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IOUS In mysterious 04
WRITTEN BY. 키드
공지 |
여러분 잘계셨나요.....저 돌아왔어요ㅜㅜㅜ... 대망의 큐인미 4부입니다ㅜㅜㅜㅜ어제 오려고했는데 글 마무리가 너무 허접해서 다듬고 고친다고 이제야 왔습니다. 죄송해요 너무 죄송요ㅜㅜㅜㅜ 그동안 많은분들이 댓글남겨주셨는데..나는 왜 이렇게 내 글이 허접한지ㅜㅜㅜㅜ 대체 이걸 어떻게 읽은거죠 여러분? 미치겠네...텍스트본은 아마 수정을 좀 해야할듯요ㅜㅜㅜ그동안 암호닉 열심히 받을게요!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필명바꿨습니다...읽기 불편해하시는것 같아서ㅜㅜ)
말씀드렸듯이 이번화는 1부 터닝포인트가 될것같네요;; 카이백현 카이경수 만남의 장이 이뤄진...흠... 찬열신 미국행도 정해졌고^^...더 이상 말하면 스포라서 그냥 읽으심이 나을듯! |
"흑사회에서 전언이 왔습니다."
"샤오위? 그 영감이 왜?"
"단도직입적으로, 카이의 퇴진을 함께 요구하자네요."
"뭐?"
찬열이 눈을 깜박거리며 다시 물었다. 진짜야? 세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웃자고 하는 소리겠습니까.
"미친… 카이렌은 분명 우리가 처리한다고 했는데-"
두 달전 자신이 직접 베이징까지 찾아가 샤오위를 만났고, 그에게 썬포그가 칼자루를 뽑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직 새벽어스름이 깔린 아침. 갑작스레 통보해온 일방적 전언에 찬열이 불쾌한듯 미간을 찌푸렸다. 모처럼 눈 좀 붙이나 했더니, 자신을 흔들며 깨우는 오비서는 둘째치고 갑자기 말을 바꾼 샤오위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헝클어진 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넘긴 찬열이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찬 새벽공기에 뒷목이 으슬하다.
"아무래도 신의안쪽에서 먼저 선수를 친것 같습니다."
"어째서."
"아시아 조직 중에서 유일하게 로렌스맨하탄과 아무 연관이 없으니까요.
잃을것도, 잡힐것도 없겠다, 뭘 망설이겠습니까. 다만 직접적으로 나설 자신은 없으니 흑사회와 손을 잡은거겠죠."
술술 풀어놓는 대답에 찬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깬건 아니었지만, 옳고 그름정도는 쉬이 가릴수 있었고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것또한 알 수 있었다. 흑사회의 샤오위가 카이렌의 카이에게 반감이 있다는건 알고있었지만, 대놓고 퇴진을 요구할 정도인줄은 몰랐다. 게다가 신의안이 배후에 있을거라고는- 모두 예상밖의일. 한동안 잠잠하던 신의안에서 이따위 술수를 쓸줄이야. 몸 위로 칭칭 말린 이부자락을 휙- 걷어낸 세훈이 찬열에게 물컵을 내밀었다. 냉수먹고 속 차리세요. 수면위로 볼품없이 구겨진 찬열의 얼굴이 일렁거린다. 차라리-
"…그냥 네가 보스할래? 오비서? 너 권력좋아하잖아."
"오늘 일정 타이트합니다. 얼른 일어나세요."
"아- 제발 좀…"
귓등으로도 안듣는 세훈의 대답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넘긴 찬열이 으으- 거리며 배게위로 얼굴을 묻어버렸다. 왜 자신이 이따위 일들에 골머리를 앓아야하는지- 보스 개나소나 아무나 줘버릴까. 아니다, 그랬다간 오비서가 제 뒷통수로 칼침을 날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근데 어떡하나. 머리 아픈건 정말 싫은데. 침대위로 엎어진 찬열을 보며 세훈이 후- 한숨을 쉬었다. 자다가 날벼락맞은 기분이겠지 보스도.
신의안과의 관계는 딱히 틀어질것도, 그렇다 해서 끔찍하게 좋은것도 아니었다. 보스가 썬포그의 왕좌에 앉을때만해도 친히 한국까지 날아와 꽃다발을 건네주던 신의안의 첸이었지만, 다음날 수고스럽게도 한국에서 마약밀매를 주도했다. 재수없게 썬포그가 뒤집어쓸뻔한 그 일을, 그 자는 뭐라고 했었나. 설마 조슈아 박 보러 갔겠냐며 이죽거리던 그 목소리. 양 미간사이로 굵직한 선을 그은 세훈이 들고있던 얼음물을 들이켰다. 크으- 홧홧하니 달아오른 속이 그제야 좀 식는듯 싶다.
그렇다해서, 이렇게 당할수만 있는가. 물잔을든 손위로 힘줄이 올라선다. 이제 하다하다 썬포그가 하던 일까지 넘봐? 셀수도 없이 밤을 새가며 기획하고 또 고심했던 이번 임무를 지나가던 들고양이한테 뺏길수는 없는 일.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 세훈이 새벽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몇 번이고 고민했던 그 말을 꺼내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음같아서야 다른 대책을 강구하는게 옳았지만,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미국에 가셔야할것 같습니다."
힘없이 늘어지던 어깨가 순간 굳는다. 우울하게 가라앉았던 눈동자가 반짝- 하는것처럼 떠졌다. 뭐,뭐라- 어벙벙하게 말까지 더듬으며 놀란 시선이 위로향한다.
"…방금, 오비서 뭐라고…"
흥- 세훈이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끼곤 거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평소같으면 재수없는 새끼라고 육두문자를 날렸을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아무 거리낌없이 되묻는다. 되려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미국?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방정이다. 좋아서. 이게 꿈이야 생시야. 방금까지의 진지한 분위기는 어디가고 해맑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보스를 향해, 세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대놓고 기뻐하지 말란 말입니다. 벌써부터 골이 띵하니- 어질어질하다. 웃는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지금 자신이 끄짝이었다. 차마 침은 못뱉겠어서 인상을 있는대로 구긴 세훈을 향해 찬열이 더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가서 흑사회와 카이렌의 접촉을 막아야죠. 카이와 친분을 쌓으시거나-"
"…"
"목을 치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
"자칫하다간 썬포그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한 쪽 눈썹을 씰룩거리며 설명하는 세훈의 얼굴이 울듯말듯 일그러진다. 그래도 공과사는 구분을 하셔야- 채 뒷말을 잇지못한 세훈이 말끝을 흐렸다. 왜? 제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있는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세훈은 안중에 없다는 얼굴의 찬열이 부비적거리던 베개를 저 멀리 집어던진다. 와우!- 침실안을 쩌렁쩌렁하니 울리는 격렬한 감탄사에 세훈의 팔짱이 힘없이 풀리며 올라갔던 고개가 힘없이 떨궈졌다. 지금 보스는, 신의안이고 뭐고 다 안중에 없이 '미국행'에 들뜬 고삐풀린 망아지. 당장 짐을 싸야겠다며 말릴새도 없이 뛰쳐나가는 그를 향해 세훈이 소리없는 탄식을 내뱉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저도…함께 간단말입니다."
이보다 더한 불행이 어디있단 말인가.
*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저마다 활개치고 다니는 무대는 화려하고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것은 아마, 브로드웨이의 4대 뮤지컬중 하나라는 네임벨류가 작용한 것과 더불어 고양이를 내세워 인간의 속성을 낱낱이 까발린 매력적인 요소 덕분이 아닐까. 고개를 끄덕인 경수가 극장을 둘러본다. 수십쌍의 눈동자가 앞을 향해 반짝거렸다. 밤의 뉴욕, 어느 뒷골목을 배경으로한 뮤지컬속에선 그 어떤 무엇도 무대위를 향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이거 언제끝나냐."
"십분정도. 정신 바짝차려."
"후- 난 왼쪽, 넌 오른쪽."
"그 말만 스무번째야 너."
도저히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을것같다. 이 어딘가에 제 먹잇감이 있다는데, 어떻게 닥치고 뮤지컬을 관람하겠냐 이 말이다. 탁탁탁- 이젠 하다못해 다리마저 떨어대는 백현의 허리를 꼬집은 경수가 낮은 목소리로 읊었다. 가만히좀있어. 그리곤 팜플렛을 들어 제 눈 바로아래까지 가린 경수가 백현의 귀를 잡고선 종이안으로 끌어당겼다. 어느새 대망의 'memory'만을남겨둔터라 모든 이목이 무대위의 주인공을 향해 반짝거렸고, 그 틈을 타 경수가 재빨리 백현과 제 몸을 최대한 아래로 낮춘채 물었다.
"어떻게 생겼어?"
"멀쩡하게?"
"…무대위로 날려버리는 수가 있어. 대충 생각나는거라도 있을거아냐."
"지 할말만 하고 쌩하니 가버리는 놈을 내가 어떻게 기억하냐. 그냥 뭐, 인상이 날카롭다? 잘 기억도안나."
"인상착의는?"
"검은 코트, 검은 수트, 검은…그냥 블랙맨."
블랙맨이라. 한여름에 코트라니 미친놈이라 비꼬는 백현의 말을 흘려들으며 경수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사진속 카이의 인상착의가- 그러고보니 모두 검은계통의 수트거나, 전체적인 인상또한 어두웠다. 지위가 지위다보니 불필요한 노출을 가리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히 블랙계열을 좋아하는걸까. 요즘세상에 아직도 조직이나 조폭따위를 들먹거리면 깍두기에 금목걸이, 빤짝이 에나멜 구두 따위를 연상하는 일반인은 잘 없다. 되려 깔끔한 인상에 상하계열 위계질서 딱딱 잡혀 시키면 군소리없이 뭐든 다 하는 인간말종이라 여길뿐.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개돼지 소리 듣는것보다야.
자신또한 그런적이 있었다. 무식하고, 툭하면 주먹질에, 선량한 시민들을 괴롭히는 악질중의 악질이라고 그들을 향해 이를 갈던 시절이. 현란한 조명아래 눈이 찌푸려지길 몇 번, 곧 아예 시선을 옮겨버린다. 지나치게 경쾌하고 발랄한 것은 보기가 풀편해서.
썬포그에 들어와서 단 한가지 할 수 없었던건, 사람들과의 교류였고 그 '사람'중에 당연히 제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마저 가물가물한 제 형과, 이제 쉰을 바라보는 제 부모님. 당장에라도 없으면 죽을것 같았던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단해졌고 견고한 빗장에 가두어졌다. 그 빗장을 채운것은 자신이었고. 대신 얻은것은 있었다.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 능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으며, 제 나이또래의 녀석들이 받을 수 없는 돈과 금전적인 혜택. 그 말고도 수 없이 많으나,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들. 하지만 그 모든것을 합쳐 가족과 바꾸겠느냐 물어본다면 자신은 두말없이 'No'.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면 결코 썬포그에 발을 담그는 행위는 하지 않을거라, 몇 번이고 생각한다.
"거의 끝인거 같다. 준비해."
"…알았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데 일조를 하는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수 주위엔 넘치고도 넘친다. 그것은 제 옆의 백현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제 아버지 따라 이 길에 뛰어들었다는 녀석은 진심으로 이 일을 좋아했거니와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자부심? 진심? 애석하게도 자신이 이 업종을 선택한데에는 단 한가지 이유밖에 없다. 거의 끝 무렵에 다다른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경수가 제 품안의 인이어를 꺼내들었다. 보이지않게 그것을 귀에 꽂고는 자신처럼 인이어를 확인하던 백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이거 끝나면 휴가가자."
"…무조건 발리로."
흐- 생각만해도 기분좋다는 얼굴로 입매를 씰룩거린다. 그런 백현을 향해 경수가 나즈막히 웃었고, 잠깐의 여담동안 공연이 끝났는지 어느새 무대위의 배우들이 저마다 인사를 건낸다. 벌써 끝난건가. 모두 웃으며 그들의 손키스를 받는동안, 단 두사람 주위로 숨막히는 긴장감이 내려앉는다. 이제부터가 진짜니까.
*
"보여?"
"아니. 한꺼번에 몰려 나가는데 정신이 없다."
저마다 출구로 몰리는 인파들을 피해 백현과 경수가 각자 맞은 장소로 급히 움직인지 벌써 십 분.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백현이 말한 블랙맨은 검은 코트자락 한번 나풀거리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다급한 경수의 목소리가 인이어 너머 백현에게 닿았고, 당황한 백현이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아- 분명 카이였는데. 출구는 단 두곳. 왼쪽과 오른쪽을 향해 난 두 곳의 문앞에서 샅샅이 살펴보지않았나. 극장안의 관람객은 이제 열명 남짓했고, 그 중에서 백현이 말한 카이는 없다. 어떻게 된거야. 극장안의 사람들이 줄면 줄어갈수록 굳어진 얼굴은 풀릴줄을 모른다. 씨발- 나즈막히 욕설을 읊은 백현이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야,야!- 백현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경수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인이어를 빼버린 녀석에게 제 말이 들릴리 없었다.
"하- 하아!-……"
천하의 카이가 남들 다 다니는 출입구를 이용할리가 없어. 후덥지근한 공기 사이로 가쁜호흡이 섞여든다. 브로드웨이의 현란한 조명이 아닌, 공연스텝들이 이용한다는 통로는 뉴욕의 온갖 쾌쾌한 냄새가 올라오는 뒷골목과 진배 없었고 그 사이를 뛰어가는 백현은 저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코를 막았다. 좀 더 일찍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쯤 녀석을 제 발치에 두었을 것이며, 이따위 뒷골목을 전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좌우로 움직이던 시선사이로 카이는 보이지 않는다. 씨팔, 내가 지금. 씨발. 골목은 어느새 거의 끝에 다다랐고, 그토록 찾아 헤멨던 목표물은 도통 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나즈막히 욕설을 뱉은 백현이 뛰던 움직임을 멈추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밖에 없는데. 녀석이 몸을 피해 움직일 곳은 이곳밖에 없다. 땀에젖은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흩날리며 백현의 시야를 가린다. 더워죽겠는데 이무긴지, 용인지 놈때문에 이렇게 뛰어다니는 것도 짜증이고, 갑자기 사라진 자신을 찾아다닐 경수가 떠오르자 이젠 머리가 아프다. 어느새 뒷주머니에 고이 모셔져 있던 인이어를 빼낸 백현이 치지직- 거리는 그것을 다시금 귀에 꽂았다. 도경수- 말도 꺼내기 전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너 어디야?!!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해!"
"…카이 찾는답시고 돌아다니는 중이다. 조용해. 니 목소리 다 울려."
"후으- 어디야. 당장불어. GPS도 안달았는데 왜 사라져."
나한테 그걸 왜 다냐… 황당해 뭐라 말이라도 하려는데,
"왜 대답이 없어? 야- 변백현- 리어!"
"……잠시만"
야, 뭐- 경수가 뭐라 말하려는 찰나, 거칠게 인이어를 빼버린 백현이 조심스레 걸음을 움직였다. 골목 끄트머리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고 자신은 그 맞은편에 서 있다. 게다가, 그 누군가가 검은코트자락을 휘날리는 남자라면. 말 보다 몸이 더 빠른 백현이 차분히 숨을 고르며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씩 내딛었다. 점점 좁혀오는 간격을 확인하며 조심스레 재킷안으로 손을 갖다댄다. 품안의 총은 두발, 하지만 총알은 단 셋. 쓸모없는 총은 제껴두고, 일단 세 발의 총알이라도 들어있는 베레타를 꺼내야하겠지. 안주머니안에 고이 모셔둔 베레타를 더듬은 백현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제 그물위로 걸어오는 저 이무기 잡을 생각에.
그리고, 단 다섯발자국 거리정도를 남겨둔 그 때.
[탕!-]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두 사람이 급히 고개를 숙였고, 놀란 백현이 재빨리 주위를 확인한다. 뭐야 지금?!- 벽면을 파고든 총알은 둘째치고, 분명 자신과 카이외엔 아무도 없었는데 대체 어디서 누가 이따위 짓을 했단 말인가. 당황한 백현이 제 품안의 베레타를 급히 꺼내들었다. 카이던, 자신이던 누군가 둘 중 한명을 노리는건 확실하단 소리니까. 그런 백현을 따라 카이또한 제 품안의 총을 꺼내는 듯 코트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시야를 재정비하던 백현을 향해, 나지막히 웃으며.
자신과 부딪힌 사람.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꽤 더운가봐?"
품안에서 꺼낸 손수건을 들어 백현에게 건낸다. 제 뒷통수에서 나즈막히 흘러드는 그 목소리에 총을 든 백현의 손이 천천히 내려간다. 살떨리는 상황속에서, 친절하게 말을 건내는 모습은 둘째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설마, 이거 함정은 아니겠지… 질끈감은 두 눈을 애써 뜬 백현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린다. 상황은, 전혀, 자신이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용케도 여길 알아냈군. 이젠 취미생활도 어렵겠어."
"…"
"제발 나한테 관심을 끊으면 안될까? 왜 너희는 날 못잡아서 그렇게 안달이지?"
"…"
"하긴. 이런말은 입만 아프지."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나아. 철컥- 안전장치를 푼 리볼버를 들어 백현의 미간사이를 꾹 누른 카이가 입매를 끌어올렸다. 모처럼 쉬어 보겠다고, 기분좋게 뮤지컬을 보겠답시고 나온 사람을 말이야. 남은 손을 주머니 안에 넣고는 유유히 백현의 미간을 몇 번 두드리길 몇 번. 자신이 뭐라 이죽이던 단 한번도 열지 않는 그 입을 보며 카이가 짐짓 대단하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 보통 이쯤되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반응을 하길 마련인데. 눈 앞의 녀석은 침착하다. 화를 삭히는건지, 아예 도를 튼 놈인지는 몰라도. 그런 카이를 마주한 백현이 으득- 이를 갈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채.
"썬포그에서 보낸 두 녀석중 하나인가? 조슈아가 아직 정신을 덜 차렸네."
"…"
"나한테 그렇게 빌때는 언제고."
"…"
"내 목을 따려들어?"
제 보스를 깔아내림에도 반응이 없자, 카이가 나즈막히 총구를 들어 백현의 이마를 몇 번 두드린다. 탁탁- 말이 두드린다지, 거의 뒤로 밀릴뻔한 그 악력에 백현의 미간의 구겨졌다. 이 씨발. 당장에라도 목을 따버리고 싶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눈앞을 왔다갔다하는 총구는 둘째치고, 녀석의 수하가 사방에 깔려있는 터였다. 제 심장부근을 조준한 붉은 레이저는 최소 다섯발이 넘었고, 그 중 하나라도 맞으면 자신은 즉사였다. 그것도 재수없게 길거리에서. 그런 백현의 심중을 알아챘는지, 카이가 나즈막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죽을까봐?
"겁없이 날 따라온건 언제고."
"…"
"이젠 죽을까봐 몸을 사리네. 입도 다물었고."
"…"
"안 죽일 테니까 대답좀 하지?"
"…"
"…아니면 당장 죽는수가 있어. 너."
"…일단 총부터 치우고 말해."
진작 말좀했으면 좋아. 만족한다는 듯 서글한 웃음을 지은 카이가 총을 거두었다. 시야에서 벗어난 총을 보며 백현이 천천히 안도의 숨을 내쉰다. 하지만 곧 제 몸을 우수수 수놓는 붉은 레이저의 향연에 꿀꺽- 침을 삼키고 말았다. 에라이, 차라리 총을 겨눠라. 방금전보다도 더 못한 상황에 그의 미간이 처참히 구겨졌다. 이거 살아서 돌아갈 수나 있을까. 그런 백현을 향해 카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장난은 그만두고.
"박찬열이 보낸건가?"
"…박찬열이 누군데."
짐짓 의연한 대꾸였지만, 거짓말에 능통하지 않은 백현이 카이를 속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차라리 치고박는 것 따위라면 모를까. 카이가 다시금 총신을 쥐어잡는다. 알면서 물어보는건데 왜 거짓말을해.
"…조슈아 박. 썬포그에 취임한지 얼마 안됬다고 들었는데. 벌써 일을 시작한건가."
"…누군지 모른다니까."
"아- 나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쓸어넘긴 카이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던거야.
"어떻게 스물을 죽인거야? 그것도 단 둘이서. 땅에서라면 모를까, 비행기전투는 나도 겪은적이 없어서."
"…"
"흔들리는 기내안에서, 그것도 그 좁은 공간에서."
"…"
"탐나는 실력이라서 말이야. 혹시 내 밑으로 올 생각은 없어?"
"차라리 죽여 그냥."
돈을 받아도 썬포그에서 번 것만 받거든. 패기넘치는 그 대답에 카이가 아쉽다는듯 나즈막한 한숨을 쉬었다. 모처럼 재밌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대로 죽을 운명인가보다 너는. 다시금 총을 이마위로 겨눈 카이가 한 손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백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신호라도 보내려는 건가. 저 손가락이 까딱이는 순간, 자신은 벌집이 되어 죽을게 뻔한일. 차라리 죽어도 총은 쏴보고 죽어야하나 싶어, 백현이 곰곰히 머리를 굴린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일단 쏴보고 죽는게 제 성미에 맞는일이고, 무엇보다 카이렌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겪는것보다야 훨씬 나을 터였다. 카이가 천천히 총구위로 검지를 감는 동안, 백현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일단 급소를 치고, 녀석을 인질로 잡을 생각이었다.
살아돌아간다면 그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로 알겠습니다. 중요한 임무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던 그 말을 되뇌었다. 이번에도 운좋게 살아남으면 차라리 사업에나 도전해볼까. 이 운빨로 뭐든 되지 않겠나. 시시껄렁한 생각으로 긴장을 풀며 조심스레 눈동자를 굴린다. 왼쪽 담벼락 너머 둘. 골목 끝자락 셋. 뒷편 좌우로 다섯. 합이 총 열이었다. 어느새 더 많아진 그 수에 백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카이를 인질로 잡아도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올 상황이었다. 주먹쥔 손등위로 힘줄이 올라선다.
그리고, 카이의 검지가 방아쇠를 아예 당기려는 그 찰나.
"잠시만."
그에 맞춰 올라가던 백현의 손이 일순간 동작정지. 골목 언저리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두 사람과 카이의 가드들 모두가 행동을 멈춘다. 누구야. 카이가 백현을 향해 나즈막히 물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의 백현이 짐짓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진짜 GPS라도 달았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나 아는사람."
"…파트너인가? 두 명중 다른 한명?"
"그건 모르지."
사방이 막힌 골목길을 무슨 재주로 뚫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만큼은 친히 박수를 쳐주리리라. 때맞춰 나타난 든든한 아군에 백현의 입매가 올라간다. 이제 너는 뒤졌어. 제 이마를 겨눈 총구를 한 손으로 척-하니 잡아챈 백현이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얼른 나와!- 당황한 가드들이 재빨리 시야를 살피는 동안,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길쭉하니 다가온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면-
"생각해봤는데-"
익숙한 얼굴, 익숙한 목소리가
"오늘 네가 신은 신발이 내꺼잖아."
"…"
"난 내 물건에 전부 표시를 해놓거든."
"…"
"확인해보니까. 네가 여기있었네."
천천히 핸드폰을 들어 반짝거리는 액정을 한 손으로 가리킨 경수가 눈을 접으며 웃는다. 소리없이.
카이. 리어. 오필리아.
예상에 예상을 뒤엎고 한자리에서 모두 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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