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니가모르게감아
글마다 분위기 다름 주의..
1.변요한
나의 연인인 그와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그는 대학 선배였고, 우리는 첫눈에 반해 누구보다 뜨겁게,불타오르도록 사랑했다.
오빠와 사귄지 어느 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오늘은 그의 집으로 상견례를 가기로한 날이다.
엘레베이터 안, 그는 긴장되어 떨리는 내 손을 꼭 잡아주었고, 나는 그의 손을 뒤집어 더 꽉 깍지를 쥐었다.
"많이 떨려?"
"응, 좀 떨리네."
4년이라는 나름의 긴 시간 동안, 나는 그의 집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와 쏙 빼닮은 그의 쌍둥이 동생도 물론, 처음이었다.
"어서오세요, 예비, 형수님."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가-.
헷갈릴 정도로 그와 닮은 그의 동생이 의미심장하게 건넨 인사가 귀에 맴돌았지만
애써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
소름끼치도록 똑닮은 일란성 쌍둥이일지라도, 오빠와는 많이 성격이 달라보였다.
묵묵한 오빠와는 다른 활달한 말투, 유쾌한 장난, 악수 할 때 닿았던 따뜻한 손까지.
오빠의 부모님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그의 입담은 빛을 발했다.
긴장이 풀린 나는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웃을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마주치는 나와 마주치는 그의 눈은 알수없는 욕망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오빠 나 잠깐 화장실 좀,"
볼 일을 본 후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오빠의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책상 구석에 붙여진 나의 사진, 오빠의 어렸을 적 사진,
나는 지금과 똑같은 모습에 너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오빠보다는 한톤 더 낮은 목소리.
어쩌면 나는 그 때 이미 눈치챘을 지도 모른다.
"여기 형 방 아닌데."
인기척도 없이 그는 어느새 내 뒤에 너무 가까이 와버렸고,
나는 꼼짝 없이 그의 팔 사이에 갇힌 꼴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심장이 가파르게 뛰어왔다.
아냐, 오빠가 아냐.
나는 계속해서 속으로 되뇌었지만,
"내가 형이랑 많이 닮긴했나봐,
여자 취향도 지금보니 닮은 것 같네."
같은 사람에게 반응하는 듯, 심장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했다.
2.조정석
오늘도 역시 야근이다.
신입사원에게 정시 퇴근이란?
하늘에 별따는 것보다 천억배는 어려운 것.
그래도 오늘은 팀장님과 함께여서 외로울것 같지는 않다.
아, 하는 건 예외.
"어이, 내가 아까부터 저거 복사 해오라고 한 것 같은데?"
내이름이 떡하니 적힌 명찰을 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나를 '어이' '얌마' '야' 라고 부르곤 했다.
뭐, 나름 친근해보이고, 편해보이고....는 개뿔.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입이고 그는 팀장이기에,
입사 첫날부터 그를 짝사랑해왔기에,
나를 다그치며 욕하는 그가 나는 좀 귀엽다.
"저게 , 지금 웃냐? 웃겨?"
나름 나를 혼낼 때 그는 눈을 부릅뜨고, 콧구멍을 꼼지락거리며
눈썹이 움직인다. 위협적인 듯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꼭 강아지가 늑대 흉내내는 것 마냥 내눈에는 그르렁거리는 강아지 같다.
*
그렇게 훈계는 10분동안이나 계속되었고, 나는 대충 대답을 하고 복사를 마쳤다.
낡은 손목시계 속 시침은 어느새 새벽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져 칙칙한 동태같은 내눈을 완전히 덮어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깨어있지도, 잠들지도 않은 의식속에서
나는 내 머릿결을 스치는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저사람이 지금 나를 만지고 있구나.
그래, 내가 저사람 꿈을 꾸는 구나.
"귀엽긴"
"웃긴 왜 자꾸 웃는 거야, 혼내기 미안해지게."
아득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그에게 완벽히 빠진 것이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3.조진웅
아저씨와는 비오는 날 카페에서 만났다.
허구한 날 카페에서 죽치고 있는 백수인줄 알았는데, 이 카페 사장이란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고, 친해졌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
아저씨는 돌싱이었다. 1년 전쯤에 부인과 헤어졌다고 나에게 조심스레 고백했다.
무슨상관이에요-.라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지금 우리 둘이 좋으면 된거지 뭐.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조심스러운 말투, 눈빛, 표정이다.
심상치 않음을 여자의 직감으로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아니 그러길 바라며
아저씨가 있다는 집 앞 놀이터로 나갔다.
날씨가 좀 쌀쌀하다. 아저씨 또 대충입고 나왔을 텐데.
"나 왔어요 아저씨"
아저씨는 멀리서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왔다.
역시나 얇은 가디건 하나만 입고있다.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니까.
잔소리를 또 한 줌 퍼부으려던 순간 느껴지는 아저씨의 온기.
무슨일로 보자마자 포옹일까. 더 불안하게.
"그냥 지금은 듣기만 해."
"전 와이프가 다시 시작해보자는데."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고작 몇 달 만난 내가 그와 결혼까지 해 본 여자를, 아니 그 추억들을 뛰어넘을 수나 있을까.
"아저씨"
나는 계속해서 아저씨를 불렀지만, 아저씨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포근하고, 영영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니가 나 잡아주면 나 안갈거야."
"....."
눈물이 뿌옇게 차올랐다.
붉은 가로등 빛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위해주는 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내 대답을 기다려주는 아저씨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대답."
나는 뿌옇게 흩어진 아저씨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싫어요. 아저씨 못보내줘"
그제서야 아저씨는 내 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많이 추웠는지 아저씨 손이 차가웠다.
나는 아저씨의 큰 손을 작은 내 두손으로 꼭 감싸쥐었다.
그리고 아저씨의 넓은 품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계속되던 불안함이 행복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분위기 전환 쵸큼 해봤다,,