서를 집어넣을 예정이었다. 가끔씩 들려오는 도경수나 오세훈, 김종인의 소식은 긴 야간자율학습을 잠시나마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도경수가.
“이제 수능 이백일도 안남았지. 열심히 해라.”
분명 2교시, 8시에 잔것 같은데 깨어나보니 종례를 하고 있었다. 아, 오늘도 두시간을 허무하게 보냈구나. 박찬열 좀 깨워주지. 찬열에게 화를 내려 뒤를 돌아보니 찬열 역시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정수리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책상 위의 문제집을 가방에 집어넣기 위해 문을 열었다. 어. 내것이 아닌 우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초코우유를 들어 붙어있던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수능 잘 보세요’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멘트였다. 익명의 누군가를 조금은 누군지 알것 같았다. 근데 왜 초코야. 나 초코우유 좋아하는 거 아는건가.
오랜만에 찾은 음악실 안에서는 경수 혼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점심시간이라고 다들 어디로 내뺐는지 안보이던데 혼자 여기서 연습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노래하는데 방해할까 싶어서 열었던 문을 살짝 닫는데 슬쩍 돌아본 녀석의 눈과 내 눈이 마주했다. 어, 안녕하세요. 귀까지 빨개져서는 인사하는 꼴이 귀여웠다. 어, 안녕. 나는 다시 문을 닫고 교실로 돌아가려 했다. 아, 맞다.
“초코우유, 잘 먹었어.”
돌아서는 내 등 뒤로 녀석의 시선이 꽂히는 것만 같았다. 뒤이어 들리는 조그만 소리는 내 입꼬리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네. 역시 네가 보냈구나. 나는 다시 문을 닫았다. 정적이 흐른 뒤 다시 큼큼,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수의 노래가 들렸다. 안 그렇게 생겼는데, 은근히 목소리에서도 색기가 흐르는게 끈적한 노래를 불러도 어울렸다. 밖에서 서있는 것조차 방해될까봐 나는 다시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6월 모의고사는 그럭저럭 잘 친것 같았다. 찬열은 망했다고 머리를 마구 헝끄러뜨렸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빵을 베어물고 있었다. 야, 나도 한 입만. 책상 위에 머리를 박고 숙였던 찬열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고 백현에게 붙고 있었다. 아, 저리 좀 꺼우져. 저것들은 맨날 만나면 싸움이야, 싸움은. 나는 핸드폰액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케이스 안쪽 배터리에 포스트잇이 붙어져있었다. 형 수능 잘 보세요. 일곱 글자가 왠지 정말로 수능을 잘 보게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나 원래 미신같은거 안 믿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입가가 실실 올라가 쪼개는 것만 같았다. 백현과 찬열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에이, 썅. 나는 들고있던 빨대를 이빨로 짝짝 씹어주었다.
경수와 그 후로도 잘 지냈다. 앞으로는 생각 나는 것이 있으면 그냥 마음속으로 담아두는 편이 좋겠다, 하고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 입은 여전히 녀석에게 험한 말을 뱉어내었고 이제 녀석은 도가 텄는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내가 왜 이럴까, 하고 생각도 해봤다. 녀석에게만은 험한 말이 툭툭 튀나왔다. 이유조차 몰랐다.
오르가즘은 항상 나를 떨리게 만들었다. 절정에 다다르는 도경수의 표정 역시 흥분시켰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온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은 솔직했다. 솔직하여 더욱 더 담백했고, 그래서 좋았다. 왠만한 여자 못지 않게 조여주던 녀석이 좋아하는 곳 구석구석 속속히 알아냈다. 한 발자국 더 가까워 진 느낌이었다.
음악실 문을 여니 경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원년멤버였다. 남녀분반에 밴드부에 남자밖에 없는지라 여자없는 것도 서러운데 원년멤버밖에 없다니. 내심 경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시무룩해진 준면이 찬열이 드럼을 치는 걸 보았다. 어, 니 어디갔다가 이제 오나. 악보를 보며 라이드심벌을 내려치는 녀석의 스틱이 스네어드럼 위로 올라갔다. 한 곡이 끝났다. 난 여전히 문 앞에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베이스 치러 왔으면 베이스를 쳐야제, 왜 거기서 그렇게 가만히 있는겨. 찬열이 다음 칠 곡 악보를 찾는듯 종이뭉치를 뒤졌다.
제 자리인듯, 비워진 그곳에 앉았다. 악보를 끌어와 베이스 줄을 튕겨낸 후 다시 빠르게 연주를 시작했다. 내가 섹스보다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었다. 정말로, 좋았다. 어느새 신디사이저가 악보의 밑부분을 맡고, 기타와 합주에 드럼까지 끼었다. 정신줄을 놓아버린 채로 연주를 시작했지만 끝날 때는 아니었다. 나는 세명과의 조화에 발맞추어 음악의 후반무렵까지 갔다. 칼날을 걸어가는 듯한 그 분위기에 우리 넷은 모두 고조되어있었다.
덜컥, 문이 열렸다. 도경수가 들어왔다. 내 손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는 문을 바라보고 베이스 줄을 바라보았다. 세훈이 아, 형 뭐에요, 자기가 먼저 시작해놓고. 하면서 은근슬쩍 장난을 걸었다. 대충 무마한 나는 베이스를 책상 위로 다시 올려두었다. 내 손이 굳은 이유는 도경수의 표정이, 그때 그 얼굴이라서 그랬던 것이 분명했다. 석고상과도 같은 핏기 없는 얼굴. 친구랑 무슨 일이 진짜로 있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괜한 오지랖이다. 나는 경수에게서 신경을 끄기로 하고 다시 다른 곡을 찾기 시작했다.
도경수에게 무슨 일이 있다 라는 것을 확신한 것은 우연히 골목길에서 녀석을 보았을 때였다. 공부를 하다가 잘 되지 않아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빨러 가던 길, 질 낮은 2학년 양아치들이 한 아이를 구석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정의감이 불타오르진 않았다만 그 앞을 지나갈 때 본 얼굴이 그때의 도경수라는 것을 안 순간 나는 그 싸움 중간으로 들어갔다. 싸움이라기보단 도경수가 맞는 형식이었지만. 너 이새끼들 지금 뭔짓 하냐. 낮은 내 목소리에 2학년들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고, 도경수 역시 맞던 고개를 들어 나를 확인했다. 녀석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순간 비쳤다가 사라졌다.
이 새끼 나 아는 애니까 그냥 가지? 경수의 팔을 붙들어 중간에서 잡아빼니 좌우에선 예예, 하면서 비켜주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따라오는 녀석과 함께 슈퍼로 향했다. 아이스크림 통안에서 내가 먹을 스크류바와 먹을 거냐고 물으니 대답 하지 않아 내가 집어준 보석바를 꺼낸 뒤 계산까지 마쳤다. 얼굴을 보니 입가 옆이 뜯어져있었다. 딱지가 굳어있었다. 하얀 얼굴에 저런 보기 싫은 것이 있으니 짜증이 났다. 이왕 사던 김에 반창고까지 같이 사 붙여주었다. 저 새끼들이 니 괴롭히냐? 껍질을 벤치 아래로 넣었다. 녀석은 보석바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형, 집에 가면 안되요? 집에서, 집에서 얘기할래요. 경수가 한 말이라곤 이것 뿐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내 옷을 벗기고 자신의 옷도 벗으면서 입을 맞춰왔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들어간 나의 것을 녀석은 조여댔다. 처음 할 때 말고 그 후로도 울긴 했지만 이렇게 서럽게 울기는 처음이었다. 짧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꼭 어깨를 가까이 했다. 아이같은 울음소리가 번졌다.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망정이었지. 나는 눈을 비벼대며 일어났다. 녀석은 손으로 주먹을 만들고 자고 있었다. 곤히 자는 녀석을 깨울 수가 없어서 이불을 정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머리의 물기를 털며 나와도 여전히 자고 있던 경수는 거의 5시가 다 돼서야 일어났다. 부스스 뜬 머리에 내가 정리를 해주었다. 너 어제 집에서 얘기한다 해놓고 안했다? 식탁에 앉힌 후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접시에 담아 건넸다.
“...아, 맞다.”
“무슨 일인데. 쟤네 너 괴롭히냐? 말해, 형한테.”
김치볶음밥을 수저로 뒤적이다가 말했다. 계란도 얹어줄걸, 쟤한테는. 경수는 수저를 들어서 밥을 한숟갈 넣었다. 형, 아무일도 없어요. 그리고 평소의 도경수 표정으로 돌아갔다. 싹싹한 후배로. 맛있어요, 이거. 한 접시를 모두 비워 마음을 놓았다. 뭔 일 있으면 형한테 당장 말하고. 배가 고팠는지 더 달라며 찡얼거려 접시에 더 담아주었다. 네. 그리고 웃었다.
ㅅㅣㄹ친아.. 단편 아님 ^ㅅ6 아직도 쓰고 잇음 니도 픽 쓰면서.. 토할것 같으면 보지말라고.. 내일 드립치지마.. 기술망친거 그거때문아니야내가공부안해서지.. 아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편 짧은 건 실친때문이야 끝난 거 아니라고! ㄷㅓ 있다고!!! 너 제발 내껀 신작알림 하지마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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