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W.오뜨) |
성규는 한참을 뾰로통해 있다가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하고 유치해진 자신의 행동을 점차 깨닫자 다시 제정신을 되찾아갔다. 성욱은 멍청하게 앉아있는 성규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리곤 아직도 우쭐해 하고 있는 우현을 보고 한숨을 깊게 쉬었다.
“ 도대체가 내 여패는, 멀쩌한형드리 업따니까! ”
마치 근심이 가득한 어른을 따라 하듯 무릎을 굽혀 앉고 세상 사느게 너무우ㅡ 힘들다그, 하며 머리를 쥐 뜯는 성욱을 본 성규가 웃음을 터뜨렸다.
“ 허허, 넌 애가 참……, 애늙으니네 애늙은이. 성욱할아버지! 일어나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
“ 하라부지? 나 하라부지같아? ”
“ 그래, 이 하라부지야. 근데 그 형은 또 어디 갔대. ”
“ 아아ㅡ 우혀니형? ”
그래, 그 미친놈. 성규는 잠시 우현을 찾는 듯하다가 얼른얼른, 하면서 재촉하는 성욱때문에 매점으로 발을 돌렸다.
*
아아. 어떡하면 좋아. 성규는 자신에게 매우 고맙다는 듯이 쳐다보는 성욱과 차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인즉슨,
“ 저기, 아줌마…. 제가, 지갑을 안 들고 온 것 같은데……. ”
“ 어쩔 수 없지 뭐, ”
“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올 때 꼭! ”
성규가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과 과자들을 가져가려고 하다 아줌마가 에헤이, 하면서 손에 힘을 풀지 않고 성규를 황당하다는 듯이 봤다.
“ …왜요, ”
“ 학생, 돈이 없으면 다음에 오라고. 음, 뭐 이거 정도는…, 동생 주고. ”
아줌마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것 중에 제일 싼, 것을 하나 빼서 성규에게 쥐여주었다. 이름 하야 ‘보석 반지 사탕’이었다.
“ ……. ”
“ 그럼 잘 가고. 학생. ”
멍하니 있는 성규를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TV로 눈을 돌리는 아줌마다. 성규는 참 인심 없는 아줌마다 하며 아래를 내려봤다.
“ 성욱아. ”
“ 형, 아이쓔크임은? ”
“ 미안, 하다. ”
“ 아이, 쓔, 크임…. ”
성규는 금방 눈물을 쏟아낼 성욱이란 걸 알기에 더욱 난감해했다. 미안해 성욱아. 진짜 형이 다음에는,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성욱의 마음을 풀어주긴 해야 하기에 계속 미안해, 미안해. 하며 사과를 하는 성규는 안 되겠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자 온통 목청껏 울고 있는 성욱을 쳐다보고 몇몇은 그런 성욱을 보고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성규는.
“ 흐으으엉, 형아, 흐으윽, 미워! 나쁜형아, 으으어, 끄윽, 흐엉, 아이쓔크임, 사준, 끄윽, 다며! 흐어, 흐으으. ”
“ 아! ”
누군가라도 찾은 듯 성욱을 안아 들고 당장 아줌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매점 아줌마와 다를 것 없이 모두 한참 드라마에 빠져있었다. 성욱은 잠시 울음을 멈추고 성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 야, 아니 너요. 야 남우현 씨, 일어나봐요. ”
“ 어?! 끅, 우혀언형이다! 끅, ”
“ ……, 아, 뭐요. ”
성욱은 우현을 보자마자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울음을 뚝 멈추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 어쭈, 이거 봐라. 내가 입 아프도록 달래줄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
“ 히히히, 끅, 우혀니형좋아, 어디 가따 와써? ”
“ 아, 형? 형 그냥 이거 사러 갔다 왔지. ”
우현이 까만 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다가 그것을 성규의 손에 쥐여주었다. 성규는 뭐야 이건, 하며 봉지 안을 들여다봤다.
“ 어? 이거 과자랑 초콜릿이랑, ”
엄청나게 많이도 샀네, 하면서 성규가 중얼거렸다. 성규는 우현에게 대충 고맙네요. 하고 인사를 했다. 둘이 유치하게 싸울 땐 언제고 꽤나 대화가 발전한 듯 했다. 성욱은 성규에게서 봉지를 뺏어 들고 과자를 하나씩 꺼내고 그 중 한 개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둘은 그런 성욱을 보다가 결국 그 둘도 바닥에 철퍼덕. 하고 넘어지듯이 앉았다.
“ 근데 왜 찾았어요? ”
“ 뭘요. ”
성규는 심드렁하게 우현을 한 번 보고 성욱의 과자를 뺏어 먹으며 말했다. 우현은 그런 성규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 나 찾아다녔잖아. 급해 보이던데. ”
“ 아ㅡ 그때? ”
성규는 우현에게 돈이라도 구걸해볼 심산으로 찾아다닌 것을 제 입으로 말하기가 뭐 한 건지 어색하게 한번 웃고 대답했다.
“ 너가 알 거 없는데요. ”
“ 어이고야, 근데, 김성규 씨 몇 살인데 그렇게 유치해요? ”
“ 어휴, 거기는 뭐 안 유치하신 줄 아나 보네요. 그리고 나는 유치해도 되거든요. ”
“ 왜요? ”
어린애 데리고 있잖아요, 김성욱.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어이없는 말을 하는 성규에 우현은 잠시 멍을 때리다가 그냥 한번 참자 하는 심보로 성규에게 말했다.
“ 그래도 얼추 나이는 비슷한 것 같은데. 나는 스물이에요. ”
“ 아 그래요? 나는 몇 살 같은데요. ”
자신의 예상대로 얄밉게도 나이를 알려주지 않자 우현은 점점 자신의 인내심이 고갈되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딱 한 번만 참아야지. 하며 우현이 마음을 가다듬었다.
“ 스물? 많아도 스물셋? ”
“ 오오, 생각보다 많이 어리게 보시네. ”
“ …동안이신가 봐요. ”
급하게 말투를 친절하게 바꾼 우현은 그것보다 나이가 많단 말이야? 하며 생각을 하고, 자신과 성규의 나이 차이가 엄청나다고 생각,
“ 아니, 나 스물 맞는데? ”
는 무슨, 우현은 이럴 줄은 몰랐다며 자신의 머리를 한탄했다. 내가 고작 김성규 따위한테 놀아나다니. 아무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다 고해도 둘이 그 대화를 한다면 유치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둘이 만난 지 3시간 도체 안 된 것 같은데 하는 말들을 보면 십년지기 친구 둘이 말하는 것 같았다. 아 맞다. 성규는 손뼉을 치더니 갑자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자신의 바로 옆에서 곤히 잠이 든 성욱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 또 어디로 사라진 줄 알았네. ”
“ ……. ”
우현은 가만히 제 가슴을 쓸어내리는 성규를 보고 생각했다. 그래도 성욱이 형 하나는 잘 둔 것 같다고.
“ 뭘 꼴아. ”
“ 어쩔. ”
저 말투만 고치면 말이다, 라고. 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우현의 반응을 보면 사돈 남 말 할 처지가 아닌 듯했다. 동갑인 거 알고 바로 말 놓는 거 봐라. 하며 성규와 우현이 생각했다. 언제 봐도 둘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참,
초딩같다고. |
일화 올라왔됴 퐁!!! |
사랑스러워 넌 나의 애기야~ |
뚜러뻥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