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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추운 날씨도 용납하지 않는 따스한 4월의 첫날, 잠에 깨 부은 눈을 뜰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자동적으로 창문을 연다. 원래대로 라면 아침 햇살에 눈부셔 커튼으로 빛을 차단해버릴 나였지만 최근 10개월 사이 많은게 바뀌어 버렸다. 내 몸에 벤 습관까지도. 문득 떠오르는 너의 생각에 고개를 젓다가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보며 공기를 크게 들이마신다.  "​택운아, 오늘은 어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길"

오늘로 정확히 274일 째. 아침 햇살에 늘 눈을 찡그렸던 내가 아침 햇살을 찾게 된지. 또한, 일주일에 네번쯤은 오후 늦게 잠에서 깨던 내가 아침 8시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게 된지. 그리고, 너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가버린지. 그렇게 너의 생각을 하던 도중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 지더니 이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마 너가 울고 있는 거겠지.​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싶었는데. 역시 변덕스러운 너의 성격은 어쩔 도리가 없었나보다.

사실 비오는 날을 싫어하던 너였는데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약속을 잡을때면 늘 비가 은은히 내리는 날로 약속을 정하곤 했었다. 그런 너의 사소한 배려에 난 어쩔줄 몰라 했었는데. 아마 그 날도 비가 내리던 6월의 끝자락. 내 생일날 이었다. 너와의 저녁 약속을 잡고 나는 1시간쯤 일찍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도서관. 너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사랑에 관한 책을 읽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던 그때. 너를 만날 시간이 거의 임박했던 그때. 주머니에서 울리던 진동 소리. 폴더를 열어, 택운이♡ 라고 찍힌 휴대폰 액정을 보고 살짝 미소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던 그때. 정확히 그때, 내가 읽고 있던 책의 구절은 "유난히 오늘따라 네가 더 보고싶어." 였다. 책의 구절과 나의 마음이 같았을까.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무작정 뛰쳐나갔다. 이미 도착한 곳엔 유난히 하얗던 너가, 새하얗게 질려서는 붉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차학연." 힘들게 말을 잇는 너를 보며, 나는 결국 울어버렸다. "학연아." 점점 힘을 잃어가는 너의 손을 붙잡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여태까지 나에게 고마워라는 말은 했어도 미안하단 말은 않던 너였다. 힘들게 내뱉은 말이 미안해라는 말이였다니. 너가 나에게 미안할 이유가 있니. "사랑해" 그렇게 내 손을 떠나가 버린 너의 길고 얇던 손. 그리고, 너와 내가 붙잡고 있던 손 사이로 삐져 나와 내 발끝에 닿은 이것.... 반지. 사실 내가 원했던건 이런 값비싼 선물이 아니었는데. 그냥 계속 내 옆에 있어주는거. 그거 하나면 좋았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차가워진 너를 붙들고 미친 사람처럼 울어버렸다.

내 생일날 받은 나의 생일 선물은 너와의 달콤한 입맞춤이 아닌, 너와의 이별이었고 내 생일날 들었던 생일 축하 인사는. "생일 축하해" 가 아닌 "미안해" 였다.

택운아, 다음 생에서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지 않고 꼭 내 옆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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