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있다.
"형아-!"
"그렇게 보고싶었어? 오자마자 안기다니."
"그럼 보고싶었지. 일 때문에 볼틈이 거의 없잖아."
바로 지금 내 품에 아긴 이 아이.
솔직히 나도 이 아이와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이렇게 된 계기는 불과 4개월 전의 일 때문.
◈
4개월 전, 그 당시 나는 경찰서에서 근무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이었다.
"이 형사. 미안한데 자네가 얘 좀 봐줘야겠어."
그러던 어느 날, 저녁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로 나가려는데 검무관님이 나에게 일을 부탁하셨다.
"알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고오세요."
"그래. 수고하는 대신 올때 맛있는 거 좀 사다줄게."
"그럼 다녀오세요."
그리고 검무관님을 통해 지금의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
"일단 앉아서 얘기 좀 해볼까?"
그 당시 그 아이의 모습은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모습으로 얼굴은 상처투성이에다 손에는 흉터까지 보였다.
"보아하니 싸움 하다가 온거같은데... 맞지?"
"알아서 뭐하게요."
"나랑 얘기를 해야 문제가 풀리고 너도 집에 갈 수 있어."
"아씨... 귀찮은데."
게다가 건방진 모습까지 갖춘게 영락없는 불량학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왜 싸운거야?"
"친구들이랑 놀다가 술취한 아저씨가 괜히 시비를 털어서요."
"그럼 그냥 신경 끄면 되는걸 뭣하러 일이 커지게 했어?"
"저도 신경 안 쓰려 했는데 자꾸 다가와서 지랄 떨잖아요."
"그렇다고 그렇게 주먹을 막 쓰면 안 되지. 후우..."
"..."
처음엔 이 아이를 어찌하나 살짝 막막 했었지 아마...
"일단 너 부모님 이름이랑 전화번호 대봐."
"그런 거 없어요."
"뭐?"
"부모님은... 저같은 새끼 버린 지 오래예요."
"..."
"더 할말 없죠? 그럼 가볼게요."
"야! 너 어디ㄱ..."
하지만 일이 우선이였기에 얘기를 하던 도중 잠깐동안 비친 어두운 얼굴 때문에 말문이 막혀버렸고 그 사이 아이는 경찰서를 나가버렸다.
"아씨..."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또 한바탕 잔소리를 듣을걸 생각하니 막막했지만 여지껏 근무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된게 지금 나와 만나고 있는 아이다.
◈
그렇게 그 아이와의 만남 후, 이제 다시 보지 못할줄 알았던 아이는 또다시 경찰서에 끌려왔다.
"이번에도 성열군 혼자 해결하게 해서 살짝 미안하네."
"아니요. 괜찮아요."
"그렇다면 뭐... 일단은 그 아이 잘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엔 본인이 때린거보다 일방적으로 더 많이 많은 듯 지난번보다 상처는 심했고 심지어 피멍까지 들어있었다.
"이번에도 싸웠냐?"
"...네."
"안 그러게 생겨서 왜 이렇게 쌈박질을 하고 다니는거야?"
"자꾸 사람들이 시비를 털잖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주먹으로 해결하면 안 되지."
"아 몰라요. 다 거지같아."
검무관님과 다른 직원들이 다 나가고 지난번처럼 둘만 남아 얘기를 하게 되어 이번엔 좀 진지하게 얘기해보려 절대 흔들리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막상 불쌍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보면 볼수록 왜 가엾단 생각이 자꾸만 들었는지….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이번엔 왜 싸웠어?"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데 다른학교애가 담배있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어요."
"근데 그 후에 어떻게 했어?"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지고 심지어 제 책가방까지 뒤지잖아요."
"그래서 못참고 화난 나머지 시비가 붙어 싸웠다는 얘기구만. 맞지?"
"...맞아요."
게다가 내 말에 잠시 머뭇거린다 싶더니 대답해오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제발 성질 좀 죽이고 살아라. 화내봤자 너만 피해야."
"아는데 절제가 안 되요."
"후우... 안 되겠다. 너 이름이 뭐야?"
"이호원이요."
"나이는?"
"18살인데 왜요?"
"어허. 어른이 하는말엔 토 달면 안돼."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신원조사를 시작하니 까칠한 모습이 꽤나 도도한 고양이같이 느껴졌다.
"학교는 어디다녀?"
"성지고요."
"그 막장이라는데?"
"누구는 거기 가고싶어 갔나. 내신이 안 되서 간거예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니는 학교를 알고나서는 이상하게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아아...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원래 부모님 연락처같은 거 다 물어봐야하는데."
"..."
"너는 특별히 봐줄게."
"뭐야. 혹시 절 불쌍하게 보는 거 아니에요?"
"글쎄…."
"불쌍하게 보는거면 사절할게요. 전 불쌍한 취급 받는 거 질색이거든요."
"알았어. 어쨌든 다음부턴 오는일 없었음 좋겠고 잘가."
간단한 면담 후에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경찰서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땐 진짜로 끝인줄 알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하여가 이 사고뭉치같으니..."
"얼른 얘기나 끝내요. 집에 가고 싶으니까."
며칠만에 또 컴백했다.
"넌 대체 애가 왜 그러냐? 사고를 쳐도 이건 너무 많이 치잖아."
"저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줄 알아요."
"허…. 너 정말 자꾸 이럴래? 이래봤자 너만 좋을거 없어."
"..."
"학교에선 애들하고 선생님이 널 안 좋게 볼거고. 또 가족들에게까지 피해잖아."
"..."
"게다가 가족들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겠어?"
"...그만해요..."
"뭐라고?"
"그만 얘ㄱ..."
그리고 그때도 평소처럼 둘이 진지한 얘기를 해보려 했으나 갑자기 울음이 터진 아이 때문에 당황해서 그저 굳어버렸다.
"그나마 절 맡아키우는 이모도... 흐…. 저 버린지 오래에요..."
"..."
"가족이란 존재들이... 저한텐... 흑..."
"..."
"다 거지같다ㄱ..."
누가 울면 달래주는걸 제일 못해서 그땐 이도 저도 못하고 어리벙벙 했는데…. 그덕에 우는 이유조차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던 거 같다.
"아저씨... 흐윽... 세상에서 제일 슬픈게 뭔지알아요...?"
"...글쎄."
그러다 어느정도 울음을 그치가 나와 마주보며 물어보던 말은... 어린 나이지만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흐으... 버림 받는거예요..."
"..."
"근데 전 이미... 너무도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 사실을..."
"에휴…. 보아하니 상처가 많아보이네."
울면서 상처받은 모습을 한 아이를 봤을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아팠다.
"이리와."
"..."
그리고 그때 난 망설임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고 여린 아이를 품에 안아주었다.
"여태껏 반항 하고 말 안 듣고 했던게 다 힘든 이유 때문이었구나."
"흐..."
"울고 싶으면 울어. 참으면 안 좋아."
그러다가 내 품에 안긴 아이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는 게 느껴졌었다.
"흐윽... 흡…."
"이제 그만 뚝- 그러다 눈이랑 얼굴 다 붓는다."
결국엔 눈물이 터져 내 옷은 다 젖게 되었지만 그닥 상관은 없다고 느꼈다. 이런 만남 덕에 특별한 운명을 만났다고 믿고 있으니까.
"...아저씨..."
"다 울었어?"
"..."
그렇게 한참을 내 품에 안겨 울던 아이는 울음을 완전히 그치고나서야 고개를 올려 나와 시선을 맞췄다.
"저... 아저씨는 믿어도 되는거죠...?"
"내가 나쁜 사람인 줄 알아. 절대 안 버릴게."
"...고마워요..."
비록 몇 번밖에 보지 않았으나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그때 조심스럽게 질문해오던 아이에게 바로 수긍의 대답을 해버렸으니….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야. 아직 29살이라고."
"10살 이상 차이나면 아저씨 아니에요?"
"이게 어디서 감히 막말이야."
"아야!... 왜 때려요!?"
하지만 울음을 그치고 환한 미소를 짓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저씨 취급한 벌이야."
"치이..."
"앞으로도 맞기 싫으면 성열이 형이라고 불러."
"...생각해볼게요."
그렇게 우리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만남을 토대로 인연이 되었다.
◈
"형아- 나 짜장면 먹고싶어-"
"나 돈 별로없어."
그후로 우리는 연인으로 발전했고 작고 여리던 이 아이 아니 호원이는 나와 사귀게 되면서 성격들을 고쳐간 결과, 모범생까진 아니더라도 착하고 얌전한 아이로 변했다.
"아잉- 한 번만 사주세요오-"
"...이번만이야. 다음부턴 국물도 없어."
"우와- 우리 형아 최고! 사랑해!"
게다가 애교가 늘어간 건 덤이다. 그덕에 난감한 상황일때면 안 넘어가려 해도 늘 넘어가버리니 원….
"쪽-"
그리고 애교에 이어 가끔 이렇게 볼에다 뽀뽀를 해주기도 한다.
"근데 어디가서 먹을거야?"
"요즘 맛있다고 소문난데가 있더라고. 거기로 가자-"
"알았어."
비록 너와의 만남은 조금 힘들었지만 이제라도 이루어졌으니 난 하루하루 정말 행복하게만 느껴져.
이제 아픈일 없이 나와 영원히 함께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 앞에서 울지도말고.
"얼른 가자!"
"하여간 급하긴. 아직 시동밖에 안 걸었어."
앞으로도 쭉 사랑한다. 나의 작은 천사 호원아
----------------------------------------------------------
제 블로그에 잇는걸 복사해 옳겨본건데... 제가 썼다지만 언제봐도
손발이 퇴계될거같아요 ㄷㄷㄷ;;
난 역시 달달물 체질이 아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