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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라이트

w.소고기

 



04

 

‘형 오늘은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옆에서 언제나처럼 쫑알대는 녀석이 없어서일까.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 혹여나 내가 없이 혼자 집으로 돌아가 전처럼 골목길에서 험한꼴을 당하지는 않을까, 온통 도경수 걱정뿐이었다. 선이 얇게 빠져서 나오는 목소리는 항상 살짝씩 떨렸다. 그 떨림에 나는 더욱더 가슴이 울렁거렸다. 왜 나는 그녀석에게서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것일까. 혼자 속으로 되뇌였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모르는 사람에게서 카톡이 왔다. 도경수가 니 깔이라며? ㅋㅋㅋㅋㅋ. ㅗ. 짧고 굵게 답을 보낸 뒤 차단해버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녀석과 나의 관계를 이상하게 오해하기만 했다. 너희들은 생각은 틀렸어. 왜냐하면 나는 호모 게이가 아니니까. 시발 새끼들. 괜히 손에 쥐고있었던 종이를 꾸겼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옆에서 쳐자던 찬열이 소리에 깼다가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이제 여름방학을 향해서 달려가는 시간은 그렇게 길게 남지 않았다. 기말고사가 하나 남아있는 가운데 부장인 백현에게 공지가 하나 내려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들떠서 들어오는 녀석은 공부해야하는 고등학교 삼학년이 맞는건지,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왔다.

 

“우리 댄스 부랑 합쳐서 학교별로 나가는 대회 나간대! 몸매 장난아닌 애들이랑 같이 연습하고! 그러다가 친해지고! 그럼 사귀는 사이가 되고!”

“변백현 저거 깝좀.. 김칫국좀 작작 마셔 이새끼야.”

 

백현이 물고 온 소식은 그랬다. 우리 학교 댄스부는 여자애들의 몸매가 장난이 아니라고 소문나 있는 동아리였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정말 좋은 사이즈의 아이들만 모여있는데 얼굴도 장난 아니게 이뻤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2학년 김세연, 이 가장 이뻤다. 눈이 야살스럽게 접히고 웃는게 정말 예쁘게 웃는 그런 상. 여우를 닮았다고 해야하나? 사람한테 여우는 좀 아닌가. 야하게 생겼고. 남자애들이라면 한번 쯤 따먹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얼굴이였다. 어쨌든 이뻤다고.

 

녀석과는 끊임없이 관계를 가지고 지냈다. 설사 내가 음악실에 가지 못한다 해도, 우리에게는 문자와 전화라는 좋은 수단이 있었다. 오늘 집으로 와. 네. 짧고 간결한 문장은 둘의 달아오른 몸뚱아리와 매치가 되지 않았다. 둘의 호흡이 작은 방을 순식간에 덥히고 사정 이후로도 길게 여운을 남겨놓았다. 키스마크가 새겨진 등 쪽을 매만졌다. 쪽쪽 빨 때 애들이 볼거라고, 하면서 말렸지만 이미 자국이 남아버렸다. 나는 다시 녀석과 입술을 공유했다. 녀석의 입 안에서는 레몬향이 나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뒤로 확 혀를 빼는 경수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떴다.

 

“뭐야.”

“늦었어요, 형 고삼이니까 자야죠..”

 

경수의 목소리에서는 고단함과 나른함 모두가 젖어있었다. 듣는 사람도 나태해지게 만드네, 쳇. 나는 옆에 치워져있던 옷을 들어 윗옷부터 입었다. 와중에도 경수는 계속 나를 쳐다보았고 그 시선이 신경 쓰인 나는 고개를 돌려 왜. 하면서 물었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누웠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아래옷까지 갈아입은 후 이불을 덮었다. 나는 오른쪽으로, 그 녀석은 왼쪽으로 등을 돌려 누웠기 때문에 이불이 좁았다. 하는 수 없이 가까이 붙으니 손이 맞닿았다. 뜨거워. 나는 그 손을 꼭 움켜잡았다. 살짝 놀라는 듯 했다. 굳은 손은 잠시 후 내 손을 잡았다.

 

음악실 문이 열렸다. 치마가 너무 짧아서 팬티까지 다 보일 정도의 여자아이들이 걸어올라왔다. 내 자리는 항상 맨 위, 맨 뒤편이었다. 내가 떡하니 앰프와 베이스를 잡고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르마를 예쁘게 탄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명찰에는 김세연, 이라고 적혀있었다. 아, 얘가 소문의 걔구나.

 

“오빠, 안녕하세여엉..”

 

옆머리를 슬쩍 귀뒤로 넘기면서 인사를 하는게, 왜 애들이 얘랑 놀고 싶어하는지 알았다. 이쁘잖아, 또 야하게 생기기도 했고. 고등학교 정도 됬으면, 거기다가 남녀 분반인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놀겠냐? 하는 애들도 많을 테고. 나는 베이스로 시선을 돌렸다. 뭐, 이년이랑 섹스못하면 어때, 도경수가 있는데. 흘낏 뒤를 돌아 경수를 바라보니 악보를 든채 백현과 무슨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분홍빛 입술이 하트모양으로 오므려졌다. 다리까지 접어가며 웃는 녀석은 잠시 내 시선을 의식한 듯 이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줄을 튕겼다.

 

대회가 점차 가까워지고만 있었다. 동아리실에만 들어오면 백현과 경수는 항상 붙어서 노래연습을 하고 다녔다. 다른 아이들도 열심히 춤연습, 악기연습을 했다. 딱 두명, 김세연과 나만을 제외하고. 김세연은 센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됬다. 나는 이미 악보를 다 외워두었다. 중간점검때나 대회날까지는 이제 계속 놀아도 되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연이는 항상 나에게로 다가와서 놀았다. 우리는 친해졌다. 서로의 폰 번호를 주고받아 밤 늦게까지 카카오톡을 하거나, 아니면 같이 놀러갔다. 딱! 머리에 통증이 싸하게 꼬리뼈까지 전해졌다. 뒤를 돌아 찬열을 바라보자 드럼 스틱을 흔들 뿐이었다. 세연이 옆에서 조신하게 헤헤, 하며 웃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 찬열의 뒤에 가운데손가락을 살포시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나와 세연을 바라보는 도경수를 볼 수가 있었다. 백현이 악보를 들고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던 것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마자, 그는 내 눈을 피했다.

 

세연과 다른 댄스부 애들이 빠져나가고, 우리끼리 합주를 맞추어야 해서 한꺼번에 모인 자리. 경수는 손가락을 조물락조물락거리며 앉아있었다. 오늘따라 김세연이 뿌리고 온 향수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매혹적. 지금 누구라도 아래에 깔고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창녀촌 가서 한 명 데리고 오고 싶다고. 찬열이 드럼 스틱으로 반주 신호를 맞추었다. 탁, 탁, 탁, 탁. 그 네 번의 신호에 맞추어서 베이스부터 기타까지 반주가 깔리고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너 못맞춘다.”

 

메트로눔을 맞춰놓고 종인이 반주를 맞추었다. 똑, 딱, 똑, 딱. 리듬이 유난히 크게도 들렸다. 나는 베이스를 들고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경수의 시선은 언제나 등 뒤에 푹푹 박혔다. 오늘은 왠지 꼴렸다.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것이, 형 거 빌려 입은 듯 매우 귀여웠다. 나는 음악실 문에 기대서서 문자를 틱틱 찍었다. ‘연습 끝나고 우리 집으로 와’. 오늘은 허리 아프겠다, 경수야. 나는 베이스를 등에 매고 집으로 향했다.

 

잠시 슈퍼를 가서 술을 사오는 동안 녀석이 집 앞 계단에 앉아있었다. 지쳐보이는 어깨와 얼굴이 더욱 힘들어보였다. 친구들이랑 무슨 일이 있나. 난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꺾어져 오는 골목앞에서 서있었다. 지친 표정,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위태로움.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어 만든 것이 도경수라는 생물체일것만 같은 생각과 느낌이 들었다. 김준면 미쳤나. 혼자 센치해져가지고는. 녀석에게로 다가가 커피를 딱, 하고 건넸다. 내가 바로 숙이고 있던 머리 바로 앞까지 올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한 녀석은 볼에 캔커피를 가져다 대자 그 차가움에 황급히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 아, 형...”

“들어가자.”

“네...”

 

도경수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것은 담배를 빨고 싶게 만들정도의 공허였다. 처음에는 몰랐으나 점차 천천히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녀석은 유리인형같았다. 고3되면서 끊어버린 담배는, 원래 상대방에 대한 매너로 피지 않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자고있는 녀석의 위에 작은 배려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서랍장에서 안피던 담배갑을 꺼냈다. 얼굴은 평온했다. 계단의 중간까지 내려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어둠속에 불은 나 혼자였다.

 

여러 생각들을 했다. 난 게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도경수가 좋았다. 명백한 거짓명제였다. 하나가 잘못 된 것이었다. 최근 내가 느끼는 울렁거리는 감정은 아마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확신한 후였다. 그러면 잘못된 것은 뭐지? 내가 게이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결론은 내가 도경수를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담배를 깊이 들이마셨다.

 

달칵, 집의 문이 열리고 이불을 두른 채로 녀석이 고개를 내밀었다. 몇 초의 정적이 지나고 녀석은 바른 말을 했다. 담배 피지마요. 몸 버려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마른 세수를 하고 슬리퍼로 담배를 비벼껐다. 들어가자. 계단에서 일어선 후 문을 닫았다.

 

메모지에는 담배 가져가요. 라는 짧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열어놓은 창문 덕에 흩날리는 종이를 작은 냉장고에서 떼네고 핸드폰 뒤 케이스에서 또 보관했다. 아, 나는 결심했다. 김준면이 단단히 미친게지. 그래, 나는 지금 미쳐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걔 생각으로 두둥실, 이면 확실한거니까. 지금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때 좋았냐며 녀석을 상처준 것이었다. 나를 용서해주어, 그리고 내게 와 나만의 장미가 되어달라.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나 도경수한테 고백할거야.

 


*▽*

세연찡 너무 미워하지마요 내가 저 이름 짓느라 얼마나 고민고민했는데 아이디어담당이랑.. ㅁ7ㅁ8

그래놓고 작가가 미워하겠지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세연 이 나쁜 기지배!

여러분 다음편은 정말로 대반전이 있을거랍니다 ^^

스포 드리면 이건 1부에요. 김ㅁ준면이 1부. 아 근데 1부가 예상이 8편 ㅋ 점차 분량은 짧아져마ㄴ 가는뎈ㅋ

2부는 도갱이시점. 그리고 번외로 ㅇ들 한명씩 다..? 음? 아마 그렇겠져 에ㅔ헿

아 졸려 아 맞다 님들 지방?분들은 졸려가 아니라 잠온다로 말한다며요?

난 그거듣고 엄청 멘붕이였늗뎈ㅋㅋㅋㅋ 왜 잠온다라고 말하짘ㅋㅋㅋㅋ 네 서울럽니다 저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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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해탈녀에요!^^ㅋ 드뎌 준면이가!!!!!!!!!!!!!!!!!!!!!!!!!그런데 대반전이라니.........뭘까 궁금해요 담편도 기다리겠슴닿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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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우와 이젠 익인이 아니라 독자로 바뀌었네영... 해탈녀님 감사합니다 대반전까지는 아니구 그냥.. 음... 음..? 음..! 네 그래요 그냥 반전 있을거라구여 이것도 반전에 한 요소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다르잖아요 저는 반전이라구 생각해요 새벽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어옄ㅋㅋㅋ 감사합ㄴㅣ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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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전왜 이제이글을보았을까요!!!! 저 찡이예요 작가님! 너무오랜만이여서 기억못하실수도있겠다ㅠㅠㅠㅠㅠ 우아웅ㅇㅇ우아우아 오늘 갑자기 신알신이 막 폭풍으로 쫓아지드니만 이런 성수같은 글을발견하다니!!!!!! 하흫흐히하핳후헤헿헤 준멘 흐흐흐흫ㅎㅎ 너 흐흐흐흫헤헿 아근데 작가님 표현이 갱장히 ㅈ..직설적이예영 괜히 볼이 발그레해지네영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잌 이런 소재의 글느므늠좋아요!!!!! 스릉스릉흡니다 앞으로는 꼬박꼬박올꼐영!!!!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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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제 글의 매력은 직설적인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에요 저 기억해요 준멘 스릉흔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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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어휴이바보야왜이렇게길게써..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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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내맴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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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표겱이에여..짧고굵게사랑합니다결혼까지생각했어같은집같ㅇㄷㄴ방에서..부뀨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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