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IOUS In mysterious 05
WRITTEN BY. 키드
*
인생에는 수많은 기회가 넘친다.
"일단."
문제는 그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는 건데.
"두 사람. 그 총이나, 총구멍잡은 손이나,둘 다 놓죠."
아무래도 이번엔 꽤 어렵지 않을까.
"반갑습니다. 카이."
*
도경수는 역시 도경수였다. 괜히 녀석이 썬포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게 아니었다. 나는 진심으로 녀석의 재치와 재기발랄함에 통탄을 금치 못했으며, 내심 녀석에게 일말의 존경심이나 가져볼까 생각했다. 의기양양하게도 천하의 카이에게 딜을 제안하는 그 모습에, 나는 물론이요 포진해있던 가드들조차 입도 뻥긋 못했으니까. 하긴, 입도 뻥긋하기 애매한 상황이긴 했지만. 하지만- 더 큰 문제를 달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그냥 거기서 끝내지 그랬냐."
"다 잡은걸 그냥 놓쳐? 말도안돼."
우리는 지금. 카이렌궁으로 향하는 차 안이다.
"살아서 나온 인간이 없다잖아. 사람이고 개새끼고 뭐건간에-"
"우린 예외야."
새침하게 고개를 빼죽인 경수를 향해 백현이 주먹을 들었다 내려놓는 모션을 취했다. 이건, 뭘 믿고- 방금전까지의 위급한 상황에서 짠- 하니 자신을 구하러 온것까지는 좋았는데 왜 하필이면 일을 이렇게 베베꼬냐 이말이다. 겁없이 카이를 협박한것도 모자라서 뭐? 일단 카이렌궁으로 가자고? 미친놈. 꺼끌하니 달아오른 목을 쓰다듬은 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백현을 흘깃 쳐다본 경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금 반대편으로 시선을 옮겼고,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차는 유유히 뉴욕 외곽을 벗어나는 중이었다. 사실 뉴욕 외곽을 지나는지 두 사람은 지레 짐작만 할 뿐이다. 창문위로 짙게 쳐진 암막커튼, 운전석과 뒷자석 사이를 아예 가려벼린 차 안. 무엇하나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
"도착해서는 어떡할건데."
"협상을 해야지."
"자신있어?"
"살아서 나갈 자신은 있어."
이길 자신은 모르겠지만. 뒷말을 흐리듯 내뱉은 경수가 창틀위에 얹었던 손을 내린다.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경수 자신도 꽤 초조한 상태였고 무엇보다 백현의 말처럼 살아서 나갈 자신은- 솔직히 없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왕 만난거 칼이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나. 이래나 저래나 언젠가 죽을 목숨, 적진에서 장렬히 전사하는것도 나쁘지 않았고 더구나 저승길 혼자 가는것도 아닐텐데 뭐. 백현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살아서 나갈 자신은 없다. 고개를 숙인 경수가 후으- 하는 옅은 한숨을 뱉었다. 간간이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의 고개가 힘없이 뒤로 뉘어졌다. 저마다, 각각의 이유로.
'잘선택하세요. 딱 한번만 설명할테니까.'
'첫번째 PLAN A.'
'궁금하죠? 내가 어떻게 저 수많은 가드들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지. 그렇다고 내가 뭐, 총을 쐈다거나 칼침을 날렸다거나- 폭탄을 터트린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뉴욕에 오면서 꽤 재밌는 신무기를 몇개 챙겨둔게 있거든. 그 중에 하나가 이건데, 얼핏보면 작은 소형칩이지만-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녀석이에요.'
'한 마디로- 총이나, 폭탄따위의 굉음에 펑!- 하고 터져버리는.'
'당신 가드들한테 보여줬더니 알아서 길을 터주던데요? 아- 참고로 벽면에 몇 개 붙였습니다. 혹시 몰라서.'
'두 번째.PLAN B'
'카이렌이 뉴욕을 꽉 쥐고 있다는건 알지만, 우리 썬포그라고 미국에 둥지도 안틀었을까봐.'
'긴급구조요청을 좀 날렸죠. SOS. 아마 지금쯤 브로드웨이 근처를 샅샅이 뒤지고 있을겁니다.'
'닥치는대로 다 끌고 오라고 했으니까, 아마 삼분정도면 우릴 찾아낼것 같은데.'
'벌써 2분이 지났네요?'
2분이 지나긴 뭘 지나. 소형칩도 뻥이었고, 동료들이 오고있다는 것도 훼이크다. 훼이크. 다 뻥이야! 그 화려한 말빨에 넘어가지 않은 자신도 용했지만, 그걸 믿고 우리 둘을 카이렌궁으로 모셔가는 카이킴도 용하다. 그렇게 안봤는데 은근히 뻥카에 약했구나. 쓸모없는 소모전에 괜히 힘만 뺐다며 백현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차라리 이래나 저래나 죽을거, 그냥 총이나 쏴버리는건데. 그 상황에서 차라리 기세좋게 총도 쏴보고, 어?, 카이랑 맞짱도 뜨고. 얼마나 멋있어. 이건 뭐, 복날 개잡아가듯 끌려가는 것도 아니고 사방이 꽉 막힌 차안에서 오늘내일 하는 내 인생을 곱씹어야 겠냐고. 볼품없이 흐트러지는 제 머리칼을 헤집던 백현이 으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내 곧, 제 옆에서 곤히 들리는 숨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설마-
"야."
"…"
"자냐…"
"…"
씨발 얘 자…진짜 잔다. 엄마- 새근새근 거리며 숨 소리가 제 손가락을 간질거린다. 지금 그 누구보다 평안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을 청하는 경수였고, 그런 경수를 향해 일어나라며 어깨를 쥐고 흔드는 백현이었지만.
[쿵-쿵-]
시끄러운 뒷자석을 향해 경고하듯 울리는 소리에 꾹- 입을 다물어버렸다.
*
"그래서 우릴 어쩔 생각인데."
"…생각 중인데?"
생각을 하루 죈종일 하나봐. 탁자위로 올라온 손이 둥글게- 주먹을 쥐었다 펴길 몇 번. 미간위로 올라온 핏줄이 두득- 당장이라도 터질듯 달아올랐다. 그런 백현을 향해 경수가 진정하라고 나즈막히 읊조렸지만, 지금 진정이고 뭐고 그 말들이 들어올리 없었다. 꼬박 세시간 동안 차안에서 닥치고 있었더니, 씨발 또 다물라고? 찻잔위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둥근 탁자사이로 세 쌍의 눈동자가 얽혀들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카이렌궁이, 백현과 경수에게는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화려고 나발이고, 죽으러 온 마당에 뭐가 좋냐며 투덜거리는 백현은 둘째치고 이곳이 어딘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답답한 경수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 흔한 주택하나 없었고 넓은 대지위에 덩그라니 서있는 궁궐같은 집이라니. 도망을 쳐도 금방 잡히고 말것이며, 재수좋게 근처 도로를 찾아낸다 해도 그 사이에 끌려올것이 분명했다. 후- 속으로 한숨을 삼킨 경수의 눈빛이 착잡하게 가라앉는다. 아무 생각없이 이 방법을 택한건 아니었지만, 꽤 까다로운 조건을 업고, 업는 이번 임무가 쉬이 끝날것 같지는 않다. 제몫의 찻잔을 바라보는 미간이 알듯말듯 찌푸러진다.
백현과 경수. 두 사람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카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지."
"어."
"정말 조슈아 밑에 있을생각이야?"
이건 무슨 개소리. 제 귓구멍을 파며 후- 분 백현이 기가 차다는듯 대답했다.
"어."
"아쉽네. 모처럼 스카웃이나 해볼까 했거든."
"…본론만 말해. 본론만."
뭘 자꾸 쓸떼없는 소리야. 불쾌한 인상을 하곤 제게 쏘아붙이는 백현을 보며 카이가 입매를 끌어올렸다. 기분 나쁘다거나, 건방진 녀석들이라 느끼는것 하나없이. 오로지, 재밌다는 종류의 웃음을. 제 주위에 이런 부류가 없어서 그런가, 무엇보다 겁없이 거짓말을 술술 풀어놓던 녀석은 더더욱 없었고. 턱을 괸채 고개만 슬핏- 돌린 카이가 경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옆의 동료와는 달리, 그는 침착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며 아래로 내리깐 시선을 올릴 생각도 없어보였다. 고개좀 들어봐. 카이가 나즈막히 읊었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경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름이?"
"오필리아."
"아니. '진짜'이름."
"없습니다."
제 말을 받아치는 칼같은 대답. 당돌한 거야, 겁이 없는 거야. 제 할말만 마치곤 다시 시선을 내린 경수를 향해 카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씨발, 토나와- 그런 카이를 향해 백현이 못볼걸 봤다며 눈을 찌푸렸지만, 정작 카이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다시 되물었다. 진짜 이름, 없어? 자신을 향해 되묻는 목소리에 경수가 방금전과 같이 고개를 들었고, 좀 더 굳은 인상을 하곤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딱딱한 경어체는 버리면 안될까?"
"…"
"협박할때는 잘도 말하더니, 왜 지금은 입을 다물었어?"
"…"
"서운하네."
뭐가 서운한데. 경수를 대신해 입을 열려던 백현이 제 옆구리를 꼬집는 손길에 인상을 찌푸린다. 저 새끼는 왜 저렇게 느끼해? 원래 저런놈이야? 머릿속을 멤도는 수십가지 질문을 곱씹으며 백현이 입술을 깨물었고, 그런 백현을 흘깃- 바라본 경수가 다시 시선을 옮겨 카이를 바라본다. 방금전과 달리, 한치 흐트러짐없이 자신을 마주한 눈길. 겁없이 카이렌궁으로 데려가달라니. 당돌하게 제안하던 그 모습을 떠올린 카이가 재밌다는듯 입매를 올린다. 그런 카이를 향해, 경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썬포그는 카이렌과의 협상을 원합니다."
유유히 올라가던 입매가 순간 굳는다. 턱을 괸 손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굽혔던 허리를 세운다. 카이 뒷편에 서있던 그의 가드가 한 발짝 앞으로 걸어나왔고, 카이가 한 손을 들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계속 말해봐-
"신의안의 레이첸. 그리고 그의 아들 첸."
"그래서."
"흑사회의 샤오위까지."
무슨 소리야 지금. 당황한 백현이 애써 시선을 숨기곤 덤덤하게 경수를 바라보았지만, 도통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웠다. 애초 임무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말을 들으며, 백현이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뭐냐 지금. 또 말빨의 신이 강림하셨나. 점점 더 스펙타클해지는 임무의 향연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와, 와우- 이제 우린 죽었구나. 중국 3대 조직을 적으로 끌어들였어. 그것도 몽땅.
"당신을 노리고있습니다. 정확히, 카이렌의 로렌스맨하탄을."
"…재밌네."
"저희가 돕겠습니다. 조슈아가 저와 리어를 보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썬포그에선 모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또한-"
"또한?"
경수가 참았던 숨을 천천히 내쉰다. 긴장한 탓인지 뻣뻣하게 굳은 어깨부근이 저리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한채,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잘만 하면, 쉽게 끝낼 수도 있을지 몰라. 사람이 그냥 죽으란 법은 없는게 맞는 말이었나봐.
"찾았습니다."
덤덤하게 내뱉은 말은 주어가 없었다. 눈썹을 올린 카이가 뒷말을 기다렸지만 경수는 천천히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일뿐. 천천히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는 공기사이로 서늘한 긴장감이 내려앉는다. 굳은 얼굴의 카이, 경수를 향해 의아한 눈길을 한 백현, 그리고.
모든 키를 쥐고 있는 경수 자신.
아직, 모든것은 시작도 전이었다. 이 모든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아주 작은 시발점. 경수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는다. 숨막히는 공기사이로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뉴욕은 한여름이니까- 나시어때? 오비서, 패션이란 말이야. 모름지기 센스거든. 센스? 알지?"
"…"
"봐봐- 이 죽이는 라인을. 끝내주네- 백현이 보면 껌뻑넘어올걸? 괜찮지?"
"…네. 괜찮네요."
괜찮기는 개뿔. 세훈의 손에 쥐어졌던 셔츠위로 자잘한 주름이 성겨들었다. 이건뭐, 패션쇼 하러 갑니까. 벌써 이틀이 지났건만, 보스는 주구장창 옷장을 들락날락 거렸고 덕분에 캐리어는 반에 반도 채워지지 못한 상태였다. 그냥 가서 옷을 사라는 말에 돈 아깝다며 손을 내저을 때는 언제고, 벌써 쇼핑만 세번째였다. 카드값만 얼마야- 절로 뻐근해지는 뒷목을 붙잡은 세훈이 애써 고개를 세웠다. 안돼. 이대로 넘어갈수는 없어. 나이가 몇인데. 아직 그는 화병으로 죽기엔 너무 젊은 나이니까.
"간단하게 챙기셔도 됩니다. 보스."
이렇게 말하면
"변덕스러운 날씨를 누가 맞춰? 길 가다가 비라도 쫄딱 맞으면 오비서가 책임질건가? 어?"
이렇게 치고들어왔다.
"제말은, 차라리 가서 그때그때 옷을 구매하심이- 어떻겠냐 이말입니다."
"됐다니까. 귀찮게 일일이 어떻게 그래. 금방 챙긴다니까."
금방이 이틀이잖습니까. 입안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킨 세훈이 이마위로 내천자를 그었다. 참자. 참아. 정작, 보스보다 캐리어 한 두개 더 많을 자신도 벌써 짐을 다 싸놨는데 보스는 이때까지 변변한 속옷하나 못 정했다. 왜냐고 여쭈니, 옷에 따라 속옷도 색깔이 달라야 한단다. 그 말을 생각한 세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참아야해. 참자. 뉴욕만 가면 제 세상이 될것이다. 보스를 받아줄 사람이, 그곳에 있으니까.
"백현은 깔끔한 옷을 좋아합니다."
이번 한 번만. 세훈은 이렇게 되뇌며 저 멀리 타국에 있을 사람을 다시 한 번만 써먹자 생각한다. 문제는 한 번이 열번이 넘었고 스무번을 채워가서 문제지만.
"흰 셔츠에 가디건만 걸쳐도 멋있다고 하던데요."
"…정말이야?"
툭- 화려한 형광나시가 힘없이 떨어진다. 펄럭이며 바닥위로 떨궈진 그것을 주워들은 세훈이 묵묵히 뒷말을 이었다. 역시 효과 빠르다고 생각하며.
"백현 취향이야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을걸요."
"…아-"
"깔끔하고. 단정한것."
전 말씀드렸습니다. 바닥위로 힘없이 떨어지는 옷들을 주워들며 세훈이 입을 다물었고, 오늘도 자신이 모르던 백현의 한가지를 알았다며 찬열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자신의 취향과 한참 빗나가기만 하는 백현이 때론 밉기도 야속하기도 하지만. 어쩌랴, 짝사랑은 좋아하는 쪽이 매달리는 법인데. 이윽고 체념한 얼굴을 한 찬열이 옷장깊숙이 처박아뒀던 깔끔한 양복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한 벌, 두 벌, 세 벌- 번쩍번쩍 화려한 것 투성이인 제 옷장에서 그나마 봐줄만한 것들은 이것뿐이라. 그래도 색깔별로 있어서 다행이야. 힘없이 늘어지는 뒷말을 애써 무시한 세훈이 침대위에 한가득 쌓여있는 옷가지들을 흘핏- 훔쳐본다. 다 백현 취향이네. 소름끼치게 백현과 맞아떨어지는 보스의 패션감각을 보며 괜한 소리 했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짐못싸서 비행기못타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아예 쳐다도 보지 못하게 옷가지들을 이불로 덮어버리는 그였다.
[Rrrrr--]
누구야, 이 시간에. 제 품안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꺼낸 세훈이 미간을 찌푸리곤 액정을 살핀다. 처음보는 번호. 뭐야, 국제전화? 백현과 경수, 그리고 그 녀석을 제외하곤 딱히 본적도 없는 번호에 그의 눈썹이 올라섰다. 이내 곧 전화를 받아들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비서님? 오비서? 나 민석이야! 지금 어디야?!'
민석? 한창 이태리에서 일하고 있을 녀석이 웬일이야. 급한듯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세훈이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어. 웬일? 무슨 일있어?"
'일이라니!! 설마, 아직 전화안간거야?…'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봐."
'…확실하진 않아.…근데…알아둬야 할것 같아서….'
하- 허탈한듯, 마치 끔찍한 일이라도 겪은 것 마냥 말하는 투로 봐서 보통일은 아니라고 직감한 세훈이 급히 몸을 돌린다. 왜그래- 방금과 다른 세훈의 모습에 옷을 챙기던 찬열이 의아한듯 물어왔고, 세훈이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들리지 않게 핸드폰을 가린 세훈이 복도로 나선다. 그런 세훈을 향해 찬열이 다시금 입을 열려 했지만, 이내 곧 소리없이 닫기는 방문을 보곤 어깨를 으쓱거릴뿐. 뭐야-
"말해봐."
아무도 없는 복도 한 가운데. 보스의 침실에서 몇 발자국 벗어난 곳에서, 세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잠잠하다 싶더니, 뭔가 터지긴 터진 모양이었다.
'나도 잘은 몰라. 방금 준면형한테 전화가 왔어.'
"어."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뒷말을 흐리는 민석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울듯말듯 일그러지는 음성에 세훈이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왜 이렇게 불안해. 저도 모르게 타고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한 세훈이 감았던 눈을 떴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얼른 말해.
'…죽었대.'
"…누가."
핸드폰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자꾸만 힘이 빠지려는 다리를 애써 일으켜 세운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소리야 대체. 아침부터 정신없이 보스의 침실에서 옷을 봐드렸고, 이번엔 말도 안되는 전화가 제 머리를 어지럽힌다. 애써 호흡을 가다듬은 세훈이 신경질적으로 타이를 잡아당겼다. 누가 죽었는데.
'…리어, 오필리아. 방금 형네 병원에 시신 두 구가 들어왔는데.'
"…"
'리어와 오필리아의 신분증이 있었다고-'
"…"
'…자세한 확인은 해봐야 알겠지만- 외견상 일치한 부분이 많나봐.'
그래도 확실한 건 아니야. 아직, 검사도 해봐야 하고- 애써 괜찮다는듯 말을 잇는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훈의 몸이 벽을 타고 주저앉았다. 뭐가, 대체. 제 귓가를 자꾸만 파고드는 '죽었다'는 소리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핸드폰을 쥔 손이 힘없이 떨어졌고, 형- 오비서- 대답이 없자 자신을 부르는 민석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지끈거리는 이마께를 감싸쥔 세훈이 후으- 하는 거친숨을 내쉬었다. 잠시만, 일단 뭘 어떻게 해야- 풀어헤친 타이사이로 달아오른 목이 화끈거린다. 아무도 없는, 누구하나 지나가지 않는 복도 한 가운데가, 복잡한 미로라도 되는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탈출할수 있을까 싶어서. 힘없이 고개를 숙인 세훈이 마른세수를 한다. 꺼끌하게 갈라진 입술을 혀로 쓸어올리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단, 민석한테-
핸드폰. 분명 이 근처에 있을텐데, 바닥을 더듬던 세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디간거야. 제 옆에 놔뒀던 핸드폰이 사라지자, 당황한 세훈이 좀 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제 시야안으로 들어오는 두 발. 그곳에는.
"…보스-"
보스가 있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비서."
"…"
"당장 차 대기시켜."
"…"
"뉴욕으로 간다."
툭- 힘없이 떨어진 핸드폰이 카펫위를 구른다.
한국. 서울. 어느 여름날.
흩어진 두 쌍의 눈동자위로, 서늘한 불안감이 내려앉았다.
… | ||
헐...이건 뭐 병맛글..? 예상에 예상을 뒤엎고 원래 전개에서 한참 멀어지는 제 글입니다 여러분ㅜㅜ 잘 쓸려고 하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ㅜㅜㅜ흐구ㅜ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잘 봐주셨으면...하고 바랄뿐이옵니다(__)
이번화는 찬열신의 멘붕???과 겁없는 말빨의 신이 이끌어간 화네요. 역시 너흰 짱이야. 다음화는 더 재밌게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0^...ㅜㅜ 그럼 다음에 뵈요 (ps. 조회수는 어마어마한데 대..댓글은...나는 댓글로 글쓸힘을 얻습니다;;)
++
필명다시 수정했어요ㅜㅜㅜㅜ흑 미안합니다 여러분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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