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후배 구준회X수험생 너 "야, XX! 너네 동아리 후배들이 선물 뿌렸다며. 다 하나씩 받았다던데 넌 왜 빈손이야. 후배들 사이에서도 호구 인증?" 평소에도 호구, 병신 등으로 거리낌없이 불러오던 급우 하나가 문을 열어제끼며 소리치자 책에 닿을듯이 숙여있던 고개를 급히 들어올렸다. 나만 뺐다고? 선물을? 난 그런 소리 들은 적 없는데? "아, 병신. 후배교육을 똑바로 시키셨어야지. 그 너 놀려먹던 잘생긴 애는 아무것도 안 주디? 존나 막, 걔 선수인 거 아냐? 너 알고보니까 막 걔의 아쿠아걸.." "아쿠아걸은 무슨, 니가 빈지노냐? XX야, 너 구준회가 구관으로 오란다. 우리도 한명씩 불러서 따로 받은 거야. 이벤트랍시고 2학년 많이 준비했나 보더라. 선물도 다 다르던데?" 마침 나대는 친구의 뒤로 같은 동아리 친구가 들어오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다행이다, 진짜 손 날아갈 뻔. 혼자 피식거리며 교실을 나섰다. 나름 이벤트라니 설레기도 하고, 쌀쌀한 날씨에도 외투를 금하는 학교에 손을 호호 불면서도 구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경쾌하기만 했다. 사실 이 설렘은 이벤트라는 형식 때문이 아니라, 구준회 때문이란 걸 나는 안다. . . . "어디 선배를 오라가라야, 구준회!" 구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큼지막한 상자를 들고 멀대같이 서있는 구준회였다. 춥지도 않은지 미동도 없이 상자만 내려다보고 있던 구준회는 또랑또랑한 내 음성이 울리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거 참... 잘도 생겼네. 응? 사윗감이네. 우리 엄마 사위. "선배는 무슨, 160이하는 선배 취급 안해요. 아 빨리 이거나 들어봐요, 나 팔 빠지겠다." 곧바로 응답해오는 불퉁한 목소리에 김이 쭉쭉 빠졌다. 아니 좀, 선물 준다면서 말 좀 곱게하면 덧나나. 삐뚤어진 놈 같으니. 괜스레 나온 키 얘기에 또 마음이 상해서 발걸음을 최대한 느리게 해 구준회의 앞까지 다다랐다. "누나가 키는 작아도 비율은 꽤 봐줄만 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다리가 짧은가? 왜 이렇게 오는 게 느려요. 이거 얼른 들어봐." "말 좀 곱게 하지? 나 수능 일주일 남았다, 이제 못보면 니탓 해야지." "허, 누나 머리에는 나밖에 없나? 뭘 나땜에 망해. 얼른 들어요." 사실 좀 뜨끔. 내 머리에 반은 수능이고, 반은 니 생각이긴 한데.. 또 망상을 이어가려다 추위에 얼어 벌겋게 튼 네 손에 얼른 상자를 건네 받았다 . 근데 이거, 크기에 비해 어찌 상자가 너무 가벼운데? "니가 주는 선물이라고 선물도 너 닮은 거 사왔냐? 어째 빛 좋은 개살구네. 겁나 가벼워." "나 잘생긴 건 아나봐요? 거 치렁치렁한 머리나 좀 묶어봐." 머리? 머리는 또 왜. 입을 열어 반문하려다 가만히 저를 내려다보는 눈짓에 괜히 쫄아선 얌전히 머리를 묶었다. 내가 저런 걸 후배라고.. 저런 걸 좋아한다고. "예, 묶었습니다. 아주 니가 선배고 오빠고 다 하지?" "...오빠 그거 좋네. 오빠, 할까?" 잔머리를 정리하며 툴툴대던 제 말에 응답해온 너의 말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사실 장난이라면 숱하게 나눴지만, 뭔가 묵직한 톤이 평소와는 달랐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벙쪄있던 나를 두고 구준회가 상자를 열어 두툼한 목도리를 꺼냈다. 선물이, 목도리였구나. "이게 뭔지 알아요?" "..내가 진짜 똥멍청인줄 아나. 목도리잖아, 목도리." 맞아요, 목도리. 싱거운 답이 이어지고, 그 음성에 이어 전혀 싱겁지 않은 손길이 닿았다. 네 시선 한참 아래에 위치한 내 목덜미 위로 풍성한 질감이 목을 휘감았다. 한 번, 두 번... 구준회의 손이 제 목과 머리칼을 살짝씩 스치며 목도리를 두를 때마다 침이 절로 꿀꺽 삼켜졌다. 얘가, 지금 나랑 뭐하자고 이러는 거지. 네 손과 눈을 위아래로 번갈아 보며 의도를 파악하던 중 겹겹이 싸인 목도리가 매듭지어졌다. "작년처럼 감기 걸리지 말고, 수능 잘 보라고요." 괜히 설렐 짓은 다 해놓고, 막판에 초치기는 어디서 배워왔니 준회야. 유난스럽지도 않은 대사에 감기 안 걸려, 나 철인이야 하고 뻔스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묘한 실망감에 '할 말 끝났지?' 하곤 뒤돌아 가려던 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