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뱉었다. 어제가 동지라 그런가 깊은 입김이 나왔다. 깜깜하던 골목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집에 들어서려다, 발걸음을 돌려 골목을 나왔다. 어디론가 가보려곤 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어 다시 발걸음을 돌려 빛이 새어나오는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가도, 막상은, 들어가기가 싫어 그 앞을 서성여 땅을 툭툭 신발로 쳐보기도 하다가 그 앞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기도 하다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그래, 그러다가 빛이 새어나오는 집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따뜻한 공기가 덮치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느 부분은 답답하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곤 했다. 가족들의 눈이 나를 향했고, 따스한 된장찌개와 밥이 나를 반겼다. 나는 입고 나갔던 코트와 목도리를 벗어놓고 따스한 된장찌개를 한 큰 술 떴다. 맛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내게 무슨 일 있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나았다. 사람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과 고뇌가 필요하고, 그 시간과 고뇌를 방해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엄마가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고추떡과 고소한 간장과의 조화는 아주 훌륭했다. 나는 익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물 한 잔, 아빠 물 한잔 나란히 따라 상에 놓았다. 먹다 남은 물은 싱크대에 버리고 나는 일어섰다. 방 안에 누워 바라보는 창은 아주 찼다. 창을 열어 밖을 바라보자 괜히 더 센치해졌다. 그래,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괜히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망설여지고, 방금 전에 친구들과 있었던 내가 내 자신이 맞나 싶고, 꿈만 같이 느껴지고, 무언가 허하고 허망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 인가 보다. 그래 그런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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