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하이헬로
오랜만이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오랜만도 아닌데...
아, 원래 저번에 말했다시피 하루에 글을 한편씩 올리려고
노력중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나도 탱자탱자 노는 입장은 아니다보니까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네.
회사일도 하고 연애도 하느라 요즘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야.
아무튼, 미안하게 생각해.
그래도 늦은 밤에라도 이렇게 글 올리니까
용서 해줄거지?
오늘도 그럼 잡소리는 각설하고 바로 들어가보도록 할게.
어찌됐든, 나도 오세훈에게 나의 의견을 말했고
우리는 음, 만나게 되었어.
아니, 그러니까... 사귀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아 어감이 너무 이상하다. 중고딩 풋풋한 첫사랑도 아니고, 사귀게되었다니;
그냥 코 꿰었다고 표현할게. 이게 제일 적절한것 같다.
어쨌든, 코가 꿰인거라고 하더라도 만나는 사이인건 맞는거잖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무언가를 저질러놓고
뒷수습 안하는거거든. 참 나, 이럴때는 양심 없게 굴어도 되는건데
이것도 병이지, 병이야.
아무튼 연인 노릇은 해줘야하니까 나도 최대한 착실히
애인노릇은 하려고 노력 했거든.
절대 예전 같으면 먼저 문자는 커녕
눈을 마주칠일도 없었는데, 밤에 잠들기 전 핸드폰 쥐고 있다가
30분에 걸쳐서 쓴 어색한 굿나잇 인사를 보낸다던가
휴일에 좋은 하루 보내라면서 평소 쓰지도 않던 이모티콘을 보낸다던가 하는둥의 성의 말이야.
물론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야.
처음엔 당연히 부끄럽기도 하고 남자끼리 뭐 그렇게 유난을 떠나 싶기도 해서
전화도 안하고 문자같은것도 일체 안했거든.
그냥 점심때 가끔 눈 마주치면 밥이나 먹으러 가고, 그게 끝이었지.
그런데 오세훈 그 자식은 꼴에 애인이랍시고
꽤 나한테 공을 많이 들이는게 눈에 다 보였단 말이지. 사실 내가 그렇게 눈치가 빠른편은 못되거든.
일처리 같은건 착착 잘 알아차리는데, 사람 관계라는게 일처리처럼 간단한건 아니잖아.
그래서 상대가 저렇게 애를 쓰는데 혼자 목석같이 앉아있는것도
진짜 꼴불견이고 못할짓이다 싶어서 나도 열심히 맞춰주려고 노력을 했단말이지.
물론 절대 적성에는 안맞았어. 손 발이 오그라들것 같아서
이불을 걷어차는 행위를 매일밤 반복했거든.
특히, 그 이모티콘 보내는거 말이야. 세상에나...
여자친구를 사귈때에도 그런짓은 안해봤는데, 말이지.
그래도 뭐 어쩌겠어, 오세훈이 나한테 너무 확실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을 명시해줬는데.
'난 애교 많은 타입이 좋던데.
밥 먹었냐고 수시로 물어봐주고, 문자 보낼때 이모티콘도 자주 보내주는 사람.
실제로 귀여우면 더 좋고요.'
그런데 내가 봐도 내 얼굴이 귀여운 타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편이거든.
내가 조금만 양심이 없었더라도 '이정도면 귀엽지' 하면서
혼자 목석처럼 앉아있었겠지만, 말했잖아. 나도 나름 양심이 있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외형으로는 절대 귀엽지 못하니까, 하는짓이라도 살가워야 하지 않겠냐고.
비록 남과도 같은 사이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애인 사이니까, 원하는걸 들어줘야지.
그래서 그 이후부터 이모티콘을 사용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야.
아, 물론 노력의 결과가 항상 좋은쪽으로만 나타나는 편은 아니야.
며칠전에는 그 일 때문에 오세훈 그 녀석이랑 크게 다툴뻔한적도 있었거든.
연인이 되면 굉장히 사소한 일로도 다투는 일이 생기기는 한다지만,
설마 내가 그 녀석이랑 그렇게 될줄이야.
이름뿐인 애인이라도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기도 하더라고.
그러니까, 그때 우리가 어떻게 싸우게 됐더라?
아, 말했다시피 이모티콘 때문에 싸우게 되었던거였어.
다 큰 어른들이 한낱 이모티콘때문에 다퉜다니, 진짜 웃기지?
그래도 그때는 정말 큰 말싸움으로 번질뻔 했다니까?
그때 난 한창 이모티콘 쓰는행동에 익숙해지려고
문자같은걸 쓸때에 이모티콘을 붙이는 행위를 연습하고 있던 시기였거든.
그런데 연습을 한다고 오세훈한테 보내는 문자에 이모티콘을 붙인다고 하더라도,
막말로 내가 오세훈 그 녀석과 하루종일 문자를 하는것도 아니고,
말끝마다 이모티콘을 붙이는 일도 웃기잖아.
그래서 대신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보내는 문자에
이모티콘을 섞어보내곤 했었거든.
그 날도 아는 동생이 오랜만에 만나서
밥이나 먹자고 그러길래 문자를 하고 있었지.
아무래도 핸드폰으로 문자를 하려니까 조금 불편하기도 해서
pc버젼의 카카오톡으로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이모티콘을 열심히 붙여가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이사님 호출이 있어서 급하게 서류를 들고 자리를 비웠었지.
한참동안 이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나서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바리케이드 위로 우뚝 솟은 정수리가 보이더라고.
내 자리는 분명 비어있어야하는데 말이야.
그래서 누가 허락도 없이 남의 자리에 앉아있는건가 싶어서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가서 봤더니 오세훈 그 녀석이 내 컴퓨터 스크린을 심각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더라고.
나야 당연히 오세훈 그 녀석이 내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가도
표정이 하도 심각하길래 덩달아 심란해지고 긴장돼서 옆에 가서 오세훈 어깨를 툭 건드렸지.
"뭐야? 무슨 일 있어?"
"이거 뭐예요?"
이게 뭐냐면서 스크린을 가리키는데 내가 켜놨던
채팅창이 그대로 떠있더라고. 그래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채팅창을 최소화 시켜놓은 다음 대답했지.
"카카오톡인데."
"그걸 누가 몰라요?"
알면서 뭘 물어봐.
이 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뻔 했는데 꾹 참아냈어.
아무래도 표정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또 뭐가 심기에 거슬려서, 하여간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원래 이모티콘 그런거 안 좋아하면서."
"잘 아네."
저 말 하니까 괜히 심술이 용솟음 치더라.
내가 이모티콘 안좋아하는건 잘 알면서, 이모티콘 잘 쓰고
귀여운 사람을 좋아한다? 결국엔 내가 자기 타입이 전혀 아니라는 소리잖아.
아무리 이름뿐인 연인이라지만, 먼저 사람 코 꿰려고 했던 사람 입에서
'너는 내 타입이 전혀 아니오' 이런 이야기를 들은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나도 괜히 뚱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있었지.
"그런데 잘 쓰네요? 하트랑 눈웃음도 남발하고."
"어, 그냥 술술 나오네."
사실 그냥 순순히
'네 앞에서는 쪽팔려서 차마 이모티콘을 잘 못사용하겠어.'
라고 말했으면 좋을것을. 알잖아, 나 자존심 쎈거.
괜히 혼자 심술나서 또 뻐팅긴거지. 네 앞에서만 이모티콘이 쏙 들어간다, 라는 식으로 말이야.
예상대로 내 대답을 들은 오세훈 그 녀석의 표정은 더 안좋아졌고 말이야.
그 쯤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뭐가 혼자 그렇게 억울했던지 괜히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거야.
그래서 그 녀석을 옆으로 밀치면서 그랬지.
"나 카톡 해야하는데. 할 말 없으면 그만 가봐."
솔직히 나는 애인이라는 인간이 저런식으로 말 했으면
정나미가 다 떨어졌을것 같거든.
아무리 애인이 잘생기거나 예뻐도, 말 하는게 싸가지가 없으면
괜히 새록새록 샘솟던 호감이나 마음도 싹 사라지는 법이잖아.
한번 밉보이면 그 모습이 계속 눈 앞에 아른거리는것처럼.
나 처럼 뒷끝 심한 사람은 더 그러거든.
그런데 운 나쁘게도 오세훈 그 녀석도 쿨내가 풀풀 풍기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이 꽤 맹꽁이마냥 좁았던 모양이야. 결국에는 나랑 같이
소심하기 그지없는 성격이었던거지. 덤으로 잘 삐지기까지 하고 말이야.
은연중에 회사에서 나돌아다니는 오세훈 그 자식의 별명이 삐죽이라던데,
참 잘 어울리는 별명이야. 안 그래?
"왜 안 가? 용건 있어?"
"할 말이 그것뿐이예요?"
"왜? 할 말 있으면 해."
나는 그 녀석이 그렇게 조용하고 의기소침해보이는 모습을
처음 보니까 당연히 신나서 내적댄스를 추면서 계속해서 쌀쌀맞게 대답했지.
할 말 있으면 하라는 투로 말이야. 정말 내가 생각해도 참... 재수가 없었어. 하하.
하지만 나도 그 녀석이 내뱉은 말에 움찔하게 되더라.
"참... 너무하네."
저 말을 툭 던지고 가는데, 그냥 마음이 영 불편하더라.
나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연인이라는 단어 자체의 무게가 상당히 되는지
오세훈 그 녀석이 던진 별것 아닌 말에도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
참 너무하네, 라는 저 한마디가. 계속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신경쓰이는데 머리가 복잡하더라.
뭐가 너무하다는걸까. 쌀쌀맞은 내 태도가 너무하다는걸까.
아니면 자기한테는 이모티콘을 안써줘서 서운하다는걸까. 결국 퇴근시간까지 계속
머리만 굴리다가 업무중에 실수도 몇번 해서 잔소리까지 들었지 뭐야.
그래도 퇴근시간이 되면 모두가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잖아?
나도 당연히 기분이 조금 좋아져서 요 며칠 그랬던것처럼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갔거든. 한동안 그곳에서 오세훈이 퇴근을 같이하자면서
기다려주고는 했거든. 아무래도 혼자서 퇴근 하는것보다는 외로움도 덜하고
무엇보다도 오세훈 그 녀석이 말랐는데도 떡대가 꽤 괜찮아서, 사람 많고 복작거리는
대중교통 이용시에 길 만드는데에 꽤 일가견이 있거든. 큰 사람이 쑥 지나가면 그 뒤로 길이 넓게 생기니까
나는 그 뒤로 졸졸 쫒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야.
그리고 오세훈 그 녀석이 나름 날 애인 대접 해준다고
자리가 생기면 귀신같이 맡아놓고 앉혀주기도 하고 말이야.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여자들이 이래서 남자친구를 사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녀석이 나를 대하는건 꼭, 뭐랄까...
남자친구가 사귄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를 대할때처럼 참 애지중지 대해줬거든.
아무튼, 요 며칠 계속 오세훈이랑 같이 퇴근을 해서 이제 로비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오세훈을 찾는게
하루 일과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어.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이야기지.
그런데 그 날은 로비에 갔는데도 오세훈이 안 보이더라고.
의아하기도 했는데 매일같이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없으니까
걱정도 조금 되더라고. 그래서 먼저 문자나 보내볼까 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지.
내가 먼저 내려왔을리가 없는게, 분명 내가 오세훈의 책상을 지나쳐올떄
그 녀석의 책상은 비어있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먼저 퇴근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로비에 없고 어디에 있는걸까.
화장실에 있는걸까, 싶어서 결국 내가 문자를 먼저 넣어버렸어.
'어디야? 로비를 아무리 뒤져봐도 안보이네.'
옆에 노랗게 생긴 1자 아이콘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면서
계속 카톡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잠깐 있다가 아이콘이 사라지더라고.
내 문자를 확인했다는 소리지.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는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문자를 보냈지.
'왜 대답이 없어?'
그랬더니 잠시 후에 대답이 오더라고.
참 나도 우습지. 그깟 문자 답장이 뭐라고
답장은 안보내냐고 다시 문자를 보내다니.
'오늘은 혼자 가요.'
오세훈한테서 저렇게 문자가 왔더라고.
뭐 급한일이 있어서 간건가 싶어서 다시 문자를 보내보려다가
왠지 그건 오지랖인것 같아서 결국 핸드폰을 홀드상태로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집에 가버렸어.
와, 그런데 오세훈 그 녀석이 없는 퇴근길이 그렇게 힘들줄은 진짜 처음 알았어.
그 며칠새에 편안하게 퇴근했다고 벌써 길이 들여지기라도 한건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아주 정신이 없더라.
나중에 오세훈 그 녀석한테 수고가 많다고 커피라도 사야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 들더라고.
사실 퇴근 후 옷 갈아입고 동생녀석을 만나서 밥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퇴근길에 녹초가 되어버려서 약속도 취소해버렸지, 뭐.
당장 내가 죽을것 같은데 밥이 다 무슨 소용이야, 안 그래?
다 귀찮아서 평소처럼 샤워를 하는것도 무리인것 같아서
그냥 간단히 세수, 손과 발만 씻어버리고 침대에 누워버렸더니
10시가 훌쩍 넘었더라고. 그래서 또 나는 핸드폰을 들고 가만히 누워있었지.
오세훈 그 녀석은 잠을 꽤 늦게 자는 편이거든.
10시 50분가량부터 톡을 보내기 시작해서
내가 못견디고 잠들때쯤인 12시가량까지 쉴새없이 카톡을 보내.
하루종일 얼굴을 봐놓고서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정말 아침에 일어나면 카톡폭탄이 한가득 와 있다니까.
그래도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항상 같아.
'자요? 잘 자요.'
그런데 그 날은 이상하게 11시가 넘었는데도
카톡이 없더라고. 그쯤되니까 나도 기분이 조금 이상해지더라.
퇴근길에도 혼자 가버리고, 카톡도 없고.
진짜 무슨 일이 있는걸까 싶어서 내가 카톡을 다시 한번 보내봤지.
'뭐해?'
애인한테 보내는 카톡이 저게 뭐냐면서 면박을 주는 애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 녀석한테 먼저 문자를 보낸적도 거의 없고
문자를 보내봤자 거의 맞장구를 해주거나 ㅋㅋㅋㅋ 하며 웃어주는것 밖에는
해본적이 없단말이야. 거의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있는 사람은 그 녀석이었어.
그래서 심사숙고끝에 보낸 문자가 겨우 저런 폼 없는 한문장이었던거지.
그런데 이번에는 옆에 1 아이콘이 몇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더라고.
그래서 계속해서 카톡을 또 보내봤어.
참 나 답지 않게, 나도 왜 그랬는지.
'자?'
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일찍 자네?'
'무슨 일 있어?'
'도무지 답장이 없네.'
'자는것 같네. 잘자. (방긋)'
까지, 문자만 보면 아주 스토커가 따로 없지?
나도 내가 왜 저렇게 문자를 많이 보냈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기분이 조금 이상하더라고.
오세훈 그 녀석도 답장없는 상대에게
마지막으로 잘자라는 인사를 보냈을때 이런 심정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이게 참 사람 김빠지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고.
결국 찝찝해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어버렸어.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데 꽤 애먹었지.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쓸게, 익인들아.
이야기의 뒷편도 금방 써오도록 할게.
오늘도 소소한 아저씨의 재미없는 연애이야기겸 고민거리
읽어줘서 고맙고, 응원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 참. 그리고 암호닉...? 그걸 받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던데.
암호닉인가 그걸 신청하고 싶은 사람은 괄호 친 다음
그 안에다가 신청하고 싶은 닉네임 써주고 가.
다들 그럼 또 보자. 씨유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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