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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흐으… 응."

여기서 생기는 한 가지의 오해 : 우리는 섹스 중이 아니다.

"아, 살 것 같다."
"난 아프다…."

나는 쩝, 입술에 묻은 핏자국을 핥아내고 쪽 로빈의 볼에 입을 맞췄다. 로빈이 피비린내라고 느낄지도 모르는 싱싱한 냄새가 우리 주변을 맴돈다. 로빈은 익숙하게 알콜 묻힌 솜을 팔뚝에 살살 문지르곤 내게 키스를 했지만, 내가 또 그의 입술을 물어뜯는 바람에 또 인상을 쓰고야 말았다. 그리해서, 이 쯤에서 당신이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는 사실 :

나는 뱀파이어다.


그는 흡! 혈귀 


어렸을 적… 그러니까, 534년 전. 하얀 얼굴을 하고 생식을 좋아하지만 영악하지는 못했던 꼬맹이 뱀파이어였던 나는, 처음으로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긍하게 된다. 남들도 나처럼 맨날 송곳니 갈고 안그런다는 걸 알게 된 거다. 순수하고 어린 뱀파이어였던 나는, 친구의 집 현관에 송곳니를 갈 때 쓰는 기구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왕왕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인간인 줄 알았다.

「줄리안, 너는 뱀파이어란다.」
「…….」
「엄마 아빠처럼 말이지, 아름다운 존재야.」

생식을 즐겨먹던 일곱살짜리 아이가 들은 해답은 결국 그런 것이었다. 그로부터 534년, 아직까지도 인간 피를 먹지 못하고 현대의 기술을 빌려 교정까지 말끔히 한 나는 여러 세계를 떠돌다가 한국에 정착해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나름대로 좋았다. 썬크림이라는 것도 나오고, 아무렴 역시 현대 짱이다. 

"선배, 오늘 개강파티 가요?"
"응~"

옛날에는 기집애 같다고 질책 받던 흰 피부도 이젠 부러움의 대상이고 말이지. 게다가 한국에 와서는 백인이라고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사모해 마지않는 후배에게 친절히 대답해주며 전공 책들을 챙겼다. 한국에 처음 들어와서, 평범하게 사는 방법을 알았을 때, 대학에 들어와 선택한 전공은 역사였다. 날 외국인으로만 생각하는 애들은 굉장한 신기하게생각하고 있지만 아무렴 오래 살다보니까 수업 안들어도 어찌어찌 다 알겠더라. 그래도 불만인 것은, 전공책이 너무, 정말 너무 무겁다는 거다.

"퀸타르트 선배, 오늘 저 남자친구도 온다는데 괜찮아요?"
"뭐? 누구?"
"로빈이요. 교환학생!"
"아아- 너 외국인이랑 사겨?"
"네. 잘생겼어요!"

모르는 이름이 오가는데엔 관심이 없다. 애초에 나는, 우리 과 애들도 아는 척만 하지 진짜로 아는 애도 없으니까. 나는 예쁘장한 은경이의 입술이 화장품을 발라 반짝반짝 거리는 걸 보면서, 아, 물어 뜯고싶다. 이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사람 피를 마셔본 적이 없으니까. 집에 꽉찬 돼지피, 소피만으로도 충분히 사치일 뿐더러 인간들의 입맛도 충분히 적응 되었다. 그런데도 인간들한테선 단내가 나니까, 그게 너무 힘들다는 거야……. 겁이 많다는 게 다행인지 아닌지 나는 모르겠다.

"와 오늘 삼겹살 먹는대!"
"술술술술~~"
"개강하자마자 또 뻗게 생겼네."
"얌마 개파는 그러라고 하는거야."

낄낄대는 애들의 목소리가 이리저리 섞여 들린다. 나는 뒤늦게 그들을 따가라며 씩, 그 애들이 좋아하는 웃음을 지었고, 선배 잘생겼어요! 꺅꺅대는 여자애들에겐 더 예쁘게 웃어주었다. 뱀파이어가 사람 홀리는 건 당연하대도 나처럼 인간계에 물든 애가 잘생겼다 소리 듣는건, 아무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사이에 끼어있음 무엇보다 황홀한,

"어, 로빈이다!"

단내가 난다.

"안녕하셨어요, 선배?"
"오냐. 안녕하다. 한국말 많이 늘었네?"
"열심히 했어요. 어, 너도 교화낙생?"
"안녕! 난 역사교육과 09학번, 줄리안 퀸타르트."
"와, 한국말 디게 잘한다… 어디서 와써요?"
"Belgium! 너는?"
"oh, France요."

웃음이 예쁜 얼굴, 거꾸로 쓰 스냅백이 나보다 조금 위에 있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반갑다는 듯이 그를 따라 웃어보였고, 그는 씩 이미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의 여자친구와 손을 잡았다. 이 때 나는 처음으로, 아마도 처음으로. 느낀 것 같다.

아, 위험하다. 라고.

***

죄다 꽐라가 되셨구만. 나는 술에 약하게 생겼다는 편견과 어울리지 않게 말술인 편이었다. 첫번째 이유로 내가 100년 쯤 전에 러시아에서 살았다는 것이고-추위도 안탄다-, 두번째 이유는 술을 마시는 시간 그러니까 밤이 되면 아무리 쏟아도 체력이 만땅이라는 것이다. 이건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주 괜찮은 점이었다. 나는 하나같이 테이블 위로 뻗은 후배들과 동기들을 한번 빙 돌아 쳐다보면서, 위에 마지막으로 남겨져있던 삼겹살을 한 점 집어 우물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본 뒤 다들 뻗어 제 정신이 아니라는걸 또 확인하고 옆 접시에 놓여져있던 추가한 채 먹지도 못한 생삼겹살을 냠냠 맛있게 씹었다. 생고기는 오랜만에 먹는다.

"…헐…."

그러니까, 이 모습을 누군가 봤다는건 아주 최악의 상황이다.

"là, J, Julian!!"

평소에 평화롭고 예쁘게 자라왔던 티가 확 나는 대화를 나누는걸 분명 들었는데, 말까지 더듬을 정도면 -그것도 불어로- 그는 내가 지독히 취했다고 확신했나보다. 나는 끔뻑끔뻑, 내 초록색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며 입에 물고있던 생삼겹살을 뚝, 테이블 위로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을 한국말로 뭐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미스터 퀸타르트, 그…"

JOT됐다고 하던가.
나는 바깥바람 냄새와 담배냄새, 그에 섞인 단내가 풀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사실이었다. 말도 안될만큼 세다고 인정받은 술 실력이었는데, 그동안 먹은 것들이 한꺼번에 확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얼굴, 불 타는 고구마다.

"Je veux y aller? 그러니까, 잠깐… 술 좀 깨시라고."

내가 정말로 걱정됐는지, 로빈은 뺨을 긁적이며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불어 할 줄 아는데, 한국어랑 애써 섞어 말하는 폼이 조금 애처롭다. 하긴, 생삼겹살 는 게 단순한 술버릇은 아니다만 -정확히 말하면 제 정신으로 먹었지만-.

"저기, 줄리안?"

맛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로빈의 목에 이빨을 박고 있었다. 약간 키 차이가 나서 고개를 한껏 쳐들고, 무뎌진 송곳니를 박아넣어 살결이 뚫리지도 못했지만 단내만큼은 황홀했다. 진짜 사람, 아니 뱀파이어를 미치게 하는 향이라는 거다! 난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잔뜩 당황한 그가 날 밀쳐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생각한 것은, 앞으로 학교 다니기 글렀다는 것이었으나-

"…선배 혹시, 뱀파이어에요?"

어쩌면 잘 풀릴지도?



$$$

là : 저기요
Je veux y aller? : 나갈래? 
* 번역기로 번역한거라 구려도 이해해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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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그녀는 흡!혈귀 이거 나 진짜 사랑했던 작품인딬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예 좋은 작품을 ㅏㄹ견했닼ㅋㅋㅋㅋㅋㅋㅇ
9년 전
독자2
읽을게 하나 더 늘었다!!!!
9년 전
독자3
으엌ㅋㅋㅋㅋㅋㅋ 발린다...ㅎㅎ
9년 전
독자4
세상에나 다음편이 시급합니다!!!!!
9년 전
독자5
다음편 언제오니 찡찡
9년 전
독자6
스에상에... 담편... 급해... 당장 가져오도록 해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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