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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ly 전체글ll조회 888l

깜빡,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남들보다 지나치게 큰 키 때문에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 숙였던 고개가 저렸고,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오가는 한국말들을 알아듣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지만 나는 그 때 그것을 아주 분명하게 느꼈다.

분홍색이다.

그다지 화사해보이지 않는, 자기 고집이 강해보이는 입매를 가진 남자였다. 나는 누구에게나 그랬듯이 예쁘게 웃으며 그 남자에게 인사를 했고, 그는 미묘한 얼굴로 나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중국 대표, 장 위안. 분홍색으로 쓰여진 듯한 그 세글자가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러니까 이건, 나와 분홍색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다.


연 애 사



"수고하셨습니다~"

확실히 녹화를 하면서 한국말이 더 느는 건 맞다만, 그래도 장장 여섯시간의 말싸움은 아무리 즐거워도 결국 고역이였다. 나는 피곤하다,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하품을 하고 이리저리 인사를 나누는 스탭들 사이로 끼어들어 나 역시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는 익숙해지고 친숙해진 얼굴들이 애써 웃는 얼굴을 보이며 나처럼 피곤한 기색을 숨긴다.

"위안 형-"

오늘은 회식을 안해서 다행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팀은 정말로 회식을 매일 하는 것 같아서 그래. 자율참석이라고 해도 막내인지라 애초부터 빠지기도 뭐하니까. 나는 약간의 안도를 쥐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분홍색을 가진 남자의 옆에 서서 옷을 갈아입으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불편한 넥타이가 목을 조이고 나와 같은 기분인 듯한 내 눈 앞의 남자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피길 반복했다. 얼굴에 감정이 지나치게 잘 드러난다는 게 이렇게 재밌는 특성일 줄 알았다면, 나는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설핏 그가 가진 인상과 분위기가 무섭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내일 출근해요?"
"해야지."

남자와 잘 어울리는, 분홍색의 두꺼운 넥타이가 사정없이 풀어진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헤에, 넋을 놓고 웃었고, 그것이 불만인 듯한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내 것 역시 거칠게 풀어 벽에 걸어두었다. 정말인지 예상할 수가 없다니까. 사실은 기분이 좋다.

"같이 가면 안되나?"
"안돼."

이런건 너무하지만. 그래도 사소한 손길에 애정이 묻어나 있다는 것이 좋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아니까. 나는 천천히 셔츠 단추를 푸르는 뭉툭한 손끝을 쳐다보다가 나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가서, 저 분홍색을 가진 남자와. 그러니까, 나를 싫어하는 듯 그렇지 않고 있는 저 중국인 남자와-

"오늘 형네 집에서 자고 가도 되죠?"

키스하고 싶다.

"아니, 숙소 놔두고 맨날 우리 집에 오려고 그래?"
"좋으니까."

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젠 제 옷까지 모두 갖춰입은 남자의 손을 잡았다. 다른 멤버들은 이미 떠난지 오래고, 조금은 어두운 주변이 내가 그의 손을 잡는 것에 용기를 보태준다. 좋다. 정말로 그랬다. 나는 약간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반듯한 이마를 드러낸 그와, 그가 가진 분홍색을,

"…알았어."

아주 좋아했다.

"ももいろ"
"뭐?"
"아니에요."
"일본어 쓰지 마, 기분 나뻐."

분홍색, 그렇게 말했다는 걸 알면 더 싫어할 테니까. 
나는 이제 원래 자신의 옷으로 완전히 갈아입은 남자와 함께 드디어 방송국을 나섰다. 차가운 밤 공기가 피부결에 그대로 와닿는다. 조금 춥네요. 자연스럽게 그를 내려다보면서 이야기하자 나를 올려다 보기는 싫었던 듯 여전히 정면을 보곤 남자가 그러게. 짧은 대답을 한다.

"키스해도 돼요?"
"아니라고 하면, 안할거야?"

그 말만 듣고선 입을 맞췄다.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남들 다 보는 밖에서 방송 짤릴 사건 만들 뻔했다. 채 다 지워지지 않은 립글로즈가 질척하게, 오묘한 화장품 냄새를 풍겼다. 흐으… 금방이라도 자리를 깔고 눕고 싶을만큼 섹시한 음성이 각종 신경을 괴롭히고, 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는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어 놓았다. 형, 메이크업 다 안지워졌어요. 아랫입술을 약하게 빨아들이며 속삭이자 순식간에 탁, 남자가 나를 밀쳐냈다. 한참이나 숙이고 있었던 고개가 아릿하다.

"밖에서는 하지 마."

좋다고 하는 거짓말이면서 말이다.


***

이건… 영원히 2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먼가 스토리랑 캐릭터는 맘에 드는데 글을 넘 이상하게 써섴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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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앗 스토리 엄청 좋은데 뒷편은 없는건가여ㅠㅜㅜㅜㅠㅠ그래도 잘 읽고 갑니다!!!
9년 전
독자2
헐 왜!!! 신알신하고가요 ㅠㅠㅠ영원히 2탄 기다릴거야 ㅠㅠㅠ
9년 전
독자3
더.... 더 써주세요.......... 뒷편이 필요해욥............... 신알신을 누르겠어여.......
9년 전
독자4
왜 뒤편이 없어요ㅜㅜ제발 더 써주세요ㅜㅜ제발여ㅜㅜ
9년 전
독자5
좋은데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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