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썩은 말뚝을 뽑았다
뭉개진 끝동에서 흙냄새가 묻어 나왔다
비가 내린 뒤 베인 습기처럼 짙고
살아있는 나무 뿌리마냥 거친
그 밑동을 들어내었다
상처가 난 듯 손끝이 아려왔다
핏물이 밴 곳에 썩은 말뚝 조각이 베겼다
손끝이 푸르게 피다가 이내 선명해졌다
나는 작은 나무조각을 손에서 뺐다
애써 힘을 줄 수 록 더 깊히 기어들어가선
난중에는 심장까지 찌르던 그 조각을
나는 애써 빼버리려 안달하였다
심장에 핏물이 배었다
한 때 말뚝이 박혀있던 땅이 깊숙이 파여 눈물을 흘렸다
아프지 않은 척해보아도 억지로 매운 구멍은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심장에 푸르게 멍이 피어올랐다
나는 썩은 말뚝을 등에 지었다
평평한 돌무덤에 올라앉아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썩은 말뚝을 던지고 타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검은 재가 내 손끝에 묻었다
지워지지 않는 재가 내 마음에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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