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셔틀 그대.. 보고싶어요..ㅁ7ㅁ8
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BGM : Acoustic Cafe-Last Carnival - Norihiro Ts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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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동우와 진영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엄청난 폭팔음이 들렸다. 이것은 분명 동우의 능력이 발현될때 나는 소리였다. 아- 이제 정말 끝났구나. 이제 이 GCT는 불 타 사라지겠구나. 이제서야 총알에 뚫렸던 바람구멍들이 욱씬하게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젠 엄청난 고통도 무뎌진 모양이다. 불이다. 화려한 불기둥. 끝없는 화염. 이 순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아래층이 몹시 소란스러웠다. 아마 건물전체를 휘감은 불 탓일거다. 숨을 조여오는 끝없는 불길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법. 영웅은 살아남는다는 뻔한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나에겐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동우가 능력을 조절한 모양인지 나를 둘러싼 작은 원 안에서는 불꽃이 타오르지 않고있었기 때문이다. 꼼짝없이 불에 타 죽는 불상사는 막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다. 두다리로 일어서기조차 힘든 몸상태로 이곳을 빠져나가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랐으니-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옆구리에서 끈임없이 쏟아지는 핏물. 아마 타죽지 않더라도 곧있으면 과다출혈로 죽게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 나에게 실낱같은 희망 따윈 없었다. 모든것을 포기하고 그나마 편하게 자리를 잡고 누웠다. 뜨거운 열기에 대리석바닥이 따끈하게 데워져있었다. 하얗고 매끈한 대리석 위로 몇줄기로 나눠진 핏물이 강을 만들 듯 흘러내렸다. 뜨거운 불꽃 속에 비친 나를 보았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성규를 집어삼켰던 불을 그토록 원망했었는데, 결국은 나도 불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생각해보면 꽤 낭만적인 전개였다. 연인과 꼭 닮은 죽음을 맞는다는 것- 지긋지긋한 정부군의 손에 개죽음 당하는 것 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김성규와 똑같이 죽음을 맞이하기. 애처롭게, 또는 품위있게. 피바람이 몰고 간 이 밤만 지나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인간과 소에족 그리고 M이 이룩해낸 아름다운 새 세상. 문득 반지가 빠져나가 허전한 왼손 넷째손가락을 쓰다듬었다. 아, 그러고보니 김성규가 그랬는데. 「... 김성규.」 「내 이름 닳아. 그만불러. 내가 여기서 꼬옥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바람안피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넌 실컷 웃으면서 아름다운 새 세상 구경하다가 와. 그러고와서 나한테 이야기해줘야지. 우리가 이룩해낸 아름다운 세상이 어떤곳인지. 너 지금 나 없다고 죽을생각 하거나 그러는건 아니지?」 새 세상은 커녕 정부의 몰락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죽게생겼다. 천국으로 가서 김성규를 제대로 마주볼 면목이라도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 나는 나쁜짓을 너무 많이 해서 지옥불로 떨어지려나. 거기도 불이다. 여기도 불, 저기도 불. 아름답고 잔인한 불. 이제 이 불이 멎으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 나 또한. 아래층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 비명소리가 커짐에 따라 서서히 길고 긴 전쟁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시에 나 남우현의 끝도 함께. 죽음의 벼랑 끝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보다 김성규를 만난다는 설렘이 앞섰다. 내가 정말 미쳤나보다. "질긴 명이 이렇게 끊어지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열아홉 그날 죽어버렸어야 했던 운명이었다. 하지만 죽어가던 그 운명은 김성규로 인해 짧고 굵은 연장선을 긋게 되었다. 그리고 끝끝내 도달한 진짜 끝이 여기가 아닐까. 지금 이곳이 나 남우현의 마침표가 아닐까. 눈이 감겨왔다. 공중으로 붕 떠버린 정신줄이 곧 끊어질 것만 같았다. 멀지않은 과거, 그 선명한 기억이 내 흐릿해진 머릿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누구세요?」 「아악!」 김성규. 어느날 내 눈앞에 나타났던 하얀 남자. 「현성이.」 「어?」 「현성이라고. 니 이름의 현이랑 내 이름의 성. 이쁘지않아? 김현성.」 「이름은 이쁜데... 잠깐. 왜 김씨야! 내가 아빠니까 남현성이지!」 「왜 니가 아빠야!」 나의 또 다른 어머니이자, 「엄마. 난 절대로 엄마 놓치지 않을꺼야.」 「흐... 흐으윽... 우현아...」 「엄만 내 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빛나고 아름다운 예쁜 사람. 이제 내가 지켜줄게. 다시는 울지 않도록.」 「남우현 사랑해. 이건 고백이야.」 「나도 김성규 사랑해. 이것도 고백이야. 매일매일 고백해도 모자라겠어 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좋아해. 김성규. 아프지마. 사랑해. Alweys.」 「바보야. Always 거든. 그리고 나도 사랑해.」 유치하지만 예쁜 사랑, 짧지만 잊지못할 사랑. 「우현아.」 「...」 「안녕.」 「.... 엄마.」 「영원히, 안녕-」 짧은 헤어짐 끝에, 「우현아 노래해줘.」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다시 만나러간다.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무언가 결핍되어있던 내 삶을 가득 채워줬던 김성규. 이젠 비어버린 너의 마음에 내가 찾아갈게. 다신 서로가 외롭지 않게 하나가 되자. 너의 영원이 되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김성규. 차갑게 비어버린 네 마음, 따뜻하게 채워주러 갈게. 아직도 잊지못할 나의... "그대를 사랑했지만-" 나의 영원 김성규. - 불은 멎지않았다. 거대한 GCT를 집어삼킨 불은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까지도 까맣게 태워버리고 있었다. 애타게 남우현을 외치다 쓰러져버린 동우 외에는 끝없이 불타오르는 불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불은 아무말 없이 그저 활활 타올랐다. GCT의 시커먼 뼈대만 남을때까지 계속. 힘없이 쓰러져있던 동우가 눈을 힘겹게 깜빡이며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모든것은 끝나있었다. 한줌의 재로 변해버린 GCT.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넘을 수 없는 철의 장벽이라 여기던 GCT가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오똑한 동우의 콧망울 위로 차가운 액체가 떨어졌다. 동우가 손을 쭉 내밀었다. 조금은 탁한 물방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동우는 또 한번 좌절하고 말았다.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성규가 죽던 날 찾아왔던 눈처럼, 우현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애도하듯 그렇게 비는 내려왔다. 동우의 두 손이 빗물로 축축하게 젖어갔다. "..." "..." 바닥에 떨어져있던 성종의 노트북이 깜박거렸다. 화면에 띄워진 4개의 숫자. 2200. 2200년. 그렇게 23세기가 시작되었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끝이라는 것을. 길게만 느껴졌던 잔혹한 22세기가 지났다는 것을. 지긋지긋한 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을. 폭풍같은 세상이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찾아왔다는 것을. 텅 비어버린 동우의 눈동자가 호원을 향했다. 하염없이 GCT를 응시하고 있던 호원이 때마침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에 홀린 듯 동우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호원이 그 손을 잡아일으켰다. "동우야." "... 응." "끝났어." "정말?" "정말 끝났어. 모든게 끝났어." 온 몸에 묻어있던 피가 빗물에 씻겨내려갔다. 호원이 동우의 작은 어깨를 감싸안았다. 감격인지 슬픔인지. 혹은 그 아무것도 아닌지. 동우는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호원이 동우의 어깨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들의 뒤쪽으로 펼쳐진 넓은 벌판, 몇 안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때묻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단 한사람, 명수를 제외하고는. "남우현씨." 왜 대답이 없습니까? 제 손을 잡아오는 성종을 뿌리친 명수가 GCT를 향해 한발짝 나아갔다. 이제 명수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성열도, 유박사도, 성규도, 그리고 우현도. 미운정이란 것이 이렇게 무서울지 몰랐다. 명수가 쌀쌀맞게 부르면 꼭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걸어나올 듯한 우현은 이제 없었다.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서 나와서 농담이라고 해보십시오. 장난이라고 해보란 말입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명수가 무심결에 왼쪽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왼팔의 고통이 되살아나며 욱씬거렸다. 그리고. "...?" 바스락거리는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조금 급하게 그 물체를 꺼냈다. 그것은, "... 남우현." 그것은 성열의 사진이었다. 언젠가 M센터를 떠나오며 우현에게 맡겼던 불타는 성열의 사진. 문득 기억이 났다. GCT 공격을 앞둔 이른아침, 전투복을 뒤적이던 우현의 작은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울고싶어졌다. 아니, 그는 이미 울고있었다. 명수는 전쟁의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길고 길었던 전쟁. 소에족을 시기하던 인간의 질투심은 그의 모든것을 앗아갔다.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형." 절망의 트라우마 속에서 시달리는 명수의 옆으로 성종이 다가섰다. 자신보다 조금 키가 큰 명수를 따뜻하게 끌어안는 성종도 울고있었다. 명수는 자신도 모르게 성종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언젠가 성규에게 그랬듯이 그렇게. 성종의 품은 성규를 꼭 닮아 따뜻했다. 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구나- 명수와 성종의 흐느낌소리가 드넓은 광야에 울려퍼졌다. 우현의 죽음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명수와 성종이 다가 아니었다. "준홍아." "흐.. 흐으으..." "슬프니?"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입을 고사리같은 손으로 꾹 틀어막은 준홍이 울고있었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서럽게. "그런 나쁜 버릇은 어디서 배웠어?" "흐으... 유천이형..." "슬플땐 우는거야." 유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꼭 유천의 허리만큼 오는 작은 아이가 그의 다리를 잡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우현을 보고싶다는 그리움, 우현을 잃었다는 슬픔, 우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까지. 유천은 그런 준홍을 안쓰럽게 내려다보았다. 때묻지않게 좋은 것만 보여주며 누구보다 밝게 키우려고 했는데.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이미 준홍은 어린아이가 알아선 안될 수많은 감정들을 깨달은 뒤였다. "왜... 왜 불을 끄지 않았어요! 왜에! 형이 바람을 불었으면.. 그랬으면..!" "... 준홍아, 사람이란건 운명이 있는거야. 우현이의 운명은 여기까지였고, 그 누구도 바꿀순없어." "흐아앙...! 유천이형 나쁘다! 싫어! 싫단말이야!" 그를 좋아했니? 어린아이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말을 눌러참은 유천이 준홍을 더욱 세게 그러안았다. 유천의 수정체가 얇게 펴졌다. 저 멀리, 준홍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한 점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준홍아, 우현이는- 한계치를 훨씬 넘은 능력사용으로 쓰러져있던 진영이 깨질것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아, 우현이 형 구하러 가야하는데- 멀리서 느껴지는 엄청난 화기(火氣). 마지막 임무가 아득히 멀어졌음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을 등진 채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던 지아가 갑작스레 몸을 휘청거리고 있었다. 얼떨결에 벌떡 일어나 옆으로 쓰러질뻔한 지아를 껴안은 진영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빗줄기가 그치고 뿌연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것은 다름아닌, "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이었다. 그 경이롭고 아찔한 광경에 지아가 몸을 떨었다. 생전 처음보는 광경. 지아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봐왔던 하늘은 소에족과 인간의 전쟁으로 항상 핏빛을 띄고 있는 탁한 하늘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23세기의 시작. 지아가 눈을 감았다. 방금 전 하늘에서 보았던 엄청난 양의 빛이 그녀를 감싸고 돌았다.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알것만 같은 그 기분, 지아를 받쳐안은 진영이 구름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한줄기 달빛을 응시했다. "지금부터 찾아올 23세기, 새 세상은요..." "...네." "아름다워요.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소에족과 함께하고, M들을 사랑하는 세상. 모두가 하나되어 죽어가는 지구를 따뜻한 빛으로 감싸는 세상. 그게 23세기에요." "아..." 지아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아찔한 빛이 튀어올랐다. 그 검은 눈동자가 진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멀리 검게 타버린 GCT의 잔해를 바라보는 진영의 표정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 진영씨," "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현씨의 희생으로 우리는," 23세기를 맞이하게 되었잖아요? 슬퍼하고 그리워하는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후회나 자책은 하지말아요. 그 누구의 잘못도 없으니. 우현씨의 죽음도, 잔혹했던 22세기도- 진영과 지아의 뒤로 멍하게 서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상입은 동료들을 부축하고, 사상자들의 숫자를 세고. 평소와 다름없었다. 기나긴 전투를 끝낸 그 어떤 때와도 다를게 없었다. 23세기로 넘어온 이 시간과 우현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훅- 명수의 체취를 깊게 들어마신 성종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노트북을 집어들었다. 2200. 보기만해도 두근거리는 화면을 닫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정부서버에 접속했다. 여기저기서 정부군의 패배, 즉 소에족들의 승전보가 들려오고 있었다. 자신에게만큼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광경에 굉장히 무안한 듯 콧잔등만 슥슥 긁고있던 알렉스가 성종의 곁으로 다가갔다. "Don't you hear anything?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What? (무슨소리?)" "The government failing sound! (정부 망하는 소리!)" 잔뜩 구겨진 성종의 표정이라도 펴보고자 작은 농담을 던진 알렉스가 뿌듯하게 웃었다. 평소라면 깔깔거리며 유쾌하게 웃어줬을 성종이지만, 지금 이시간만큼은 작은 미소로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알렉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종은 좋지않아?" "뭐가." "이겼잖아? We win!" 그래 웃어야지. 적어도 우현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미친듯이 기뻐하며 함께 웃을 수 있었을텐데.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성종의 낯빛에 알렉스는 또 한번 콧잔등을 긁으며 자리를 비켜야했다. 알렉스가 떠난 성종의 옆자리로 대현이 다가섰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시시각각 올라오는 전쟁 진행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던 성종은 대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장난스레 성종에게 어깨를 걸쳤다. "헤이." "할말만 하고 가." "쌀쌀맞긴. 지금 상황은 어때?" "정부군이 하나둘씩 무너지고있어. 놀라울정도로 빠르게." "오..." 화면에 펼쳐진 지도 곳곳이 빨간색으로 칠해지고 있었다. GCT가 붕괴되고 정부가 몰락한 이 시점에서 정부군의 전투는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다. 정부의 마지막 발악을 성종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 남은사람들은?" "32명. 이게 다야." 성종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 32명 중 성규와 우현, 그리고 성열이 없다는 것이 미친듯이 안타까웠다. 시체더미에 걸터앉아 성열의 사진을 쓰다듬는 명수를 한번 힐끔거린 성종이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부상자 살피고 좀 쉬어." "... 야, 근데." "또 왜." "살아남은 M이 딱 한명 밖에 없어." 입가에 씁쓸함 감이 맴돌았다. 아무죄도 없던 유약한 M들이 결국은 이렇게 다 떠나갔구나- 왠지 모르게 성규가 그리워진 성종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M에 관련된 자료 모두 다 지워버려." "응?" "다 없애버리라고. 흔적도 없이. 후손들이 절대로 알지 못하게." 꽤 무모한 명령에 뭐라 반박하려던 대현이 입을 다물었다. 이어지는 성종의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신 이 땅에서 그런 끔찍한 산물을 내놓지 않도록 해라고. 너도 나도, 태민이도 찬희도 그리고 알렉스도 모두 M이 낳은 미친 천재들이잖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덮어버리는건 우리의 몫이야." "... 그렇겠지." "번거롭겠지만 M센터에서 M제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원들은 따로 모아줘. 할 일이 있거든." "응." "아, 그리고-" 홀로남은 M, 불편하지 않게 니가 좀 돌봐주고- 대현이 조금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부터 성종이 누군가를 배려했던가. 누군가를 위해 명령을 내렸던가. "그런눈으로 쳐다보지마. 나 생각보다 그렇게 재수없는애 아니니까." "그래." "이번 전쟁으로 참 많은 걸 배웠어. 난 이때까지 배울게 전혀 없다고, 모든 것을 알고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더라." "..." "우리가 가진 머리가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야. 중요한건 사람 사이의 감정이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설령 미움과 증오라도 말이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갸웃거리며 뒤를 돈 대현이 그자리에서 바짝 굳고 말았다. 어둠을 밝혀오는 붉은 기운.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허리를 펴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해... 뜬다." 겹겹이 둘러싼 먹구름을 밀어제치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는 23세기의 찬란한 태양.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와 동시에 망령되었던 정신이 번뜩 되돌아오며 느껴지는 회의감까지. "서... 성종아, 이것 좀 봐!!" 급히 성종에게 그의 노트북을 들이미는 찬희. 검은 화면에 박혀있는 짧고 간결한 하얀 글자들. [대한민국 정부는 반정부연합군에게 완전한 항복을 선언한다.] 성종과 노트북을 둘러싼 Mko 넷이 동시에 소리쳤다. "와, 와아아아아!!!" "여러분 저희가 이겼어요! 정부가 항복했습니다!!" 태민과 대현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지쳐쓰러져있던 사람들이 이제껏 참아왔던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성종은 아직도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지 두눈을 비비며 다시한번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반듯하게 적혀진 그것은 분명한 정부의 항복선언이었다. 그랬다. 반정부연합군이 지쳐가는 만큼, 그 거대했던 정부도 서서히 으스러져갔던 것이다. "이 거대한 정부가... 대한민국이...."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무릎을 꿇었다. 애써 멈춰두었던 눈물이 다시 샘솟았다. 막을 수 없었다. 이 모든게 꿈만 같고 거짓말인 것 같았다. 성열의 사진을 조심스레 집어넣은 명수가 성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은 투박한 손길로 성종의 눈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닦았다. "형... 이거 정부의 트릭 아니죠? 정말 항복한거 맞죠?" "그래." 성종이 덥썩 명수의 허리를 잡아챘다. 평소같았으면 온갖 짜증을 내며 성종을 밀어냈을 명수였지만, 오늘만큼은 자신의 드넓은 품에 성종을 안겨주었다. 명수의 품에 안긴 성종이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또 한번 내쏟기 시작했다. "흐... 흐어엉... 명수형...!!" "그래. 나 여기있어." "우리가, 우리가 성공했어요.. 절대 불가능할줄 알았던 반란이 성공했다고요!!" 명수가 조심스레 성종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눈을 살짝 감았다. 「왜 전부 박사님에게 돌립니까? 함께였던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는거 아닙니까?」 「아니다.. 아니야..」 「박사님은 처음부터 혼자였습니까. 우린 아무것도 아니였단 말입니까?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지 마세요. 왜 그래야만 합니까.」 「...우리를 지키기 위해 내가 혼자가 된 것 뿐이지. 소중한 나의 사람들을 한명이라도 부정한적이 없다.」 우리를 위해 혼자가 된다는 것.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박사의 그 깊은 마음을 이제서야 조금은. 「넌 강한 아이야.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모두 강한 사람들이야.」 「박사-」 「내가 모든 죄를 짊어지고 죽으면. 너가 꼭 이루어주렴. '우리'를 지키는 일. 성열이와 함께. 무너져가는 이 세상을 지켰으면 해. 넌 강한 아이니까 충분해. 괜찮을거야.」 박사. 내가 이 세상을 지켜냈어요. 우리를 지켜냈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제 생명을 구해준 은인과 사랑을 죽여버린 씻지못할 죄를 안고 있던, 나. 김명수가. 성종과 명수는 서로에게 기대어 서 있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둘에게는 이제 정말 서로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느꼈다. 이별끝에는 더 값진 만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기쁨의 도가니에 빠져 서로를 얼싸안는 사람들, 혹은 감회에 젖어 눈을 감고있는 사람들 사이로 겨우 눈물을 그친 준홍이 여전히 훌쩍이고 있었다. "형. 우리가 이긴거야?" "그러엄. 내가있는데 설마 지기라도 했겠어?" "형아." "응." "준홍이가 지금 웃어야할까, 울어야할까?" 유천이 말없이 준홍을 꼭 안아주었다. 히히- 천진한 아이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준홍의 어깨는 작게 들썩이고 있었다. "유천이형... 준홍이 이제 강해질거다! 멋있어져서 저 하늘에 있는 우현이형 데리러 갈거다! 꼭!" "준홍아." 이젠 강해질필요도, 어느 누구를 구할 필요도 없어 준홍아. 전쟁은 끝났으니까. 누군가를 증오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필요도 없단다. 유천의 옆으로 두갈래의 빛이 반짝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동우의 두 손에 꽉 쥐어져있던 성규와 우현의 반지였다. 찬란한 태양빛에 반사된 반지가 반짝였다. 반지를 가만히 바라보던 동우가 고개를 돌려 호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호원아." "응." "내 바다야." "응. 내 하늘아." 언제부턴가 이렇게 말하는게 엄청 익숙해졌다? 동우가 예쁘게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호원이 동우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뜨거운 태양의 기운이 짜릿하게 동우의 심장을 조여왔다. 그리고 생각나는 한사람. "엄마." 「언젠가, 엄마가 꼭 보고 싶은 세상이 있어.」 「세상? 무슨 세상?」 「글쎄, 우리 동우는 무슨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음- 난! 장난감이 이~따만큼 많은 세상!」 그 작던 꼬꼬마 동우가. 아무것도 몰랐던 작은 동우가. 「에이, 그런거 말구.」 「히잉? 그러면...음...아빠랑 엄마랑 누나들이랑 나랑! 안 아프고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세상!」 「......」 「엄마는?」 「엄마도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아프지 않은, 밤 늦은 시간 몰래 눈물짓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세상.」 「응? 엄마는 항상 말을 너무 어렵게 해!」 「으이구- 동우의 소중한 사람들이 예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세상 말하는거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우와! 그런 세상 좋아요! 그럼 그런 세상은 언제 와요?」 「......」 「엄마?」 「엄마는, 동우가 그런 세상을 열어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세상을 열었어요. 「내가?」 「응. 새로운 해가 뜨는 멀지 않은 미래 그 어느 날, 동우 네 손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내는거야.」 그리고 새로운 세기의 태양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어요. 「이익...엄마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니까 어쩔수 없찡! 내가 해줄께요~」 「역시 우리 동우가 세상에서 제일 착해~」 「헤헤- 엄마 우리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약속~」 "무슨 생각해?"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내가, 동우가 엄마 웃게 해줄께요. 꼬옥!」 「...그래, 우리 동우가 엄마를 불안하지 않게... 해줘.」 엄마 보고있어요? 동우와, 동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웃고 행복할 수 있는 새 세상이 찾아왔어요. "엄마생각." "기뻐?" "기쁘지. 엄마 마지막 소원을 이뤘으니까." 건조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 수평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또렷하게 타오르는 경이로운 23세기 새로운 태양. 그 태양을 등지고 올라선 성종이 차마 닦지못한 눈물을 거칠게 닦으며 소리쳤다. "여러분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우리가 이룩해낸 23세기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6개월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무모할줄만 알았던 소수의 소망은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우리는 이 세상의 구원자, Messiah. 다들 잊지 않았죠?" 정부에게 품은 작은 복수심들이 모여 터뜨려버린 시너지효과는 대단했다. 작은 힘으로도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 함께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 "우리가 할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물러날 시간이 되었어요. 우리가 이제껏 보고 들었던 전쟁의 잔혹함은 모두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둡시다. 오직 저희들만의 이야기로요. 아름다운 새 세상에서는 그 어느것도 언급되지 않도록-" 최후의 생존자 32명의 메시아들. 그리고 모두를 위해 희생했던 그 누군가들. 메시아들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이제 그들 스스로가 묻어가야할 과거의 흔적이 되어야만 했다. "반정부연합군은 끝났지만 메시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영원한 세상의 구원자, Messiah 입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성종의 말끝에 여운이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Good Luck, Messiahs." 그렇게 메시아들은 그들에게 열린 새로운 세상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은 어느날 아침. 비어버린 GCT로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 숨어있던 평화주의자들. 그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시체한구 없이 휑하고 싸늘한 황야. 비가 그치고 찾아온 말끔한 하늘 사이로 따스한 햇빛이 내려비춘다. 멀지않은 봄을 맞이하는 푸르른 하늘, 작은 나비 한마리가 부드러운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었다. |
사담사담해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네요^,^ 요즘도 참 바쁘네요. 무슨 5월이 이렇게 빨리 들어가... 시험이 20일 남아...ㅅ (몰컴이니까 사담은 조금 짧게 하겠어요.) 메시아의 실질적인 본편이 끝이 났네요. 허무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심숭생숭합니다.. 정말이게 끝? 하는 독자님들;; 끝 마자영;; 기뻐해야죠! 새 세상이라능! 썩어빠질 정부도 어쩔수없죠. 반군은 아주 셉니다. jolla 세거든요. 아 흥분햇네요. 죄송; 아 오ㅙ이러지 맨붕... 부산실용영어평가시험 망해서 정신이 빠져나가고잇성요.. (사담이 왜이러지. 아 진짜 러ㅣㅏㅁㄴ어리ㅏㅁㅇ너라ㅣㅇ너아ㅓㄴ리ㅏㄴㅁ얼망ㄴ러ㅣㅏㄴ어리ㅏㅇ널ㄴㅇ) 남은 41편 42편은 이 이후, 1년 뒤의 이야기. 즉 번외같은 편입니다^,^ 편안하게 읽어주심 되고요~ 이때까지 함께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새삼 느끼네요. 열심히 완결텍스트파일 수정이나 해야겠습니다. 부산은 더워요! 안녕~ Ps. 우현이 죽었다고 이제 안보실분들? 끄려고 하신분들? 후회하게 될겁니다. 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