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너의 새끼손가락이 굽어있었다. 왜 그러냐며 물었을때 너는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네 손가락이 굽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았다며 네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너를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고있지?" "뭘?" 애써 숨긴 너의 비밀을 네가 꺼내려한다. "너가 생각한게 맞아. 내 손가락이 굽은건 일종의 증표랄까." "그, 그러면 나는 다신 널 못 보는거야?" "나에게 의지하려 하지마. 네 앞에는 나보다 더 큰 세상이 있어." "아니야, 내 세상은 네가 전부야. 나는 너 없인 못 살아." 나는 네게 매달렸다. 날 버리지마, 그러지마. 난 네가 전부야. 난 너 뿐이야. 하지만 너는 단호했다. "아니, 나는 이제 네 사람이 아니야. 너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해. 너를 여기에 붙잡아둔건 내 더러운 욕심일 뿐이었어. 나는 네게 그러면 안됐었어." 너는 내 눈 위로 손을 올려 눈을 감겼다. "자, 너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때 보이는 곳이 너의 현실이고 네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이야." "아, 아냐. 그러지마. 제발 그러지마! 난 너 없이 못 살아. 응? 제발, 제발 그러지마." 그러지 말라며 나는 울며 소리치곤 내 눈을 덮은 너의 손을 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안돼, 날 버리지마. 난 너 밖에 없단 말이야. 넌 내 전부란 말이야. 자, 초를 셀게. 그리고 초가 끝나는 순간 들리는 '딱'소리를 들으면 너는 눈을 뜨는거야. 셋, 안돼, 하지마! 제발 그러지마, 제발! 둘, 미, 미안해. 내가,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러지마, 응? 그러지마. 하나, 딱- 안돼, 안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붙잡았던 너의 손은 사라지고 난 눈물로 흥건해진 눈을 손으로 덮고 있었다. 네가 없는 현실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고, 꿈에서라도 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네가 있던 현실이 꿈이 되었다. 나는 대답도 못했는데, 그렇게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말을 하면 어쩌자는거야, 이 멍청아. 대답은 들었어야지. 대답은 듣고 날 보냈어야지. 귓가에 울리던 나지막한 너의 목소리. 떨리던 너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뱉은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나도 널 사랑한단 말이야. 우는게 틀림없었던 떨리던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맴돈다. 착한 새끼, 차라리 잊지 말아달라고 그러지. 왜, 널 계속 기억해달라는 말은 안 해. 왜 끝까지 미련하게 착한거야 이 바보야. 나는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현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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