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처음 이 길을 걷던 날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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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조용히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너와
그에 반해 항상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였기에
너와 나는 한 학년이 다 지나가도록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너와 나는 등하교길을 함께 했었다.
나는 앞서 걷고 나의 뒤를 따라 걷던 우리 둘의 어색했던 하교길.
매서운 바람이 불고 오래토록 눈이 내렸던 어느 날,
꽁꽁 얼어붙은 길에 발을 잘못 내딛어 넘어졌던 나와
그런 내 모습에 놀라 급하게 다가와선 나를 일으켜 주려다 같이 넘어진 너.
우리 둘은 차가운 길바닥위에 주저앉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렸었지.
그날 이후로부터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너와의 하교길.
다만 달라진 것은 이제 네가 내 뒤가 아닌 내 옆에서 함께 걷는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왔는지
달큰한 봄바람이 나풀거리고
걸어가는 우리 둘 위로 만개한 분홍빛 벚꽃잎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운아, 너 그거 알아?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나는 내 머리위로 흩날리는 벛꽃잎을 잡으려 애썼지만
얄미운 벚꽃잎들은 잡힐듯 말듯 나를 애태웠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다니던 내게 어느새 네가 다가왔다.
나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무언가를 쥐어주던 너의 하얗고 따뜻했던 손.
갑자기 닿아오는 온기에 깜짝 놀란 내 표정에 너는 얕게 미소지었다.
당황한 채 너를 바라보다 의아함에 손바닥을 열어보자
그 위에는 연분홍빛의 작은 벚꽃잎 하나가 놓여있었다.
"우와- 운아, 이거 나 주는거야? 나 소원 뭐 빌지? 수능잘보게해달라고 빌까? "
내 손위에 놓여진 조그만 벚꽃잎에 들떠, 한참을 종알거리자
내 머리를 아프지않게 꽁- 때리며 말하던 너.
"그거, 소원 내가 벌써 빌었어."
"에이 뭐야~ 괜히 좋아했네. 운아, 너 소원 뭐 빌었는데? 응? 말해봐"
"비밀"
그 후로도 오래토록 너는 내게
그 날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
.
.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너와 나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어있었다.
10년전 그날 처럼 만개한 벚꽃길을 걷던 중,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네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별빛아, 너 그때 기억나? 내가 너한테 벚꽃잎 쥐어주던 날"
"응! 당연히 기억하지,
내가 엄청 괴롭혔는데도 소원 뭐 빌었는지 끝까지 말 안해줬었잖아,
말 꺼내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맞춰오기 시작한 너와
너의 까만 눈동자 안에 오롯이 담겨지는 나.
"아니 뭐, 말하기싫으면말고..."
나를 빤히 바라보던 너의 눈빛에
괜스레 민망해진 내가 어물쩍 말을 흐리자
너는 나를 빤히 바라보던 눈을 거두고 살풋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 소원, 벌써 이루어졌는데..."
너와 나의 머리위로 새하얗게 춤을 추듯 흩날리는 꽃잎때문인지,
너와 나에게 내려앉은 봄볕때문인지,
새삼스럽게 가슴께가 간질거려오기 시작한다.
"그 날, 10년뒤에도 너와 함께 이 길 위를 걷고싶다고 빌었었거든."
그리고 10년전 꼭 그 날처럼 내 손바닥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너.
놀란 마음에 손바닥을 열어보자 그 위에 놓여진 연분홍빛의 벚꽃잎과 작은 반지 하나.
나를 향한 너의 곧은 시선과
우리 둘을 축복하는 듯 흩날리는 벚꽃잎들.
"그리고 오늘은...
평생 너와 함께 이 길 위를 걷게 해달라고 빌었어."
"내 소원, 네가 이뤄줄래?"
+) 잊어버리고 안 쓸뻔했네요.
((((((정택운 워더 금지))))
하.. 가을이라그런지 설레는 글이 너무 좋네요.. 껄껄
그럼 이제 모두 다같이 설레서
잠을 설쳐 봅시다!!!!!!!!!!!
이거 읽고 설레셨던 분들!
댓글 한줄 남기고 가주세요 ㅠㅠㅠ
그 댓글 한줄에 글쓸 힘을 얻는답니다..ㅠㅠㅠ
열심히 써왔는데 반응 소금이면 진짜 힘빠져요 ㅠㅠㅠㅠ
부족한 글이지만 늘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