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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 전체글ll조회 503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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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날


05


-



W. 이규





김태형은 당분간이 아닌, 아예 만나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그게 괘씸해서 나도 뻔히 어디 있는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찾아가거나 그러진 않았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도 좋게 만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헤어짐 따위는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잠깐 지나가는 어디 스치는 그런 인연이겠거니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웃기게도 그렇게 불편해하던 태형과의 만남이었으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함을 느꼈다. 서운함을 느끼는 자체도 이상했다. 아니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잠깐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태형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편의점 창문 밖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지루한 날의 연속이었다.




“ 5600원입니다. 영수증 필요하세요? ”




바코드의 삑- 거리는 소리는 안 그래도 태형 때문에 짜증이 난 성질을 돋우었다. 그리고 담배를 정리하다 며칠 전 그가 지명했던 담배를 무심코 보았는데 그 뻔뻔하고 여유로운 얼굴이 생각나 괘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 결과,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총 매출액에서 4310원이라는 마이너스를 냈다. 비가 오기 전에 퇴근을 하려 서둘러 교대를 하고 편의점 밖을 나왔다. 오늘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나는 또 우산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집에 가야만 했다. 몸을 적실 정도는 아니었지만 얇게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포기하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어깨가 점점 젖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다다랐을 때 그 날의 태형이 생각났다. 그는 왜 화가 난 것인지 며칠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조용한 집 안에 들어가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것에 괜히 나도 모르게 풀이 죽었다. 조용하니 이 생각 저 생각 다 드는 것이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걱정됐다. 내가 자퇴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내게 불편한 마음을 심어준 태형은 처음부터 내 곁에 없던 사람처럼 더 이상 내 일상에 껴들어오지 않았다. 그 불편함이라는 느낌이 무감각해질 때 즈음 웅덩이에 큰 돌을 던져 파동이 일 듯 내 마음을 크게 일게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엄청 크게. 여느 때 처럼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던 중이었는데 방학이 끝났는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며칠 전 부터 눈에 띄었다. 날씨는 내 처지와는 다르게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교복을 보며 좋지 않은 기억들을 상기시키고있었다. 딸랑- 하는 소리에 지겹다고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어서오세요를 외쳤는데 숨이 턱 막혀버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5 | 인스티즈


“ ...김탄소? ”




정국이었다. 단정한 교복과 정돈 된 앞머리. 그는 여전히 환했다. 그 동그란 눈은 내게 많은 것을 묻고 있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카운터에 멀거니 서서 정국의 시선만 받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왜 여기 온 것인지, 방학은 잘 보냈는지 물어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그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 대답 없는 나를 보곤 고개를 푹 숙이는가 싶더니 음료 매대로 가서 보리차 하나를 집어 왔다. 말 없이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우스울까? 헤진 편의점 조끼를 입은 나와는 다르게 정국은 빛이 났다. 영수증과 몇 개의 동전을 그의 손에 건냈다. 그 의문 가득한 눈을 맞출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도 들 수 없었다. 정국은 그런 내게 넌지시 물었다.




“ 몇 시에 끝나? ”

“ ...6시. ”

“ 20분 정도 남았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앞에서 기다릴게. ”




정국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그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소매로 눈가를 서둘러 닦아냈다. 끝날 시간 까지 20분. 그 시간이 엄청 길게만 느껴졌다. 나한테 많이 화가 났겠지, 고요했던 내 마음은 비상이었다. 제대로 된 사고조차 되지 않아 관자놀이 부근이 뜨끈거렸다. 그 긴 20분이 끝나고 가져온 모자를 눌러쓰고는 정국에게 다가갔다. 엄청난 긴장감에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뒤를 돌아 수고했다며 옅게 웃어보였다. 어디서 얘기하는게 편하냐고 묻는 말에 아무데나 괜찮다며 대답했다.


그는 따라오라며 손목을 잡으려다 멈칫 하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고개를 저었다. 눈가도 점점 뜨거워지는게 목도 매어왔다. 앞장서는 그의 뒤에서 몰래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놀이터 정자에 날 데려왔고 벤치에 묻은 흙먼지를 맨손으로 털어내 주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애석하기만 했다. 순식간에 정적이 되어버렸고 정국은 발 장난을 했다. 태형에게 정국의 이야기를 다 털어낸 후 그를 바라보니 배가 간질거리는게 그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릎 위에 올려진 손을 꼼지락거리는데 정국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얘기 해 줄 수 있어? 왜 학교 안나오고 거기에 있었는지... ”




정국은 묵묵히 내 대답을 기다려줬다.




“ ... 나 자퇴했어. ”




조용히 그의 고개가 들리고 시선을 나를 향했다. 왜...왜... 그의 목소리가 닿는 곳 없이 퍼졌다. 그는 저 때문이냐며 목소리를 떨었고,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대충 예상은 했다며 내 걱정을 했단다. 기분이 이상한게 간질거리면서 저릿하니 몸을 가만두기 괴로웠다.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삐죽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 것만 같은데, 이대로 그가 가버리면 나는 후회 할 것이 뻔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겨우겨우 짜내서 한 말을 내 마음과 반대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 넌 왜 여기 있어. 너네 집 쪽 여기 아니잖아. ”

“ ...다른 생각 하다가 내릴 정류장을 놓쳤어. 그러다가 우연히 들린거고. ”

“ ...... ”

“ 정말이야. 미안해 불편했지. 늦었다 데려다 줄게. ”

“ ...아니야 혼자 갈 수 있어. 너 내일 학교 가잖아. 괜찮아. ”




정국은 자기가 그러고 싶다며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무거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따라오는 그 덕에 발걸음에 무게가 더해졌다. 해가 거의 다 지려 하는지 검은 하늘 가장 아랫쪽에 붉은 빛이 섞여있었다. 집에 가까워 질 수록 걸음을 최대한 늦췄다. 더 그의 눈빛을 담고 싶어서. 나의 바람과는 달리 집에 도착하려면 겨우 몇 걸음만을 남기고 있었고,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정국에게 진심을 다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도. 영영 안 볼 사람 처럼 말하네. 정국은 아무 말도 없는 날 보더니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뭔가를 부스럭 거리며 꺼내 내 손에 한가득 쥐어줬다. 나에게 자주 주곤 했던 사탕이었다. 




“ 너한테 줄 일이 없어서 많이 남네.  ”

“ ...... ”

“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다. ”

“ ...너 때문이 아니잖아. 걔네가 그런거고. ”

“ 그래도 원인은 나잖아. ”




더 이상 정국에게선 달콤한 사탕 향이 나지 않았다. 입 안이 너무 써서 미칠 것 같았다.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처럼 일렁였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5 | 인스티즈



불편한 날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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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이규





김태형은 당분간이 아닌, 아예 만나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그게 괘씸해서 나도 뻔히 어디 있는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찾아가거나 그러진 않았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도 좋게 만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헤어짐 따위는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잠깐 지나가는 어디 스치는 그런 인연이겠거니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웃기게도 그렇게 불편해하던 태형과의 만남이었으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함을 느꼈다. 서운함을 느끼는 자체도 이상했다. 아니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잠깐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태형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편의점 창문 밖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지루한 날의 연속이었다.




“ 5600원입니다. 영수증 필요하세요? ”




바코드의 삑- 거리는 소리는 안 그래도 태형 때문에 짜증이 난 성질을 돋우었다. 그리고 담배를 정리하다 며칠 전 그가 지명했던 담배를 무심코 보았는데 그 뻔뻔하고 여유로운 얼굴이 생각나 괘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 결과,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총 매출액에서 4310원이라는 마이너스를 냈다. 비가 오기 전에 퇴근을 하려 서둘러 교대를 하고 편의점 밖을 나왔다. 오늘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나는 또 우산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집에 가야만 했다. 몸을 적실 정도는 아니었지만 얇게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포기하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어깨가 점점 젖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다다랐을 때 그 날의 태형이 생각났다. 그는 왜 화가 난 것인지 며칠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조용한 집 안에 들어가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것에 괜히 나도 모르게 풀이 죽었다. 조용하니 이 생각 저 생각 다 드는 것이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걱정됐다. 내가 자퇴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내게 불편한 마음을 심어준 태형은 처음부터 내 곁에 없던 사람처럼 더 이상 내 일상에 껴들어오지 않았다. 그 불편함이라는 느낌이 무감각해질 때 즈음 웅덩이에 큰 돌을 던져 파동이 일 듯 내 마음을 크게 일게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엄청 크게. 여느 때 처럼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던 중이었는데 방학이 끝났는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며칠 전 부터 눈에 띄었다. 날씨는 내 처지와는 다르게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교복을 보며 좋지 않은 기억들을 상기시키고있었다. 딸랑- 하는 소리에 지겹다고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어서오세요를 외쳤는데 숨이 턱 막혀버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5 | 인스티즈


“ ...김탄소? ”




정국이었다. 단정한 교복과 정돈 된 앞머리. 그는 여전히 환했다. 그 동그란 눈은 내게 많은 것을 묻고 있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카운터에 멀거니 서서 정국의 시선만 받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왜 여기 온 것인지, 방학은 잘 보냈는지 물어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그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 대답 없는 나를 보곤 고개를 푹 숙이는가 싶더니 음료 매대로 가서 보리차 하나를 집어 왔다. 말 없이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우스울까? 헤진 편의점 조끼를 입은 나와는 다르게 정국은 빛이 났다. 영수증과 몇 개의 동전을 그의 손에 건냈다. 그 의문 가득한 눈을 맞출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도 들 수 없었다. 정국은 그런 내게 넌지시 물었다.




“ 몇 시에 끝나? ”

“ ...6시. ”

“ 20분 정도 남았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앞에서 기다릴게. ”




정국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그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소매로 눈가를 서둘러 닦아냈다. 끝날 시간 까지 20분. 그 시간이 엄청 길게만 느껴졌다. 나한테 많이 화가 났겠지, 고요했던 내 마음은 비상이었다. 제대로 된 사고조차 되지 않아 관자놀이 부근이 뜨끈거렸다. 그 긴 20분이 끝나고 가져온 모자를 눌러쓰고는 정국에게 다가갔다. 엄청난 긴장감에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뒤를 돌아 수고했다며 옅게 웃어보였다. 어디서 얘기하는게 편하냐고 묻는 말에 아무데나 괜찮다며 대답했다.


그는 따라오라며 손목을 잡으려다 멈칫 하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고개를 저었다. 눈가도 점점 뜨거워지는게 목도 매어왔다. 앞장서는 그의 뒤에서 몰래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놀이터 정자에 날 데려왔고 벤치에 묻은 흙먼지를 맨손으로 털어내 주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애석하기만 했다. 순식간에 정적이 되어버렸고 정국은 발 장난을 했다. 태형에게 정국의 이야기를 다 털어낸 후 그를 바라보니 배가 간질거리는게 그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릎 위에 올려진 손을 꼼지락거리는데 정국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얘기 해 줄 수 있어? 왜 학교 안나오고 거기에 있었는지... ”




정국은 묵묵히 내 대답을 기다려줬다.




“ ... 나 자퇴했어. ”




조용히 그의 고개가 들리고 시선을 나를 향했다. 왜...왜... 그의 목소리가 닿는 곳 없이 퍼졌다. 그는 저 때문이냐며 목소리를 떨었고,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대충 예상은 했다며 내 걱정을 했단다. 기분이 이상한게 간질거리면서 저릿하니 몸을 가만두기 괴로웠다.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삐죽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 것만 같은데, 이대로 그가 가버리면 나는 후회 할 것이 뻔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겨우겨우 짜내서 한 말을 내 마음과 반대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 넌 왜 여기 있어. 너네 집 쪽 여기 아니잖아. ”

“ ...다른 생각 하다가 내릴 정류장을 놓쳤어. 그러다가 우연히 들린거고. ”

“ ...... ”

“ 정말이야. 미안해 불편했지. 늦었다 데려다 줄게. ”

“ ...아니야 혼자 갈 수 있어. 너 내일 학교 가잖아. 괜찮아. ”




정국은 자기가 그러고 싶다며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무거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따라오는 그 덕에 발걸음에 무게가 더해졌다. 해가 거의 다 지려 하는지 검은 하늘 가장 아랫쪽에 붉은 빛이 섞여있었다. 집에 가까워 질 수록 걸음을 최대한 늦췄다. 더 그의 눈빛을 담고 싶어서. 나의 바람과는 달리 집에 도착하려면 겨우 몇 걸음만을 남기고 있었고,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정국에게 진심을 다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도. 영영 안 볼 사람 처럼 말하네. 정국은 아무 말도 없는 날 보더니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뭔가를 부스럭 거리며 꺼내 내 손에 한가득 쥐어줬다. 나에게 자주 주곤 했던 사탕이었다. 




“ 너한테 줄 일이 없어서 많이 남네.  ”

“ ...... ”

“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다. ”

“ ...너 때문이 아니잖아. 걔네가 그런거고. ”

“ 그래도 원인은 나잖아. ”




더 이상 정국에게선 달콤한 사탕 향이 나지 않았다. 입 안이 너무 써서 미칠 것 같았다.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처럼 일렁였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5 | 인스티즈



불편한 날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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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이규





김태형은 당분간이 아닌, 아예 만나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그게 괘씸해서 나도 뻔히 어디 있는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찾아가거나 그러진 않았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도 좋게 만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헤어짐 따위는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잠깐 지나가는 어디 스치는 그런 인연이겠거니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웃기게도 그렇게 불편해하던 태형과의 만남이었으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함을 느꼈다. 서운함을 느끼는 자체도 이상했다. 아니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잠깐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태형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편의점 창문 밖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지루한 날의 연속이었다.




“ 5600원입니다. 영수증 필요하세요? ”




바코드의 삑- 거리는 소리는 안 그래도 태형 때문에 짜증이 난 성질을 돋우었다. 그리고 담배를 정리하다 며칠 전 그가 지명했던 담배를 무심코 보았는데 그 뻔뻔하고 여유로운 얼굴이 생각나 괘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 결과,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총 매출액에서 4310원이라는 마이너스를 냈다. 비가 오기 전에 퇴근을 하려 서둘러 교대를 하고 편의점 밖을 나왔다. 오늘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나는 또 우산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집에 가야만 했다. 몸을 적실 정도는 아니었지만 얇게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포기하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어깨가 점점 젖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다다랐을 때 그 날의 태형이 생각났다. 그는 왜 화가 난 것인지 며칠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조용한 집 안에 들어가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것에 괜히 나도 모르게 풀이 죽었다. 조용하니 이 생각 저 생각 다 드는 것이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걱정됐다. 내가 자퇴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내게 불편한 마음을 심어준 태형은 처음부터 내 곁에 없던 사람처럼 더 이상 내 일상에 껴들어오지 않았다. 그 불편함이라는 느낌이 무감각해질 때 즈음 웅덩이에 큰 돌을 던져 파동이 일 듯 내 마음을 크게 일게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엄청 크게. 여느 때 처럼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던 중이었는데 방학이 끝났는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며칠 전 부터 눈에 띄었다. 날씨는 내 처지와는 다르게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교복을 보며 좋지 않은 기억들을 상기시키고있었다. 딸랑- 하는 소리에 지겹다고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어서오세요를 외쳤는데 숨이 턱 막혀버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5 | 인스티즈


“ ...김탄소? ”




정국이었다. 단정한 교복과 정돈 된 앞머리. 그는 여전히 환했다. 그 동그란 눈은 내게 많은 것을 묻고 있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카운터에 멀거니 서서 정국의 시선만 받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왜 여기 온 것인지, 방학은 잘 보냈는지 물어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그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 대답 없는 나를 보곤 고개를 푹 숙이는가 싶더니 음료 매대로 가서 보리차 하나를 집어 왔다. 말 없이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우스울까? 헤진 편의점 조끼를 입은 나와는 다르게 정국은 빛이 났다. 영수증과 몇 개의 동전을 그의 손에 건냈다. 그 의문 가득한 눈을 맞출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도 들 수 없었다. 정국은 그런 내게 넌지시 물었다.




“ 몇 시에 끝나? ”

“ ...6시. ”

“ 20분 정도 남았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앞에서 기다릴게. ”




정국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그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소매로 눈가를 서둘러 닦아냈다. 끝날 시간 까지 20분. 그 시간이 엄청 길게만 느껴졌다. 나한테 많이 화가 났겠지, 고요했던 내 마음은 비상이었다. 제대로 된 사고조차 되지 않아 관자놀이 부근이 뜨끈거렸다. 그 긴 20분이 끝나고 가져온 모자를 눌러쓰고는 정국에게 다가갔다. 엄청난 긴장감에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뒤를 돌아 수고했다며 옅게 웃어보였다. 어디서 얘기하는게 편하냐고 묻는 말에 아무데나 괜찮다며 대답했다.


그는 따라오라며 손목을 잡으려다 멈칫 하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고개를 저었다. 눈가도 점점 뜨거워지는게 목도 매어왔다. 앞장서는 그의 뒤에서 몰래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놀이터 정자에 날 데려왔고 벤치에 묻은 흙먼지를 맨손으로 털어내 주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애석하기만 했다. 순식간에 정적이 되어버렸고 정국은 발 장난을 했다. 태형에게 정국의 이야기를 다 털어낸 후 그를 바라보니 배가 간질거리는게 그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릎 위에 올려진 손을 꼼지락거리는데 정국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얘기 해 줄 수 있어? 왜 학교 안나오고 거기에 있었는지... ”




정국은 묵묵히 내 대답을 기다려줬다.




“ ... 나 자퇴했어. ”




조용히 그의 고개가 들리고 시선을 나를 향했다. 왜...왜... 그의 목소리가 닿는 곳 없이 퍼졌다. 그는 저 때문이냐며 목소리를 떨었고,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대충 예상은 했다며 내 걱정을 했단다. 기분이 이상한게 간질거리면서 저릿하니 몸을 가만두기 괴로웠다.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삐죽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 것만 같은데, 이대로 그가 가버리면 나는 후회 할 것이 뻔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겨우겨우 짜내서 한 말을 내 마음과 반대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 넌 왜 여기 있어. 너네 집 쪽 여기 아니잖아. ”

“ ...다른 생각 하다가 내릴 정류장을 놓쳤어. 그러다가 우연히 들린거고. ”

“ ...... ”

“ 정말이야. 미안해 불편했지. 늦었다 데려다 줄게. ”

“ ...아니야 혼자 갈 수 있어. 너 내일 학교 가잖아. 괜찮아. ”




정국은 자기가 그러고 싶다며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무거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따라오는 그 덕에 발걸음에 무게가 더해졌다. 해가 거의 다 지려 하는지 검은 하늘 가장 아랫쪽에 붉은 빛이 섞여있었다. 집에 가까워 질 수록 걸음을 최대한 늦췄다. 더 그의 눈빛을 담고 싶어서. 나의 바람과는 달리 집에 도착하려면 겨우 몇 걸음만을 남기고 있었고,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정국에게 진심을 다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도. 영영 안 볼 사람 처럼 말하네. 정국은 아무 말도 없는 날 보더니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뭔가를 부스럭 거리며 꺼내 내 손에 한가득 쥐어줬다. 나에게 자주 주곤 했던 사탕이었다. 




“ 너한테 줄 일이 없어서 많이 남네.  ”

“ ...... ”

“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다. ”

“ ...너 때문이 아니잖아. 걔네가 그런거고. ”

“ 그래도 원인은 나잖아. ”




더 이상 정국에게선 달콤한 사탕 향이 나지 않았다. 입 안이 너무 써서 미칠 것 같았다.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처럼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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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늦었네 김탄소.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태형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몸을 일으켜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시원하면서도 무거운, 그리고 달갑지 않은 매캐한 냄새가 절로 인상을 찡그리게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새하얀 하복 셔츠 주머니엔 각진 물건이 들어있는듯 했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구나 싶어 괘씸하기도 하고 지금 내 얼굴은 말이 아닐것 같아 창피하기도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러자 태형은 내 팔목을 잡고는 어디가냐며 물었다. 




“ 아예 안 볼 생각 아니였어? ”

“ 당분간 보지 말자 했지, 아예 보지 말자고는 안했는데 난. ”

“ 그 때 그렇게 마주치고 그냥 갔잖아. 넌 어떻게 다 니 마음대로야? ”

“ ...... ”

“ 들어가볼게. ”

“ ...이번엔 왜 울었는데. ”




입술을 깨물었다. 안 울었어. 거짓말인게 당연히 티나겠지, 눈 꼬리에 눈물을 잔뜩 매달고 있는데 태형은 날 보고는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쳤다. 거기에 기분이 상해 내 팔목을 잡고있던 태형의 팔을 쳐냈다. 그가 잡고 있던 부분이 뜨끈했다. 그의 기분도 나처럼 좋지 않아 보였다. 입 안에 달콤함을 내뿜는 사탕이 거슬렸다. 목구멍으로 단맛이 계속해서 넘어갔지만 왜인지 쓰기만 했다. 거의 다 녹은 사탕을 이로 깨물었다. 태형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던 중 귀에 박힌 말이 있으니





“ 네...? ”

“ 혹시 김태형이랑 친구에요? ”




김태형이라는 이름에 눈이 커진 남자 아이는 잠시 정적을 유지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면 뭐? 어쩌려고. 순간적으로 태형의 비릿한 미소가 생각나 지민을 놓았다. 친구라는게 그냥 같은 반 이름만 아는 그런 친구일수도 있는건데 내가 너무 주제넘게 행동한 것 같아 지민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아마 그는 윤기에게 볼 일이 있는 듯 했다. 건물을 빠져나와 핸드폰을 양 손으로 쥐고 수신자에 김태형을 적어놓곤 텍스트를 몇번이나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짜증나고 불편한 태형을 나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도 만나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었다. 결국 고민한것이 무색하게 태형에게 ‘얘기 좀 해’ 하나만 보내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불편한 마음에 물을 마시고 싶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중 자꾸만 고이는 눈물을 훔쳐냈고, 그와 동시에 익숙한 꽃 향이 코 끝을 스쳤다. 


겨우겨우 도착한 집에서 다시 확인한 핸드폰에는 아무 답장도 오지 않았다. 아무 답장이 없는 태형과의 메시지와 오래전 주고 받았던 정국과의 메시지를 내 의지와는 다르게 계속 하릴없이 반복해서 읽었다. 요 며칠 사이에 정국과 태형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지 명치가 따끔하게 아팠다. 스트레스성 위염을 이런식으로 또 겪게 될 줄이야. 부엌 서랍에서 액상 타입의 약을 꺼내 쭉 짜서 먹었다. 몇 번을 먹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맛에 미간을 찌뿌렸다. 선반에 올려져 있던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정국과도 태형과도 제대로 끝을 마무리 짓지 않아서 이렇게 아픈건가 싶다. 내일 알바하러 가기가 싫다. 







/








며칠이 지나도 태형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여전히 정국과 주고 받은 오래된 메시지를 이유없이 읽었다. 자책 하기도 수십번, 마지막으로 태형을 본 그 날을 생각하며 그 때 이러지 말걸 하며 후회를 반복했다. 따끔 거리는 명치도 괜찮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반복되는 자책과 후회로 정신마저 병들었다. 손과의 마찰이 잦아서 눈가는 살짝 닿기만 해도 쓰라렸고 거기에 더 덧나게 매일 같이 울었다. 태형이 쓴 포스트잇과 그의 화난 표정의 온도 차와 정국의 눈물이 날 더 아프게 만들었다. 속을 개워 내기도 여러번, 목이 다 상해서 뭘 먹을 수도 없어서 반복 되는 악순환에 나는 처참하게 망가졌다. 잦은 실수로 알바를 하던 편의점에서 잘렸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 안에만 박혀 대략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허무하게 보냈다. 


아 이대론 죽겠다 싶어서 아무거나 먹자 하고 생각해낸건 죽이었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거나 대충 주워 입고는 집을 나섰다. 이제 막 해가 지고 있었고 해가 지기 전에 빨리 갔다와야겠다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집을 나와 조금 걸어 나오니 매캐한 냄새와 담벼락 앞에 담배 꽁초 한 두개가 떨어져 있었다. 김태형이다 이건 .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냄새가 남아있는걸 보니 멀리 가진 않았을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뛰었다. 상한 몸 덕에 얼마 못가 넘어졌고 일어나기 힘들었다. 얼굴은 눈물로 젖어있고 무릎은 까져서 피가 맺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핸드폰을 켜서 태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어지는 연결음에 역시 안받는구나 싶어 종료버튼을 누르려던 참에 태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 여보세요. 

“ ...... ”

- 박지민 너 그만 좀 해. 이번엔 누구꺼냐?

“ 김태형... ”

- ...김탄소?




잔뜩 갈라진 내 목소리는 들어주기 힘들었다. 박지민이라면 윤기의 작업실 앞에서 본 그 남자아이인가? 그런 생각도 잠시 태형은 내 목소리만 듣고는 무슨 일 있냐며 집 앞 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 말에 좋다 싶다가도 내 꼴이 생각나 걱정도 되었다. 전화가 끊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태형이 왔고 나를 본 태형의 표정은 쉽게 구겨졌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5 | 인스티즈


“ 뭐야 너 왜이래. ”

“ 왜 이렇게 빨리 왔어. ”

“ 너 지금 꼴이 왜 그러냐고!!! ”




애써 참으려던 눈물이 고장난 것 마냥 쏟아졌다.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그는 날 일으켜 부축하고 날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들어가도 되냐는 그의 말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와서는 어둑어둑한 집 안을 둘러보더니 나를 침대에 눕히곤 하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낯설기만 한 그의 진심은 짜증나게도 날 간지럽게 했다.




“ 야 아까 화낸거... 미안해 걱정되서 그랬어. ”

“ ...아니야 내가 미안해 그 날 너한테 까칠하게 굴었던거. ”




태형은 아니라며 뭐 좀 먹었냐고 묻더니, 가로로 젓는 내 고개에 잠깐 나갔다온다고 했다. 어딜 가냐는 내 물음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 문을 여니 숨을 몰아 쉬는 태형이 서있었다. 그의 손에는 봉지가 들려있었다. 그는 들어와 내게 앉아보라고 했고 봉지를 뒤적거리더니 내 무릎에 이것저것 바르고는 큼직한 반찬고를 붙였다. 따가워서 미간을 좁히고 있으니 태형이 아프냐고 물었고 나는 그 물음에 끄덕였다. 태형은 반찬고를 뜯고 남은 잔여물들을 주워 담고는 서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긴 정적을 내가 먼저 깼다.




“ 아까 전화했을 때 박지민이라고 한거... ”

“ 아 그거... 그냥, 그런게 있어. ”

“ 그래... 근데 너 아까 왔다갔었지. ”




눈을 크게 뜨고는 어떻게 알았냐며 묻는 태형의 말에 담배 꽁초 이야기를 하니 아- 하며 탄식했다. 그래서 빨리 왔구나? 응.  조용히 피지마라 하니 알겠다며 대답을 했다. 왜 왔냐 물으니 저도 말을 심하게 한게 마음에 쓰였단다. 그래 그토록 자책하고 후회하며 바랐던 태형과의 만남이 성사 됐으니 이제 해야할 말을 해야겠다.




“ 그리고 핸드크림... 고마워. 향이 너무 좋더라. ”

“ ...너 목소리는. ”




갈라진 내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놀랄 정도 였으니까 물어봤을거다. 한동안 아팠다고 하니 태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자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자퇴를 하던 날, 그 이후로 약 한달이 좀 넘는 시간 동안 태형은 많이 변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꼈다.묘한 긴장감 속, 내 앞에 서있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는 눈을 맞췄다. 나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손에 땀이 맺혔다.




“ 너 때문에 그런거 아니야. ”

“ ...그럼. ”

“ 나 때문이야 다. ”




내가 너무 멍청해서 그래. 이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를 보고 그에게 웃어보였다 진심으로. 고마워 치료해줘서. 먼저 찾아와 줘서. 그는 뒷 목을 긁더니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또 꺼냈다. 인스턴트 죽이었다. 마침 죽을 사려 가려던 길에 전화했다고 하니, 아픈 것 같아서 급하게 사왔다고 했다. 이럴 필요 까지 없다고 하니까 보기 좋게 웃는 태형이다. 




“ 너도 그 때 나한테 이렇게 해줬잖아. ”

“ 아 그 때 그거... 별 거 아니었는데. ”



태형은 가봐야 겠다며 테이블에 올려둔 죽을 꼭 먹으라며 당부했다. 전복죽 싫은데. 중얼거리니 안 먹는것보단 낫다며 먹으라고 했다. 태형을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니 어깨도 벌어지고 키도 꽤 큰게 다시 보였다. 그냥 고마워서 달리 보이는거겠지 하며 몰래 훔쳐보던 중 신발을 다 신은 태형이 대뜸 입을 연다. 신속히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괜히 팔뚝만 만지작 거렸다.




“ 내일 보자. ”

“ 그래. ”

“ 정말로. ”

“ 응. ”





쾅- 하고 닫힌 문 앞에 서있는 나는 긴장이 한번에 풀리면서 울렁거림이 몰려왔다. 집 안에 남아있는 태형의 특유의 향과 매캐함이 오늘 따라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지잉- 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 지금와서 얘기하는데

- 그 때 나 아플때 사다준 것들 고마웠어




낯선 태형의 진심은 내 위장통 마저 잊게 날 간질였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갑작스럽게 변했다. 지금 내 마음의 이질감은 뭘까. 태형과 내 사이가 급격히 좁혀진 느낌이었다. 쉽게 잠들지 않는 밤이다.









*







안녕하세요 이규입니다!

이번엔 대사 중간중간에 짤들을 넣어봤는데 어떤가요??

불편하시다면 수정을 하려 합니다! 

더 좋다면 그 전 화들도 짤을 추가해 수정하려고 해요^_^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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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글 진짜 너무 잘 쓰셔서 불편한날 시리즈 몰입해서 봤습니다
3년 전
이규
헉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 거의 중단한 듯 연재하지 않았는데 ㅜㅠ 이렇게 봐주시다니 너무 감사해요!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3년 전
독자2
앗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글 진짜 잘 쓰시는 것 같아요ㅠㅠ!!!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완전 몰입해서 진짜 잘봤어용😃😃😘
3년 전
이규
과찬이십니다 ㅠㅠㅠ현생에 치여서 오래 연재하지 못했는데 꼭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_! 재밌게 봐주셨다니 다행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ㅜㅜㅜ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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