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내남자
WRITTEN BY. 키드
모두 안ㄴㄴㄴㄴㄴㄴㄴㄴ녕!! 여러분^^ 주말 잘 보냈나요?
약속을 지키기위해, 그리고 얼른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약속을 어기곤 오늘 몰래- 글을 올리고 갑니다~.~
프롤에 설명했듯이 병맛스쿨로맨스 라고 했잖아요? 근데, 쓰다보니 병맛이 좀 줄었네요.
양해부탁드려요ㅜㅜㅜㅜㅜㅜ;;;하지만, 10% 은은한 병맛을 깔겁니다. 저의 드립력이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화는 대망의 첫화!! 부디 스타트를 잘끊어야 할터인데....걱정반 긴장반의 마음입니다. 흐규ㅠㅠㅠㅠ
앞서 도망남 김종인과 비굴남 도경수의 일화를 앞에 뒀구요.
그 다음부터 현재시점으로 돌아갑니다. 누구? 도경수요.ㅋㅋㅋ
앞으로 비굴해질 경수를 위해, 비굴남 도경수는 거의 내보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 인티님들은 이해해주겠죠? 태평양같은 마음을 가졌으니깐.
닥치고 내남자 01 |
바야흐로 2년전.
'조아해!! 내 마음을 받아주겠니?!!' '…헐.'
걔는 내가 좋다고 말했다. 경수야 조-조아해. '좋아해'도 아니고 '조아해'라고 내게 고백도 했었다. 그뿐일까. 길바닥의 개똥만도 못하게 저를 쳐다보는 내게 쉴새없이 대쉬를했다. 들이댔다. 미친듯이. 일년 삼백육십오일, 이십사시 육십분 육십초- 하여튼 녀석은 날 좋아했고, 나는 녀석을 거부했다. 이 뿐이다. 정말. 단지. 정말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왜 녀석이 날 좋아하는지는 미스테리였고. 녀석이 날 얼마나 사…사…아니 좋아했는지, 나는 녀석을 피하기 위해 겁없이 차도로 뛰어들었다가 덤프트럭에 치일 뻔도 했었으며. 뒤에서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발을 헛디뎌 계단을 구른적도 있었다. 그뿐이랴. 녀석을 피해다닌답시고 먼길을 뺑- 둘러 다니다 재수없게 삥도 뜯겼었다. 그것도 여러번.
지금도 알 길이 없다. 아무튼 그런 녀석과 나의 만남은 겁나 스펙타클한것도 아니었고, 입이 쩍 벌어질만큼 대단한것도 아니었다. 진짜야 정말이라니깐? 기억도 안 나는 어느날 어떤 오전 무슨 시간에 백현과 야무지게 급식을 먹고 복도를 거니는데 쿵-! 하고 부딪힌거다. 분명 녀석과 부딪힌건 내탓인데, 얼척없이 뒤로 나자빠진건 나잖아? 어법버버버- 부딪힌 머리를 감싸며 찡찡거리자 당황한 녀석이 그 솥뚜껑같은 손으로 나를 번쩍- 일으키더라. 바닥에 쓸린 팔꿈치를 보며 내가 울상을 짓는데 그 녀석이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괜차나?' 헐. 뭥미. 요즘 초딩들도 쪽팔려서 안쓴다는 귀여니st★ 말투는? 오나전 커다란 뺑글이 안경을 쓴 녀석이 짤짤짤 나를 흔들며 괜차나? 괜차나? 이름이 모야? 라고 물었다. 대 to the 박.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내가 녀석에게 붙들린 팔을 빼내었고, 순간 직감했다. 티비에서나 봤던 오덕후구나. 덕후. 그리곤 녀석이 뭐라 더 말하려는듯 입을 꼼질거렸지만 나는 괜찮다고 애써 웃어주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피가 찔끔새어나오는 팔은 너무 아팠지만, 일단 녀석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여서. 무엇보다 녀석이 날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그 때 느꼈거든.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아니었다. 진짜. 왜. 우연히 복도에서 부딪혔을 뿐인데, 어느날부터 내 주위를 뺄뺄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어느날 수줍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거는게 아닌가. '안뇽.' 씨벌. 안뇽. 왜 이런말투냐고? 말했잖아. 덕후라고. 걔가. 심지어 특별활동도 만화부, 만우절날 광화문에서 나루토 코스프레에, 게다가 내 생일선물이랍시고 미나미짱이 그려진 망가를 선물하는. 어쨌든 뺑뺑이 안경에 족히 80키로는 넘어가는 초 비만에다, 말투도 야메떼야메떼한 애였다. 걔가. 근데 알고보니, 날 좋아한다네? 장미꽃 한다발과 생크림케잌을 내놓으며 '조아해- 반했어'. 그때부터였다. 내 중학교 학창시절이 악몽으로 변한것은. 하교시간이면 녀석은 변함없이 교문앞에서 날 기다렸고, 나는 저승길을 건너는 심정으로 운동장을 가로지르다 순간 몸을 돌려 미친듯이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백현의 등을 밟아가며 담을 넘었다.
'겨-경수야! 잠시만-' '미미안! 내내내내가 바빠서!!'
'경수야 이거- 내가 한달 동안 만든건데.' '콜록- 크웍컥- 커윽- 내가 몸이 콜록! 안좋아서- 크윽'
'나는 너를 조-조아' '배백현아!! 백현아- 청소하러가자!! 우리 당번이잖아!! 다음에, 다음에 보자 종인아?!'
집착만큼은 하늘을 찌르고 대기권을 관통하는 녀석의 이름은 '김종인'. 우울한 바디페이스와는 달리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놈이 왜 내게 제 사랑을 구걸하는지 나는 몰랐다. 지금도 모르겠다. 중2때부터 중3까지 지고지순하게 질질끌었던 녀석의 첫사랑이자 운명의 반쪽이라는 내가 그런 녀석을 피한것은 당연한 일. 녀석만 보면 사시나무 떨듯 오드드- 거리는 나와 나만보면 우울했던 낯짝위로 하트가 뿅뿅뿅 날아다니는 녀석. 사람들은 나를 도망남의 남자라고 불렀고. 녀석은 도망남이 되었다. '도망남'. 도경수를 좋아하는 망할 남자. 유유히 나와 녀석을 방관하듯 지켜보던 백현이 툭- 던진 별명은 삽시간에 퍼졌고, 나는 명실상부한 김종인의 남자가 되었다. 웩- 뭣같은 별명을 들을때마다 내 속은 방금먹은 물도 역류하는데, 김종인은 뭐가 좋은지 헤헤-. 그리곤 더욱더 열심히 날 쫓아다녔다. 싫다는 사람을 말야.
밤새 내내 머리를 붙잡고 굴러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녀석의 순정아닌 집착에 나는 점점 몰골이 초췌해졌고. 발바닥을 질질 끄르는 다크써클과 결국 만성위염이라는 병명을 얻게된다. 그쯤되니 나도 더이상 참기란 어려웠다. '어떡할거야!!-' 심한 복통으로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나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진료진단서를 녀석의 얼굴에 던지다시피 내팽겨쳤다. 너도 느끼는게 있으면 적당히 하고 치우라는 심보였다. 그리고 내 예상이 어느정도 들어맞았는지 김종인은 덜덜거리며 진단서를 읽더니 눈물이 글썽. 그리곤 새하얗게 질린 내 뺨을 그러쥐며 말했다. '내가- 내가아- 다 낳게 해줄게에.' 그 말과 함께 나는 기절했다.
그리고 꼬박 두달이 흘러. 내가 쓰러진 이후로 잠잠하던 녀석은 어느날 복도에서, 교실에서, 교문앞에서 보이지 않더니 아예 내 앞에서 사라졌다. 백현이 말한 바로는 미국에 계시는 부모님곁으로 갔다는데. 아무래도 영영 안올거란다. 그리고 그 소식에 엄청 기뻐해야할 나는 하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고. 내가 녀석에게 못할짓을 했거든. 책상위로 쓰러지듯 엎어지는 나를 보며 백현이 안기쁘냐며 물어오는 동안, 나는 자책아닌 자책에 빠져있었다. 정말- 그 때 그러는게 아니었지 말입니다.
도수높은 뺑글이 안경을 쓰고 땀냄새 풀풀- 풍기며 코난이 그려진 만화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김종인. 도망남. 김종인. 한낮 치기어린 감정이라 여기기엔 너무 절절했던 녀석의 짝사랑. 그리고 끝까지 녀석을 거부한 나. 어쩌면 녀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나는 녀석과 나만 알고있는 '그 일'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마음 편한적이 없었다. 그리고 기억한다. 녀석을, 김종인을, 도망남을. 좋겠다 김종인아- 너 하나는 성공했어. 적어도 내가 널 평생 잊을것같진 않거든. 철없던 중2,3시절을 같이했던 녀석은 그렇게 내 기억속에서 '미안함'으로 남았고. 나는 그동안 고등학생이 되어 어느새 고2 끝무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젠 정말 김종인과 안녕- 사요나라.
정말. The end. 그렇게 생각했다.
*** *** ***
"내 양마알! 어디간거야 대체?!?!"
으아아!! 양말양말!!- 엉거주춤하니 와이셔츠를 대충 걸치며 나는 양말을 찾았다. 이런 닝기리 씹빠빠- 분명 어젯밤 6시에 맞춘 알람이 왜 안울리냐 이말이다. 당황한 내가 양말을 찾아 침대시트를 들추는 동안, 어느새 깔끔하니 교복을 갖춰입은 루한이 말한다. 형아- 거실 건조대위에. 동생이 가르킨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긴 곳에는 정말 양말이 있었다. 분명 침대위에 올려뒀는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양말을 신는동안 루한은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를 내 입에 물린다. 나는 짐짓 투덜거리며 입을 삐죽였다.
"아우 진짜- 또 지각하면 벌점인데! 변백현 걔는 맨날 나만잡는다? 너는 잘만 들여보내주면서." "에이. 백현형만 2학년이니까 그렇지. 뻘쭘하게 선배들속에서 혼자 있으려니 심심했나봐. 형이 잘 좀 놀아줘." "너가 몰라서그래. 아니 그렇게 귀찮은거 싫어하는 놈이. 왜- 선도부에 들었냐고."
여기 우유. 미지근하니 데운 우유를 들이키며 나는 가방을 메었고 루한은 방마다 스위치를 끈다. 단 두명이서 살기엔 꽤 넓은집에서 매일 아침을 맞는 우리 두 사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모네 집에서 함께 살았지만, 갑작스런 고모부의 중국발령으로 나와 루한이 이곳에 남게 되었다. 이층집이라 매번 청소하기가 어려운것만 빼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러브하우스! 다 큰 고등학생 두 명이서 사는 집 치고는 쫌 많이 여성스러운 인테리어가 문제지만. 뭐- 나름 개성있으니까. 루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큰방에서 나오는 동안, 나는 반쯤 남은 토스트를 입안에 구겨넣었고 신발장위에 올려져있던 열쇠를 집어들었다. 일곱시 오십분. 이씨, 택시타야돼. 한달 택시비만 얼마가 깨지냐 증말.
김종인을 떠나보낸지 2년. 도경수, 아직까지 살만하다.
*** *** ***
"하으! 아오오 진짜- 나 죽어! 이 나쁜자식아!" "어허- 죄인은 말이 많다." "시끄러! 넌 선도안해?! 왜 나따라 뛰는건데?!" "쓰읍- 오리걸음 운동장 한 바퀴 추가? 원해?"
우리 깜찍이 도생수. 형아랑 같이 저 태양을 향해 뛸까? 발 맞춰 뛰던 변백현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한다. 벌써 세 바퀴째. 나는 그동안 쌓이고 쌓인 벌점때문에 그동안 묵혀놨던 벌을 오늘 한번에 몰아서 받는 중이다. 그것도 재수없게 해가 쨍쩅한 오늘 같은날에. 내가 헥헥- 거리며 걷다시피 뛰는동안 얄밉게 졸졸 따라뛰던 변백현이 얼른 뛰라며 보챘고. 나는 다시 이를 악- 물고 뛰기 시작했다. 내가, 너, 정말, 가만안둬. 하필이면 걸려도 왜 얘가 있을때 걸리냐 진짜. 남은 한바퀴를 향해 내가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며 녀석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더 열받은 내 모습에 실실- 웃기까지 한다. 왜 니가 자청해서 선도를 섰는지 알겠어. 다 날 엿먹이기위해서야.
"이번에 우리학교 전학생 오는거 알지." "너때문에 귀에 딱지앉도록 들었거든. 근데 그게 왜."
갑자기 웬 전학생. 나는 백현이 건네는 물을 받으며 심드렁하게 물었다. 아아- 애들이 말하던 그녀석. 며칠전부터 학교를 떠들썩하게 들었다 놓는 마성의 전학생. 대충 들어본 말로는 미국에서 유학까지 갔다왔다는데. 뭐, 딱히 관심없다. 내 앞가림도 어려운데 전학생은 무슨. 거추장스럽게 달라붙는 타이를 푸는 동안, 백현이 내게 묻는다. 저답지 않게 목소리를 깔고서.
"니가 들으면 깜짝 놀랄 소식이 있단다." "…뭐길래." "하지만 난 말하지 않을거야. 서프라이즈가 왜 서프라이즈겠니. 다 알고보면 김빠지거든." "뭐야 아침부터. 지금 나 놀리는거야? 뺑뺑이도 모자라서?" "실없게 내가 널 뭣하러 놀려. 어쨌든 마음 단단히 먹어둬. 놀라서 뒤로 넘어가지말고."
다 널 생각하니까 하는 말이야. 도통 알수없는 녀석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 그때, 백현이 알고지내는 선배가 우리쪽을 향해 손짓을 했고. 녀석은 먼저 간다며 말하곤 급히 맞은편을 향해 뛰어갔다. 꼬박 다섯바퀴를 뛰느라 힘빠진 다리를 주무르며 나는 백현이 한 말을 곰곰히 되씹는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도통 알아먹지도 못할 말만 던지고 간 녀석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꼭 다 알면서 생색은.
*** *** ***
개학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날씨는 여름이었다. 그것도 아주 쨍쨍한. 창밖너머로 넘어오는 햇빛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백현이 손을 뻗어 커텐을 친다. 그러고는 마치 '나 잘했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쌜쭉하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헹. 너 때문에 매번 운동장 뛰거든. 교복은 춘추복인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으니 여간 귀찮은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일교차에 가디건은 꼭 챙겨야되고, 낮이면 낮대로 더워서 얼음물은 필수다. 축축하니 손수건에 감싸인 물통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사람 진빠지게 하는 계절이라 생각하며. 죽어도 1교시 이전엔 에어컨을 틀지않는 학교 방침상, 나는 찝찝한 목위로 물통을 얹으며 입술을 댓발 내민다. 그리고 그 때.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과 함께 선생님이, 그리고 처음보는 남학생 한 명이 들어온다. 그 모습에 백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진짜 우리반이네." "응? 뭐라…야야- 쟤가 전학생인가봐! 근데 우리반 말고도 4반에 애들이 없다며. 그럼 그리로 가야되는거 아닌가." "퍽이나. 저 인간 성격에…"
응? 뭐? 뒷말을 흐리며 백현이 입을 다물자 나는 의아한눈을 하곤 되물었다. 애들은 몰라도 돼. 얄궂은 목소리로 녀석이 대답했고, 나는 콧방귀를 뀌며 전학생을 바라본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오- 하며 감탄했다. 여자애들 난리나겠는데. 선생님옆에 서서 반을 훑어보는 전학생은 말 그대로 얼짱이다. 요새 티비에서 나오는 얼짱과는 차원이다른. 뭐랄까. 전학생의 눈은 날카롭지만 으레 영화배우같은 포스를 내뿜었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붉은 입술을 가졌으며, 게다가 키도컸다. 갓 백칠십을 넘긴 나와달리, 녀석은 한 눈에봐도 백팔십을 훨씬 웃도는 키였다. 쉽게 정의하자면, 어디하나 빼 놓을데 없는 완벽남 이라는거다. 남자인 내가 봐도 부러울만큼. 웅성거리는 교실을 다시 한 번 훑으며 전학생은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시선을 멈췄고. 눈을 찡그리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곧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자기소개부터 하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 왔고. 이름은 김종인. 잘 부탁할게."
꽤 단답형의 소개임에도 불구하고, 반아이들은 열렬한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친다. 나는 방금전 전학생의 말을 되씹으며 백현의 팔을 잡아당겼다. 야…들었어?… 비슷한 목소리, 아니. 그 목소리가 맞는데. 그와 함께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단 한사람. 하지만, 그 애가 이곳에 있을리가. 복잡한 얼굴을 한 내게 왜 그러냐며 백현이 물었고,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착각이겠지. 이름도 목소리도.
"미국에서 얼마나 있던거야? 집은 어디야?" "2년정도. 지금은 혼자살아." "어머머! 종인이 혼자? 얘, 심심하면 우리불러. 어차피 우린 야자도 안하거든." "…아-" "넌 종인이 민망하게- 미국에서 살았다고했지? 미국어디?" "LA."
어머머! LA? 어머- 어쩜 쟤들은 하나같이 리액션이 진부해. 나는 전학생, 아니 김종인 주위로 세워진 커다란 원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저렇게들 지조가 없어서야.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샤이니다, 엑쏘니 뭐다 하던 애들이 이젠 하나같이 김종인을 향해 화살표를 돌렸다. 학교에서 좀 논다하는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와 우리반을 에워쌌고, 김종인은 감흥없다는 눈빛으로 제게 오는 질문에 대답했다. 어. 아니. 응. 무뚝뚝하게 생긴 인상처럼 꼭 대답도 저같이 하는데. 그게 또 멋있어보이는거다. 나는 괜시리 고개만 힐끗- 거리며 김종인을 쳐다봤다. 백현이 내게 뭐라 말하는것도 모를만큼.
"왜? 관심있어?" " …어엉? 뭐라고? 못들었는데." "김종인한테. 관심있냐고- 왜 힐끔거리면서 쳐다봐. 꼭 새색시마냥."
하나도 관심없거든. 그냥 뭐, 복도봤어. 복도. 씨알도 안먹힐 변명을 늘어놓으며 나는 얼른 교과서를 펼쳐 들었다. 옆에서 백현이 알겠다는 눈빛을 하고서 날 바라보는게 느껴졌지만, 그냥 무시해버렸다. 휙- 휙- 소리나게 책장을 넘기며 나는 다시 한 번 김종인을 향해 소심한 곁눈질을 했고. 때마침 이쪽을 향해 시선을 옮기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어, 어어어. 속으로 적잖이 당황한 내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자, 김종인도 고개를 돌린다. 뭐야. 이 어색한 상황은. 아니- 그것보다 쟤 방금…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치 웃는듯 입꼬리를 올리던 그 모습.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잘못봤겠거니- 하고 마는 나였다.
*** *** ***
"그러니까- 꼭 그사람이 걔 목소리와 같더라. 그거지 지금?" "내말이! 얼굴은 완전 딴판인데. 목소리는…우와- 나 깜짝놀랬어. 소름 돋을뻔 했다니까?" "…에이, 그 정도 까지야."
진짜야 진짜. 손목까지 오는 흰 와이셔츠를 걷어붙이며 나는 답답한듯 머리칼을 헤집었다. 점심시간. 모처럼 루한과 함께 운동장을 거닐며 나는 우리반의 전학생에 대해 설명했다. 알고보니 미국에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살고, 근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하여튼 찝찝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멋있는 녀석같더라. 대충 이렇게 설명하는동안, 루한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사뭇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줬고. 그리곤 결론을 내렸다. 형, 삽질이네.
"…삽질이라니." "괜히 그사람 오해할라. 벌써부터 색안경을 쓰면 어떡해. 멀리서 왔는데 잘 대해줘." "아니- 내말으은. 그냥 목소리가 비슷하더라. 이런거지 뭐." "그래그래. 설마 미국에 있을 사람이, 한국에 왔겠어? 생긴것도 완전 딴판이라며."
괜히 고민하지마. 쓸떼없는 걱정이라며 루한이 내 어깨를 다독거린다. 그런가- 정말. 틀린말 하나 없는 동생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상대와 어깨를 부딪혔다. 아- 아픔에 벌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뒤로 밀려난 나를 붙잡으며 루한이 '형 괜찮아?'하고 물어왔고. 나는 찌푸린 인상을 애써 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팠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그리곤, 사과 한 마디없는 상대를 향해 고개를 들었는데.
"…어-어, 너…" "아 씹."
김종인. 전학생이 날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것도 한 대 때릴것처럼. |
click!!. 닥남은 어디까지나 제가 좋아서 쓰는 글입니다. 큐인미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부족한 점- 모자란 점- 많다는거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체던- 대화던- 사소한 모든 것이든 고치고 잘 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ㅜㅜ. 하지만- 다른분들에 비해 이곳에 온지도 얼마 안됐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아직은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에요. 사실, 큐인미보다 걱정되는게 닥치고 내남자 입니다. 사실 이 글은 큐인미처럼 구상을 한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흐름속에서 제가 편한마음을 가지고 쓰는 글이거든요. 그렇기때문에, 몇 분들에게는 안 맞을수도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결코 쉬운생각으로 쓰는것 또한 아니에요. 저는 제 글을 사랑하고, 또 무엇보다 글속의 엑쏘아가들을 상상하며 글을 쓰니까요. 그리고 그아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고;;;쫌 오글거리죠;;;미안ㅜㅜㅜ 하여튼,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그러니. 부족한점 보이거든 둥글게둥글게 댓글 남겨주세요^^ 고칠게요. 또- 암호닉하셨던분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화에 암호닉도 올리려고 했는데, 1화까지 합쳐서 다음화에 올릴게요. 큐인미에서 뵜던 분들이 이번 닥남에도 많이 와주셔서 기쁩니다. 그분들에게는 작은 성의나마, 큐인미 번외편, 닥남 번외편을 보내드릴거에요. (물론 얼른 완결지어서!!ㅜㅜ) 다시 한번 감사드리구요!! 항상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그럼 저는 토요일 찾아뵐게요. (큐인미 7부 금요일 업데이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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